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19화 (219/318)

# 219

< 내 언데드 100만 >

제219화  암석 몬스터

본 익스플로전을 버티지 못한 아킬레우스 킬러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상대의 무릎 위로 올라가면 안 되는 숙명을 가졌으나, 그걸 어긴 결과였다.

[축하합니다. Lv190 아킬레우스 킬러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9000 골드와 흑철 1개를 지급합니다.]

‘오? 흑철이 나왔네?’

한성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비록 오리하르콘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하기 힘든 흑철이 나온 것이다.

첫 시작치고는 좋았다.

“좋아. 그럼 이제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바라봤다.

비록 한 마리밖에 없는 아킬레우스 킬러였지만, 고유능력 인피니티 인비저빌리티와 지면을 낮게 빠른 속도로 기어 다니는 특성 때문에 난이도는 준보스에 가까웠다.

그런 아킬레우스 킬러와의 싸움에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한 거라고는 발모가지가 날아가면서 다리가 아니라 전신을 이용해 탭댄스를 췄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향해 한성은 한마디 했다.

“파.”

아킬레우스 킬러가 있던 10미터 크기의 방 안.

그곳에는 수많은 광석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       *       *

[철광석 1개를 채취하였습니다.]

[스타더스트 1개를 채취하였습니다.]

한성의 시야에 갖가지 광석들을 입수했다는 안내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약 80마리에 가까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곡괭이질을 하면서 광물을 캐고 있었다.

‘철광석은 최대한 많이 캐야지.’

다크 메탈 골렘을 한 번 소환하는데 필요한 철광석은 이제 900개였다.

숙련도 레벨이 오르면서 소모량이 심해진 것이다.

그 외에 스타더스트도 많이 필요 했다.

장비를 강화하는데 들어가는 재료 아이템이었으니까.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는 어떻게든 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역시 오리하르콘과 흑철인가?’

가장 기본적인 광물이라 장비를 제작하거나 강화하는데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모량이 컸다.

하지만 광산에서 캐기도 쉽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부리면 더 빨리 캘 수 있었다.

[보석 루비 조각 1개를 채취하였습니다.]

[크리스탈 1개를 채취하였습니다.]

[은광석 1개를 채취하였습니다.]

“오오. 대어네, 대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면서 광석을 캐는 동안, 옆에 있는 큰 바위에 누워서 쉬고 있던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타더스트와 철광석뿐만이 때때로 보석이나 희귀금속들도 캐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 쉬었으면 됐겠지.’

아킬레우스 킬러를 처리하고 난 다음 한성은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생명력과 마나가 가득 차고, 스킬 쿨 타임도 한 바퀴씩 다 돌았다.

쉬는 동안 루루와 틴달로스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사이를 방방 뛰어다니며 광석 캐는 걸 구경했다.

라이는 한성의 옆에서 배를 깔고 누워 있었으며, 레이몬은 마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볼까?’

잠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자리를 잡고 광석을 캐는 걸 지켜보던 한성은 이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아킬레우스 킬러가 있던 장소에서 광석을 전부 다 캐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놔두고 가면 될 일이었다.

‘저 녀석들이라면 무슨 문제가 생겨도 알아서 잘 대처하겠지.’

현재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는 약 80마리.

몬스터들이 나타나도 알아서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얘들아, 가자.”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환수들을 불렀다.

“루루, 틴달로스 빨리와~”

“네. 금방 가영~”

[마스터~ >_<]

한성의 말에 루루는 깽깽이 발로 총총 뛰어 왔고, 틴달로스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머리 위에 띄우며 팔을 활짝 펼치고 날아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틴달로스였다.

틴달로스는 한성의 얼굴에 날아와 찰싹 붙더니 머리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그럼 가 볼까?”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남겨놓고,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흠.”

광산 터널에서 다음 장소로 걷고 있던 한성은 발걸음을 멈췄다. 기역자로 꺾이는 곳에 몬스터 하나가 길을 막고 있었다.

‘암석 솔저인가.’

약 1미터가 조금 넘는 체구를 가진 작은 인간형 몬스터.

하지만 몸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방어력이 좀 높은 편이었다.

‘초반에 저놈한테 당한 방문자들이 꽤 많았지.’

몬스터 방어력이 좀 높다고 해 봐야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거기다 작은 체구와 한 마리씩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수많은 방문자들이 암석 솔저를 우습게 보고 달려들었다.

그 결과는 저주 받은 폐광에서 돌아온 방문자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 던전만큼은 신중해야 돼. 몬스터들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악의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으니까.’

속으로 고개를 한 차례 흔든 한성은 조심스럽게 암석 솔저를 향해 다가가려 했다.

[나에게 맡겨라.]

우리의 패드리퍼 레이몬이 호기로운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야, 야! 안 돼!”

다급히 레이몬을 불렀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말은 듣지 않는다!]

레이몬은 한성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암석 솔저를 향해 달려들었던 것이다.

‘아, 나. 저 자식 저거 또 지랄 같은 성격이 다시 도졌나 보네.’

아무래도 한동안 풀어놓아서 그런지 마왕에게도 부모님 패드립을 날리는 레이몬의 성질이 다시 살아난 모양이었다.

[저딴 돌덩이 따위 나의 흑마검으로 베어 버리겠……!]

달칵.

[헛?]

순간 레이몬은 숨을 들이켰다.

