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
< 내 언데드 100만 >
제187화 죽음의 탑 보스 룸
현재 상황에서 가장 베스트는 라이가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라이와 한성 정도뿐이었다.
레이몬이 강력한 소환수인 건 맞지만 스피드가 딸렸다.
아무리 공격을 한다고 해도 맞지 않으면 헛수고이지 않은가?
‘개입해야겠군.’
남은 시간 약 18초.
죽음의 탑은 1, 2층만이 아니다.
3층에 있는 켈투림을 상대할 전력을 남겨 두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3층에는 테오도르를 뒤에서 조종한 페르젠이라는 인물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되도록 전력은 온존한 채 3층으로 올라가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2층 라스트 룸에 올 때까지 레이몬과 라이를 움직이지 않았으며 한성 자신도 되도록 전투에 끼어들지 않았다.
가능한 똘마니들을 굴리면서 빠르게 1층과 2층을 돌파했다.
라스트 룸에서는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상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라이를 움직였지만 말이다.
“라이트닝 드라이브!”
마지노선이라고 정한 15초가 남았을 시점에 한성은 움직였다. 그래도 라이가 힘내 준 덕분에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는 꽤 타격을 입었다.
생명력이 반 이하로 떨어져 있었으며, 여덟 자루의 스켈레톤 블레이드도 반파되었다.
남은 건 금이 가고 날이 빠진 네 자루뿐.
‘일격에 끝낸다!’
한성은 한 줄기 빛살처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향해 다가갔다.
물론 디지즈, 디케이, 포이즌 디버프 삼종 세트 마법도 잊지 않고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에 인챈트시켰다.
크르르?
해골밖에 없는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의 붉은 눈이 번득이며 한성을 향했다.
쉬익!
비록 스켈레톤 블레이드의 절반가량이 부서졌다고 해도 기세만큼은 죽지 않았다.
스켈레톤 블레이드 두 자루가 날카롭게 공기를 찢으며 달려들고 있는 한성을 찔러 들어갔다.
카운터 공격이었다.
하지만…….
“제트 스텝!”
이번에 새롭게 구매한 근접 이동 스킬이 빛을 발했다.
일직선으로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향해 달려들던 한성의 신형이 거의 직각으로 꺾였다.
그리고 제트 자를 그리며 한성은 눈 깜짝할 사이에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의 뒤를 잡았다.
크륵?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익스플로전 스매시!”
쾅! 콰아아아아아앙!
화이트 건틀렛이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의 머리를 강타하자 폭발이 일어났다.
익스플로전 스매시는 상대에게 폭발 데미지를 입히는 근접 공격 스킬이다.
그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폭발에 의한 화염 데미지는 물리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을 합해서 배로 입힌다.
지금 한성은 레벨에 비해 근력과 지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에 어마어마한 일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 예로 지금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라이!”
크아아아앙!
지금까지 어떻게든 라이의 공격을 막으며 버티던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에게 빈틈이 생겼다.
그 틈을 노리고 라이가 공격해 들어왔다.
“트리플 스트림 어택!”
트리플 스트림 어택.
스왈로우를 흡수한 라이의 가장 강력한 공격 스킬이다.
그 정체는 분신술.
최대 두 마리까지 분신을 만든 후, 본체를 포함한 세 마리에게 각각 불, 바람, 전격 세 가지 속성을 부여한다.
그 후 세 마리의 라이가 일렬로 늘어서서 상대에게 달려들어 공격하는 것이다.
처음은 불 속성, 그다음에는 바람 속성, 마지막으로 전격 속성으로 상대를 3단 히트시키는 연속 공격 스킬!
설령 첫 번째 라이의 화염 공격을 피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이어지는 연속 추가타까지 피하거나 막기란 불가능했다.
펑! 쾅! 콰지지직!
하물며 지금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는 한성의 일격을 받고 그로기에 빠져 있었다.
라이의 공격을 막을 여력도, 피할 기력도 없었다.
‘남은 시간 약 5초!’
한성이 목표로 한 시간까지 이제 약 5초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서 쐐기를 박아야 했다.
“틴달로스!”
[넵!]
자신을 부르는 한성의 목소리에 틴달로스는 무엇을 해야 할지 느꼈다.
“소드소드(여기 어디임)?”
“퐈이크퐈이크(어, 뭐지)?”
틴달로스의 그림자 속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 두 마리가 나타났다.
한성은 재빨리 양팔을 뻗어 블랙 스켈레톤 솔저 두 마리의 목뼈를 붙잡았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의 몸속에 해골 병사 두 마리를 그대로 쑤셔 박아 넣었다.
“이걸로 끝이다!”
“쏘드쏘드?(네? 저기 마스터님?)”
“퐈이크ㅤㅃㅘㅤ이크.(아나, 우리도 해골권 좀…….)”
블랙 스켈레톤 솔져 두 마리는 공중에서 버둥거리며 한성을 바라봤다.
그들은 이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부터 한성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한성은 마지막으로 그들을 슬쩍 바라봤다.
