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
< 내 언데드 100만 >
제185화 트리플 퓨전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브레스가 지면을 불태우며 뻗어 나간다.
콰콰콰콰쾅!
직선상에 존재하는 하얀 눈들이 순식간에 증발하며 폭발이 일어났다.
변이한 웬디고 세 마리와 스왈로우는 한성의 유도대로 일직선상에 서면서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에 그대로 집어삼켜졌다.
초고열 마력 에너지를 직격으로 받았기에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이 정도 위력인데 무사할 리가 없지.’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이 긁고 지나간 자리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하얀 눈과 함께 지면이 폭발했기에 여기저기 크레이터 자국이 남았으니까.
[축하합니다. Lv140 변이한 블랙 웬디고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4000 골드를 지급합니다.]
[축하합니다. Lv145 변이한 다크 웬디고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4500 골드를 지급합니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상이 골드뿐인가? 하긴 이놈들은 레벨만 높았지 수정구를 쓴 것치고는 약한 것 같았으니까.”
지금까지 수정구를 쓴 녀석들은 준 보스급의 네임드 몬스터였다.
하지만 웬디고들은 아무래도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들 중에서 열화판을 사용한 듯싶었다.
일반 몬스터였을 때보다 좀 더 강한 수준인데다가 보상도 골드 지급밖에 없었다.
사실 보상에 비해 변이한 웬디고들은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몬스터들이었다.
만약 대장격인 다크 웬디고가 아니라 블랙 웬디고들을 먼저 처치했었다면 끝나지 않는 전투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다크 웬디고의 특성 중 하나가 부하들인 블랙 웬디고가 죽으면 다시 재소환하는 것이었으니까.
실제로 그 덕분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고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으로 한성은 다크 웬디고까지 동시에 처리해 버린 것이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히든 미션 ‘어둠으로 타락한 웬디고들’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45000 골드와 Lv140~145 레어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히든 미션을 하나 받았었지?’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웬디고들이 있는 지역에 도착했을 때 받은 히든 미션을 기억해냈다.
히든 미션은 심플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변이한 웬디고들을 처치하라는 미션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직 메인 디시가 남아 있지.’
거기다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 남아 있었다.
한성은 가늘게 뜬 눈으로 파이널 스트림 버스트가 지나가면서 남긴 자국을 바라봤다.
하얀 눈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생긴 새하얀 수증기가 주변을 자욱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속에 아직 죽지 않고 살아남은 스왈로우가 있으리라.
“라이. 연기 좀 치워라.”
크릉.
한성의 말에 라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스킬을 시전하며 손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휘이이잉.
잠시 후, 자욱하게 피어올랐던 수증기와 폭연이 좌우로 흩어지면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이 지나가면서 남긴 크레이터들 중 한 곳에 스왈로우가 쓰러져 있었다.
한성은 소환수들을 데리고 크레이터에 다가갔다.
“역시 아직 안 죽었군.”
[…….]
스왈로우는 한성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숨만 내쉬고 있는 상황.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을 직격으로 맞았다.
아직 죽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루루와 라이, 레이몬을 뒤로 살짝 물린 한성은 스왈로우의 앞에 섰다.
“왜 나를 배신했지?”
[이제 와서 그걸 알아서 뭐하려고?]
“궁금하니까.”
[호기심이 많군. 그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말이라도 못하면…… 쿨럭.]
한성의 말에 대답한 스왈로우는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스왈로우는 바닥에 가깝게 남은 생명력으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그분의 명령 때문이다. 북풍지대에서 너 같은 방문자들을 죽음의 탑 근처로 데리고 오라하셨지. 제물로 삼기 위해서 말이야.]
“제물? 그분이란 건 네가 말했던 페르젠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분을 만나면 도망치는 게 좋을 거야.]
스왈로우는 비웃음 소리를 흘렸다.
덕분에 입에서 피거품이 흘러나왔지만.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네가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 그럼 내가 성수를 주도록 하지.”
한성은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더니 주섬주섬하기 시작했다. 지금 스왈로우의 생명력은 바닥이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스왈로우가 살려면 생명력 회복 포션을 몸 전체에 뿌리거나 마셔야 했다.
특히 성수는 회복력이 아주 좋은 포션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그 더러운 건 옆으로 치우시지? 성수가 나한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나?]
“고통 없이 빠르게 보내 주려고 했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타락, 흑화한 스왈로우에게 성수는 독이었다.
지금 성수를 끼얹는다면 즉사할 터였다.
[재촉하지 않아도 나는 곧 죽는다. 널 제거하지 못했으니 페르젠 님이 살려 두실 리 없지.]
스왈로우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임무에 실패한 이상 페르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한성은 다시금 스왈로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페르젠은 어디에 있지?”
[죽으러 갈 생각인가?]
“그럴 리가. 그냥 한번 만나 보고 싶어서. 그놈에게는 빚이 좀 있거든.”
시작의 대륙에서 테오도르를 조종한 배후자가 페르젠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설령 페르젠이 테오도르를 조종한 배후자가 아니라고 해도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해 정보를 캐낼 수 있을 것이다.
