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
< 내 언데드 100만 >
제189화 절망에 빠져 있는 늑대 소녀
[나도 나도! >_<]
틴달로스는 루루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그리고 새벽 마녀 모자 위에서 루루를 따라 귀여운 동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성능은 제로, 귀여움은 두 배!
‘굿 잡.’
귀엽게 춤을 추고 있는 루루와 틴달로스를 바라보며 한성은 살며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가 조용히 되돌렸다.
라이와 레이몬이 한성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소환수들의 마스터로서 위엄을 보여야 하는 입장인 한성은 눈물을 머금고 뒤로 물러섰다.
아우, 아우우.
[마음이 정화되어 간다.]
한성이 물러나기 무섭게 라이는 루루의 뒤에서 BGM을 넣는 것처럼 울기 시작했으며, 레이몬은 팔짱을 낀 채 흐뭇한 눈초리로 루루와 틴달로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에라이, 이 망할 놈들아! 너넨 안 싸우냐?”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과 싸우지 않는다.]
“무슨 개뼈다귀 핥는 소리야. 지랄하지 말고 어서 안 가?”
[흐음. 좀 더 보고 싶었는데…….]
그르렁.
레이몬과 라이는 한성을 한 번씩 흘겨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전장으로 튀어 나갔다.
‘저 녀석들 갈수록 자꾸 개기네? 조교 좀 시켜야 하나?’
한성은 진심으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사이 켈투림의 버프를 받은 좀비 도그와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 200마리와 맞붙었다.
아직 독침충들이 3, 40마리 정도 있긴 있었지만 뼈 밖에 없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이렇다 할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수적으로도 밀리는 상황.
이미 아처들의 다크 스캐터에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상당한 피해를 받았다.
운 나쁘게 다크 스캐터의 집중포화를 맞고 사망한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맹활약을 벌였다.
어마어마한 턱 힘으로 좀비 도그들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한번 물었다 하면 절대 놓지 않았다.
이에 질세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도 전신에 차가운 냉기를 뿜었다.
그 때문에 가까이 다가간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움직임이 급격히 느려졌다.
특히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의 푸른 검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푸른 검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근접전이 특기인 스켈레톤 소드맨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파이크파이크!”
푸욱! 푹푹푹!
그나마 블랙 스켈레톤 창병들이 긴 창으로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견제했다.
여기까지 본다면 거의 호각이었다.
“노는 건 그쯤하고 이제 밀어 붙여라.”
한성은 조용한 목소리로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 간은 볼 만큼 봤다.
확실히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단독 개체로서 본다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보다 강했다.
하지만 다굴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레드레드.”
“그린그린.”
“퍼플퍼플.”
한성의 명령에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레드 파이어 소드, 그린 윈드 아처, 퍼플 포이즌 스피어 커맨더들은 각자 자신의 병과와 같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지휘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소드소드.”
가장 먼저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이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앙!
샤아아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좀비 도그들이 날카로운 입을 벌렸으며,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푸른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은 좀비 도그들의 이빨에 뼈마디가 부서지고, 푸른 검의 냉기에 꽁꽁 얼어 갔다.
“소드소드.”
“쏘덜덜쏘덜덜.”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의 냉기에 몸이 얼은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흘러나왔다.
수많은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이 쓰러져 갔지만 아직 수십 마리가 넘게 남아 있었다.
“퍼플퍼플!”
얼마 지나지 않아 퍼플 포이즌 스피어 커맨더가 창을 앞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그 명령에 블랙 스켈레톤 파이크맨들이 소드맨들의 뒤를 이어 달려들었다.
크, 크르르?
덜그럭덜그럭.
사방을 에워싸며 달려드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어마어마한 숫자에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뒤를 물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사방에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으니까.
거기다 상당한 숫자의 파이크맨들까지 달려들면서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에워쌌다.
‘끝장을 내 주마.’
수십 마리의 파이크맨들이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덮치고 있는 모습을 본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치켜들며 외쳤다.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돔 형태의 보스 룸이 진동하고, 공기가 떨리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와 함께 검은 폭연과 뼛조각들이 자욱하게 천장까지 치솟아 오르며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끝났군.’
한성의 시야에 켈투림의 소환수들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중에는 애초에 노렸던 좀비 도그 및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 외에도 애꿎은 독침충들까지 폭발에 휘말리며 전멸했다.
한성은 고개를 들고 전방을 바라봤다.
“흠. 너무 했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검은 뼛가루를 품고 치솟아 오른 검은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그 녀석이 이걸로 끝날 리 없지.’
한성은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다음 수를 생각했다.
비록 팬텀 나이트들을 제외한 켈루림의 소환수들을 전멸시키긴 했지만, 한성도 상당한 숫자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잃었다.
근접전을 펼친 블랙 스켈레톤 솔저 중 남은 건 파이크맨 50여 마리뿐.
물론 아처들은 전부 건재했다.
