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
< 내 언데드 100만 >
제199화 장비보다 고기!
[축하합니다.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최고급 미스릴 프라이팬이 나왔습니다.]
“…….”
한성은 할 말을 잃었다.
최고급 미스릴까지 봤을 때 한성의 기대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해 있었다.
미스릴은 전설의 금속 오리하르콘보다 한 등급 아래지만 환상의 금속이라고 불리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그 성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프, 프라이팬이라니. 구하기 힘든 미스릴 금속으로 만든 프라이팬이라니!’
미스릴로 만든 무기나 방어구, 장신구는 어마어마한 옵션 능력이 붙거나 공격력과 방어력이 굉장히 높다.
그런데 하필 전투에 사용할 수 없는 프라이팬이 나왔으니 한성은 속이 탈 수 밖에 없었다.
“미스릴 프라이팬!”
그때 옆에서 루루가 행복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세라믹이나 티타늄으로 코팅된 게 아니라 순수 미스릴로 제작되어진 프라이팬이 나왔다.
벌써부터 루루는 미스릴 프라이팬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에 입가에서 침이 흐르고 있었다.
“마스터! 고기 구워 주세요!”
루루는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하지만 한성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루루야. 아까도 말했지만 고기 없어. 고기가 없다고.”
중요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한성은 두 번 강조했다.
“괜찮아요. 마스터. 다음 상자에서 1++등급 한우가 나올 거에요!”
하지만 이미 루루의 머릿속은 소들이 뛰어노는 목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성의 보물 상자들 중에서 소고기가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한성으로서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있었지만.
‘안 나오면 어떡하지?’
보물 상자에서 무슨 아이템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확률형 랜덤 뽑기 박스이기 때문이다.
행운 스텟이 높으면 좋은 아이템이 나오지만,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행운을 찍지 않는다.
행운 스텟과 연관이 있는 특정 직업군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직업에 맞는 주력 스텟을 올리는 게 더 나았으니까.
[마스터. 배고파요. 고기 주세요. =_=]
루루와 틴달로스, 마리는 아기 새가 어미 새를 보며 먹이를 달라는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알았어.”
결국 한성은 다음 레벨 150 유니크 보물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탐욕스러운 자의 반지가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강건한 해골 견갑이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강건한 해골 부츠가 나왔습니다.]
“이거 완전 잭팟인데?”
유니크 보물 상자 3개에서 나온 장비들을 본 한성은 자꾸만 미소가 나오려고 했다.
그동안 짱돌, 벽돌, 참숯 위장 크림에 미스릴 프라이팬까지 나오다가 이번에는 무려 연속 3번이나 쓸 만한 장비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탐욕스러운 자의 반지]
타입: 반지.
최소 요구 레벨: 150.
등급: 유니크.
옵션(1): 마력 +20, 지력 +20.
옵션(2): 쿨 타임 -10%.
내구도: 1500/1500.
설명: 탐욕스러운 자의 반지.
붉은 루비 같은 혈석이 박혀 있으며, 묵빛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마력과 지력을 상승시키고 스킬 쿨 타임을 10% 감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강건한 해골 견갑]
타입: 어깨 방어구.
최소 요구 레벨: 150.
등급: 유니크.
제한: 근력 120, 민첩 100, 체력 100.
옵션: 근력 +20, 지력 +20.
내구도: 1500/1500.
설명: 강건한 해골로 제작한 어깨 보호구.
목과 어깨를 보호하기 만들어진 해골 보호구로 은은한 은빛이 흘러나와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강건한 해골 장비를 2개 이상 착용하면 세트 효과가 생긴다.
[강건한 해골 부츠]
타입: 부츠.
최소 요구 레벨: 150.
등급: 유니크.
제한: 근력 120, 민첩 100, 체력 100.
옵션(1): 근력 +20. 지력 +20.
옵션(2): 이동속도 +15%. 무게 -15%.
내구도: 1500/1500.
설명: 강건한 해골로 제작한 해골 부츠.
해골로 만들어졌지만 어지간한 금속보다 훨씬 단단하고 착용감도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을 선사해 준다.
강건한 해골 장비를 2개 이상 착용하면 세트 효과가 생긴다.
“대박이네.”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현재 한성이 착용 중인 반지, 견갑, 부츠는 120레벨이었다.
하지만 북풍지대에서 돌발 이벤트 미션을 클리어 하기 위해 한성은 약 1,000마리 정도 되는 마수들을 때려잡고 폭풍 레벨업을 했다.
그로 인한 현재 한성의 레벨은 무려 186.
장비 교체를 해야 할 때였다.
그런데 지금 150 레벨 유니크 장비가 나온 것이다.
‘200레벨이 되면 또 갈아야 하겠지만.’
물론 그 전에 보물 상자에서 나오지 않은 150레벨 이하 장비나 장신구들은 전부 교체할 생각이었다.
방금 전 나온 장비들을 제외하면, 현재 한성의 장비 레벨은 대부분 120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140레벨이 되면 사용하기 위해 남겨 놓은 장비들이 몇 개 있었다.
방어력과 체력을 상승시켜 주는 칠흑의 하의 갑옷과, 생명력 증가를 시켜 주는 라이프베슬 팔찌였다.
이미 한성은 칠흑의 하의 갑옷을 착용 중이었으며, 라이프베슬 팔찌는 루루에게 주었다.
