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13화 (213/318)

# 213

< 내 언데드 100만 >

제213화  타락천사들

푸른빛의 마나가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충격파를 터트렸다.

푸른빛이 명멸하고 폭연과 지면의 파편들이 치솟아 올랐다.

칼루엘의 주변에 있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도 폭발에 휘말려들면서 수십 마리 정도가 희생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다크 메탈 골렘이 마나 블래스터를 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에게 해골 병사들을 조종해 칼루엘을 붙잡아 두라고 명령을 내렸었다.

‘이 정도 폭발이면 아무리 그놈이라도 무사하지는 못하겠지.’

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폭연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전방을 바라봤다.

폭연과 흙먼지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봐야했다.

다크 메탈 골렘의 전력전개 마나 블래스터가 정통으로 칼루엘에게 들어갔었으니까.

적어도 레이몬이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해치웠나?]

“야, 이!”

한성은 고개를 홱 돌리며 레이몬을 노려봤다.

어떻게 지금 상황에서 그 말을 한단 말인가!

부활 플래그를 세우는 그 말을 말이다.

쾅!

“……!”

아니나 다를까, 전방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굉음은 충격파를 동반했다.

그 덕분에 치솟아 오르던 폭연과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한성의 눈앞에 폭발의 흔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진짜 저게 무슨 천사야? 근육 괴물이지.”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저기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여전히 근육을 자랑하고 있는 칼루엘이 크레이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성스러운 근육의 갑주, 디바인 머슬 아머.

전신의 근육에 마력을 집중시켜 갑옷처럼 방어력을 증대시키는 버프형 스킬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칼루엘은 마나 블래스터가 직격하기 직전 주먹을 찔러넣으면서 위력을 일정 수준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그 결과 다크 메탈 골렘의 마나 블래스터를 버텨 낼 수 있었다.

[겨우 이 정도로 내 근육을 파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칼루엘은 삼각근과 승모근을 잘 보여 주는 보디빌더 포즈를 취하며 한성을 향해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지긋지긋한 놈. 설마 다크 메탈 골렘의 마나 블래스터를 직격으로 맞고도 멀쩡할 줄이야.”

한성은 혀를 내둘렀다.

휘우우웅.

그때 다크 메탈 골렘은 전원이 나간 기계처럼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루루가 다크 메탈 골렘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깜무룩?”

[다크 메탈 골렘의 마력이 방전되었습니다. 휴식 모드로 이행합니다.]

마나 블래스터를 쏘기 위해 모든 마력을 사용한 다크 메탈 골렘은 휴식 모드로 들어갔다.

그사이 노래를 한 곡을 다 부른 루루는 다크 메탈 골렘의 등에 올라타며 까르륵 웃었다.

그리고 루루는 다시 다크 메탈 골렘의 등에서 내려오더니 한성의 옆으로 다가갔다.

“마스텅.”

“왜?”

“저 근육 천사를 쓰러트리려면 이제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영.”

“응? 루루야. 너 저놈 쓰러트릴 방법을 알고 있어?”

“넹.”

비장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루루의 말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쏟아붓고, 마나 블래스터까지 처먹였음에도 칼루엘은 전신의 근육을 불끈불끈거리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칼루엘을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니!

“뭔데? 빨리 말해 봐.”

칼루엘을 쓰러트릴 수 있다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한성은 애가 달았다.

루루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남은 건 근육 버스…….”

“오케이. 거기까지.”

한성은 루루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 이상 말했다간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끈질기네.’

한성은 전신의 근육을 잘 보이기 위해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다가오고 있는 칼루엘을 징그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번처럼은 안 될 거다!’

전승하기 전, 한성은 칼루엘에게 도전했다가 패배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칼루엘을 공략해야 했다. 그래야 타락천사의 날개를 획득할 수 있으니까.

한성은 대담하게도 직접 칼루엘을 맞이하러 앞으로 나갔다.

“라이트닝 드라이브.”

한성은 자세를 낮추며 패왕 스킬을 시전했다.

스팟!

전신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오며 한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미 포이즌, 디지즈, 디케이 세 종 디버프 마법을 실버팽에게 걸어 놓은 상태.

어둠을 가르는 한줄기 빛처럼 칼루엘을 향해 달려간 한성은 실버팽을 내질렀다.

퍼억!

실버팽이 칼루엘의 명치에 박혀 들어가면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건 시작이었다.

퍼버버버버벅!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은 10초.

그동안 칼루엘의 상체를 향해 실버팽이 수도 없이 쏟아졌다.

가슴, 명치, 옆구리 등등.

자신의 근육을 과시하느라 칼루엘은 무방비 상태로 한성에게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 덕분에 한성은 칼루엘에게 다이렉트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잠시 후, 실버팽이 멈췄다.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지속시간이 끝난 것이다.

한성은 곧바로 칼루엘에게서 물러섰다.

아무리 칼루엘이 방어력과 생명력이 높고 마나 블래스트를 방어해 냈다고 해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마나 블래스트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스킬 숙련도 9레벨의 다크 메탈 골렘이 날린 일격이지 않은가?

[꽤 하는군. 퉤.]

칼루엘은 속에서 올라오는 피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하지만 근육천사 칼루엘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주 좋아. 마음에 들어. 너만큼 나의 근육에 불을 지른 녀석은 대천사 미카엘 이후로 처음이야.]

칼루엘은 뜨거운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큭.’

