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
< 내 언데드 100만 >
제195화 마수 전쟁
‘10% 확률로 지배력이 증가한다고?’
한성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설명창을 바라봤다.
‘미친, 이거 진짜 초초초대박이다!’
중요한 사실이었기에 ‘초’를 세 번 강조했다.
그만큼 한성에게 있어서는 초대박 이벤트였다.
거기다 일반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마계의 문지기 팔찌도 엄청난 옵션이 붙어 있을지 몰랐다.
크아아아아아앙!
그때 핫도그와 헬 울프, 팬텀 울프들이 일제히 울부짖었다.
마수들의 모습은 그 이름처럼 전반적으로 거대한 개와 늑대처럼 생겼다.
가장 작은 녀석이 3미터였으며 좀 크다 싶은 놈은 몸길이가 5미터에 달했다.
그리고 마수라고 뽐내고 싶은지 전신에서 불길한 검붉은 마나를 흘리고 있었다.
“이거 쉽지는 않겠는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울부짖고 있는 마수들의 기세는 사뭇 대단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돌발 이벤트 미션의 난이도는 S랭크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방문자 혼자 깰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니다.
거기다 상대는 최소 160레벨이 넘어가는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아닌가?
크아아아아앙!
이윽고 마수들이 일제히 한성과 소환수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임팩트!”
콰앙!
그에 맞춰 한성도 지면을 향해 화이트 건틀렛을 꽂아 넣었다. 지면을 타고 강렬한 충격파가 마수들을 덮쳤다.
깨갱! 캥캥!
발밑으로 충격파가 지나가자 마수들은 팝콘처럼 튀어 올랐다가 지면에 내동댕이쳐졌다.
“지금이다!”
“소드소드.”
“파이크파이크.”
한성의 외침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마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드맨들과 파이크맨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가까이에 있는 마수들에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푹! 찍! 푹! 찍! 퍽퍽퍽!
‘아무리 강해도 다구리에는 못 당하는 법이지.’
하지만 쓰러진 마수들 너머로 헬 울프들이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소드맨들과 파이크맨들은 헬 울프들에게 휩쓸리고 말 것이다.
“궁병대!”
한성은 손을 치켜들었다.
“아처아처.”
그러자 블랙 스켈레톤 아처들이 활시위를 당기며 공격 태세에 들어갔다.
최대한 헬 울프들을 끌어들인 한성은 손을 내리며 소리쳤다.
“쏴!”
팅! 티티팅!
쌔애애애액!
이윽고 수십 발이 넘는 블랙 애로우들이 파공음을 내며 달려들고 있던 헬 울푸들을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푸푸푹!
캥! 크아앙!
멋모르고 뛰어오던 헬 울프들의 선발대들이 블랙 애로우의 집중 공격을 받으며 쓰러졌다.
그 때문에 뒤따르던 헬 울프들은 주춤거리며 블랙 애로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일단 선빵은 성공했고. 그래도 아직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
첫 공격은 한성의 노림수대로 먹혀들었다.
핫도그들과 헬울프들이 분단된 잠깐의 시간.
그사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핫도그들을 마구 팼다.
끼잉! 끼이이잉!
그라운드 임팩트로 인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수십 마리의 핫도그들은 기습적인 다구리에 신음소리를 흘리며 몸을 웅크렸다.
‘지금 이때 최대한 피해를 줘야 돼.’
한성은 저 너머에서 진열을 정비 중인 나머지 마수들을 바라봤다.
정비가 끝나면 바로 공격을 해올 터.
한성이나 레이몬과 라이라면 혼자서 마수들을 여러 마리까지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그렇지 못했다.
솔저 1기가 마수 여러 마리를 상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대 상황에 몰릴 것이다.
마수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적어도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3마리는 붙어야 하니까.
그 때문에 적절한 연계가 필요했다.
“배틀 커맨더들은 해골 병사들을 지휘해. 루루야!”
“네~”
“춤춰!”
“맡겨 주세영!”
또한 버프와 디버프도 필수!
‘아직 수는 비슷비슷하다.’
수가 비슷하다고 해도 이쪽이 밀린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는 마수보다 약하니까.
하지만 주력 소환수들인 라이와 레이몬의 활약과 뒤에서 버프를 주기 위해 귀여운 동물 춤을 추고 있는 루루.
어둠 속에서 마수들을 한 마리씩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 놓고 있는 틴달로스의 활약 덕분에 밀리지는 않고 있었다.
거기에 다크 메탈 골렘도 막강한 방어력으로 전방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
한성 또한 끊임없이 쿨 타임이 돌 때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보충하고 있었다.
즉, 소모전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건 한성에게 있어서 불행이었으며, 다행이었다.
[Lv161 머리가 두 개 달린 맛이 간 핫도그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610 골드를 지급합니다. 특별 보상이 발동합니다. 지배력이 1 올랐습니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내가 이 맛에 게이트를 부술 수 없다니까?”
한성은 입에서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수들을 무시하고 바로 게이트를 파괴한다면 이벤트 및 월드 히든 미션을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수들을 처치하면 10%의 확률로 지배력이 1 오른다.
그 때문에 한성은 여전히 게이트에서 꾸역꾸역 나오고 있는 마수들을 그냥 놔두고 있었다.
최대한 많이 마수들을 처치하기 위해서.
지배력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다.
전승 특전의 효과로 본래 1씩 올라야 하는 지배력을 한성은 3씩 오르고 있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분명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물론 상황이 조금이라도 불리해진다면 즉시 게이트를 파괴할 작정이었다.
