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02화 (202/318)

# 202

< 내 언데드 100만 >

제202화  이변(異變)

“으아아악! 이 망할 대머리 자식이 눈뽕을 놓다니!”

“뭐? 대머리? 원펀치로 죽고 싶냐?”

“닥쳐! 민들레 머리 자식아!”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쌍놈 자슥이!”

역시나 방해가 시작되자마자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방금 전 썬 라이트 오버 화이트로 엄청난 빛을 낸 대머리를 중심으로 주변 방문자들이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내 앞에 있는 놈들 다 비켜! 지금 내 눈앞은 캄캄하다고! 네놈들 미래처럼 말이야!”

“어이쿠! 발이 미끄러졌네!”

블라인드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진 방문자는 패드립을 치면서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갔으며, 그리스로 미끄러진 방문자들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다리를 후려치며 동귀어진을 했다.

그로 인해 이곳저곳에서 방문자들이 한데 엉켜 길막 현상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개판 5분 전이었다.

‘나도 한몫 거들어 주지!’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눈을 빛냈다.

어차피 최후방에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가려면 눈앞에 있는 방문자들이 방해였다.

“시체 소환. 해골 병사 소환.”

한성은 시체 9구를 소환한 후 시체 1구당 블랙 스켈레톤 솔저 9기를 소환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81마리의 검은 방패를 든 블랙 스켈레톤 방패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밀어내.”

“방방.”

한성의 명령에 블랙 스켈레톤 방패병들은 ‘방방’거리며 방패로 방문자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우왓? 뭐, 뭐여?”

“이것들 어디서 나타난 거야?”

“자, 잠깐! 밀지 마, 이 미친 개뼈다귀 새끼들아!”

“무슨 스켈레톤이 힘이 이렇게 쌔? 전사인 나보다 힘이 센 게 말이 되냐? 뼈다귀 주제에?”

방문자들 사이에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긴 그럴 수밖에.

현재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한성이 가진 스텟 총합의 90%를 사용할 수 있다.

한성은 특별히 블랙 스켈레톤 방패병의  스텟 대부분을 힘에 투자했다.

단, 지배력은 빠진 수치였다.

이유는 스켈레톤 에볼루션 마스터리의 숙련도 레벨이 8이 됨과 동시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배력 수치가 빠지고 한성이 가지고 있는 기본 스텟의 총합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대신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지배력 소모가 적어졌다.

지배력 수치 1당 블랙 스켈레톤 솔저 두 마리를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슨 저X링도 아니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략 게임에 나오는 외계종족 중에서 인구수 하나로 두 마리씩 튀어나오는 괴물을 떠올리며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록 스텟 너프를 먹었다고 해도 한성의 기본 스텟은 여전히 동 레벨보다 높았다.

거기다 한 마리 더 소환이 가능해진 상황.

160레벨 전사보다 힘이 더 강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의 앞으로 길이 열렸다.

“가자.”

크르릉.

한성의 말에 라이가 가장 앞장섰다.

그러자 한성을 향해 항의를 하려던 방문자들이 움찔 거렸다.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전신에 불그스름한 열기를 내뿜으며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있었으니까.

“마스텅.”

“우웅.”

[마스터! 고고! >_<]

그리고 루루와 마리는 한성의 손을 양쪽으로 하나씩 붙잡고 매달려왔다. 또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소녀 모습을 한 틴달로스도 한성의 머리 위에서 춤을 추며 귀여운 이모티콘을 띄워 올렸다.

그렇게 한성은 천천히 바닷물처럼 양옆으로 갈라진 방문자들 사이를 지나쳐 눈보라 마을을 빠져 나왔다.

*       *       *

“마스터, 저기!”

하얀 얼음의 숲에 도착하자 루루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곳에 미션이 시작하자마자 총알같이 튀어나간 방문자 몇 명이 바닥에 쓰러진 채 부활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야.”

단지 빠르게 눈의 요정을 찾는 레이스였다면 한성도 여유를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고속 이동 스킬을 가진 라이와 함께 마리를 등에 업고 내달렸을 테니까.

