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18화 (218/318)

# 218

< 내 언데드 100만 >

제218화  저주받은 폐광

크래프트 마인은 광산도시답게 바로 시가지 옆에 거대한 광산이 붙어 있었다.

그 광산 안에는 개미굴처럼 복잡한 터널들이 존재한다.

바로 이러한 광산 터널을 통해 광물을 채취하는 것이다.

‘여기로군.’

한성은 아무도 오지 않는 저주받은 장소에 도착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하며 짜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는 곳.

[저주받은 폐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한성의 눈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이 아가리를 벌린 채 대기하고 있었다.

“시체 소환. 해골 병사 소환.”

펑펑펑!

한성은 일단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데스마스터 전용 장비인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을 펼쳤다.

“루루, 라이, 레이몬드 나와.”

“마스텅~”

크르르! 컹!

[흠.]

펼쳐진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에서 한성의 주력 소환수들이 뛰쳐나왔다.

[여기는 어디인가?]

“광산이야.”

[이런 곳에는 뭐 하러?]

“광산에서 할 건 하나밖에 없지.”

한차례 피식 웃은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바라봤다.

도합 81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질서정열하게 줄을 서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 선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광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헨리에게서 받아 낸 장비들이었다.

투두둑.

“한 마리씩 와서 주워. 오늘 너희들이 할 일은 광물을 캐는 것이다.”

한성이 꺼낸 장비들은 다름 아닌 상등품의 곡괭이들이었다.

“소드소드?”

“파이크? 파이크?”

“방방방방!”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

그들의 얼굴에는 ‘이걸 왜 우리들이?’라는 듯한 표정이 걸려 있었다.

“싫으면 미끼가 되던가. 안 그래도 자살폭탄병들이 필요했었는데 잘 됐네.”

“소드소드.”

“파이크파이크!”

“방방!”

한성의 말에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은 무슨 일이든 시켜달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주인이 까라고 하면 까야 되는 게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숙명.

차라리 곡괭이질을 하는 게 미끼가 되어서 뻥뻥 터지는 것보다 나았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최대한 줄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빠르게 곡괭이들을 집어 들었다.

헨리에게서 받은 상등품이라 그런지 무기로 써도 그럭저럭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손에는 기존에 쓰던 검, 창, 방패 대신 철 곡괭이가 쥐어져 있었다.

“좋아. 그럼 가자.”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준비가 모두 끝나자 한성은 저주받은 폐광 안으로 진입했다.

*       *       *

저주받은 폐광.

그곳은 티르 나 노이 개발자들이 아주 작정하고 만든 신비의 던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 들어갔다 귀환한 켈트인들은 한 명도 없으며, 플레이어 방문자들조차도 치를 떨었다.

그곳에 갔다 온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로 돌아왔다.

다름 아닌 저주받은 폐광에서 나오는 몬스터들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광산 터널에도 몬스터들이 나온다.

하지만 조금 방해되는 수준인데다가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광산 몬스터들을 처리하면 광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저주받은 폐광은 아니다.

딱히 몬스터들이 강한 건 아니지만 고유의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어, 짜증을 유발시킨다.

진짜 개발자들이 약을 빨고 만든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극악무도했다.

술에 취해 비몽사몽한 헨리조차 가는 걸 말릴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위험한 장소였지만 한성은 저주받은 폐광에 가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잘하면 이곳에서 오리하르콘이나 흑철을 구할 수 있으니 말이야.’

헨리가 구해다 준다고 했었지만,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지금은 블랙 레이븐 녀석들이 광산을 차지해서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었으니까.

‘도착했군.’

저주받은 폐광 터널을 걷고 있던 한성은 발걸음을 멈췄다.

상대적으로 좁은 터널에서 넓은 공터가 나왔다.

넓다고 해 봐야 직경 10미터 정도 되는 방 크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여기가 제1관문이지.”

저주받은 폐광의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매번 패턴이 바뀌거나 알고도 못 막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쿵쿵. 스르륵.

‘이 소리는…….’

10미터 크기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서 무언가가 기어 다니거나 끌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아킬레우스 킬러!”

한성은 보이지 않는 적의 정체를 대번에 눈치챘다.

저주받은 폐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몬스터라면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슈카가가각!

순간 뒤편에 있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 몇 마리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단순히 공격당한 것뿐만 아니라 그렇게 날아간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발목도 같이 날아간 상태였다.

‘시작부터 이놈이냐!’

저주받은 폐광의 터널을 걷다보면 채굴 장소인 넓은 장소가 나온다.

그리고 그런 장소에는 어김없이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다.

채굴 장소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랜덤.

그리고 지금 나타난 아킬레우스 킬러는 나올 확률이 굉장히 낮음과 동시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고유능력인 무한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상대의 발목을 베고 지나간다.

‘발모가지를 날리는 보이지 않는 놈이라니.’

방문자들이 치를 떠는 몬스터들 중 하나였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순식간에 발목이 날아가면서 땅바닥에 쓰러지면 그걸로 게임이 끝난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

아킬레우스 킬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존재했다.

바로 공격 범위가 무릎 아래까지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발모가지를 날리는 것이지만.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움직임이 엄청 빨랐으니까.

