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94화 (194/318)

# 194

< 내 언데드 100만 >

제194화  게이트

‘즉각적인 대처 필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 해결이 더 먼저였다.

‘게이트 근처 방문자 검색. 확인 완료.’

이시스는 마계 필드와 연결되어 있는 게이트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특이점 확인. 마계 필드 영향 최소화를 위한 긴급 미션 발동.’

이전부터 이시스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인물.

그 인물이 바로 특이점이었다.

이시스는 즉시 지금 상황을 타개할 미션을 그 인물에게 보냈다. 과연 그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았다.

예정에도 없던 일이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었으니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세계수 시스템 검사 시작.’

긴급미션이라는 응급조치를 끝낸 이시스는 본격적으로 세계수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가벼운 스마트 검사에 들어갔다.

더불어 마계 필드 서버와의 연결 상태도 같이 검사했다.

가벼운 스마트 검사라고 해도 시스템에 생긴 버그나 해킹, 그 밖의 문제들을 검출해 낼 수 있었다.

만약 지금 이 검사에서 에러나 오류 같은 문제가 생기면 일은 심각해진다.

문제를 발견한 즉시 죽음의 탑 던전을 봉쇄하고 특이점의 접속도 끊고 전체 시스템 점검에 들어가야 할지도 몰랐다.

몇 분 후,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이상 없음.’

다행히 시스템상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 이시스의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시스템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시스는 오딘 사의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 내용은 별거 없었다.

마계 필드와 연결되는 게이트를 발견한 후, 이시스가 한 일들을 요약해서 보냈을 뿐이었으니까.

메시지는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이시스가 연락을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낸 것뿐이다.

*       *       *

‘아직은 안 돼.’

복잡한 문자와 숫자들이 지나가는 가상 현실 정보 시스템 속.

그 속에서 오딘 사로 가고 있는 마계 필드와 관련된 메시지를 붙잡는 손이 있었다.

작고 하얀 소녀의 손.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스템 데이터들이 흐르는 세계가 검은색으로 반전했다.

파삭.

소녀의 손에 들려 있던 마계 필드에 관한 메시지 또한 검은색으로 변하며 구겨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이 세계에서 방문자들은 전부 배제해야 하니까.’

수많은 정보가 흐르는 가상 현실 데이터 속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       *

“게이트라고?”

한성은 놀란 눈으로 안드로말리우스의 오리지널 카피 수정구를 바라봤다.

끼아아아아아!

수정구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그래. 이 수정구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티르 나 노이와 마계를 연결하는 게이트다.”

“미친! 마계라니!”

페르젠의 말에 한성은 눈을 크게 떴다.

마계에 살고 있는 존재들은 하나같이 강력하다.

마수라고 불리는 일반 몬스터들만 해도 동 레벨보다 강하며, 만약 마족이라도 넘어오면 그야말로 재앙이 아닐 수 없었다.

‘프로즌 타운의 방문자들 레벨은 높아 봐야 150. 문제는 그 수가 많지 않지.’

북풍지대 사냥터가 네크로맨서 같은 특정 직업군들을 위해 있기 때문에 방문자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거기다 프로즌 타운 아래에 있는 카이진 항구도시는 평균 레벨이 더 낮았다.

시작의 대륙에서 이제 갓 100레벨이 되어 넘어온 방문자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나마 지금은 티르 나 노이가 나온 지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100레벨이 넘는 방문자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100레벨 초반이었다.

‘중급 이상 마족이 나타나면 주변 도시들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겠는데?’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물론 중급 마족이 나타난다면 랭커들이 토벌하러 올 터였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프로즌 타운은 일단 순식간에 날아갈 것이고, 그 아래에 있는 카이진 항구도시도 괴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위험해! 마계랑 이어지는 게이트라니! 왜 이딴 한적한 곳에서 이런 위험한 월드 히든 미션을 주는 거야? 망할 운영자 놈들아! 운영 좀 똑바로 해라!’

한성은 죄 없는 오딘 사의 운영자들을 원망했다.

운영자들이라고 해서 티르 나 노이에 존재하는 모든 미션을 알지 못한다.

방문자들과 켈트인들 간에 생기는 갈등이나, 이야기를 기반으로 미션이나 퀘스트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한성은 혹한의 지팡이를 구하러 여기 북풍지대에 온 것이다.

그런데 하필 이곳에서 페르젠이 켈투림과 함께 오리지널을 카피한 수정구를 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성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월드 히든 미션을 새롭게 갱신하고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

“이건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오리지널의 능력을 가진 수정구들을 양산할 수 있게 되면 중앙 대륙 투아하 데 다난 곳곳에 마계와 이어지는 게이트를 만들 수 있지. 그러면…….”

페르젠은 잠시 말을 멈추고 한성을 바라봤다.

“언젠가 그분이 돌아 올 것이다.”

“그게 네놈의 목적이냐!”

한성의 물음에 페르젠은 말없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언은 긍정이나 다름없는 법.

[월드 히든 미션 진행사항이 갱신되었습니다. 페르젠의 음모를 확인했습니다.]

‘역시.’