암석 솔저를 향해 달려가던 레이몬에게 발로 무언가를 밟은 느낌과 함께 자그마한 소리가 들렸다.

철컹. 슈슈슈슉!

그리곤 무언가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레이몬이 있던 양옆 벽에서 갑자기 화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흐으읍!]

기겁한 레이몬은 다급히 흑마력을 끌어올리며 방어력을 높였다. 그리고 마검을 휘둘렀다.

채채챙!

기습적으로 강철 화살을 날리는 함정에 빠졌음에도 레이몬은 그럭저럭 대처를 빠르게 했다.

푸푸푹!

하지만 쏟아지는 강철화살이 너무 많았다.

[크악!]

몇몇 강철화살들은 레이몬의 마력 방벽을 뚫었다.

워낙 지근거리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강철화살이 쏟아진 시간은 짧았다.

또한 대처를 빠르게 하고 레이몬의 방어력이 높은 덕분에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쿵쿵.

하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강철 화살 몇 발이 몸에 박히기까지 했기에 레이몬은 비틀거렸다.

꾸욱.

[……!]

순간 레이몬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방정맞은 발이 또 무언가를 눌렀기 때문이다.

쌔애액! 탱!

[컥!]

갑자기 레이몬이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이번에는 별안간 머리 위에서 커다란 강철 대야가 떨어져 내려 강타했기 때문이다.

‘엄청 고전적이네.’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강철 대야라니!

레이몬의 수난을 지켜본 한성은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꺄하하하!”

[레이몬 아저씨 최고. ㅠ_ㅠ]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루루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틴달로스는 아예 눈물이 날 정도로 웃고 있었다.

“내가 그래서 가지 말라고 했던 건데…….”

한성은 혀를 찼다.

암석 솔저의 왜소한 체구를 보고 생각 없이 달려들었다가 숨겨진 함정에 당한 방문자들의 숫자가 꽤 되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얘들아, 뒤로 물러서 있어.”

루루와 라이, 틴달로스에게 한마디 하며 한성은 스킬을 시전했다.

“시체 소환. 해골 병사 소환.”

순식간에 한성의 눈앞에 검병 20마리, 방패병 40마리, 창병 20마리가 나타났다.

“밀어라.”

척척척.

한성의 명령에 가장 먼저 방패병 40마리가 기역자로 꺾이는 곳을 향해 전진했다.

꾹! 꾹!

콰콰콰쾅!

거침없이 진격하는 방패병들을 향해 함정이 발동하며 장애물들이 스켈레톤 솔저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애초에 한성이 모든 함정들을 발동시키며 전진하라고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자신들을 가로막는 함정에도 방패병들은 꿋꿋이 전진해 나갔다.

쿠르르릉! 콰콰쾅!

쐐애애액!

갖가지 함정들이 방패병들을 덮쳤다.

벽에서 갑자기 튀어 나오는 강철 화살이나 창부터 시작해서, 바닥이 사라지는 함정까지.

결국 앞장선 방패병들의 반수가 함정으로 인해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기긱. 기기긱.

함정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던 암석 솔저가 기역자로 된 터널 복도 안으로 슥 이동했다.

이미 방패병들의 희생으로 함정은 해체된 상황.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기역자로 꺾여진 터널 복도를 향해 뛰어들었다.

‘문제는 이제부터지.’

한성은 루루를 비롯한 프나코틱 소환수들을 데리고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뒤를 따랐다.

콰앙!

순간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앞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루루야. 애니멀 댄스 GO.”

“넹~”

한성의 명령에 루루가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귀여운 동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첫 댄스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상승시키는 고양이 춤이었다.

‘그럼…….’

한성은 전방을 바라봤다.

기역자로 꺾이는 터널 복도 너머에는 대규모 몬스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크워어어어어!

암석 전사, 암석 도끼병, 암석 매지션.

수많은 암석 몬스터들.

대부분 이 단계에서 방문자들은 포기할 생각을 가진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암석 군단과 조우하기 때문이다.

기역자로 꺾이는 복도 너머로 가면 돔 형태의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빽빽하게 메우다시피 한 암석 몬스터들이 방문자들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히 많아 보이기는 하네.”

암석 솔저 20마리, 암석 전사 30마리, 암석 도끼병 50마리, 그리고 마지막 암석 매지션 1마리까지.

무려 100마리가 넘는 몬스터가 한 공간에 있는 상황.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한성의 시선은 오직 한 놈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암석 몬스터들 중에서 유일하게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몬스터.

쿠구구구궁.

그때 한성의 등 뒤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방패병들을 희생시키면서 돌파한 함정들이 다시 재정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방문자들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눈앞에 있는 암석 군단과 싸울 것인가, 아니면 어렵게 뚫고 지나온 함정들 속으로 다시 빠질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시간은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크워어어어어어!

암석 몬스터들이 동시에 괴성을 지른다.

백 마리나 되는 몬스터들의 위압감은 사고를 마비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암석 몬스터들의 위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도망친다.

유일한 탈출구에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정말 악의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진짜 악의적인 건 따로 있지. 하여간 이놈의 저주 받은 폐광은 개발자들이 약을 빨고 만든 게 틀림없다니까.’

한성은 전방을 바라봤다.

노리는 건 단, 하나. 암석 매지션뿐이었다.

쾅!

한성은 지면을 강하게 차면서 돔 형태의 공간을 향해 날듯이 달려 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