# 220
< 내 언데드 100만 >
제220화 의식 소환
기역자로 꺾여 있는 복도 너머는 부채꼴 형상의 넓은 공간이 있었다. 그 부채꼴 형상의 복도 끝이 돔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부채꼴 형상의 복도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 60마리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꽤 컸다.
그리고 지금 입구에서는 암석 솔저 및 전사들과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방방!”
돔 공간 입구에서 방패병들이 모여서 진형을 짰다.
그리고 그 뒤에서 창병들이 흑골창을 방패 틈 사이에 찔러 넣었다.
키엑!
방패 틈 사이로 내질러진 흑골창은 암석 솔저들과 전사들의 몸에 박혔다.
하지만 암석 몬스터들이 성가신 점은 바로 방어력이었다.
이름 그대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휘익.
그때 암석 몬스터들과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머리 위로 바람이 한차례 지나갔다.
“방방?”
방패병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들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크워어어어!
쾅!
하지만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진형을 짜고 있는 방패를 향해 암석 도끼병의 무거운 일격이 들어왔다.
“방방!”
방패병들은 다시 힘을 주며 암석 몬스터들의 공격을 버텨 내기 시작했다.
‘흠.’
그사이 한성은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입구를 뛰어넘으며 지나갔다.
암석 몬스터들은 물론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역시 투망이 좋다니까.’
한성은 지금 축복 받은 투명 망토를 입고 능력을 발동 중이었다.
30초 동안 투명해질 수 있는 마법을 쓸 수 있기에 보통은 긴급대피용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도 도움이 되었다.
투명 마법을 발동한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방패를 밟으며 격전지를 뛰어넘었다.
암석 몬스터들까지 뛰어 넘어간 한성은 돔 공간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성이 착지하려고 하는 돔 공간 중심에는 여전히 많은 암석 몬스터들이 뭉쳐 있었다.
이대로는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방향 전환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쿠웅!
잠시 후, 한성은 암석 몬스터들이 뭉쳐 있는 돔 공간 중앙에 육중한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스슥. 스스슥.
‘역시.’
한성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였기 때문이다.
지금 한성은 암석 몬스터들과 겹쳐져 있었다.
그리고 한성과 겹쳐져 있는 암석 몬스터들은 마치 홀로그램처럼 지직거렸다.
사실 돔 형태 공간에 있는 암석 몬스터들은 환영이었다.
암석 매지션이 환영 마법으로 만들어낸 허상이었던 것.
그 사실을 몰랐던 수많은 방문자들은 약 100마리 정도 되는 암석 몬스터들을 보고 뒤로 빠졌다.
실제 숫자는 절반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말이다.
‘나도 속을 줄 알았겠지?’
한성은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암석 매지션을 바라봤다.
암석 매지션은 화들짝 놀라며 겁먹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한성이 착지하는 소리를 듣고 놀란 것이다.
하지만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 한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쾅!
한성은 지면을 박차며 암석 매지션을 향해 달려들었다.
투명 마법의 지속 시간은 이제 10초.
시간이 없었다.
돔 공간에는 아직 암석 도끼병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투명 마법이 풀리기 전에 최대한 빨리 암석 매지션이 있는 장소까지 갈 생각이었다.
으엉? 으어엉?
마법사 로브를 뒤집어쓴 1미터 키를 가진 난쟁이 같은 암석 매지션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스르륵.
그때 암석 매지션의 눈앞에서 한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이 다 되어 투명 망토의 효과가 풀린 것이다.
흐엉?
한성을 발견한 암석 매지션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여기까지인가?’
암석 매지션의 눈앞에서 모습이 드러난 한성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투명 상태로 다가가 암석 매지션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하필 암석 매지션의 눈앞에서 모습이 드러난 탓에 데미지는커녕 조금 위험해졌다.
크워어어어어!
순간 한성이 있는 장소를 향해 어마어마한 괴성과 함께 굉장히 큰 양날도끼 두 개가 내려쳐졌다.
콰아아아앙!
“미친 위력 보소.”
한성이 있던 자리에 양날도끼가 박히면서 충격파가 발생하며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몸을 뒤로 날리며 양날 도끼를 피한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전방을 바라봤다.
크르르르.
암석 매지션의 양옆에는 커다란 양날도끼를 들고 있는 암석 거인들이 있었다.
암석 매지션의 호위병들이었다.
“틴달로스!”
[네엡! >_
한성의 외침에 틴달로스는 그림자를 쭉 늘렸다.
컹!
[내 상대는 어디냐!]
한성을 중심으로 늘어난 그림자 속에서 라이와 레이몬이 튀어 나왔다.
“너희들은 암석 거인을 맡아!”
그렇게 외친 한성은 암석 매지션을 바라봤다.
한동안 암석 매지션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허둥거렸다.
하지만 호위로 있는 암석 거인의 든든한 모습에 정신줄을 붙잡고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흐어어어! 흐어어어엉!
커다란 마법사 모자와 로브를 입고, 약 1미터 크기의 작달막한 암석 매지션은 기묘한 소리를 지르며 마법을 시전했다.
“늦었나?”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직후, 암석 거인들과 암석 매지션이 분신술을 쓰는 것처럼 늘어났다.
암석 매지션의 특기 마법 일루젼이었다.
순식간에 암석 거인이 8마리, 암석 매지션이 4마리가 되었다.
“정말 성가시게 하는구만! 라이!”
한성은 라이를 바라봤다.
암석 매지션의 환영 마법은 이를테면 눈속임이다.
실체가 없는 허상이니까.
그렇다면 라이의 후각으로 감지할 수 있을 터.
크르릉.
하지만 라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후각으로 감지 할 수 없다고?’