[변변찮은 하급 네크로맨서 주제에 꽤 하는구나.]
아니나 다를까, 검은 폭연을 헤치고 로브 속에서 붉은 눈을 빛내며 켈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 클클클.]
음산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켈투림은 다시 사신의 낫같이 생긴 지팡이를 휘둘렀다.
“하.”
한성은 눈앞에 다시 나타난 켈투림의 언데드 소환수들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켈투림을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일정 숫자 이하로 언데드 몬스터들이 줄어들면 새로운 걸 소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투명 마법이나, 어둠을 틈타서 켈투림을 직접 치는 것도 어렵다.
일단 수많은 언데드 무리들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뚫고 지나가야하는데다가, 켈투림의 곁을 비밀리에 지키고 있는 소환수도 있었으니까.
기습 공격에 호락호락 당할 정도로 켈투림은 만만치 않은 보스였다.
남은 건, 오로지 정공법뿐.
[과연 너의 소환수들이 내 소환수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음산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켈투림은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방금 전 켈투림은 스켈레톤 매지션 100마리와 팬텀 나이트 47마리를 추가로 소환했다.
그리고 프로즌 골렘 한 마리도.
스켈레톤 매지션은 마법 공격을 하기 때문에 마법 방어력이 낮은 편인 한성의 소환수들로는 큰 피해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스켈레톤 매지션은 마법 방어력이 높고, 물리 방어력은 낮았다.
물리 공격이 많은 한성의 소환수들로 충분히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팬텀 나이트다. 이전에 소환된 것과 다시 추가 소환된 것까지 합쳐 무려 50마리나 되었다.
하지만 물리 공격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는 팬텀 나이트들을 상대할 수 있는 한성의 소환수들은 한정되어 있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프로즌 골렘 한 마리.
높이만 무려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 골렘으로, 차가운 한기를 항상 내뿜고 있으며 얼음으로 된 주제에 물리 및 마법 방어력이 높아서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놈이었다.
“틴달로스!”
“네!”
한성의 외침에 틴달로스는 그림자를 넓게 펼쳤다.
그리고 이내 그림자 속에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과 다크 메탈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예비용으로 준비해 놓길 잘했네.’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 100마리에 다크 메탈 골렘 1기.
블랙 스켈레톤 아처 100마리와 파이크맨 약 50여 마리.
“이번에는 단숨에 밀어 주마.”
아직 숫자는 한성이 유리했다.
기본적은 언데드 소환수들 외에도 주력급인 라이와 레이몬을 비롯해서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도 있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깜찍하게 귀여운 루루와 틴달로스도 있었다.
“일어나, 깜둥아!”
어느 틈엔가 루루는 기동 준비에 들어가 있는 다크 메탈 골렘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다중 마력 술식 마법진 가동 중. 마나 엔진 정상. 아그니카 시스템 정상 작동 중. 다크 메탈 골렘 기동을 완료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크 메탈 골렘은 기동 준비를 끝냈다.
‘그럼.’
한성은 전방을 노려봤다.
비록 숫자는 적으나 성능이 높은 켈투림의 소환수들.
저 소환수들이 켈투림의 최고 전력일 것이다.
‘문제는 저 수정구와 소녀인데…….’
켈투림의 보스 룸에 들어왔을 때 한성은 거대한 크기의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와 제단 뒤에 쓰러져 있는 한 명의 소녀를 발견했었다.
분명 소녀는 제물로 잡혀 온 것일 터.
그리고 스왈로우가 죽으면서 구해 달라는 아이가 저 소녀일 확률이 높았다.
‘일단은 저놈들부터다.’
한성은 켈투림이 소환한 새로운 언데드 몬스터들을 노려봤다.
“전원 돌격!”
[건방진 쓰레기 언데드들 따위로 내 소환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죽음의 탑 최상층 켈투림의 보스 룸.
그곳에서 한성과 켈투림의 소환수들이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했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제 10살 정도로 보이는 하얀 늑대의 귀와 꼬리를 가진 늑대족 소녀가 눈을 떴다.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온통 하얀색인 소녀는 어딘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소녀의 하얀 눈에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북풍지대보다 더 위에 있는 평화로운 하얀 숲에서 소녀는 페르젠에게 붙잡혀왔다.
그 와중에 페르젠에게 저항한 단둘뿐인 부모가 죽었다.
소녀보다 부모들 쪽은 제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르젠은 두 마리의 토끼를 쫓기보다 한 마리라도 확실히 잡기 위해 가치가 낮은 소녀의 부모를 죽였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소녀는 페르젠에게 붙들려 모든 희망을 잃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해골 밖에 없는 리치에게 제물로 바쳐질 상황이었다.
모든 희망과 꿈을 잃은 소녀는 제물용 의식 마법진 위에 누운 채 그저 멍하니 천장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 기다리고 있어! 지금 내가 구해주러 갈 테니까!”
모든 것을 포기한 소녀의 눈앞에 희망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