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
< 내 언데드 100만 >
제197화 마인, 흑혈랑
피가 사방에 흩뿌려져 붉어진 얼음의 숲.
할짝할짝.
피바다가 되어 있는 그곳에서 마인 소녀, 레비아는 바위 위에 앉아 방문자들의 피로 붉게 물든 손가락을 혀로 핥고 있었다.
“역시 쓰레기들이라 그런가. 맛이 없네.”
레비아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입에는 송곳니가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마인으로 변화하면서 뱀파이어 속성이 추가되었던 것이다.
피를 탐하는 검은 늑대, 흑혈랑(黑血狼).
그녀에게 딱 맞는 칭호였다.
“쓰레기들은 이 세계에서 치워 버려야지. 그걸 방해하는 멍청한 켈트인들도.”
레비아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모든 건 그분의 말씀대로.
“어디 맛있는 피를 가진 방문자가 없을까?”
바위에서 몸을 일으킨 레비아는 혈향을 남기며 숲 안쪽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떼는 레비아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방금까지의 마인의 모습이 아니라, 하얀 늑대 일족의 모습으로.
얼음의 숲에서 그분에게 부탁 받은 명령을 완수해야 하니까.
이윽고 피 하나 묻어 있지 않은 새하얀 모습이 된 레비아는 깊은 숲속으로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 * *
한성은 북풍지대에서 좀 더 위쪽에 있는 하얀 얼음의 숲으로 향했다. 죽음의 탑에서 구출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함이었다.
“오빠. 고마워.”
마리는 한성의 등에 업힌 채 얼굴을 부벼 댔다.
이제 마리는 한성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은 듯 거리낌 없이 다가왔다.
‘이건 뭐 늑대가 아니라 강아지 같네.’
작은 강아지가 주인에게 달라붙어서 얼굴을 부비고 핥는 짓을 마리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귀여우니까 용서한다.’
거북이처럼 등에 착 달라붙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를 보며 한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꽉꽉.
그때 한성은 자신의 바지를 잡아당기는 손길을 느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루루가 양팔을 한성을 향해 벌리고 있었다.
나라를 잃은 백성 같은 얼굴로 루루는 한성을 그저 말없이 올려다봤다.
“이리와, 루루야.”
결국 한성은 그런 루루의 눈빛 공격을 이기지 못했다.
한성은 루루를 안아 올렸다.
앞 루루, 뒤 마리.
앞에는 서큐버스가, 뒤에는 늑대가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
‘조, 조금만 더 가서 쉬어야겠다.’
북풍지대와 하얀 얼음의 숲 사이에 추운 지방을 지나는 여행자들을 위해 산장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있다.
말이 여행자들이지 사실상 방문자들을 위한 안전지대였다.
그곳까지 가면 일단 쉴 생각이었다.
‘전리품들이나 보상 확인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말이야.’
한성은 소환수들을 이끌고 산장들이 있는 안전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안전지대의 산장 안.
이곳까지 오는데 한성은 고생을 좀 했다.
루루와 마리가 묘한 기 싸움을 한 탓이었다.
거기에 작은 소녀 모습으로 틴달로스까지 가세한 덕분에 한성은 꽤 지쳤다.
‘이제 좀 쉬어야지.’
한성은 산장 내부를 둘러봤다.
산장은 아담한 크기였다.
4평이 좀 넘는 산장 안에는 작은 침대와 쇼파, 벽난로가 있었다.
한성은 산장 안 침대 위에 누운 채, 침대 밑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는 라이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 주고 있는 중이었다.
그르릉. 그르릉.
한성의 손길에 라이는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레이몬은 파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루루와 마리는 산장 안을 뛰어놀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성은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이번에도 꽤 전리품이 많단 말이야.’
북풍지대와 죽음의 탑에서 몬스터들을 때려잡으며 수십만 골드를 벌어들였다.
그 외에도 스왈로우를 처치하고 Lv150 레어 보물 상자를 받았으며, 히든 미션 타락한 웬디고를 클리어하고 Lv140~145 레어 보물 상자를 받았다.
그리고 죽음의 탑 타임 어택 미션을 최단 시간 클리어해서 Lv145 유니크 보물 상자를 받고 특별 보상으로 지배력 스텟이 10 증가했다.
거기다 월드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의 배후 세력을 찾아라를 클리어하면서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를 받았으며, 그 다음 월드 히든 미션인 배후자의 음모를 조사하라를 클리어하면서 Lv165 레전드 보물 상자를 지급받았다.
또한, 돌발 이벤트 미션도 클리어하면서 Lv160 마계의 문지기 팔찌를 얻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켈투림을 처치하면서 혹한 지팡이를 보상으로 받았으며,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까지 받았다.
거기에 지금까지의 이 모든 보상들을 한성은 3배로 받아 냈다.
‘보상품들이 상당하네.’
다시 한 번 보상들을 확인하며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배력도 상당히 올랐고.’
죽음의 탑 타임 미션 어택과 돌발 이벤트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한성은 지배력을 총 330이나 올릴 수 있었다.
원래라면 110이지만 전승 특전 효과 덕분에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일단 장비들부터 확인해 볼까?’
한성은 켈투림의 혹한 지팡이와 마계의 문지기 팔찌 정보창을 띄웠다.
[켈투림의 혹한 지팡이]
타입: 지팡이.
최소 요구 레벨: 150.
등급: 유니크.
제한: 지력 100. 지배력 100.
옵션(1): 지배력 +10%.
옵션(2): 모든 소환수 능력 +10%.
옵션(3): 소환 스킬 쿨타임 -10%.
내구도: 2000/2000.
