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16화 (216/318)

# 216

< 내 언데드 100만 >

제216화  대장장이 클랜, 토르해머

‘뭐지? 들킨 건가?’

이웃집 또 털려, 토로로의 말에 한성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 상태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소환수들이 참 귀엽네요. 테이머세요?”

“네.”

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실제로는 네크로맨서지만, 본래 직업이나 소환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테이머 계열 방문자들은 많은 편이었기에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역시 그렇군요. 제가 많은 테이머들을 봤지만 그쪽 분 같은 소환수들은 처음 봐서 말 걸어봤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들 이런 사람들입니다.”

토로로의 말에 이어 또 털린 이웃집, 로로토가 한성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 1군 인사팀장 로로토.]

“…….”

순간 한성은 할 말을 잃었다.

‘뭐지, 이 자식들? 스카우터라도 된 건가?’

눈앞에 있는 두 놈들은 한성이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을 때만 해도 2군 셔틀이었다.

잔심부름을 주로 하는 녀석들이었다가, 한성이 배신당했을 때는 추적대까지 기어올랐었다.

그런데 지금은 블랙 레이븐 클랜의 핵심 멤버들이라고 할 수 있는 1군 인사팀장이라니?

“저희 클랜이 어떤 곳인지 잘 아시죠?”

토로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해 왔다.

그 말에 한성은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당연히 잘 알지, 이 망할 자식들아. 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기 있었는데. 그리고 내 품 안에 네놈들 클랜 창고 열쇠도 있다, 썩을 놈들아.’

“네.”

마음속 외침과는 달리 한성은 로브의 후드를 슬쩍 앞으로 내리며 말을 아꼈다.

“그럼 이야기는 빨라지겠네요.”

한성의 대답에 로토토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저희들은 귀하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실력 있는 플레이어라면 대환영이거든요.”

“저희 클랜이 어떤 곳인지 알고 계시다면 기회입니다. 현재 저희 클랜이 급성장 중인 건 알고 계시죠? 지금 이때 아니면 더 이상 클랜원들을 모집하지 않을 예정이거든요. 빨리 들어오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

한성은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하, 참. 어이가 없네.’

설마 자신을 배신한 클랜원 놈들이 스카웃 제의를 해 올 줄이야.

마음 같아서는 ‘내가 네놈들한테 배신당한 트레인이다!’ 하고 외친 다음 죽창으로 신나게 찌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아직 때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눈앞의 두 놈은 한 가지 실수를 범했다.

“죄송하지만 전 이미 클랜이 있습니다. 그럼…….”

그렇다.

토로로와 로토토는 한성에게 먼저 클랜에 들었는지 아닌지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방금 전처럼 자기들 클랜에 들어오라고 다이렉트 핵직구를 던질 게 아니라 말이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저희 클랜에 오세요.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대우해 드리고 장비도 지원해 드리죠.”

하지만 역시 토로로와 로토토였다.

그들은 한성이 클랜에 들어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달콤한 미끼를 던지며 낚으려고 했다.

‘그럼 그렇지. 네놈들 성격이 어디 가겠냐, 쓰레기 놈들.’

한성은 토로로와 로토토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라.

그들이 원하는 건 바로 답정너였다.

“친목 클랜이라 안 되겠네요. 죄송합니다.”

한성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길게 이야기를 해서 좋은 건 하나도 없었다.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최대한 목소리도 이전과 다르게 내긴 했지만 정체를 들킬 우려가 있었으니까.

“저기, 잠시만요!”

하지만 역시 그들은 간단히 한성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저 늑대는 내가 가진다!’

‘옆에 있는 꼬마는 내가 키워야지!’

그들의 목적은 다름 아닌 라이와 루루였던 것이다.

그들은 날렵한 이미지의 늑대 라이와 옆에서 크레이프를 맛있게 먹고 있는 귀여운 꼬마인 루루에게 꽂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한성에게 들이댔던 것이다.

“루루.”

“넹~”

한성은 루루를 안아들고 라이의 등 위에 올라탔다.

“뛰어.”

크앙!

이윽고 라이는 빠르게 도시 안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이런!”

“이야기 좀 더 듣고 가지!”

등 뒤에서 아쉬워하는 배신자 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라이를 뒤쫓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후. 그나마 좀 낫네.’

상쾌한 바람이 시원하게 스쳐 지나갔다.

배신자 놈들을 상대하느라 생겼던 불쾌감이 그나마 조금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배신자들을 따돌린 한성은 라이의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아무래도 도시 안에서 고속 이동은 위험했으니까.

‘저놈들 대가리로는 내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겠지.’

한성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토로로와 로토토는 자신들이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인물에게 스카웃 제의를 할 정도로 멍청한 놈들이었다.

거기다 그들도 한성이 설마 이곳 광산도시에 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겠군.’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과 조우한 건 한성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뒤늦게 광산도시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예전과 달리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가 무거워지 것이 느껴졌다.

‘일단 토르해머 클랜부터.’

