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
< 내 언데드 100만 >
제214화 근육천사 칼루엘의 최후
모든 만물에게 평등한 죽창.
거기다 무려 전설의 육죽창이다.
공격력만 놓고 보면 200레벨 수준이고, 옵션까지 생각하면 250레벨에 필적한다.
그에 반해 착용제한은 낮아서 전사계열 직업이라면 150레벨대의 스텟 정도면 충분히 장착할 수 있는 아주 개념 있는 무기였다.
“어디, 죽창의 힘을 느껴 봐라.”
전설의 육죽창을 장비한 한성은 칼루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재 칼루엘의 생명력은 40% 이하로 낮춰진 상태.
조금만 더 데미지를 입힌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이번에 반드시 공략해 주마!”
[날 공략하겠다니 기쁜 소리를 하는구나! 하지만 내 몸은 못 내준다. 내 몸은 내 반려들의 것이니 말이야. 대신 내 근육을 내어 주마!]
“그런 의미가 아니야! 그리고 네놈 근육은 필요 없어!”
칼루엘의 오해성 짙은 발언에 한성은 기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쉽군. 너라면 내 근육의 아름다움을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미쳤냐!”
한성은 육죽창을 앞세우고 칼루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익!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육죽창이 칼루엘을 향해 뻗어 나갔다.
하지만 칼루엘도 육죽창의 위험성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모양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갑옷 같은 근육을 믿고 공격을 허용했었지만, 육죽창만큼은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피하고 있었으니까.
‘순간적인 움직임은 라이트닝 드라이브 못지않나?’
종이 한 장 차이로 육죽창을 피해 내고 있는 칼루엘의 모습에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일부 보스들 중에서는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내려가면 광역 공격 스킬뿐만이 아니라 스텟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칼루엘이 바로 그 경우인 것 같았다.
본래라면 지금처럼 한성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는 게 아니라, 맞아야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보스 몬스터. 이래서 고렙이 될수록 보스 몹들은 상대하기가 까다롭다니까.’
육죽창으로 찌르다가 때때로 베기도 하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칼루엘은 손으로 슬쩍슬쩍 창대를 쳐내거나 하면서 피해 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성을 향해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한성도 칼루엘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쉴 새 없이 육죽창을 찔러 댔다.
그렇게 한성과 칼루엘은 서로 빠르게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칼루엘이 일반적인 보스 몬스터였다면 진작에 승패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레벨의 보스들 중에서 칼루엘이 가장 강하다.
거기다 원래 칼루엘은 190레벨 플레이어 방문자 대여섯 명이 파티를 맺어서 싸워야 하는 보스 몬스터이다.
그걸 지금 한성이 혼자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레벨보다 훨씬 더 높은 스텟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끝을 내야지.’
한참 칼루엘을 공격하던 한성은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뭐지? 이제 패배를 인정하고 내 근육과 하나가 되기로 결심을 내린 거냐?]
“웃기지마. 시체 소환.”
한성은 쿨 타임이 끝난 시체 소환 스킬을 시전했다.
현재 칼루엘의 생명력은 30% 초반.
그리고 칼루엘이 소환한 타락천사 누님들은 라이와 레이몬을 비롯한 언데드 몬스터들이 상대 중이었다.
얼추 상황은 비등비등했다.
“이제 그만 끝내자. 시체 10구와 블랙 스켈레톤 솔저 20마리를 제물로 바쳐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
한성은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에 속해 있는 소환수들을 제외하고, 언데드 몬스터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했다.
크롸롸롸롸ㅤㄹㅘㄱ!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의 눈앞에 45미터나 되는 거대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소환되어 나타났다.
깜용이의 등장에 한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깜용아. 준비해.”
한성의 말에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입을 벌리며 주위의 마나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키이잉.
그 모습을 본 칼루엘은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꼈다.
[그 전에 내 근육 맛을 보여주마!]
칼루엘은 무려 45미터나 되는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는 안 되지! 깜용이 꼬리치기!”
쿠와아아악.
휘익!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몸을 돌리며 꼬리를 칼루엘을 향해 휘둘렀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면을 쓸면서 깜용이의 꼬리가 칼루엘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깜용이의 꼬리도 상당히 컸기 때문에 피할 각이 안 나왔다.
[머슬 아이언!]
꼬리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칼루엘은 재빨리 방어 스킬을 시전하면서 팔을 들어 올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쾅!
직후,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꼬리가 칼루엘을 후려쳤다.
끼이이이익!
깜용이의 꼬리를 막아 낸 칼루엘은 그 상태로 십 미터 가까이 지면을 발로 끌면서 밀려났다.
그나마 방어 스킬로 막아 냈으니 이 정도지, 다이렉트로 처맞았다면 완전히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근육 하나 없는 뼈다귀 도마뱀 따위가!]
칼루엘은 붉은 안광을 흘리며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노려봤다.
그사이 이미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공격 준비를 마쳤다.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파멸의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
번쩍! 슈와아아아아악!
순간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입에서 뻗어져 나오기 시작한 푸른 마력 광선이 공기 중의 수분을 태우며 칼루엘을 향해 쇄도했다.
[……!]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을 본 칼루엘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대한 마력 에너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이 칼루엘을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악!]
