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88화 (188/318)

# 188

< 내 언데드 100만 >

제188화  죽음의 탑 보스 켈투림

켈투림의 수하 언데드들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 할 수 있는 팬텀 나이트.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는 20마리가 있지만, 팬텀 나이트는 고작 세 마리뿐이다.

그만큼 팬텀 나이트들이 강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무려 물리 공격 무시니까 말이야.’

팬텀 나이트들은 그 이름 그대로 유령 기사다.

겉모습은 데스나이트와 흡사한 칠흑의 갑주를 입은 기사처럼 생겼다.

다만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형체가 흐릿했다.

그 때문에 순수 물리 공격으로는 데미지를 받지 않고 오로지 마법이나 마력을 이용한 공격에만 데미지를 입는다.

거기다 어처구니없게도 마법 방어력도 높은 편이었다.

때문에 데미지를 입히려면 마력을 이용한 직접 타격이 유효했다.

가령 예를 든다면 마나를 인챈트해서 공격한다던가, 혹은 디버프 마법을 걸어서 후려친다던가 하는.

‘저놈들은 내가 박살 내야겠군.’

한성은 팬텀 나이트 세 마리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팬텀 나이트들은 한성에겐 상성이 좋았으니까.

[자, 방문자여. 내 언데드 몬스터들 앞에서 너는 혼자 무엇을 할 수 있지?]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언데드 대군을 소환한 켈투림은 한성을 바라보며 음산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럼 잠시 기다려 줄 수 있겠나?”

[호오? 내 언데드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다니 배짱이 있군. 좋다. 미약한 발버둥이나마 치는 것을 허락하마.]

켈투림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한 시점에서 켈투림은 승리를 확신했다. 아니, 애초에 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켈투림을 토벌하려면 한성 레벨 정도 되는 방문자들이 최소 10명 이상 최대 30명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 인원이 모여야 켈투림을 토벌할 수 있을까, 말까다.

그런데 지금 한성은 혼자 보스 룸에 들어와 있었다.

켈투림이 한성을 무시해도 어쩔 수 없었다.

“얘들아. 들어와 들어와.”

한성은 아직 열려 있는 보스 룸 바깥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그러자 가장 먼저 보스 룸 입구에 마계기사 레이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 상황 파악이 끝났나?]

“응.”

레이몬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보스 이벤트가 발생했기에 한성은 상태를 살피러 먼저 들어갔다. 그 뒤 천천히 소환수들을 들어오게 할 생각이었다.

‘한 번에 소환수들을 소환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야.’

3층에 올라오기 전 한성은 죽음의 탑 1, 2층을 돌파하면서 최대한 몬스터들의 시체들에게서 언데드 몬스터들을 불러냈다.

소환수들 중 일부는 틴달로스의 뱃속에 보관시켰다.

원래는 최대한 전부 다 보관할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스터. 배 터지겠어요. 우웨에엑. ㅠㅠ]

작은 소녀의 모습으로 배를 붙잡고 쓰러지는 틴달로스의 모습에 한성은 더 이상 언데드 몬스터들을 넣지 못했다.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때 일을 떠올린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알고 봤더니 틴달로스가 한성 몰래 주워 먹은 아이템들이 문제였다.

북풍지대를 돌아다니고, 죽음의 탑을 돌파하는 사이 틴달로스가 무슨 파카처럼 이것저것 주워 먹은 게 있었다.

길가의 돌멩이부터 쓸데없는 흰템까지.

대부분 먹었다가 토해 냈지만 일부는 틴달로스가 보물처럼 가지고 있었다.

그게 쌓이고 쌓이다가 한성이 틴달로스가 보관할 수 있는 최대 한계치까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집어넣으려고 하자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다음부터는 철저하게 관리해야지.’

한성은 이번 미션이 끝나면 틴달로스를 다이어트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사이 레이몬에 이어 라이가 들어오고 루루가 들어왔으며, 틴달로스의 뱃속에 전부 넣지 못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까지 줄줄이 들어왔다.

[뭐, 뭐냐 이건?]

아무리 수많은 언데드를 다루는 켈투림이라고 해도 밖에서부터 밀려들어 오는 한성의 소환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성의 무장 상태를 보고 실력 좋은 파이터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설마 나와 같은 네크로맨서였을 줄이야.]

자신과 같은 직업이라니.

켈투림의 붉은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켈투림은 네크로맨서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리치다.

거기다 레벨도 한성이 켈투림보다 낮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한성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설마 진짜 기다릴 줄은 몰랐는데?”

어느덧 모든 소환수가 보스 룸 안으로 들어왔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부터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까지.

그 숫자는 300이 넘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지배력 수치는 그보다 훨씬 더 높았다. 한 마리당 지배력을 5 이상 소모하는 소환수들도 있었으니까.

대표적으로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와 데스나이트는 숙련도 레벨이 6이 되었을 때부터 지배력 소모가 5로 고정되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러다 허리가 나가면 어쩌려고 그러나?”

[글쎄…… 소환수가 많다고 해서 나를 이길 수 있을까? 양보단 질이지.]

“맞아. 질도 좋아야하지.”

그렇게 말한 한성은 켈투림의 언데드 소환수들을 바라봤다.

살충제를 흡입한 독침충, 광견병 걸린 좀비 도그, 뼈마디가 시린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 앞을 보지 못하는 팬텀 나이트까지.

“하나같이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한성은 자신의 소환수들과 켈투림의 소환수들을 번갈아 보며 피식 웃어 보였다.

