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
< 내 언데드 100만 >
제205화 아이스 로드
한성의 눈앞에 5미터 높이의 거대한 얼음 골렘이 나타났다.
어지간한 강철보다도 단단한 얼음 갑주를 입고 있으며, 상체가 하체보다 더 컸다. 그리고 상체 크기에 비례해서 팔이 다리보다 더 두껍고 길었다.
마치 일어나 서 있는 고릴라와 같은 모습이었다.
크오오오오오오!
거대한 얼음 나무를 헤치고 나타난 아이스 로드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괴성을 내질렀다.
“아니, 왜 필드 보스가 이런 곳에…….”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아이스 로드를 바라봤다.
하얀 얼음의 숲 중심부에는 스우를 비롯한 하얀 늑대 일족이 살고 있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서 안으로 더 들어가면 얼음의 숲 뒤편에 거대한 결계로 감싸여 있는 공터가 존재한다.
바로 그곳이 하얀 얼음의 숲 필드 보스 몬스터 아이스 로드가 존재하는 보스룸이었다.
그런데 보스룸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야 할 아이스 로드가 얼음의 숲 중심부도 아닌 입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외곽 지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돌발 미션 설명에서 아이스 로드가 결계에서 빠져 나왔다고 했었지.’
한성은 돌발 미션 설명을 떠올렸다.
설명에서 아이스 로드는 얼음의 숲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대로 놔두면 주변 마을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얼음의 숲을 돌아다니던 아이스 로드가 외곽까지 나온 모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스 로드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스우에게 시선이 향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쿵쿵쿵!
그 순간 아이스 로드는 쩌렁쩌렁 괴성을 지르더니 스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5미터 높이의 아이스 로드가 달려오는 모습은 박진감이 흘러넘쳤다.
“히익!”
그 모습을 본 스우가 몸을 움츠렸다.
“레이몬!”
한성은 다급하게 레이몬을 불렀다.
하지만 아이스 로드와 레이몬의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본 월!”
한성은 재빨리 칠흑의 장벽을 세웠다.
콰아아앙!
숙련도 9레벨의 본 월 너머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쾅! 쾅! 쾅!
이어서 어마어마한 일격이 본 월을 후려쳤다.
아이스 로드가 팔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콰직! 콰지지직!
얼마 지나지 않아 본 월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아이스 로드가 뛰어 들어왔다.
크오오오오!
아이스 로드는 괴성을 지르며 붉게 물든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스우의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이다.
[네놈은 꽤 강해 보이는구나! 내 상대에 부족함이 없겠군!]
하지만 아이스 로드가 본 월에 막혀 있는 사이 드디어 레이몬이 도착했다.
레이몬은 흑마력을 주입한 거대한 마검을 들고 아이스 로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아!
이에 맞서 아이스 로드도 괴성을 지르며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 팔을 휘둘렀다.
카가가가강!
레이몬의 마검이 아이스 로드의 왼팔을 쭉 긋고 지나갔다.
그 와중에 아이스 로드는 오른팔을 레이몬을 향해 내질렀다.
후웅!
어마어마한 크기의 팔이 레이몬을 붙잡기 위해 다가왔다.
[어림없다!]
레이몬은 몸을 회전시키며 아이스 로드의 오른팔을 피해 냈다. 그리고 회전하던 기세 그대로 다시 마검을 아이스 로드의 몸통을 향해 휘둘렀다.
콰가가가각!
단단한 얼음 갑주 위로 마검이 스쳐 지나가며 흠집를 냈다.
크아아아악!
아이스 로드는 비명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러더니 레이몬을 향해 입을 쩍 벌리는 게 아닌가?
[이, 이놈이 설마?]
그 모습을 본 레이몬의 푸른 눈이 가늘어졌다.
레이몬과 아이스 로드가 싸우고 있는 사이 다크 메탈 골렘을 소환 중이던 한성이 소리쳤다.
“레이몬 피해!”
그 직후.
키이잉! 슈와아아아악!
아이스 로드의 입에서 푸른 냉기 브레스가 일직선으로 뻗어져 나왔다.
그 주변으로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서 눈처럼 휘날렸다.
[큭!]
아이스 로드의 냉기 브레스는 레이몬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덕분에 레이몬은 왼팔이 얼려졌다.
‘벌써부터 광범위 공격이라니…….’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스 로드는 생명력이 반 이하가 되면 방금 전과 같은 광역 공격 스킬을 사용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생명력이 90% 이상 남겨져 있는 상황.
광역 스킬 공격을 할 때가 아니었다.
‘폭주 중이라 그런가? 변수가 많네.’
물론 그뿐만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사실성 때문인 것도 있었다.
[아그니카 시스템 기동. 다크 메탈 골렘 기동 완료했습니다.]
그때 드디어 다크 메탈 골렘이 기동 준비를 마쳤다.
한성은 다크 메탈 골렘도 투입했다.
당분간 왼팔을 사용할 수 없는 레이몬에게 다크 메탈 골렘이 도움을 줄 것이다.
“깜둥이, 고고!”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귀여운 동물 춤을 추고 있던 루루가 다크 메탈 골렘 뒤에서 귀엽게 소리쳤다.
“루루. 마리. 둘이서 스우를 지켜. 알았지?”
“네~”
한성의 말에 루루와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리는 손바닥 크기만 한 스우를 품속에 안아 들었다.
‘그럼.’
한성은 아이스 로드를 노려봤다.
여전히 아이스 로드는 붉은 눈을 흉흉하게 빛내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다굴 앞에 장사는 없는 법이지.”