한성은 다시 원래 목적지인 헨리가 있는 토르해머 클랜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이 자식! 진짜 트레인 맞냐?”

20대 후반의 사내가 한성의 목에 헤드락을 걸며 격렬하게 반긴다.

우여곡절 끝에 한성은 헨리가 있는 토르해머 클랜의 공방을 찾아 도착했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헨리는 한성의 기억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동도 똑같네!’

“기브! 기브!”

탁탁!

한성은 헨리의 목조르기를 이기지 못하고 얼른 손으로 헨리의 팔을 쳤다.

물론 작정하고 빠져나올 생각이었다면 이미 옛날에 빠져나왔을 테지만.

비록 헨리가 생산계열이라 근력 스텟이 높긴 하나, 한성도 그에 못지않았다.

“왜 지금까지 연락 한번 없었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한성의 죽는 시늉에 헨리는 마지못해 헤드락을 풀며 말했다.

그런 헨리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한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래저래 좀 바빴어.”

“블랙 레이븐 놈들 때문이지?”

“알고 있구나.”

“당연하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놈들이 너 찾는다고 난리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말한 헨리는 다시 한성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슈타인 녀석한테 통수 맞았어.”

“역시 그랬냐?”

한성의 대답에 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블랙 레이븐 놈들이 화이트 헤론 녀석들이랑 손을 잡더라.”

“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화이트 헤론은 블랙 레이븐의 라이벌 클랜으로 물과 기름 같은 관계였다.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여러 차례 클랜전을 치렀다.

그로 인해 서로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며, 특히 한성과 화이트 헤론은 더욱더 사이가 안 좋았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폭주기관차, 미친개라고 불리는 한성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본 탓에 화이트 헤론 클랜에서는 특히 두려워하며 견제를 많이 했다.

‘그때 그놈들한테 죽은 게 몇 번이었는지.’

화이트 헤론과 벌였던 클랜전이 떠오른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화이트 헤론 놈들에게 죽기도 많이 죽었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 한성이 아니었다.

자신이 죽은 것보다 배로 갚아 주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한성과 화이트 헤론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상당했다.

그런데 지금 블랙 레이븐 클랜과 화이트 헤론 클랜이 손을 잡았다?

“대체 그놈들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야?”

“모르고 있었어?”

한성의 질문에 오히려 헨리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슈타인한테 뒤통수 맞고 잠수를 탔거든. 블랙 레이븐 클랜 녀석들 창고 열쇠랑 같이.”

한성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아직 헨리는 한성이 전승을 했다는 사실도, 네크로멘서 계열 히든 직업으로 전직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토르해머 클랜 공방 대장간에 도착하기 전, 예전 직업이었던 패왕의 모습으로 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환수들도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 속으로 돌려보냈다.

‘헨리를 정말 믿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으니 말이야.’

믿었던 인물에게 한번 호되게 배신을 당한 후, 한성은 꽤 신중해졌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던 시절이었다면, 앞뒤 안 가리고 복수하겠다고 당장 쳐들어갔을 테지만 전승을 하면서 레벨이 고자가 됐다.

때문에 다시 레벨을 올려야 했고, 그러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이 생겼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자 한성은 복수를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점점 더 신중한 성격으로 변해 갔던 것이다.

“그거 참 걸작이네. 그래서 그놈들이 널 찾으려고 혈안이었구나.”

한성의 말에 헨리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안 그래도 블랙 레이븐 녀석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정말 잘했다.”

“왜? 그놈들이 무슨 짓이라도 했어?”

“말도 마라. 그놈들 세력이 좀 커졌다고 갑질이 쩌러. 얼마 전에는 우리 클랜이 소유하고 있는 광산 구역에 그놈들이 쳐들어와서 광물 다 캐고 갔다. 그것도 낮은 확률이지만 희귀금속이 나오는 장소에서 말이야.”

“헐.”

헨리의 말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광산에 존재하는 광물들은 몬스터들처럼 다시 리젠이 된다.

그리고 광산에는 대장장이 클랜들이 따로 독점으로 소유하고 있는 구역이 있다.

그런 장소는 클랜에서 대부분 어마어마한 거금을 들여 권리를 구매한다.

대장장이들에게 있어 안정적인 광물 보급은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

그런데 그런 곳에 다른 외지 클랜이 끼어들다니?

“기본적인 상도덕도 없는 놈들이라니까. 우리 클랜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장장이 클랜 구역에도 쳐들어왔다더라. 그래서 며칠 동안 광물을 못 캤어.”

헨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 광산에서 대장장이 클랜이 소유하고 있는 구역에 쳐들어와서 몇 날 며칠간 광물을 캐고 갔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그 기간 동안, 대장장이 클랜들은 광물을 캐지 못한 것이고.

“그걸 대장장이 클랜에서는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그러고는 싶은데 우리들은 전투계가 아니니 말이야. 아 참. 그러고 보니 넌 모르고 있겠구나?”

“왜, 또? 뭔가 더 있어?”

은근한 목소리로 말하는 헨리의 말에 한성은 살짝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한성을 향해 헨리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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