그들은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체념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보더니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꼭 끌어안았다.
‘미안.’
“본 익스플로전!”
콰콰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블랙 스켈레톤 솔저 두 마리가 폭살했다.
그렇게 블랙 스켈레톤 솔저 두 마리를 제물로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처치하자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를 주르륵 떠올랐다.
[Lv145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처치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죽음의 탑 타임 어택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공략 시간은 9분 56초입니다. 죽음의 탑 공략 기록을 갱신하셨습니다. 공략 보상으로 Lv145 유니크 보물 상자를 받았습니다. 특별 보상으로 지배력 스텟이 10 증가합니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헐.”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1초 차이로 어떻게든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그로인해 특별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배력을 말이다.
‘설마 지배력을 보상으로 받을 줄이야.’
한성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전승 특전 효과로 지배력이 30 증가했다.
뜻밖의 기분 좋은 보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3층에 있는 켈투림과 페르젠뿐.
“얘들아. 가자.”
한성은 소환수들을 데리고 3층에 올랐다.
* * *
‘이제 곧 이군.’
3층에 올라간 한성의 눈앞에 보스 룸 입구가 나타났다.
끼이익.
한성은 거침없이 보스 룸 입구를 밀고 들어갔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당신은 월드 히든 미션을 수행 중입니다. 월드 히든 미션과 관련된 보스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과연.’
일반적으로 던전을 공략하러 가면 늘상 나오는 몬스터들과 보스를 잡으면 끝난다.
하지만 특수한 미션을 수행 중이면 변화가 생긴다.
현재 한성은 어둠의 신봉자나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조사하기 위해 월드 히든 미션을 수행 중이다.
그 때문에 일반적이라면 보스 룸에 켈투림만 있겠지만, 월드 히든 미션 때문에 켈투림 이외에 무언가가 더 있을 수 있었다.
아마도 페르젠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터.
그래서 이벤트가 발생했다고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보스 룸 안에 들어간 한성의 눈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죽음의 탑 보스였다.
[클클클. 목숨이 아까운지도 모르는 방문자가 왔군.]
어스름한 보스 룸 중앙에서 켈투림이 음침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을 걸어왔다.
‘그야 게임이니까.’
한성은 켈투림의 말에 속으로만 답했다.
어차피 방문자들, 플레이어들은 죽어도 다시 부활하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물이 필요했었는데 잘 됐군.]
“제물?”
한성은 켈투림 너머에 있는 제단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제단 위에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거대한 수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존재하지 않을 거대한 수정구.
보스 이벤트가 발동 중이라는 증거였다.
그리고 켈투림이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기도 했다.
“설마 수정구를 만들기 위해?”
[호오? 수정구에 대해 알고 있나?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 둬서는 안 되겠군.]
한성의 말에 켈투림은 사신의 낫처럼 생긴 지팡이를 휘둘렀다.
[나와라, 나의 종들이여.]
스르르르륵.
켈투림이 휘두른 사신의 낫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며 허공에 수를 놓았다.
으워어어어. 끼에에엑.
그리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검은 기운 속에서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봐도 무시무시하네.’
눈앞에서 켈투림의 부하 언데드 몬스터들이 쫙 깔리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 떠 있는 피식 웃음이 나올 것 같은 칭호와 다르게 언데드 몬스터들은 하나하나가 기괴하고 강하다.
거기다 숫자도 상당했다.
삼엽충과 비슷하게 생긴 독침충은 사람 머리통만 크기로 작은 편이었지만 슬쩍 봐도 100마리가 넘었다.
거기다 원래 독침충들은 50마리 이하가 되어야 살충제를 먹은 상태가 된다.
말이 살충제지 사실상 스팀팩에 가까웠다.
미친 듯이 발광하면서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상태가 처음부터 발동되었다.
기기기기기긱!
마치 살충제를 맞은 벌레처럼 독침충들은 수많은 다리를 미친 듯이 놀리며 제자리에서 지랄발광 탭댄스를 췄다.
징그럽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크르르르.
그다음으로 광견병 걸린 좀비 도그는 무려 30마리가 하얗게 까뒤집어진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이 뒤집혀져 있는 걸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으며, 금방이라도 한성을 향해 달려들 것처럼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샤아아.
덜그덕 덜그덕.
주변 공기를 얼리며 움직이는 푸른 해골 20마리.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부터 상대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숫자는 20마리로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속성이 문제였다.
프로즌 스켈레톤 나이트는 주변 공기에 얼음이 생길 정도로 냉기를 뿌리며 공격해 온다.
스쳐도 몸이 얼어 버릴 정도로 강력한 냉기다.
싸우면 싸울수록 몸이 둔해지며 결국 마지막에 가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스켈레톤 솔저 계열 언데드 중에서는 강력한 개체라고 할 수 있는 나이트였다.
비록 데스나이트들에 비하면 약하지만, 일반적인 스켈레톤 솔저에 비하면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거기다 강력한 냉기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몬스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놈들이 아니지.’
한성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팬텀 나이트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