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07화 (207/318)

# 207

< 내 언데드 100만 >

제207화  한성 vs 레비아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역시 잘 알고 있네.”

레비아는 반쯤 가린 가슴을 앞으로 내세우며 위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건 또 어떻게 저기서…….’

레비아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보관하고 있던 육감적인 가슴을 바라보며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소녀라고 하기에는 꽤 큰 가슴이었다.

[경고. 마인 레비아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사용합니다. 그녀의 권속들이 폭주합니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레비아가 방금 부른 권속들의 숫자는 상당했다.

쉐도우 울프들은 백 마리가 넘었고, 쉐도우 라이컨슬로프도 서른 마리가 넘었다.

거기에…….

몸 길이가 20미터가 넘는 대형 권속도 한 마리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폭주까지 시키다니!

“이건 또 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뽕을 맞은 레비아의 권속들은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크오오오오오!

크아아아아아!

쉐도우 울프들은 다리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검은 마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날뛰고 있는 한편, 쉐도우 라이컨슬로프들 또한 붉은 안광을 토하며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너흰 강해졌다! 돌격해!”

그때 레비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레비아의 늑대 권속들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푹! 푸푸푹!

백 마리가 넘는 쉐도우 울프들은 방패병들 앞에 날카롭게 튀어 나와 있는 흑골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을 던졌다.

“저놈의 늑대 자식들이 미쳤나?”

쉐도우 울프들은 블랙 스켈레톤 파이크맨들의 창에 꼬치 신세가 됐음에도 달려드는 걸 멈추지 않았다.

다리에서 날뛰고 있는 흑염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달려드는 쉐도우 울프들 전부를 막기에는 창병들의 숫자가 모자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쉐도우 울프들은 방패병들이 포진해 있는 바로 눈앞까지 왔다.

크아아앙!

물고, 할퀴고 어떻게든 방패병들의 틈을 파고들려고 하는 쉐도우 울프들.

그 뒤에 스팀팩을 쳐 맞은 쉐도우 라이컨 슬로프들이 뛰어들었다.

퍼버버벅!

역시 스팀팩을 맞은 만큼 쉐도우 라이컨슬로프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5미터나 되는 거구가 속사포처럼 펀치를 날리자 아무리 방패병이라고 해도 막아 내기 힘들었다.

퍼걱! 파사삭!

“방방.”

방패가 부서지자 방패병들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쉐도우 라이컨슬로프들의 날카로운 발톱 앞에 뼈가 부서져 나갔다.

“아무리 방어를 단단히 한다고 해도 내 권속들 앞에서는 의미가 없지.”

자신의 권속들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방어진을 꿰뚫자 레비아의 표정이 의기양양해졌다.

거기다 이제는 숫자도 레비아 쪽이 많은 상황.

레비아는 쉐도우 울프들과 쉐도우 라이컨슬로프들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밀어 버리고 한성을 무릎 꿇릴 생각이었다.

“항복해. 그리고 내 거가 되라. 너만큼은 내가 귀여워해 주고 키워 줄게.”

레비아는 이미 한성에게 이긴 표정으로 육감적인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포식자가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보며 레비아는 붉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물론 괴롭혀 줄 생각은 없어. 다만 피를 조금 가져갈 뿐이니까.”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레비아의 눈빛은 위험하게 빛났다.

한성의 피를 마실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만나본 방문자들 중에서 한성은 가장 맛있을 것 같은 피 냄새를 흘리고 있었으니까.

“그건 루루가 용서 못 해요! 마스터는 못 넘겨줘요, 아줌마!”

“아, 아줌? 뭐?”

순간 레비아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아줌마라니?

자신에게 아줌마라니!

짧은 시간 레비아의 머릿속에서 얼굴과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고급 화장품은 물론 매일매일 마스크 팩을 잊지 않았다.

그뿐인가?

피부에 좋은 온천도 찾아가고, 거품 목욕도 하고, 값비싼 바디 로션까지 사용 중이었다.

특히 얼굴에는 고급 클렌징과 아주 비싼 화장품까지 쓰고 있다. 그런데 아줌마라고?

“아줌마. 그렇게 인상 쓰고 있으면 얼굴에 주름 생겨요. 얼굴 좀 피세요.”

“캬앙! 누구보고 아줌마야! 서큐버스인 네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잖아!”

“우웅. 루루 어려운 말 몰라영.”

주름이라는 말에 폭발한 레비아의 말에 루루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레비아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중얼 거리듯 말했다.

“네 나이가 대체 몇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열 짤?”

“열 살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할망구가!”

레비아는 씩씩거리며 루루를 노려봤다.

레비아의 말대로였다.

서큐버스인 루루는 늑대 일족인 레비아보다 나이가 많았다.

애초에 서큐버스는 늑대 일족보다 수명이 더 긴 종족이었으니까. 살아온 세월만 놓고 본다면 루루가 당연히 높았다.

“루루는 영원히 열 살이에영. 헤헤.”