[네 이놈! 감히 내 소환수들을 능멸하려는 게냐!]

네크로맨서들의 공통점.

그건 자신의 소환수를 굉장히 아낀다는 사실이다.

[저놈을 매우 쳐라!]

한성의 가벼운 도발에 켈투림은 붉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명령을 내렸다.

다다다다다!

그러자 가장 먼저 삼엽충처럼 생긴 독침충들이 미친 듯이 바닥을 뽈뽈거리며 달려들었다.

독침충들의 공격은 단순하다.

상대에게 다가가면 전신을 이용해 튀어 오른다.

그리고 꼬리 끝에 나와 있는 침으로 강력한 마비독을 상대에게 꽂아 넣는 것이다.

마비와 동시에 상당한 독 데미지를 입히기 때문에 여러 마리가 달려든다면 끔살 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방문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요주의를 필요로 하는 위험한 몬스터였다.

“흥. 벌레 따위.”

하지만 한성은 바닥을 넘실거리며 달려오는 독침충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몇 개 꺼내들었다.

“이거나 먹어라.”

휙휙!

한성은 독침충 무리들을 향해 꺼내든 아이템을 내던졌다.

펑펑! 화르륵!

아이템의 정체는 다름 아닌 Lv130 초열의 화염병.

흑풍도 미션에서 보상으로 받은 무려 레벨 130 레전드 보물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이었다.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답게 독침충 무리들을 향해 떨어진 초열의 화염병은 활활 불타올랐다.

순식간에 붉은 화염이 독침충들을 집어 삼켰다.

키에에에엑!

붉은 화염 속에서 독침충들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벌레 속성인 독침충들이기에 불 앞에서는 무력했다.

[건방지구나.]

그 모습을 본 켈투림이 사신의 낫처럼 생긴 지팡이를 휘둘렀다.

[아이스 윈드.]

샤아아아.

켈투림의 지팡이에서 차가운 바람이 소용돌이를 치며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화염의 기세가 움츠러들었다.

‘흠. 여기까지인가.’

켈투림이 마법 지원을 하기 시작하자 더 이상 화염병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독침충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그럼에도 아직 상당수가 남아 있었지만 말이다.

“너희들 차례다. 나가.”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과 파이어크맨에게 명령을 내렸다.

덜그럭덜그럭.

한성의 명령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 200마리가 앞으로 나섰다.

퍽! 푹! 퍽! 푹!

앞으로 나선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독침충들을 향해 검과 창을 내려쳤다.

키에엑!

일부 독침충들은 펄쩍 뛰어올라 독침을 찌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벌레 새끼라 머리가 나쁜가? 뼈한테 독침이 통할 것 같냐?”

한성은 켈투림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이놈이…….]

켈투림은 바보가 아니다.

한성이 자신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언제까지 건방지게 있을지 두고 보마.]

켈투림은 본격적으로 소환수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견병 걸린 좀비 도그들과 뼈마디가 시린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투입한 것이다.

크르릉! 컹컹!

가장 먼저 좀비 도그 서른 마리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그 뒤를 이어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달려오고 있는  상황.

“궁병대. 다크 스캐터 발사!”

그때 한성이 약 100마리 정도 되는 블랙 스켈레톤 아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슈슈슈슉!

한성의 명령에 이전부터 공격 준비를 마쳐놓고 대기 중이던 아쳐들이 블랙 애로우를 날렸다.

[어림없다! 다크 실드!]

하지만 이번에는 켈투림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대응을 한 것이다.

츠츠츠츠!

켈투림은 좀비 도그의 머리 위로 3미터 크기의 어둠의 방패들이 여러 개 소환했다.

그러나 워낙 다급하게 방어 마법을 시전했기 때문인지 좀비 도그와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 전체를 보호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

티티팅! 쌔애액!

백 발이 넘는 블랙 애로우들 대부분은 다크 실드에 막혀 떨어졌다.

하지만 다크 실드 사이사이에 비어있는 공간을 통해 블랙 애로우들의 일부가 켈투림의 소환수들에게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슈카가가각!

순식간에 블랙 애로우들이 갈라지면서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깨갱! 캥캥캥!

덜그덕 덜그덕.

블랙 애로우 한 발이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덮쳤다.

그 공격에 좀비 도그들을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던 기세가 주춤 거렸고, 다크 스캐터 일부가 관절에 박힌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비틀비틀 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 이런…….]

그 모습을 본 켈투림의 뼈마디가 부들부들 떨렸다.

별 같잖지도 않은 공격에 자신의 소환수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모습에 켈투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 이건 어떠냐!]

켈투림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다크 블레싱!]

번쩍!

순간 켈투림의 지팡이 끝에서 주변을 집어 삼키는 어둠이 터져 나왔다.

마치 깜박거리는 빛처럼 어둠이 명멸한다.

크아아아앙!

어둠의 축복을 받은 좀비 도그들은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고,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차가운 한기를 내뿌리며 무릎과 허리에 박힌 블랙 애로우를 뽑아냈다.

그리고 이내 이전과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광분하며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버프 마법이냐?”

좀비 도그들과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본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버프를 받고 안 받고의 차이가 컸다.

“이제 루루의 차례네영!”

한성의 옆에서 작은 가슴을 자랑스럽게 내밀며 루루가 앞으로 나섰다.

“부탁한다.”

“넹. 루루한테 맡기세영, 마스터.”

한성의 말에 루루는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귀여운 동물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루루!]

작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소녀 모습인 틴달로스가 루루를 향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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