스왈로우는 한성을 흘겨보다가 죽음의 탑을 바라봤다.
[페르젠 님은 저기에 계신다. 뒤는 알아서 해라. 그리고…….]
샤아악.
순간 스왈로우의 몸에서 하얀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애를 구해 주길…….]
“그 애? 그게 무슨…….”
스왈로우의 말에 한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하지만 이미 스왈로우의 고개는 땅에 떨어진 뒤였다.
그 직후 하얀빛이 사라지면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의해 새까맣게 변했던 스왈로우의 털이 다시 하얀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Lv150 타락한 전격의 다크 울프, 스왈로우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50000 골드와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당신을 배신한 스왈로우를 처단하면서 월드 히든 미션이 새롭게 갱신되었습니다.]
[월드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의 배후 세력을 찾아라!]
당신을 속이고 있던 푸른 전격의 화이트 울프 스왈로우는 어둠의 신봉자들을 뒤에서 조종한 배후자의 부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스왈로우의 배신에도 굴하지 않고, 이를 격파 배신자를 처단하였습니다.
어둠의 신봉자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페르젠을 찾으십시오. 그는 현재 죽음의 탑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물로 잡힌 소녀를 구출하십시오.
미션 요구 레벨: 140~150
제한 시간: 24시간.
난이도: B랭크.
보상: 15000 골도. Lv150 유니크 보물 상자. 다음 미션.
“헐.”
눈앞에 떠오른 미션을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왈로우가 사망하면서 월드 히든 미션이 갱신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왈로우로부터 정보를 얻어낸 덕분인지 죽음의 탑에 페르젠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낼 수 있었다.
‘드디어 꼬리를 잡은 건가?’
태오도르를 뒤에서 조종하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대륙 전체에 퍼트리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
이제 그놈을 붙잡을 때가 온 것이다.
‘일단 그 전에…….’
“라이.”
크르릉?
한성의 부름에 라이가 다가와 섰다.
“트리플 퓨전이다. 준비해 둬.”
한성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이미 한참 전에 프나코틱 스펠북이 성장하면서 트리플 퓨전이 가능해졌지만 한성은 기다렸다.
라이와 융합하기 좋은 속성과 소재를 가진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그 몬스터가 있었다.
‘스왈로우라면 라이를 융합하는데 부족함이 없지.’
전격과 얼음 속성을 가지고 있는 스왈로우.
융합을 시키면 분명 라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성은 프라코틱 스펠북을 펼치며 조작화면을 띄웠다.
“융합 발동. 레벨 145 라이와 레벨 145 스왈로우를 융합한다.”
한성은 프나코틱 스펠북의 트리플 퓨전을 발동시켰다.
[Lv145 파이어 스톰 라이컨 슬로프와 Lv145 푸른 전격의 화이트 울프 스왈로우를 융합합니다.]
그러자 라이와 스왈로우의 시체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하얀빛이 터져 나오며 둘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과연 무슨 몬스터가 나올까?’
같은 늑대 계열이긴 하지만 과연 어떤 융합 몬스터가 나올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융합이 되는 동안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트리플 퓨전은 일정 확률로 실패할 수 있습니다.]
‘쓰읍.’
한성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눈앞에서 융합 중인 라이를 바라봤다. 트리플 퓨전이 실패할 확률이 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실패했을 경우 패널티가 너무 컸다.
트리플 퓨전부터는 두 번 다시 융합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레벨이 올라서 융합이 가능할 때 딱 한 번밖에 찬스가 없다는 소리였다.
즈즈즈즈증.
이제 융합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잠시 후, 한성의 눈앞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트리플 퓨전을 성공하였습니다.]
“그렇지!”
융합 소환을 성공했다는 안내 메시지에 한성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Lv145 실버 울프가 융합 소환되었습니다.]
“오?”
한성은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모습의 라이를 바라봤다.
지금까지의 라이가 윤기가 흐르는 잿빛 털을 가진 2미터 남짓한 신장의 라이컨슬로프였다면, 트리플 퓨전을 한 라이의 모습은 이전과는 완연히 달라졌다.
어깨 높이만 2미터에 가깝고, 3미터가 넘는 몸길이를 가진 거대한 은빛 늑대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늑대 몬스터로 한 번 더 융합시켜서 그런가?’
한성은 신기한 눈초리로 라이를 바라봤다.
끼잉. 끼이잉.
“우왓. 자, 잠깐!”
한성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라이가 귀엽게 얼굴을 비벼 왔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거대한 늑대가 되어서 몸을 비벼 오는 라이의 행동은 한성에겐 부담스러웠다.
“와~ 마스터! 라이가 커졌어요!”
그때 뒤편에서 레이몬과 함께 서 있던 루루가 도도도거리며 달려왔다.
그리고 폴짝 뛰어오르며 라이의 등 위에 올라탔다.
“크다, 커~ 진짜 크네~”
루루는 아예 라이의 등 위에서 굴러다녔다.
‘일단 큰 거 하난 해결했고. 남은 건…….’
한성은 페르젠이 있을 거라고 추측되는 죽음의 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