계속되는 루루의 팩트가 듬뿍 담겨 있는 폭력에 레비아는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은 어려 보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건만, 눈앞에 있는 서큐버스는 그딴 거 없어도 어려 보였으니까.

“루루야. 불쌍하니까 그만하고 뒤로 빠져.”

“넹~”

결국 한성이 중재를 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레비아의 표정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저 서큐버스 꼬마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결국 레비아는 폭발해 버렸다.

“네가 저 소환수의 마스터지? 소환수의 잘못은 마스터가 책임을 져야지. 그러니 날 책임져라!”

“아니, 그건 또 무슨…….”

한성은 황당함을 넘어 당혹스러웠다.

무슨 ‘나의 집사가 되어라.’라고 쫄래쫄래 따라오는 길고양이처럼 뻔뻔스럽게 책임을 지라고 소리치는 레비아의 모습에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대체 뭘 책임지라는 거야?”

“피 줘. 피 주면 용서해 줄게.”

“피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토마토 주스나 퍼 마시지?”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안 될 것 같네. 힘으로 받아가는 수밖에.”

레비아는 다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한성을 바라봤다.

루루의 아줌마 소리에 이성을 조금 잃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이 누구인지 다시 깨달았던 것이다.

“그만하라고 애원할 때까지 피를 빨아 줄게.”

‘이런 모기 같은 년을 봤나.’

한여름밤의 불청객인 모기를 떠올리며 한성은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시체 소환. 해골 병사 소환.”

펑펑펑!

순간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는 레비아의 눈앞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 81마리가 다시 소환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나는 쉐도우 울프 시체 10구와 블랙 스켈레톤 솔저 20마리를 제물로 바쳐서 언데드 몬스터를 하나 소환하지.”

“뭐, 뭣?”

갑작스러운 상황에 레비아는 놀란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불리한 쪽으로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거나 말거나 한성은 최후의 결전 병기를 소환했다.

“나와라!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주변에 있던 쉐도우 울프들의 시체들과, 멀쩡한 블랙 스켈레톤 솔저 스무 마리가 비명횡사하면서 레비아의 눈앞에 거대한 칠흑의 본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롸롸롸롸ㅤㄹㅘㄱ!

“…….”

아무리 마인이라고는 하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에 레비아는 할 말을 잃었다.

레비아의 권속들 중에서 가장 큰 울프킹보다도 더 크고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크기는 무려 45미터나 되었기 때문이다.

스킬 숙련도 레벨이 9가 되면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크기가 더욱 커지고 필요한 지배력도 늘어났다.

숙련도 레벨이 9가 된 시점에서 필요한 지배력은 95.

10레벨이 되면 딱 100이 된다.

그리고 그만큼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모든 면에서 강해졌다.

“이, 이게 뭐야? 이런 게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레비아는 반쯤 약이 오르고, 반쯤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렇게 거대한 드래곤이라니?

쿠웅.

허공에서 나타난 거대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지면에 착지하자 지면을 뒤흔드는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항복은 이제 네가 해야겠다? 어떡할래?”

“아으.”

레비아는 약이 올라 죽겠다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설마 이런 회심의 한수를 숨겨두고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라는 마지막 패를 꺼내든 레비아에게 더 이상 남은 수단은 없었다.

“저런 덩치만 큰 물렁뼈용에게 내가 질 거 같아?”

레비아는 전신에서 마인 특유의 흑마력을 뿜어냈다.

‘흠.’

레벨 200이 넘어가는 마인이 내뿜는 기세는 어마어마했다.

‘쉽지는 않겠군.’

역시 마인이라는 족속들은 자기 자신도 강한 모양이었다.

지금 느껴지는 기운만 보면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못지않았으니까.

“깜용아,지지 마!”

‘까, 깜용?’

아무래도 루루가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이름을 지어 준 모양이었다.

그리고 깜용이를 부른 루루는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소환수 루루가 검은 고양이 춤을 춥니다.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45% 증가합니다.]

크롸롸롸롸ㅤㄹㅘㄱ!

루루의 버프를 받은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뼈밖에 없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포효를 내질렀다.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이다!”

키이이이잉!

한성의 외침에 깜용이는 입을 쩍 벌리더니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깜용이의 입 앞에서 푸른 구체가 생겨났다.

푸슈우웅! 슈와아아아아악!

고도로 응집된 마력이 공기 중의 수분을 증발시키며 광선처럼 레비아를 향해 쏘아졌다.

직격은 아니고 옆으로 살짝 비스듬하게.

그녀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제압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크아아아앙!

그때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의해 폭주 중인 울프킹이 레비아의 앞을 막아섰다.

“다크 라이트 오버 스피어!”

순간 울프킹과 레비아의 흑마력이 합쳐지면서 거대한 창이 나타났다.

무려 길이만 5미터가 넘는 칠흑의 마창.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앙!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과 다크 라이트 오버 스피어가 허공에서 격돌하며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하얀 얼음의 숲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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