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86화 (186/318)

# 186

< 내 언데드 100만 >

제186화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

죽음의 탑 최상층.

“상황은 어떤가?”

켈투림이 의식을 준비하는 장소에 페르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식은 막바지다. 하지만 제물이 없으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페르젠의 말에 켈투림은 음산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완성이 눈앞이라는 말이군.”

[그렇지. 저 소녀와 부족한 제물을 추가한다면 말이야.]

“제물은 이 정도면 되겠나?”

키이잉. 툭. 털썩.

순간 페르젠의 양 옆에 붉은색의 작은 마법진이 전개되더니 그 속에서 시체들이 쏟아져 나왔다.

[호오? 이 녀석들은?]

“북풍지대에서 어슬렁대던 놈들을 대충 잡아왔다.”

페르젠이 꺼낸 시체들은 북풍지대의 몬스터들과 켈트인들이었다. 드물기는 해도 북풍지대로 켈트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사냥을 하러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재수 없게도 페르젠의 눈에 띄어 살해당한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클클클.]

켈투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걸 완성하게 되면…….]

“밑준비 정도는 되겠지. 지금까지 만든 안드로말리우스 님의 수정구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마도구이니까.”

페르젠은 제단 위에 떠 있는 수정구를 바라봤다.

수많은 켈트인들과 몬스터들을 희생하여 만들어 낸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이걸 완성하면 그분의 계획을 앞당기는 게 가능하지.’

눈앞에 있는 수정구는 이전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실상 이전에 만든 수정구들은 시험작에 지나지 않았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이전에 만든 수정구들은 그 부작용을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조금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수정구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켈투림을 바라보며 페르젠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       *       *

죽음의 탑.

북풍지대 중심에 위치해 있는 던전이다.

1층과 2층에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그리고 꼭대기인 3층에는 보스인 켈투림이 기다리고 있다.

던전 안의 몬스터들과 보스가 주는 장비템으로 인해 네크로맨서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탑의 시작 부분.

덜그럭덜그럭.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방 안에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죽음의 탑은 굉장히 심플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일직선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가다 보면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방이 나온다.

그곳에 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때려잡으면 다음 장소로 갈 수 있는 문이 열린다.

즉, 빠르게 방 안의 모든 몬스터들을 때려잡을수록 다음 장소로 빨리 갈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때문에 죽음의 탑은 보스 방까지 얼마나 빨리 도착하는지 재는 타임 어택이 유행이었다.

‘가장 빨랐던 게 10분이었지 아마?’

마의 10분.

죽음의 탑에서 10분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10분 안에 보스 방까지 도착한 방문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뭐, 애초에 죽음의 탑을 공략하는 방문자들 숫자가 다른 인기 있는 던전에 비하면 적은 편이었지만 말이다.

“너희들의 힘을 저 허연 놈들에게 보여 줘라!”

“소드소드.”

눈앞에서 달려드는 하얀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 워리어들에게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이 달려들었다.

“까망이들아, 힘내!”

[>_<]

앞으로 나아가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뒤에서 루루는 틴달로스와 똑같은 표정으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동물 춤을 추고 있었다.

틴달로스는 작은 소녀의 모습으로 루루의 어깨 위에서 팔을 치켜들고 응원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까강! 카가각!

죽음의 탑의 스켈레톤 워리어들은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의 흑검을 막아 내지 못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일반 뼈들하고는 다르다고!”

같은 스켈레톤 몬스터들이라고 해도 뼈의 구조와 재질이 다르다.

거기다 이제 레벨 차이도 나지 않는 상황.

아니 오히려 더 높았다.

현재 한성의 레벨은 145였으니까.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의 흑검에 스켈레톤 워리어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 룸에 있던 열 마리의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전부 쓰러졌다.

그러자 한성과 반대편에 있던 문이 드르륵 소리와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다.

“뛰어라! 뼈다귀들아!”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비롯한 라이와 레이몬, 루루와 틴달로스를 데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의 10분을 깰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1층이 끝나.’

죽음의 탑에 들어온 지 이제 3분 정도 경과했다.

최소 5분 안에 1층을 통과해야 마의 10분을 깰 수 있을 터.

사실 한성이 타임 어택을 노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타임 어택 미션: 15분 안에 다른 누구보다 빨리 죽음의 탑을 돌파하라!]

당신은 죽음의 탑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죽은 자들을 빠르게 돌파하십시오.

신기록을 내면 특별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션 요구 레벨: 140~150.

제한 시간: 15분.

난이도: B랭크.

보상: 유니크 보물 상자.

특별 보상: ???

일반적으로 죽음의 탑 1층과 2층을 통과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30분 이상 걸린다.

왜냐하면 죽음의 탑에 들어오는 방문자들은 대부분 켈투림 토벌을 하기 위해 오기 때문이다.

켈투림 토벌을 하기 위한 최대 인원은 30명.

그러다 보니 적어도 열 명 이상 토벌대를 꾸려서 도전한다.