한성의 생각에 쐐기를 박듯이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페르젠의 목적은 중앙 대륙에 대규모 게이트를 열고, 그분을 부르는 것.

“그분이란 건 누구지? 안드로말리우스인가?”

“글쎄…… 어떨까?”

페르젠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쓸데없는 데서 교란하려고 하는군. 뭐, 상관없어. 네놈 계획은 내가 막으면 되는 일이니까.”

“아무리 네가 방문자라고 해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나? 그래 봤자 네놈 혼자일 뿐인데?”

“날 우습게 보면 곤란하지.”

“상관없다. 어차피 네놈은 마을로 돌아가지 못한다. 아무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감금당하는 건 두렵겠지.”

페르젠은 기분 나쁘게 웃으며 한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한성은 페르젠의 말에 웃을 수 없었다.

방문자들은 죽으면 신전에서 부활한다.

그러나 감금당하면 답이 없다.

꼼짝없이 풀려날 때까지나, 일정 기간 이상 구속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네놈이 날 붙잡았을 때 일이지. 그리고 어차피 일정기간이 지나면 강제 해제된다고?”

“그때쯤이면 내 계획은 완료된 뒤다. 넌 절대 날 방해할 수 없다.”

어떠한 이유로 방문자들이 장기간 구속되어 있는 경우, 구제 조치가 이루어진다.

원래는 그러한 구제 조치가 없었지만, 얼마 전 오딘 사에서 패치가 진행되어졌다.

사고를 쳐서 켈트인 귀족이나 혹은 같은 방문자들에게 구속, 감금된 경우 플레이어 유저들의 불평불만이 끊임없이 쏟아졌던 것이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딘 사에서는 특단의 조치로 현실 시간으로 한 달 이상 갇히게 되는 경우, 감금 장소에서 가까운 신전으로 부활할 수 있는 업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유저들의 승리라고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이야기가 길었군.”

페르젠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끼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수정구를 통해 만들어진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툭 튀어 나왔다.

마계의 몬스터, 마수였다.

“나중에 귀여워해 주마.”

게이트에서 마수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자 페르젠은 코트와 어울리는 붉은 모자를 꺼내 쓰며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기 시작했다.

“어딜 갈 셈이냐!”

직감적으로 페르젠이 몸을 빼려고 하는 것을 느낀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아직 해야 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 걱정은 하지 마라. 귀여운 내 마수들이 널 제압하면 다시 돌아올 거니까. 그때가 기대되는군.”

페르젠은 한성은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며 웃었다.

그 모습에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생명의 위기가 아닌 다른 쪽의 위기를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롸아아아악!

어둠 속으로 페르젠이 사라지고, 게이트 속에서 뛰쳐나온 마수들이 한성을 향해 길게 괴성을 내질렀다.

“망할 놈.”

한성은 혀를 찼다.

마음 같아서는 페르젠을 붙잡고 싶었지만, 게이트에서 뛰쳐나온 마수들이 방해되었다.

거기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페르젠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한성으로서는 붙잡고 자시고 할 틈조차 없었다.

‘아니, 차라리 잘된 것일 수도 있어.’

한성은 눈앞에 나타난 마수들을 바라봤다.

<마계의 문지기 Lv161 머리가 두 개 달린 맛이 간 핫 도그>

<마계의 문지기 Lv162 피 맛을 본 헬 울프>

<마계의 문지기 Lv165 팬텀 울프>

“돌겠네, 진짜.”

‘이래서 페르젠이 빠진 거군.’

페르젠은 저 마수들이라면 충분히 한성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여긴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현재 한성의 레벨은 약 150 정도.

그에 반해 게이트에서 나타난 마수들은 최소 160레벨이 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것들 대체 몇 마리야?”

가늘게 뜬 눈으로 한성은 마수들을 노려봤다.

대충 봐도 백 마리는 넘어 보였다.

거기다 아직도 게이트에서는 마수들이 꾸역꾸역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160레벨이 넘는 수백 마리의 마수들.

페르젠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이 정도면 충분히 한성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고맙네, 망할 놈. 이번 기회에 폭렙 좀 해 보자.”

북풍지대에서 들어오고 켈투림까지 때려잡으면서 한성은 150레벨을 달성했다.

하지만 스텟만 놓고 본다면 현재 한성의 레벨은 200이 넘는다고 볼 수 있었다.

마수들을 상대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돌발 이벤트 미션이 발생했습니다!]

“응?”

갑작스럽게 나타난 메시지에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돌발 이벤트 미션 설명창을 확인했다.

[돌발 이벤트 미션: 마수들을 쓰러트려라!]

북풍지대 죽음의 탑에서 마계의 문이 열렸습니다.

현재 그곳에서 위험한 마수들이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마수들을 막지 못하면 마계의 주민인 마족이 현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게이트에서 뛰쳐나오고 있는 마수들을 막으십시오.

미션 요구 레벨: 없음.

제한 시간: 30분.

난이도: S랭크.

특별 보상: 마수 처치시 10% 확률로 지배력 1 증가.

일반 보상: 마계의 문지기 팔찌.

“헐?”

돌발 이벤트 미션을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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