실체가 없는 허상이기에 라이의 후각으로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빗나갔다.
그리고 한성의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크워어어어어!
암석 거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으니까.
무려 8마리나 되는 암석 거인들이 대형 도끼를 앞세우고 라이와 레이몬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리석은!]
레이몬은 흑마력을 주입한 마검을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어차피 암석 거인은 두 마리.
암석 거인의 약점은 공격 속도가 느리고 중앙 대륙의 약삭빠른 몬스터들에 비해 머리가 썩 좋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거기다 레이몬이라면 혼자서 암석 거인 두 마리의 힘 정도는 버텨 낼 수 있었다.
카앙! 캉!
앞에서 달려오던 암석 거인 두 마리의 대형 도끼가 마검에 가로막혔다.
그 말은 앞에 있는 암석 거인 두 마리가 실체라는 소리였다.
“이놈들 진짜 돌대가리들이네!”
환영 마법의 이점을 챙기지 않고 그냥 닥돌을 해올 줄이야.
암석 거인의 실체를 확인한 한성과 라이는 공격 준비를 달려들었다.
쿵쿵쿵.
그러나 그보다 먼저 뒤에서 달려오던 암석 거인들이 레이몬을 향해 대형 도끼를 내려쳤다.
캉! 카앙! 카아아앙!
[허, 허억?]
순간 레이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라이와 한성도 마찬가지.
뒤따라온 나머지 암석 거인들이 대형 도끼를 레이몬의 마검을 향해 내려치면서 충격을 줬던 것이다.
“전부 실체라고? 설마?”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성이 알고 있는 저주 받은 폐광의 공략법은 하늘 섬을 포함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기 전이었다.
‘이것도 새롭게 패치가 된 건가?’
한성이 알고 있는 암석 매지션은 실체가 없는 환영 마법을 구사하여 눈속임을 한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암석 거인 8마리 모두 실체가 있다니?
“일을 참 번거롭게 만드네.”
한성은 일단 뒤로 물러났다.
가장 베스트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암석 몬스터들을 뚫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암석 매지션을 처리해야 되는데…….’
암석 매지션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면 위험해진다.
교전에 들어간 암석 매지션은 위기감을 느끼고 지원군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암석 매지션이 암석 거인에게 환영 마법을 쓴 시점에서 이미 교전상태였다. 언제 지원군을 부를지 모를 상태인 것이다.
“다크 메탈 골렘 소환! 데스나이트 소환!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 소환!”
한성은 이미 틴달로스의 아공간 속에 보관 중이던 소환수들을 불러냈다.
스르륵.
한성의 발밑으로 넓게 펼쳐진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푸른 눈을 빛내며 언데드 소환수들이 올라왔다.
라이와 레이몬을 중심으로 한성이 소환한 언데드 몬스터들이 암석 거인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수적으로는 한성이 유리하다.
한성과 틴달로스까지 포함하면 열둘이었으니까.
‘문제는 암석 매지션이지.’
암석 거인 8마리가 앞에서 난리를 피우는 동안 암석 매지션 4마리는 무언가 의식을 거행하는 중이었다.
오각형 별 모양의 마법진 위에서 알 수 없는 말로 주문을 외우고 있는 암석 매지션들의 모습은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암석 테라 나이트와 암석 테라 매지션.’
둘 다 암석 시리즈 몬스터들로 상당히 강력하다.
암석 매지션의 눈속임을 간파한 방문자들은 의식 소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보다 당장 눈앞에서 달려드는 암석 거인들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석 거인들을 상대하는 사이 암석 매지션이 암석 테라 몬스터 두 마리를 소환하는 그 순간, 공략 난이도는 급상승하게 된다.
암석 테라 몬스터 두 마리는 어마어마하게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보스 몬스터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놈들을 소환하기 전에 끝내야 돼!’
한성은 앞을 가로막는 암석 거인들을 향해 소환수들과 함께 달려들었다.
* * *
방대한 양의 문자와 숫자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새하얀 정보 공간.
그곳에 이질적인 느낌의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하얀 눈 같은 피부의 소녀가 공중에 떠 있었다.
소녀는 붉은 눈을 반짝이며 허공을 가로 지르는 문자와 숫자들을 바라봤다.
방대한 문자와 숫자의 정보 속에서 티르 나 노이의 주민들인 켈트인들의 감정이 느껴져 왔다.
“절망. 좌절. 분노.”
티르 나 노이를 방문하는 자들로 인해 생겨나오고 있는 부(不)의 감정들.
어느 새 소녀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감정들은 한 가지 목적을 희망했다.
“방문자 제거.”
죽어도 되살아나는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켈트인들을 핍박하는 무리들.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 방문자들을 배제하는 게 소녀의 목적이었다.
“위험 요소 재발견.”
소녀는 허공을 가로지르는 문자와 숫자의 정보들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방해가 될 수 있는 존재를 다시 발견했다.
이전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상 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는 워낙 방대한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시스템의 방해를 받기도 했기에 타깃을 놓치거나 추적도 할 수 없었다.
“위험 레벨 높음. 즉시 배제 요망.”
다시 발견한 그 존재는 이전보다 위협적이었다.
소녀는 내부에서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의 운영 시스템에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 * *
[경고. 암석 매지션이 소환 의식을 완료했습니다.]
“응? 예상보다 더 빠르잖아?”
살짝 눈살을 찌푸린 한성은 암석 매지션이 의식 소환에 사용한 마법진을 노려봤다.
지금 그곳에서 암석 테라 나이트와 매지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
순간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진에서 나타난 건 암석 몬스터들뿐만이 아니었다.
한성은 마법진에서 나타난 존재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네가 거기서 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