하지만 인원수가 많을 경우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시간낭비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 때문에 타임 어택 미션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토벌대로는 무리지.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꼭 쓰레기가 끼어 있기 마련이니까.’

이른바 트롤러라고 불리는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놈들 말이다. 그놈들은 트롤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 건지 평균적으로 다섯 명에 한 명꼴로 존재했다.

그래서 타임 어택 미션을 성공하려면 소수 정예이거나 솔로가 나았다.

하지만 솔로로 오면 켈투림을 잡는 건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

혼자서는 도저히 켈투림을 잡을 수 없으니까.

결국 타임 어택 미션을 성공하는 부류는 한성처럼 레벨에 비해 강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장비가 어마어마하거나, 아니면 한성처럼 히든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타임 어택 최고 기록은 9분 57초지.’

티르 나 노이에서 상위 100위권 안에 들어가 있는 랭커가 세운 기록이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9분이다!’

그렇게 큰 포부를 가지며 한성은 다음 몬스터 룸에 들어섰다.

*       *       *

크아아아아앙!

어느덧 한성은 죽음의 탑 2층 라스트 몬스터 룸까지 왔다.

‘이놈이 마의 10분을 못 깨게 만드는 범인이지.’

한성은 눈앞에서 포효를 내지르고 있는 언데드 몬스터를 노려봤다.

어깨 높이가 3미터에 몸길이만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

뼈밖에 남아 있지 않아도 라이보다 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점은 옆구리와 등에 8자루의 뼈칼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뼈칼은 일반적인 장검 크기였으며, 장검 손잡이와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 사이에는 신축성이 좋고 수 미터 이상 내 뻗을 수 있는 뼈가 접혀져 있었다.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는 바로 이 뼈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8자루의 장검을 이용해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슈킹!

지금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는 여덟 자루의 뼈칼을 펼쳐 보이며 위협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이놈만 빨리 쓰러트릴 수 있으면…….’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죽음의 탑 1층과 2층에 등장하는 언데드 몬스터들은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에 비하면 약골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힘으로 어떻게든 때려 부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는 달랐다.

덩치에 비해 기민하게 움직인다.

기가 막히게 도망 다니다가도 한 번씩 날카롭게 8자루의 블레이드를 이용해 공격해 오거나 방어도 철두철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의 탑에서 타임 어택 미션을 실패한 방문자들은 이를 갈면서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켈투림의 수문장이라고 부른다.

‘블랙 스켈레톤 애들로는 안 되겠네.’

아무리 루루의 버프를 받는다고 해도 기본 성능 차이가 너무 났다.

조금 전부터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들과 파이크맨들이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스치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역습을 받고 스켈레톤 블레이드의 먹잇감이 되고 있었다.

“라이.”

크르릉.

인간 형태 라이컨 슬로프에서 다시 완연한 늑대 모습으로 돌아간 라이.

비록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보다 덩치는 좀 작은 편이지만 트리플 퓨전을 한 라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

스팟!

순간 라이의 모습이 사라졌다.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당신의 소환수 라이가 라이트닝 스톰 드라이브를 시전했습니다.]

스왈로우와 트리플 퓨전을 하면서 라이는 새로운 속성과 스킬들이 생겨났다.

라이트닝 스톰 드라이브도 그 중 하나.

라이트닝 스톰 드라이브의 특징 중 하나는 어마어마한 이동 속도다.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이동 속도보다 더 빠르며 주변에 푸른 전격을 흩뿌린다.

그 때문에 적과 근접할 경우 지속적으로 데미지와 함께 마비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라이, 파이어 클로!”

화르륵!

한성의 외침에 라이는 네 발에 푸른 화염을 일으켰다.

날카로운 화염 발톱이 라이의 발에 깃들었다.

그때 여덟 자루의 스켈레톤 블레이드가 사방에서 라이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까강! 까가가강!

파이어 클로가 깃들어 있는 라이의 발들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스켈레톤 블레이드를 상대했다.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와 라이가 방 안을 뛰어다니며 공중에서 맞부딪칠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피드와 힘은 거의 호각.

“흰둥아, 힘내!”

[라이, 힘내라. >_<]

그리고 한성의 옆에서 루루와 틴달로스가 라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특히 루루의 응원은 실질적으로 힘이 된다.

귀여운 동물 춤을 추면서 라이에게 버프를 걸고 있었으니까.

지금 루루는 라이가 좋아하는 강아지 춤을 추고 있었다.

강아지 춤의 효과는 공격 속도 증가!

거기다 루루도 한성처럼 스킬 숙련도 레벨이 7이었다.

따라서 현재 강아지 춤의 효과는 공격 속도 35% 증가였다.

‘시간이 별로 없어.’

2층 라스트 룸까지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마구 굴렸다. 그 결과 목표 시간의 2분이 남은 시점에서 라스트 룸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제 남은 시간은 겨우 1분 남짓.

한성은 긴장된 표정으로 라이와 스켈레톤 블레이드 타이거를 노려봤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이제 20초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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