설명: 켈투림의 혹한 지팡이.
켈투림이 사용하던 사신의 낫처럼 생긴 지팡이다.
사용자의 지배력과 소환수들을 강화시켜준다.
당신의 골골이를 강골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기이다.
[마계의 문지기 팔찌]
타입: 팔찌.
최소 요구 레벨: 160.
등급: 유니크.
옵션: 마력 +20, 지배력 +20.
내구도: 1500/1500.
설명: 마계의 문지기 팔찌.
마수들을 조종하는 문지기들이 사용하는 팔찌다.
“헐.”
장비들을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켈투림의 혹한 지팡이는 진리의 퍼센트 무기로 데스마스터의 전용장비인 프나코틱 서버너 바이블과 옵션이 똑같았다.
성능은 절반 수준인 +10%였지만 지배력과 소환수들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굉장히 좋은 옵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소환 스킬의 쿨타임을 10% 줄여 주는 옵션까지.
어디 그뿐인가?
마계의 문지기 팔찌도 상당히 괜찮았다.
마력과 지배력을 20씩 증가시켜 주었으니까.
“대박이네.”
혹한 지팡이는 유니크 등급인 주제에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옵션이 좋았다.
‘나머지 2개는 경매장에 올려 둬야겠네.’
팔릴지 안 팔릴지는 둘째치더라도 적어도 네크로맨서 직업 유저라면 혈안이 되어서 구하려고 할 것이다.
마계의 문지기 팔찌도 혹한 지팡이와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나름 좋은 옵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문지기 팔찌도 좋지. 마력이랑 지배력을 20씩 올려 주니. 그런데 이번에도 유니크 아이템들이 많네.’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실 한성은 아이템이 잘 나오는 편이었다.
일반 유저들이라면 유니크 보물 상자 하나 구경하기 힘들었으니까.
대부분 레어 아이템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은 대부분 유니크 장비나 보물 상자들을 보상으로 받았다.
‘뭐, 월드 히든 미션 덕분이겠지만.’
월드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을 찾으러 갔다가 숨겨진 미션을 발견하거나, 뜻밖의 사태가 일어나거나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일단 140에서 145 레벨 레어 상자부터 열어 볼까?’
한성은 레벨과 등급이 가장 낮은 보물 상자부터 열었다.
[Lv140~145 레어 보물 상자 오픈합니다.]
[축하합니다! Lv140 다용도참숯이 나왔습니다.]
“허? 참숯?”
순간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젠 하다 하다 숯이 나오네? 그래도 유니크 짱돌보다는 나은 건가?”
얼마 전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나온 짱돌을 떠올리며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참숯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어? 이게 뭐야?”
참숯을 본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참숯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모습을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작은 캔 하나가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한성은 참숯의 정보를 확인해봤다.
[다용도참숯]
타입: 숯.
최소 요구 레벨: 없음.
등급: 레어.
제한: 없음.
설명: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참숯.
이름만 보면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한 가지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다.
얼굴에 발라라.
얼굴을 촉촉하게 보호해 준다.
“위장크림이었냐!”
한성은 다용도참숯을 바닥에 내던졌다.
하다못해 바비큐용이었으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써먹지도 못한 위장크림보다는 백배 더 나았으니까.
“마스터~ 무슨 일이에영?”
그때 루루가 깽깽이발로 뛰어왔다.
그리고 그 뒤에 마리도 루루랑 똑같이 깽깽이발로 뛰어오고 있었다.
고개를 귀엽게 갸웃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루루의 모습에 한성은 기분이 눈 녹듯이 풀어졌다.
정화가 되는 느낌이랄까.
“루루야. 이거 가지고 놀아 볼래?”
마치 어린아이에게 사탕 줄게 아저씨 따라올래? 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한성.
귀여운 루루는 바로 낚였다,
“이게 뭔데영?”
“아, 이런 거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성은 위장크림 뚜껑을 열고 손가락으로 푹 찍은 뒤, 루루의 양 볼에 줄무늬를 그렸다.
마치 고양이 수염처럼.
“꺄앙! 마스터 차가워영!”
얼굴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느낌에 루루는 몸을 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루루에게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거울 꺼내 건네줬다.
거울을 본 루루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냈다.
“자, 그럼 잘 갖고 놀아라?”
“넹!”
위장크림의 쓰임새를 눈치챈 루루는 잽싸게 한성에게서 캔을 받아갔다.
그리고 양손에 한가득 위장크림을 묻히고 방금 도착한 마리를 홱 돌아봤다.
“핫! 루루 언닝?”
루루를 따라한답시고 힘들게 깽깽이발로 겨우 뛰어온 마리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참숯크림으로 양손을 검게 물들인 루루가 먹잇감을 노리는 곰처럼 팔을 치켜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캬오!”
“꺄아아앙!”
그렇게 루루와 마리는 산장 내부를 쫓고 쫓는 추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애들 놀이용으로 쓸 수 있어서 다행이네.’
산장 내부에서 놀고 있는 두 꼬마들을 보며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메에에에엑!
[저, 저리 가라. 이 마족아!]
“헤헤헤. 파카. 레이몽몽.”
불똥은 파카와 레이몬에게까지 튀었던 것이다.
파카는 자신의 아름다운 황금털이 시커메질까 전전긍긍하고 있었으며, 레이몬도 루루의 까만 손을 경계하고 있었다.
‘잘들 노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머지 보물 상자들을 바라봤다.
아직 확인해야 할 보물 상자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한성은 일단 아직 남아 있는 나머지 140~145 레벨 레어 보물 상자 두 개를 한꺼번에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