한성은 아이스 로드를 노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한성을 중심으로 틴달로스의 그림자가 넓게 퍼져 나갔다.
스스슥.
잠시 후, 그림자 속에서 다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푸른 안광을 토하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돌발 연계 미션: 사라진 눈의 요정을 찾아라.]
당신은 하얀 얼음의 숲속에서 사라진 눈의 요정, 스우를 찾으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스 로드는 얼음의 숲을 돌아다니며 파괴를 일삼고 있습니다.
얼음의 숲을 파괴하고 있는 아이스 로드를 제압하시고, 가디언을 깨워 결계를 다시 세우십시오.
미션 요구 레벨: 160~190.
난이도: A랭크.
진행사항: 아이스 로드 처치 (1/1). 가디언 결계 제작 (0/1).
보상: 아이스 로드의 얼어붙은 심장. 하얀 눈의 요정 가호. 하얀 눈의 요정 장신구 세트.
‘흠.’
한성은 새롭게 갱신된 미션을 바라봤다.
이미 아이스 로드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로 때려잡은 뒤였다. 폭주 중인 필드 몬스터라고 해도 한성의 레벨은 180이 넘어간다.
160레벨인 아이스 로드를 잡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냉기 브레스가 성가시긴 했지.’
모든 걸 얼려 버리는 냉기 브레스에 상당한 숫자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당했다.
하지만 한성은 끝없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로 밀어붙인 결과 아이스 로드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아이스 로드에게서 얼어붙은 심장도 안 나왔고.’
아크스태프의 재료 아이템인 얼어붙은 심장은 랜덤 드랍이었다. 이번에 아이스 로드를 잡고 나온 보상은 160000 골드와 얼음 갑옷, 아이스 로드의 서클렛이었다.
‘남은 건 가디언을 깨워서 결계를 세우면 되는 건가? 아, 그 전에…….’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상당한 숫자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남아 있었다.
아이스 로드를 처리하기 위해 계속 소환한 결과였다.
지금의 한성은 스킬 쿨 타임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마나 회복도 높아져 있었으니까.
“이제 그만 말하는 게 어때?”
한성은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인물을 바라봤다.
슈라드였다.
엑스큐터 길드원들은 아이스 로드와 싸우던 중에 전부 처리했다.
그놈들을 살려 둘 이유가 없었으니까.
처리한 길드원들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를 소환하기 위한 제물로 썼다.
오직 슈라드만 남겨 놓았다.
“쓰레기 같은 방문자 놈에게 내가 할 말은 없다.”
슈라드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르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마수들의 먹이로 던져 주지.]
레이몬은 마검을 슈라드의 목에 들이댔다.
그럼에도 슈라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더 묻겠다. 스우를 왜 노리고 있었던 거지?”
“…….”
한성의 질문에 슈라드는 입을 다물었다.
엑스큐터 길드원들은 명백하게 스우를 노렸다.
그와 함께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방문자들도 처리했다.
그나마 한성이 돌발 미션 사라진 눈의 요정을 클리어한 덕분에 얼음의 숲으로 방문자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덕분에 방문자들의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루루, 마리, 틴달로스, 스우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으며, 남아 있는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경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라이와 다크 메탈 골렘,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도 있으며 한성과 레이몬이 없더라도 유사시에 충분히 대응하고도 남을 것이다.
“계속 입을 다무시겠다?”
“네놈에게 할 말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죽여라.”
“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 있나? 네놈도 저 녀석들처럼 되고 싶나?”
한성은 주변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슈라드는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눈앞에 있는 방문자는 자신의 부하들을 언데드 몬스터로 만든 사악한 놈이었으니까.
죽었으면 죽었지 원하는 건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뭐, 걱정하지 마. 네놈은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아직은 말이지.’
한성은 조금 전부터 모닥불 위에 올려져 있던 양동이를 슈라드 앞에 갖다 대었다.
양동이 안에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풀들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녹아 있었다.
즉, 양동이 안에는 얼음물이 한가득 있었다.
“그거 알아? 물은 답을 알고 있지.”
한성은 레이몬에게 눈짓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복창해라.]
레이몬은 슈라드의 뒤통수를 움켜잡고 양동이 안에 머리를 입수시켰다.
보글보글.
양동이 안에서 거품이 피어올랐다.
약 20초가 지나자 레이몬은 슈라드의 머리를 들어올렸다.
“크헉! 쿨럭쿨럭!”
차가운 얼음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슈라드는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기침을 했다.
“어때? 이제 좀 말할 생각이 드나?”
“흐흐흐. 마계에나 가라. 쓰레기 네크로맨서 자식아.”
슈라드는 실성한 것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한성은 차가운 눈으로 슈라드를 내려다봤다.
일부 방문자들이 켈트인들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것처럼, 엑스큐터 길드는 켈트인들 중에서 방문자들을 굉장히 싫어하는 자들이 모인 과격단체들 중에 하나였다.
그 탓인지 엑스큐터 길드원들은 하나같이 제정상인 놈들이 없었다.
본래 켈트인들은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방문자들과 척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엑스큐터 길드는 방문자들이 무한 부활한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무한 살인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 때문에 한성은 슈라드를 동정하지 않았으며, 켈트인들로 이루어진 엑스큐터 길드원들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말할 때까지 이 짓을 계속할 수 밖…….”
순간 한성은 말을 멈췄다.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놈이냐!]
레이몬도 느꼈는지 주변을 경계하며 소리쳤다.
한성과 레이몬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진득진득한 기분 나쁜 기운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 감이 좋네?”
순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정체불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