“금방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어 주지.”

한성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귀에 마나를 집중시키면서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아직 마나 컨트롤 퀘스트를 클리어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거의 막바지였다.

그 덕분에 그럭저럭 한성의 의도대로 마나를 움직일 수 있었다.

스르륵. 스칵!

“거기냐!”

순간 한성은 아킬레우스 킬러가 다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공격하려는 낌새를 알아챘다.

쾅!

그 즉시 다리에 마나를 보낸 한성은 지면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아, 이럴 때 공중 밟기 스킬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공중 밟기 스킬, 에어 스텝은 공기로 이루어진 발판을 만들어 허공을 빠르게 입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최소 200레벨은 넘어야 배울 수 있는 이동 스킬이었다. 어쨌든 지면을 박차 오른 한성은 짧은 활공 시간이 지나고 아킬레우스 킬러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공격하고 있는 구역에 도달했다.

“소드소드?”

“파이크파이크?”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한성을 발견한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에서 방패병들은 아예 대놓고 방어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곡괭이를 내팽개치고 검은 뼈 방패를 위로 들어올리며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라운드 임팩트!”

아니나 다를까,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리던 한성은 그대로 패왕 스킬을 시전했다.

콰아아아아앙!

지면에 착지한 한성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소오오드으으!”

“퐈이크으으으!”

“방방~”

미리 대비를 하건 말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모두 사이좋게 지면에서 튕겨져 올라왔다.

꾸에에에엑!

물론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만에 빠져 신나게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의 발모가지를 날리고 있던 아킬레우스 킬러도 지면에서 튕겨져 올라왔다.

스르륵.

공중으로 튕겨 올라간 아킬레우스 킬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킬레우스 킬러의 모습은 기괴했다.

악어같이 생긴 머리, 몸통에는 사마귀처럼 날카로운 팔과 긴 꼬리가 붙어 있었다.

꼬리 길이까지 합하면 무려 5미터나 되었으며, 몸통은 약 2미터 정도 되었다.

“지금이다! 라이! 레이몬!”

크릉!

[기다리고 있었다!]

한성이 외치기도 전에 아킬레우스 킬러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레이몬과 라이가 공중을 뛰어오르며 달려들었다.

케륵?

그 모습에 아킬레우스 킬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자신의 모습이 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저놈의 약점은 무릎 높이 이상 튀어 올리면 돼. 그러면 눈에 보이니까!’

거기다 공중에서는 재빠르게 움직임일 수도 없었다.

라이와 레이몬이 멋지게 엑스자로 교차하면서 아킬레우스 킬러를 스쳐 지나갔다.

슈카가가가각!

끼에에엑!

라이와 레이몬의 콤비 공격에 아킬레우스 킬러는 괴성을 내지르며 떨어져 내리려고 했다.

그때 한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절대 땅에 떨어지게 두지 마!”

아킬레우스 킬러의 고유능력인, 무한투명(인피니티 인비저빌리티: Infinit invisibility).

하지만 그 능력의 발동 조건이 다름 아닌 상대의 무릎 아래에서 지면을 기어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한성은 아킬레우스 킬러를 지면 위로 튕겨 올렸던 것이다.

‘공중에서 결판을 지어야 해.’

모습을 드러낸 지금 아킬레우스 킬러를 쓰러트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킬레우스 킬러처럼 땅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싸워야할지도 몰랐다.

[흐아압!]

한성의 외침에 레이몬이 먼저 움직였다.

흑마력이 집중되어 있는 마검의 옆면으로 아킬레우스 킬러를 밑에서 위로 쳐 올렸다.

퍼억!

꾸엑!

아킬레우스 킬러는 짤막한 비명을 지르며 다시 튀어올랐다.

“라이! 라이트닝 스톰 볼텍스!”

크아앙!

라이의 몸에서 녹색 바람과 푸른 전격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녹색 바람과 푸른 전격은 라이의 전방에서 나선모양으로 섞여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녹색 바람과 푸른 전격으로 이루어진 드릴이 라이의 전방에 생겨난 것처럼 보였다.

“가랏!”

크허어어엉!

드릴처럼 회전하는 녹색 바람과 푸른 전격을 앞세우고 라이는 아킬레우스 킬러를 향해 펄쩍 뛰어올랐다.

콰가가가가각!

라이트닝 스톰 볼텍스가 아킬레우스 킬러의 몸을 드릴처럼 꿰뚫기 시작했다.

끼에에에.

라이의 일격에 아킬레우스 킬러의 배에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거기다 벌써부터 회복이 시작되는 중이었다.

“마무리다! 본 스피어! 쿼드라 본 리터레이션!”

스킬 숙련도 레벨 9의 흑색창 네 개가 한성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거기에 추가로 흑색창 네 개가 생겼다.

총 여덟 개의 검은 뼈로 이루어진 흑색창들.

스팟!

이윽고 흑색창들이 차례대로 아킬레우스 킬러를 향해 날아들었다.

푹! 푹! 푹! 푹!

여덟 개의 흑색창이 무자비하게 아킬레우스 킬러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

“끝이다.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앙!

아킬레우스 킬러의 몸이 지면에 채 닿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대폭발이 10미터 크기의 방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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