한성은 기겁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확실히 칼루엘은 방금 전 한성의 공격에 꽤 데미지를 입었다. 현재 칼루엘의 생명력은 반 이하로 떨어졌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과 한바탕하고 마나 블래스터를 직격으로 맞았으며, 라이트닝 드라이브 상태인 한성에게 무차별 공격을 받았다.

거기다 디버프 삼 종 세트와 실버팽의 냉기 효과로 칼루엘의 생명력은 지금도 조금씩 깎여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칼루엘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한성을 바라보며 호탕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다. 네 녀석에 내 근육의 훌륭함을 알려 주도록 하지. 몸으로 말이야.]

“……!”

칼루엘의 말에 한성은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달렸다.

쾅!

그 직후, 칼루엘이 지면을 박찼다.

작은 크레이터를 남기며 칼루엘이 한성을 향해 쇄도했다.

여섯 장의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지면 위를 날듯이 칼루엘은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한성의 눈앞으로 다가갔다.

[받아라. 머슬 임팩트.]

디바인 머슬 임팩트보다 한 단계 위력은 떨어지지만, 달려드는 기세를 살려서 어깨로 날려 버리는 기술이다.

그 기세만은 디바인 머슬 임팩트 못지않았다.

“본 실드! 본 월!”

한성은 다급히 방어 마법을 시전하며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어림없다!]

눈앞에 나타난 검은 뼈 방패와 장벽을 향해 칼루엘은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쾅! 쾅! 쾅!

하지만 칼루엘은 한성이 세워놓은 방패와 장벽을 그대로 부숴 버렸다.

‘역시 190레벨 보스 몬스터.’

검은 뼈 장벽을 뚫고 나오는 칼루엘의 모습에 한성은 혀를 찼다.

그래도 소정의 목적은 달성했다.

본 실드와 본 월 덕분에 뒤로 물러날 시간을 번 것이다.

한성은 고개를 뒤로 돌리며 소리쳤다.

“라이! 레이몬!”

한성의 외침에 라이와 레이몬이 칼루엘의 양 옆에서 달려들었다.

머슬 임팩트로 검은 뼈 장벽을 뚫고 나온 직후인 칼루엘은 양 옆에서 기습적으로 달려드는 라이와 레이몬의 공격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가로로 펼쳐져 있는 장벽 때문에 라이와 레이몬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이의 파이어 클로와 레이몬의 마검이 엑스자로 교차하면서 칼루엘을 스쳐 지나갔다.

[크헉!]

칼루엘의 가슴 근육에 커다란 엑스자 모양이 상처자국이 생겨나면서 피가 흘러나왔다.

[내 근육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칼루엘은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다른 것보다 가슴 근육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방금 공격으로 칼루엘의 생명력은 40% 이하가 되었다.

‘슬슬 올 때로군.’

생명력이 깎여 나간 칼루엘을 바라보며 한성은 대비를 했다.

대부분 보스 몬스터들은 생명력이 일정 이하가 되면 대규모 광역 스킬을 시전한다.

그건 칼루엘도 마찬가지.

다만 칼루엘이 쓰는 광역 스킬은 한 가지가 아니다.

‘과연 뭐가 나오려나?’

칼루엘은 비교적 다양한 광역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압권은 공중에 뛰어올라 지면에 낙하면서 주변에 대규모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미티어 머슬 스트라이크다.

만약 그 스킬을 쓴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알면서도 피하기 힘든 광역 스킬이었으니까.

[단숨에 끝내 주마!]

‘온다.’

슬슬 칼루엘이 광역기를 쓸 조짐을 보였다.

최대한 광역 스킬의 피해를 줄여야 했기에 한성은 소환수들에게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나와라, 나의 반려들이여.]

“???”

칼루엘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광역 공격 스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칼루엘의 양옆에 강대한 흑마력 구체 2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흑마력 구체들은 점점 커지더니 사람의 형상을 취했다.

한성의 눈앞에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타락천사 누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흑발과 검은 날개를 가진 미녀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주 짧은 핫팬츠와 탱크탑 옷을 입고 있어 아찔한 몸매가 그대로 다 드러나 있었다.

디아나와 셀라스틴, 에키드나나 크리스티나 못지않은 몸매의 아름다운 타락천사 누님들이 칼루엘의 주위를 맴돌며 몸을 기댔다.

칼루엘과 타락천사들은 서로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며 애정행각을 일삼았다.

한동안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던 칼루엘은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한성을 바라봤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나의 반려들은 뜨거운 여자들이니까.]

그렇게 말한 칼루엘은 루루를 힐끔 바라봤다.

[네 녀석의 서큐버스와는 다르게 말이야.]

빠직.

칼루엘의 말에 한성과 루루의 이마에 혈관이 튀어 올랐다.

광역 공격 스킬이 날아올 줄 알았는데 설마 소환 스킬을 사용할 줄이야.

그것도 아름다운 타락천사들을 말이다.

‘지난번 대규모 업데이트 때 새롭게 추가된 건가?’

생명력이 일정 이하가 된 칼루엘이 타락천사를 소환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 말은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추가되었으며, 발동 확률도 낮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칼루엘이 타락천사를 소환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네놈은 절대 하지 말아야할 말과 행동을 했다.”

한성은 눈물을 흘리면서 혹한의 지팡이와 실버팽을 해제했다. 그리고 제법 능력치가 괜찮은 검은 장갑을 끼면서 인벤토리에 보관 중이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역시 커플들을 파괴하려면 죽창이 답이지.”

[전설의 육죽창을 장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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