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
< 내 언데드 100만 >
제200화 돌발 미션 사라진 눈의 요정을 찾아라
‘키리키리와 더불어서 장비 파괴신을 봐야 한다니.’
장비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부수는 게 일인 고양이족 소녀 키리키리와 강화만 했다면 손이 미끄러졌네 하면서 장비를 파괴시키던 중년신사 펄거슨.
그들을 떠올린 한성은 눈물이 났다.
장비 강화를 하는데 돈이 얼마나 깨지게 될지 미래가 보였기 때문이다.
“마스터!”
그때 옆에서 루루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한성을 불렀다.
“왜, 왜?”
루루의 기세에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레전드 보물 상자 빨리 열어 주세영! 루루 현기증 나영!”
“…….”
여전히 루루는 고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알았어.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라.”
‘제발 고기가 나오지 않기를.’
남은 건 무려 레전드 등급의 165레벨 보물 상자들.
루루에게 미안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한성은 고기가 아니라 전투에 쓸 만한 장비가 나왔으면 했다.
그렇게 속으로 염원하며 한성은 드디어 대망의 165레벨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를 열었다.
덜그럭덜그럭.
벌컥!
[축하합니다. Lv165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에서 최고급 미노타우르스의 꽃등심이 나왔습니다.]
“…….”
눈앞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미노타우르스?”
그런 한성의 옆에서 루루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보물 상자에서 예상하지 못한 몬스터의 이름이 나온 탓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루루는 머릿속의 기억을 더듬으며 미노타우르스가 어떤 몬스터인지 생각해냈다.
“소대가리! 소고기 꽃등심!”
미노타우르스가 소처럼 생긴 몬스터라는 걸 떠올린 루루는 활기찬 표정으로 만세를 불렀다.
“떳다아아아앙!”
[우와아아아앙! \^0^/]
루루의 뒤를 이어 틴달로스도 만세 모양의 이모티콘을 떠올렸다. 그토록 염원하던 고기가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에서 나오고 만 것이다.
“크윽.”
한성은 뒷목을 부여잡았다.
우려하던 일이 결국 터졌다.
레전드 등급의 소고기라니.
소고기가 아니라 장비가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야. 그래도 아직 두 개 더 남았어.’
한성은 정신을 다시 수습했다.
남은 두 개에서 어떤 아이템이 나오냐가 관건이었다.
루루를 비롯해서 소환수들이 소고기가 나왔다고 춤을 추고 있는 산장 안에서 한성은 홀로 눈물을 삼키며 보물 상자 하나를 개방했다.
덜그럭덜그럭.
벌컥!
[축하합니다. Lv165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에서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이 나왔습니다.]
“…….”
한성은 아무 말없이 한동안 눈앞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을 바라봤다.
“꿈도 희망도 없네.”
레전드 등급의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이라니!
아무리 보물 상자가 랜덤 뽑기라고 해도 그렇지 레전드 등급에서 고양이 인형 옷은 너무 하지 않은가?
[검은 고양이 인형 옷]
타입: 로브.
최소 요구 레벨: 165.
등급: 레전드.
제한: 근력 120. 지력 140. 마력 140.
옵션(1): 지력+25. 마력+25. 매력+25.
옵션(2): 마법 방어력 +20% 추가. 전체 스킬 쿨타임 25% 감소.
옵션(3): 몬스터의 어그로를 받지 않는다.
내구도: 2500/2500.
설명: 귀여운 검은 고양이 인형 옷.
귀여운 모습 때문에 어그로 분산 효과가 있으며, 선공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는다.
고양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진다.
착용하면 고양이 같은 행동을 종종 하게 된다.
‘하…… 설명 보소.’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의 설명창을 확인한 한성은 한숨이 나왔다. 비주얼적으로도, 설명만 봐도 한성이 입을 만한 방어구가 아니었다.
‘내가 입을 건 못 되겠네.’
한성은 아쉬운 눈으로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을 바라봤다.
비록 심판자의 상의 갑옷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레전드 등급의 방어구였기에 탐이 났다.
거기다 옵션 능력도 굉장히 좋지 않은가?
지력과 마력이 무려 25씩 증가하고, 무엇보다 전체 스킬 쿨타임 25% 감소가 대박이었다.
‘이 스킬이면 스켈레톤 드래곤이랑 다크 메탈 골렘을 좀 더 빠르게 소환할 수 있을 텐데…….’
정말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루루야.”
“넹?”
한성의 부름에 루루는 눈을 빛내며 돌아봤다.
이미 고기를 먹을 생각이 가득 차 있는 루루의 입에서는 귀여운 침이 흐르고 있었다.
“이거 입어 볼래?”
한성은 루루에게 고양이 인형 옷을 넘겨주었다.
현재 루루는 곰 인형 잠옷을 가지고 있었지만, 잘 때 외에는 입지 않았다.
“마스텅. 제가 가져도 되영?”
“응. 한번 입어 봐.”
“넹~”
루루는 기존에 입고 있던 귀여운 로브를 벗고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을 입었다.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은 타입이 로브였기 때문에 바로 입을 수 있었다.
[당신의 소환수 루루가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을 착용합니다.]
“우냥?”
고양이 귀와 꼬리가 달려 있는 인형 옷을 입은 루루는 귀여운 포즈를 취했다.
‘크윽.’
심장을 저격하는 루루의 모습에 한성은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착용하면 고양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게 저런 모양이었다.
“냥~ 냥~”
그때 루루가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당신의 소환수 루루가 고양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안 그래도 귀여운 루루가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을 입고 춤을 추기 시작하자 훨씬 더 귀여워보였다.
“소고기다냥~ 소고기다냥~”
그래도 역시 고기에 대한 미련은 잊지 않고 있었다.