루루는 날개가 있으니 날아오게 하거나 아니면 레이몬처럼 잠시 프나코틱 서머너 북 속으로 돌려보내면 되고 말이다.

하지만 하얀 얼음의 숲 입구에서부터 방문자들의 시체가 보이고 있었다.

‘뭐에 당한 거지?’

한성은 근처에 있는 방문자의 시체 하나에 다가갔다.

쿡쿡.

“마스텅. 이 시체 딱딱해영. 불쌍하게 얼어 죽었네영.”

어디선가 나뭇가지를 주워 온 루루가 방문자의 시체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시체가 된 방문자들은 죽자마자 바로 마을로 부활하러 간 모양이었다.

아스트랄 바디 상태인 방문자들의 모습이 없었으니까.

“이건…….”

방문자의 시체를 본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얀 얼음의 숲 몬스터들에게 당했다고 하기에는 죽어 있는 모습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는 몰랐는데, 시체들은 하나같이 팔다리가 날아가고 몸통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 사실을 바로 몰랐던 건 소매와 바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한성이 알고 있기로는 하얀 얼음의 숲에서 이런 식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망령 무기인가?’

상대의 방어구를 통과하면서 생명력에 직접 데미지를 입히는 무기.

한성의 육죽창처럼 방어무시 데미지를 입히는 건 똑같지만, 그것과 달리 방어구를 그대로 통과해서 육체에만 데미지를 입히기 때문에 특별히 망령 무기라고 불린다.

성능이나 등급으로 보면 당연히 육죽창보다 아래였다.

육죽창은 상대의 방어구를 파괴하면서 직접 생명력에 데미지를 입히니까.

“라이, 레이몬. 주변을 경계해라.”

한성은 레이몬과 라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말에 레이몬과 라이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근처에 방문자들을 죽인 놈들이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대체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한성이 알고 있는 망령 무기의 최저 요구 레벨은 200.

그 말은 적어도 레벨 200이 넘는 누군가가 방문자들을 살해했다는 소리였다.

“안으로 들어간다.

한성은 주변을 경계하며 하얀 얼음의 숲에 입장했다.

*       *       *

얼음의 숲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은 몬스터와 조우했다.

‘벌써부터 성가신 놈들한테 걸렸네.’

얼음의 숲속 나무 뒤에 숨어서 고개를 살며시 내밀고 있는 귀여운 펭귄 세 마리의 모습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귀여운 모습에 넘어가서 당한 방문자들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1미터가 좀 넘는 저 하얀 펭귄들은 사실 근접전의 달인이었다.

귀엽다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려고 다가가면 그대로 게임 끝이다.

몸에 비해 짧아 보이는 팔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면서 좌우 훅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위치적으로 배를 노리고 들어오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어마어마한 물리 데미지를 입을 수 있었다.

거기에 냉기 속성도 가지고 있어서 공격을 당하면 몸이 굳어진다.

스노우 펭귄을 상대로 근접전은 그야말로 자살 행위였다.

특히 마법사라면 말이다.

‘그럼 견제를 해 볼까?’

한성은 원거리 공격 흑마법을 준비했다.

눈보라 마을에서 경매장 시스템에 접속해 구매한 스킬북들이 몇 개 있었다.

그중에 하나로 한성은 견제용으로 원거리 공격 마법을 하나 배웠다.

위력은 높지는 않지만 공격 범위가 넓고 쿨 타임이 짧다는 장점이 있었다.

[한 놈은 맡겨 둬라.]

그때 레이몬이 앞으로 나서며 가까이에 있는 스노우 펭귄을 향해 달려갔다.

“야, 야! 레이몬 기다려!”

기겁한 한성이 레이몬을 불렀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그대의 검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돌진한 레이몬은 검은 마력을 줄줄 흘리며 장검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퍼버버버버벅!

[크허어어억!]

스노우 펭귄들은 순식간에 레이몬을 둘러싸더니 작은 팔을 눈에 보이지 않는 스피드로 휘둘러 댔다.

