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
< 내 언데드 100만 >
제192화 페르젠 vs 레이몬
‘내 등짝을 지켜야 한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 한성은 조금 전보다 경계 레벨을 올리며 페르젠을 노려봤다.
그사이 한성의 소환수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켈투림을 처치하자 켈투림의 언데드 소환수들도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체 소환! 해골 병사 소환!”
펑펑펑!
한성은 재빨리 선공을 취했다.
소환 스킬 콤보를 날리자 눈 깜짝할 사이에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 49마리가 나타났다.
짝짝.
“대단한데? 한순간에 스켈레톤 솔저들을 49마리를 소환하다니.”
페르젠은 눈빛을 반짝이며 박수를 쳤다.
그 행동에 한성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누가 보더라도 비아냥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네놈은 실수를 했어.”
“내가? 무슨 실수?”
“너무 늦게 나왔거든. 적어도 켈투림이 살아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딴 쓰레기 해골은 없어도 상관없는데?”
“흥.”
페르젠의 말에 한성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건, 페르젠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늑대족 소녀, 그리고 거대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뿐.
“이게 네놈의 오만이 부른 결과다.”
덜그럭덜그럭.
척척척!
아우------!
철컹철컹.
한성의 등 뒤로 푸른 안광을 빛내며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하고 있었다.
그 앞에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가 있었으며, 그보다 조금 더 앞에는 데스나이트 3기가 걷고 있었다.
그리고 데스나이트 3기 앞에서 라이가 길게 늑대 울음소리를 내며 걷고 있었으며, 그 양옆에 날렵하고 거대한 중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다크 메탈 골렘과 마계기사 레이몬이 걸어오고 있었다.
“제 춤을 보세요!”
마지막으로 3미터의 몸길이를 가지고 있는 라이의 등 위에서 루루가 귀여운 동물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숫자는 최소 150여 기.
거기에 한성의 앞에 도열해 있는 소드맨들까지 합한다면 소환수들의 숫자는 200기가 넘었다.
“네놈 혼자서 과연 나의 군단을 막을 수 있을까?”
켈투림의 소환수들을 상대하고도 남아 있는 한성의 전력들.
이 정도 전력이면 충분히 페르젠을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그건 이제 곧 알게 되겠지.”
페르젠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흑마력이 페르젠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궁병대! 쏴!”
페르젠이 무언가 하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 한성은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쉭! 쌔애액!
한성의 명령에 블랙 스켈레톤 아처들은 즉각 반응했다.
블랙 본 애로우들이 공기를 가르며 돔 천장을 까맣게 메웠다. 그리고 소나기처럼 페르젠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겨우 이 정도로 날 저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페르젠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페르젠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 흑마력의 장벽이 생겨났다.
푸푸푹! 티티팅!
페르젠의 앞에 생겨난 칠흑의 장벽은 블랙 본 애로우들을 막아냈다.
하지만 일부는 완전히 파고들었으며, 일부는 튕겨져 나갔다.
“나름 위력은 있군.”
자신이 만든 장벽에 화살이 전부 다 튕겨질 줄 알았던 페르젠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수십 발이 넘는 블랙 본 애로우가 막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이번에는 내 차례다.”
페르젠을 중심으로 모여들던 흑마력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크 스피어.”
페르젠은 시전어를 조용히 중얼 거리며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화르르르륵!
그러자 페르젠의 머리 위로 검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창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소 2미터가 넘는 열두 개의 흑염창들이 날개처럼 좌우로 늘어서 있었다.
스팟!
순간 흑염창들 중 하나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쏘아졌다.
그 뒤를 이어 다른 흑염창들도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슈와아아아악!
공기를 찢는 파공성을 내며 검은 화염의 창들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향해 날아왔다.
흑염창들은 3개씩 일렬로 늘어서서 4열종대로 날아왔다.
“본 실드! 본 월! 본 리터레이션!”
순간 한성의 앞에 일렬로 1미터 간격을 두고 검은 뼈 방패가 세 개 나타났다.
거기다 본 리터레이션까지 시전 했기 때문에 검은 뼈 방패가 네 개 더 생성되었다.
한성은 본 실드를 4열로 늘어 세웠다.
그 때문에 1열 당 본 실드는 2개씩 밖에 배치를 하지 못했으며, 1열은 하나밖에 배치할 수 없었다.
그 뒤에는 본 리터레이션의 효과로 만리장성처럼 상당히 두텁고 넓게 솟아오른 본월이 있었다.
콰가가각!
4열로 늘어선 일곱 개의 본 실드들이 흑염창들을 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흑염창들의 위력은 엄청났다.
첫 번째 열의 방패는 간단하게 뚫렸으며, 두 번째에서는 그나마 좀 버텼다.
마지막으로 하나밖에 없던 열은 아쉽지만 손쉽게 뚫려 버렸다.
‘하지만 아직 본월이 남아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흑염창들은 본 리터레이션의 효과로 3배 이상 두텁게 솟아오른 블랙 본 월에 당도했다.
콰콰쾅!
“큭!”
검은 뼈로 이루어진 방벽에 가해지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흑염창은 무자비하게 본월을 두들겼다.
쾅! 콰쾅!
검은 방벽 너머로 폭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하지만 최후의 방어선인 본 월을 뚫지 못했다.
“뭔 놈의 위력이…….”
모든 방어 스킬을 쏟아부어서 겨우 막아 낼 줄이야.