라이는 장비칸이 무기밖에 없었다.
‘보물 상자에서 나온 거 이외는 180레벨짜리들로 싹 다 바꿔야지. 아, 그 전에 루루랑 라이 장비도 바꿔 줘야 되네.’
한성의 레벨이 오른 만큼 소환수들의 레벨도 오른 상태.
하지만 현재 루루의 장비는 대부분 120 레벨.
라이의 무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교체를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보면 악덕 네크로맨서라고 생각하겠네.’
180레벨 소환수들의 장비가 120레벨이라니.
거기다 루루처럼 귀여운 소환수에게 말이다.
그렇기에 일단 한성은 근처 마을에 가서 재정비를 한 다음 얼음의 숲에 갈 생각이었다.
“마스터어어…….”
“아우우웅.”
[고기 주세영…… ㅠ_ㅠ]
크르르.
메르르.
“…….”
한성은 눈앞에서 고기를 달라고 아우성거리는 소환수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대박 장비들이 나왔는데도 고기가 더 중요해?”
“네! 루루는 육식계이거든요.”
루루는 한성을 바라보며 살며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한성은 살짝 멈칫거렸다.
순간적이었지만 루루에게서 디아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루루야. 부탁이니 착한 아이로 자라나다오.”
“넹?”
한성의 말에 루루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성은 나머지 보물 상자들을 바라봤다.
아직 레벨 150 유니크 보물 상자는 2개 더 남아 있었다.
‘제발 나와라.’
이젠 한성도 고기가 나오기를 빌었다.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고기가 나오지 않으면 남은 건 레전드 보물 상자 세 개다.
‘레벨 165 레전드 보물 상자에서 고기가 나오면 그것도 웃긴 일이잖아?’
사실 티르 나 노이에서 유니크 등급 아이템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성은 히든 직업 덕분에, 히든 미션을 자주 받아서 유니크 등급 보상을 받는 일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 한성조차 레전드 등급은 가끔가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한성이 레전드 보상을 받는 확률로, 일반 플레이어 방문자들이 유니크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덜그럭덜그럭.
고기가 나오기를 빌고 있는 한성의 염원을 받으며 유니크 보물 상자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벌컥!
[축하합니다.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황금 개밥그릇이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바비큐 구이용 참숯이 나왔습니다.]
“…….”
나머지 두 개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을 보고 일동은 침묵했다.
아니, 한 마리와 한 명은 환호했다.
멍멍!
“왈왈!”
“얘들아. 너희는 개가 아니잖아. 늑대 일족 아니냐?”
헥헥헥.
한성은 눈앞에서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발라당 배를 드러내고 누운 라이와 마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둘은 이번에 나온 황금 개밥그릇에 마음이 뺏긴 것이다.
한성은 물끄러미 개밥그릇을 바라봤다.
황금 개밥그릇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최고급 식기였다.
어느 누가 봐도 개밥그릇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잠시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던 한성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앞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는 라이와 마리를 바라봤다.
반짝반짝.
한 마리와 한 소녀는 눈에서 빛을 쏘아내며 한성을 보고 있었다. 둘 중 하나에게 황금 개밥그릇을 줘야 하는 상황.
하지만 둘 중 하나에게 주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개밥그릇 때문에 싸우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지.’
그 때문에 잠시 고민한 한성은 결정을 내리고 라이와 마리에게 한마디 했다.
“이건 내가 쓸 거다. 기대하지 마.”
“컁!”
컹!
따뜻한 산장 바닥에서 배를 드러내고 뒹굴거리던 라이와 루루는 해괴한 소리를 내며 멈칫거렸다.
라이와 마리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소금이 나오고, 벽돌이 나오고, 그릴판도 나오고, 참숯도 나왔는데 고기가 안 나오다닝…… 히잉.”
마치 개밥을 털린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루루는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루루야. 다음 마을에 가면 고기 사 줄 테니까 기분 풀어. 그리고 너희들도 시무룩해지지 말고. 골드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거금을 들여서 실버로 된 밥그릇을 사 줄게.”
황금 개밥그릇도 그렇지만 은 개밥그릇이니.
정말 엄청난 사치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라이와 마리의 반응은 한성의 생각을 넘어섰다.
컥!
“은…… 살려주세요.”
부들부들. 달달달.
사시나무 떨 듯이 몸을 떨며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왜?’
[라이컨슬로프에게 은은 독과 다름없지. 거기에 언데드 몬스터들이나 마계의 존재들도 은은 싫어한다.]
끄덕. 끄덕.
레이몬의 말에 라이와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해 줘서 감사하다는 얼굴로 말이다.
“아, 그렇네.”
그제야 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라이가 더블 퓨전으로 태어났을 때 라이컨슬로프였으며, 늑대족 소녀인 마리도 라이컨슬로프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은(銀)과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럼 황금 밥그릇 사 줄 테니까, 기분 풀어라.”
한성은 라이와 마리를 달랬다.
‘도금된 걸로 사 주면 되겠지, 뭐.’
이제 200레벨이 되면 본격적으로 장비 강화를 시작해야 된다. 그 말은 곧, 어느 인물을 자주 봐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손에다가 기름칠을 한 건지, 아니면 손에서 오일이 흘러나오는 건지 알 수 없는 인물.
허구한 날 손이 미끄러지는 중년신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