루루는 고양이 춤을 추면서 소고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이거 하나만 더 확인하고 고기 구워 먹자.”
한성은 마지막으로 남은 레전드 보물 상자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레전드 보물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들은 나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루루에게 이득이 되는 아이템들이었으니 말이다.
특히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을 입은 루루의 모습은 한성에게도 대만족이었다.
검은 고양이 인형 옷을 입고 고양이 흉내를 내는 루루의 모습은 너무나 귀여웠으니까.
덜그럭덜그럭.
마지막 남은 레전드 보물 상자가 한성의 눈앞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
과연 마지막에는 무엇이 나올지 한성도 주변에 있던 소환수들도 기대가 깃든 눈으로 바라봤다.
[축하합니다. Lv165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에서 성령의 네클레스가 나왔습니다.]
“오?”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전드 등급에서 목걸이가 나왔기 때문이다.
[성령의 네클레스]
타입: 목걸이.
최소 요구 레벨: 165.
등급: 레전드.
옵션(1): 전체 스킬 쿨 타임 25% 감소.
옵션(2): 생명력이 10%가 되면 50%까지 자동 회복.
옵션(3): 분당 생명력 회복 1.2% 증가, 분당 마나 회복 1.2% 증가.
옵션(4): 마나 배리어 사용 가능.
내구도: 2000/2000.
설명: 성스러운 기운을 가지고 있는 목걸이.
성령의 기운이 착용자를 지켜주며, 여러 가지 이로운 효과들이 붙어 있다.
‘초대박이다.’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에 진짜 제대로 된 대박 아이템이 나온 것이다.
성령의 네클레스 옵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거기다 165레벨 레전드 장신구였기에 마법 방어력도 상당히 붙어 있었다.
‘영광의 엘레멘탈 목걸이도 나쁘지는 않지만 성령의 네클레스에 비하면 초라하지.’
같은 레전드 등급이지만 레벨 차가 무려 3배 가까이 난다.
거기다 옵션 능력 차도 컸다.
영광의 엘레멘탈 목걸이는 네 가지 스텟을 15씩 올려 줄 뿐이었으니까.
마지막에 대박 아이템이 나온 덕분에 한성은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이제 소환 스킬도 팍팍 쓸 수 있겠군.’
스킬 쿨 타임 25% 감소와 분당 마나 회복 1.2% 증가 옵션.
전체 마나량에서 1분에 1.2%씩 회복시켜 준다는 소리였다.
그 덕분에 한성은 이전보다 스킬을 쓰는데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전에는 쿨 타임과 부족한 마나 때문에 생각만큼 연속으로 스킬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대규모 전투가 있기 전에 항상 마나 회복과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하기 위한 시체들을 충당하기 위해 준비 시간이 좀 필요했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마나가 충분해졌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꽤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어디 그뿐만인가?
‘탐욕스러운 반지와 혹한의 지팡이에도 쿨 타임 10% 감소가 붙어 있는 데다가, 죽음의 탑에서 지배력을 엄청 올렸지.’
북풍지대에서 얻은 장비들만으로도 한성의 스킬 쿨 타임은 무려 절반이나 가깝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
그 말은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물량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야말로 언데드 군단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을 터!
‘이번에도 건질게 있어서 다행이네.’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텅. 이제 우리 고기 구워 먹어영!”
“마리도. 마리도.”
크르릉.
메에엑.
[술이 없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고기로 참겠다.]
“다들 참 고기를 너무 좋아하네.”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았어. 그럼 오늘 밤은 소고기 바비큐 파티다!”
“파티!”
“파티!”
[파티!]
한성의 말에 루루와 마리, 틴달로스가 만세를 불렀다.
‘일단 고기 먼저 먹고 나머지를 확인해야겠군.’
아직 스테이터스와 스킬들을 확인해야 했지만 뒤로 미뤘다.
눈앞에서 루루를 비롯한 소환수들이 빨리 고기를 구워먹자고 야단이었으니까.
‘그런데 미노타우르스를 구워 먹어도 되려나? 소처럼 생겼긴 한데.’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소환수들을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던 한성은 슬며시 불안감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 * *
다음 날 오전.
‘생각보다 맛있었지. 양도 많았고.’
하얀 얼음 숲 부근에 있는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한성은 인벤토리에 저장되어 있는 미노타우르스의 꽃등심 바비큐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전날 밤에 구워 먹은 미노타우르스 고기는 의외로 맛있었다.
보물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들이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허브맛소금을 뿌린 숯불 바비큐였으니 맛이 없을 리 없었다.
거기다 양도 많아서 소환수들이 배부르게 먹고도 꽤 남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설마 일정 시간 동안 버프가 생길 줄은 몰랐지만.’
놀랍게도 미노타우르스의 고기는 먹으면 일정 시간동안 근력과 생명력 회복이 소폭 증가했다.
전투를 할 때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한성은 남은 미노타우르스의 고기를 포장해서 인벤토리에 저장시켜 놓았다.
필요할 때 먹으려고 말이다.
‘그럼 스테이터스와 스킬은 마을에 도착하면 확인해 볼까?’
마수들을 때려잡으면서 지배력이 어마어마하게 올랐으며, 레벨도 186까지 올랐다.
거기다 장비들도 대부분 교체했기에 스텟 변동이 컸다.
또한 180레벨이 넘었기 때문에 주력 스킬들의 숙련도를 레벨 9까지 찍을 수 있었다.
북풍지대에 가기 전 레벨이 약 140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은 마을에 도착했다.
눈보라의 마을.
하얀 눈으로 가득 덮여 있는 마을이다.
“응?”
마을 입구에 들어선 순간, 한성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마을 분위기가 한성이 알고 있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당신은 눈보라 마을에 입장하셨습니다. 돌발미션 사라진 눈의 요정을 찾아라가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