몸 전체를 축으로 삼아 좌우로 격렬하게 회전하며 공격해 오는 스노우 펭귄의 공격은 가공할 만했다.

마왕에게 부모님 패드립을 날리는 레이몬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이 망할 펭귄 자식들이!]

레이몬은 즉시 장검에 마력을 집중시키며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스노우 펭귄들은 잽싸게 움직이며 피해 버렸다.

다리도 짧은 게 움직임은 빨라서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몬스터가 아닐 수 없었다.

“삽질은 그쯤하고 물러나, 레이몬.”

슈우우우웅.

어느 틈엔가 사람 머리 크기만 한 검은 구체 세 개를 만들어 낸 한성이 명령을 내렸다.

[알겠다.]

레이몬은 마지못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물러났다.

마음 같아서는 펭귄 놈들을 회 쳐 버리고 싶었지만 한성의 명령이 먼저였다.

계약상 한성은 레이몬의 마스터였으니까.

물론 한성의 명령을 거부했으면 두들겨 처맞았을 테지만 말이다.

“다크 봄버.”

슈아아아악.

이윽고 검은 구체 세 개가 스노우 펭귄 세 마리들을 향해 맹렬한 스피드로 날아갔다.

그러자 스노우 펭귄 세 마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개를 격렬하게 파닥거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크 봄버의 이동 속도도 엄청 빨랐다.

비록 스노우 펭귄들을 직격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근처에서 폭발했다.

쾅!

다크 봄버의 폭발 범위는 상당히 넓었다.

바닥에 부딪힌 검은 구체에서 충격파가 퍼져 나가며 주변의 스노우 펭귄들을 덮쳤다.

꾸에에엑!

충격파에 맞은 스노우 펭귄들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지면에 쓰러졌다.

“지금이다. 라이! 레이몬!”

충격파를 맞고 땅바닥에 쓰러진 채 헤롱거리고 있는 스노우 펭귄들을 향해 라이와 레이몬이 빛살처럼 튀어 나갔다.

[축하합니다. Lv161 스노우 펭귄을 쓰러트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노우 펭귄들은 처리되었다.

“블랙 스켈레톤 소환.”

곧바로 스노우 펭귄 세 마리를 제물로 바쳐 한성은 궁병 9마리, 검병 9마리, 창병 9마리를 소환했다.

“가라.”

한성의 명령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숲속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방문자들이 오기 전에 먼저 찾아야지.’

눈보라 마을 입구에서 한성은 약 100마리에 가까운 방패병들을 놔두고 왔다.

방문자들의 발목 잡기용으로 놔둔 것이다.

방패병들의 방어 능력이라면 꽤 오랫동안 방문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을 터.

문제는 가장 먼저 뛰쳐나간 자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입구에서 탈락했지만 한성이 보기에 아직 대여섯 명 정도는 살아남아 있었다.

그들보다 먼저 눈의 요정을 찾아야 했다.

“그럼 다시 가볼까?”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선발대로 보낸 한성은 숲속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

“허억허억.”

레벨 165 3차 직업 홀리 나이트인 케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어, 어째서 저놈들이 이런 곳에?’

그의 얼굴에는 의문만이 가득 차 있었다.

눈보라 마을에서 돌발미션이 발생했을 때 케인은 환호했다.

일반 미션에서 보기 힘든 유니크 보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인 몇 명을 불러 함께 클리어하기로 했으며, 미션이 시작되고 눈보라 마을을 순식간에 뛰쳐나왔을 때는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얼음의 숲에 도착하기 전까지 1위는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끼아아아아아!

“……!”

모골이 송연해질 것 같은 끔찍한 비명 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케인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허억!”

그곳에 마치 사신처럼 거친 칠흑의 망토를 뒤집어쓰고, 사신의 낫을 들고 쫓아오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에, 엑스큐터!”

중앙 대륙 투아하 데 다난에서 암살 길드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엑스큐터.

그 길드원들이 하얀 얼음의 숲속에서 케인을 뒤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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