어마어마한 기세로 쏟아지는 마력 에너지를 정면으로 맞으며 칼루엘은 비명을 내질렀다.
콰콰콰콰콰콰쾅!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의 푸른빛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폭발이 일어났다.
칼루엘이 있던 자리는 크레이터가 생겼으며, 보스 룸의 절반이 박살이 나며 초토화가 되다시피 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위력.
‘역시 엄청나네.’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이 남긴 흔적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늘게 뜬 눈으로 칼루엘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아직 폭발의 여파로 폭연과 흙먼지가 흩날리고 있었다.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은 걸 보니 아직 죽지는 않은 것 같다만…….’
아무리 칼루엘이라고 해도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을 정통으로 맞고도 무사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의 개피 상태일 터.
한성은 들고 있는 죽창을 꽉 움켜쥐었다.
치솟아 오른 흙먼지 속에서 칼루엘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숨통을 끊을 생각이었다.
휘이이잉.
잠시 후 어느 정도 흙먼지가 가라앉으면서 칼루엘이 있던 자리에 실루엣이 보였다.
털썩. 털썩.
“……?”
칼루엘이 있던 자리에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두 번 들려왔다.
‘두 번? 설마?’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 틈엔가 라이와 레이몬은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넘어와 있었다.
‘나타샤와 비앙카!’
상태창의 알림이 없는 상태에서 라이와 레이몬이 프리 상태라는 것은 타락천사들이 자리를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방금 전 들린 두 명이 쓰러지는 소리.
‘방패로 쓴 건가?’
한성은 팬텀 스텝을 시전하며 칼루엘이 있던 자리를 향해 다가갔다.
팬텀 스텝은 제트 스텝과 함께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구매한 스킬이었다.
제트 스텝이 순식간에 상대에게 접근할 수 있다면, 팬텀 스텝은 이름 그대로 유령처럼 상대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순간 흙먼지 속에서 칼루엘이 뛰쳐나왔다.
한성의 예상대로 타락천사들이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을 막아 준 덕분에 칼루엘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생명력이 10%도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만 죽어라!”
이미 칼루엘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뿌옇게 보이는 흙먼지 속에서 갑작스럽게 칼루엘이 튀어나왔어도 한성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칼루엘을 향해 만물에게 평등한 전설의 육죽창을 내질렀다.
푸우우우욱!
[크아아아아악!]
방어 무시 데미지를 입히는 죽창이 칼루엘의 근육 갑옷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칼루엘의 생명력이 바닥을 향해 치달았다.
[내, 내 근육이 이렇게…….]
칼루엘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죽창에게 뚫려 있는 자신의 근육을 내려다보다 바닥에 쓰러졌다.
[축하합니다. 타천사의 둥지 보스 몬스터인 Lv190 칼루엘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90000 골드와 타천사의 하의 갑옷을 획득합니다.]
“뭐라고!”
눈앞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눈을 부릅떴다.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다양한 아이템을 랜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알 수 없으며, 원하는 장비가 있다면 여러 번 도전을 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높아지니까.
그 사실에 한성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또 칼루엘을 잡아야 된다고?’
한성은 별다른 장비도 없이 오로지 근육 하나로 밀어붙이는 칼루엘의 모습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 * *
다행히 한성은 타천사의 둥지 던전을 총 2번 공략한 끝에 타락천사의 날개를 파밍할 수 있었다.
칼루엘을 한 번 더 봐야 하는 불상사가 있긴 했었지만, 어쨌거나 원하던 것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로써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제작하기 위한 키 아이템을 전부 모았다.
켈투림의 혹한 지팡이, 아이스 로드의 얼어붙은 심장. 타락천사의 날개 등등.
이제 남은 건 오리하르콘 10개와 흑철 28개였다.
‘이것들을 어디서 모은다?’
흑철은 경매장에서 꽤 고가로 소량 거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전설의 금속인 오리하르콘이었다.
오리하르콘은 어쩌다가 한 번씩 경매장에 올라올 정도로 희귀했으니까.
‘아무튼 그럼 이제 갈 곳은 거기네.’
카이진 항구 도시와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 중간쯤에 위치한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
온갖 광물이 묻혀 있는 거대한 산 밑에 존재하는 도시다.
광업이 발달한 만큼 상점에서 팔고 있는 무기들이나 방어구들의 질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거기다 200레벨 안팎의 장비들 또한 많기 때문에 중앙 대륙에서 켈트인들이나 방문자들이 찾아오기도 하는 거대도시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가 있는 조직에서 가장 큰 지부가 있다고 했었던가?
디아나가 부활한 후, 조직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듯 했다.
예전부터 각 도시에 지부가 있었지만, 디아나가 봉인된 후 점차 조직원들이 줄어들면서 없어졌다.
하지만 다시 디아나가 부활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각 도시의 지부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얘들아, 이제 가자.”
에스트 협곡에서 이동할 준비를 마친 한성은 고개를 뒤로 돌아봤다.
그곳에 한성의 주력 소환수들인 루루, 라이, 레이몬, 틴달로스가 있었다.
“넹~!”
[알겠다.]
[네! >_<]
크르릉.
한성의 주력 소환수들은 각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게 한성은 소환수들을 데리고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