만약 본 실드를 먼저 시전하지 않았다면 막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이걸 막아 낸 건가?”
한편 페르젠은 사뭇 놀란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설마 자신의 흑염창들을 전부 막아 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다크 스피어는 페르젠이 나름 자신 있어 하는 공격 마법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스킬에 막힐 줄은 생각지도 않았다.
페르젠의 공격을 막아 낸 한성은 조용히 한마디 던졌다.
“덮쳐.”
덜그럭덜그럭!
한성의 명령에 모든 소환수들이 페르젠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피라미들 따위가!”
그것을 본 페르젠은 재빨리 자신의 주변에 검은 화염으로 불타오르는 작은 구체들을 소환해 냈다.
소환된 작은 구체들은 곧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쾅! 콰콰쾅!
하지만 역시 급하게 공격 마법을 시전한 탓인지 위력은 흑염창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너는 강해 보이는군. 나의 상대에 부족함이 없겠어.]
사각사각!
마계의 기사 레이몬이 가장 선두에 나서며 페르젠이 던진 검은 화염 구체를 흑마력의 장검으로 베어 버렸다.
“귀족 칭호도 없고 힘도 봉인당한 허접한 마족 놈이!”
페르젠은 눈살을 찌푸리며 레이몬을 노려봤다.
마계에서 귀족 칭호를 받은 마족은 총 72명.
최소 상급 이상 마족이며, 그중에서도 10위 안은 최상급 마족들이었다.
그에 반해 레이몬은 마계에서 자유기사 같은 존재이며, 현재는 레벨까지 낮아져 전성기 시절의 능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페르젠이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기사다!]
레이몬은 흑마력의 장검을 앞세우며 페르젠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 현재 레이몬의 능력은 하급 마족 정도는 되었다.
그 정도만 해도 같은 레벨의 방문자들이나 켈트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했다.
문제는 페르젠이 72 귀족 중 하나인 상급 마족에게 힘을 받은 마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름뿐인 칭호는 부질없는 법이지.”
페르젠은 다시 한 번 검은 화염을 일으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페르젠의 손에 검은 화염이 불타오르고 있는 장검이 하나 들려 있었다.
카앙!
이윽고 레이몬과 페르젠의 장검이 서로 충돌했다.
그러자 검과 검이 충돌했다고는 믿기지 않게도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 때문에 달려들던 다른 소환수들의 발이 일순 주춤거렸다.
“루루! 고양이 춤!”
“네!”
한성의 옆까지 온 루루는 깜찍한 고양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작은 두 손을 오므리고 고양이 흉내를 내며 좌우로 왔다 갔다 거렸다.
루루의 귀여운 고양이 춤 버프를 받은 레이몬은 힘이 용솟음쳤다.
[나는 이제 무적이다!]
“아니, 그건 아니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전신에 어마어마한 흑마력을 내뿜기 시작한 레이몬의 모습에 한성은 손을 흔들었다.
물론 루루의 버프를 받으면 강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레이몽몽! 힘내! 루루가 응원해 주는데 지면 디아나 님한테 괴롭힌다고 이를 거임.”
[우오오오오오오!]
이제 레이몬은 절대 질 수 없었다. 만약 지게 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으니까.
‘이겨도 져도 지옥 아니야?’
한성은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루루를 바라봤다.
‘그래도 우리 루루 귀엽다.’
작고 귀여운 마녀 복장을 하고 고양이 흉내를 내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루루의 모습은 귀엽기 짝이 없었다.
캉! 캉! 캉!
레이몬은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장검을 휘두르며 페르젠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이었을 뿐이었다.
“성가시군.”
푸확!
순간 페르젠이 들고 있는 장검에서 검은 화염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그 길이가 자그마치 5미터 이상.
페르젠은 검은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장검을 높이 치켜들더니 그대로 레이몬을 향해 내려쳤다.
[큭!]
어마어마한 기세로 떨어져 내려오는 페르젠의 장검을 레이몬은 재빨리 옆으로 움직이며 피했다.
콰콰콰콰콰쾅!
“소드소드!”
“파이크파이크!”
페르젠의 장검과 격돌한 지면이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상당한 규모의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그 폭발에 근처에 있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휘말려 들었다.
사방으로 터져 나간 흑마력의 충격파에 의해 수많은 부서진 돌조각들이 같이 날아 왔기에 더욱 피해가 컸다.
또한, 레이몬도 온전치 못했다.
옆으로 피하기는 했지만 터져 나온 충격파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놀이는 여기까지다.”
한 차례 광역 공격을 마친 페르젠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놈들에게 안드로말리우스님의 수정구가 가진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우우웅!
순간 제단 위에 떠 있던 거대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제물로써 영물을 바치면 안드로말리우스님의 수정구가 진정한 힘을 발동하지. 과연 네놈들이 안드로말리우스님의 힘을 막을 수 있을까!”
페르젠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소녀여. 안드로말리우스님의 제물이 되는 걸 영광으로 알아…….”
순간 페르젠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있는 제단 앞에 있어야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있긴 있었다.
제물이 있어야 할 위치에서 옆으로 좀 떨어진 곳에.
“이런 소녀를 제물로 쓴다니. 네놈은 대체 어디까지 썩어빠진 거냐?”
어느 틈엔가 한성이 제단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영물 소녀를 품에 안고 피식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