‘이 기회에 최대한 지배력을 올려 주마!’
그리고 레벨도.
요컨대 지금 마수들은 한성의 좋은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모두 덮쳐!”
그렇게 마수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운영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 이시스에게 맡겨져 있다.
오딘사의 운영자들도 게임 상황을 모니터링 하기는 하지만 전부다 파악하지 않는다.
인원 적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데다가 오딘 사의 방침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주요 시스템이나 이시스가 보고하는 문제들 외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오딘 사의 운영자들을 비롯한 특수 대응 전담 팀원들은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아니, 어떤 정신 나간 새끼가 해킹질이야?”
“이놈 이거 실력이 장난 아닌데요?”
“방화벽이 이제 3개밖에 안 남았습니다!”
“막아! 무조건 막아! 못 막으면 너희들 집에 못 갈 줄 알아!”
“…….”
오딘 사의 개발 팀장의 말에 팀원들은 얼굴이 핼쑥해졌다.
안 그래도 티르 나 노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한 일들 때문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데 이제는 아예 집에 보내 주질 않는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도 집에는 보내 주십시오! 집에 가는 낙이라도 있어야 일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아예 영원히 집에 보내 줄까? 회사 안 나와도 되게?”
개발팀장의 말에 팀원들은 재빨리 태세를 전환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키보드를 두들기더니 입을 열었다.
“팀장님! 방화벽 증축 완료했습니다! 당분간 해커들의 공격을 버틸 수 있습니다!”
“역추적은?”
“그건 아직 무리입니다. 막는 것만으로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라…….”
팀원들은 초췌한 표정으로 개발 팀장을 바라봤다.
“아무튼 최대한 막아!”
“넵!”
개발팀장의 말에 팀원들은 눈알이 빠져라 모니터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진짜 어떤 미친 새끼가 서버 해킹을 하려고 하는 거지?”
개발팀장은 이마에 손을 얹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성이 돌발 이벤트 미션을 수행하고 있을 무렵.
어떤 정신 나간 해커들 때문에 오딘 사는 정신이 없었다.
그 때문에 오딘 사의 그 누구도 이시스가 보낸 보고 메시지의 누락과 돌발 이벤트 미션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
* * *
[마계의 맹수 Lv167 블레이드 베어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6700골드를 지급합니다. 특별 보상이 발동하여 지배력이 1 올랐습니다.]
“후. 이제 지긋지긋해지려고 하네.”
한성은 심호흡을 크게 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한성의 모습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심판자의 상의 갑옷은 내구도가 바닥이 되어 너덜너덜 해져 있었으며, 다른 방어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특히 내구도 소모가 심했던 화이트 건틀렛은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라 인벤토리에 안전하게 수납시켰다.
지금은 예전에 쓰던 레오파드 건틀렛으로 버티고 있었으며, 때때로 학살자의 지팡이를 꺼내 흑마법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다크 메탈 골렘을 비롯한 소환수들을 빡세게 굴린 결과 수백 마리가 넘는 마수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르릉.
끼악. 끼야악.
“아직도 많이 남아 있네.”
한성은 마수들의 괴성이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수십 마리 정도 되는 갖가지 종류의 마수들이 한성을 향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레이몬, 라이. 아직 버틸 만하냐?”
헥헥헥. 그르렁. 그렁그렁.
한성의 말에 라이가 낮게 울었다.
버틸 만하다고 대답하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행색은 그렇지 못했다.
윤기가 흐르던 털들은 마기와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에 반해 레이몬은 여전히 패기로웠다.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 저딴 하급 마수들 따위 앞으로 몇 백 마리가 와도 상관없다.]
패기 가득한 말과는 다르게 레이몬은 마검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쩌적! 쨍!
마검을 지면에 꽂는 순간 검면에 금이 가 버리는 모습을 본 한성은 살며시 눈을 치켜뜨며 레이몬을 바라봤다.
“상관없기는 개뿔이. 마력 제어 똑바로 안 하냐? 아주 그냥 검에 실금이 엄청 가 있네. 거미줄쳤냐?”
[…….]
항상 허세로 무장해 있던 레이몬이었지만 한성의 말에 상처를 받았는지 시무룩한 눈빛을 보내며 구석에 찌그러졌다.
[뼈마디가 부서질 것 같아도 열심히 했는데 나쁜 주인…….]
“…….”
빛의 속도로 태세전환을 하며 궁상 모드로 들어간 레이몬의 모습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이번엔 루루를 바라봤다.
“루루는 어때? 힘들어?”
“헥헥. 춤을 너무 췄더니 근육통이…….”
“근육통이 왔으면 쉬어야지! 무리 하지 말고 쉬어!”
한성은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레이몬과는 대하는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루루는 제자리에 폴짝 앉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다리가 편안해졌어요.”
‘역시 루루는 존재 자체가 힐링이라니까.’
자리에 앉아 날개를 파닥거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루의 모습에 한성은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며 루루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루루야. 레이몬 위로 좀 해 줘라. 쟤 저렇게 삐지면 오래 가거든.”
“넵. 맡겨주세요.”
루루도 한성의 귀에 속삭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한성은 다시 허리를 펴며 주변을 둘러봤다.
현재 남아 있는 소환수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틴달로스. 이제 부숴!”
[네! >_<]
한성의 명령에 틴달로스의 그림자가 게이트를 향해 번개처럼 뻗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