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83화 (183/318)

# 183

< 내 언데드 100만 >

제183화  다크 울프

슈와아아악!

눈 깜짝할 사이에 푸른빛은 블랙 레이븐 클랜의 탱커들과 한성을 집어 삼켰다.

“큭!”

한성의 바로 눈앞에서 푸른빛이 광선처럼 스쳐 지나갔다.

거의 본능적으로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하면서 옆으로 물러난 것이다.

부츠에 마나를 인챈트한 상태였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효과시간이 끝난 데다 쿨타임 중이었다.

“크아아아악!”

한성과 달리 블랙 레이븐 클랜의 탱커 두 명은 자신들을 향한 푸른빛을 회피하지 못했다.

쏟아지는 푸른빛에 집어 삼켜진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 Lv142 탱커오빠 님이 사망했습니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 Lv143 탱커의 원딜 님이 사망했습니다.]

이윽고 한성의 시야에 블랙 레이븐 클랜의 탱커 두 명이 사망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캐릭터 이름 보소. 특히 탱커의 원딜 완전 극혐이네.’

탱커가 원거리 딜러라니.

생각만 해도 입에서 욕이 나올 거 같았다.

‘그보다…….’

한성은 푸른빛이 쏘아져온 장소를 바라봤다.

조금 전 공격은 명백히 한성을 노리고 날아온 공격이었다.

감히 자신을 노리다니.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어떤 놈이 스틸질이야!”

한성은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눈앞에서 탱커 두 명의 막타를 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그것도 변이한 웬디고들에게서 직접 구해 내고, 전설의 육죽창으로 한 번씩 찌르기만 해도 되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제치고 막타를 빼앗다니!

[그걸 피한 건가?]

그리고 한성의 눈앞에 검은 먹구름이 끼인 하늘 위에서 시리도록 차가워 보이는 하얀 서리 늑대 한 마리가 눈처럼 떨어져 내려왔다.

“스왈로우?”

놀랍게도 한성의 눈앞에 나타난 하얀 늑대는 스왈로우였다.

[뭐, 상관없지. 목적은 이루었으니까.]

스왈로우는 한성을 바라보며 하얀 이를 드러내보였다.

그와 동시에 스왈로우의 주변에서 고드름 같은 얼음창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가늘게 눈을 떴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보면 모르겠나?]

스왈로우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변이한 웬디고 두 마리가 좌우에서 한성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으며, 블랙 웬디고는 스왈로우의 옆에 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변이한 블랙 웬디고가 사타구니의 수북한 털 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스왈로우에게 내밀었다.

꾸엉.

[지금 그 귀중한 걸 어디서 꺼내는 거얏!]

스왈로우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격분한 표정을 지으며 단단한 얼음구체를 만들어 블랙 웬디고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까앙!

꾸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블랙 웬디고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나뒹굴었다.

얼음구체는 산산조각이 났다.

[하여간 이래서 더러운 원숭이들은 쓸모가 없다니까.]

스왈로우는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닥에서 움찔거리는 블랙 웬디고를 내려 봤다.

그사이 한성은 블랙 웬디고가 꺼낸 물체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지금까지 본 수정구들 중에서 크기가 좀 더 크긴 했지만 틀림없었다.

저 정도 크기의 수정구가 어떻게 블랙 웬디고의 그곳에 감춰둘 수 있었는지는 미스터리지만 말이다.

“그거 냄새 좀 나겠다?”

[크으윽.]

한성의 말에 스왈로우는 신음소리를 나직하게 울었다.

한성의 말대로 냄새가 좀 나나 보다.

스왈로우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주변의 하얀 눈으로 벅벅 닦기 시작했다.

[더러운 고릴라 자식. 하필 꺼내도 그런 더러운 곳에서 꺼내다니.]

그렇게 한동안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깨끗하게 닦은 스왈로우는 고개를 쳐들었다.

[……?]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변이한 웬디고 두 마리를 상대하고 있어야 할 한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변이한 웬디고 두 마리는 어느 틈에 나타난 라이와 레이몬을 상대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낀 스왈로우는 입을 크게 벌렸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발동시키기 위함이었다.

날카로운 이빨로 수정구를 깨물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가리 다물어라.”

[……!]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온 나직한 목소리에 스왈로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콰앙!

[캐앵!]

아래턱에서 치고 올라오는 강렬한 일격에 스왈로우는 비명을 지르며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재빠르게 수정구를 향해 앞발을 휘두른 것이다.

푸른 냉기를 감싼 상태로.

까앙! 쩌저적!

사람 머리 크기만 한 수정구가 세 조각이 나면서 깨졌다.

조각난 수정구 속에서 검은 연기처럼 보이는 흑마력이 활짝 펼쳐지면서 스왈로우를 감쌌다.

“큭.”

흑마력이 거칠게 소용돌이치듯 스왈로우를 감싸는 덕분에 한성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고. Lv145 푸른 전격의 화이트 울프, 스왈로우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사용했습니다. 스왈로우가 어둠으로 타락합니다.]

안내 메시지를 확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용돌이치던 흑마력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 속에서 스왈로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직! 파지직!

[크르르르르.]

전체적으로 스왈로우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점은 하얀 털이 새까맣게 되었을 뿐이었다.

“하여간 진짜 개나 소나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가지고 있다니까.”

어둠으로 타락한 스왈로우의 모습에 한성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스왈로우는 흑화하기 전과 비교해 레벨이 5나 더 오르고 특히나 전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마력의 질이 상승했다.

그 때문에 스왈로우의 주변에는 푸른 스파크가 쉴 새 없이 터지고 있었다.

“뭐, 좋아. 어둠의 신봉자 놈들과 어떤 관계인지 탈탈 털어 주마.”

스왈로우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사용했다는 말은 어떤 식으로든 어둠의 신봉자들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분명 그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정보가 있을 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얀 순결의 늑대에서 칠흑의 늑대로 변한 스왈로우는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런 스왈로우에게 한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닥쳐, 개새끼야. 감히 개새끼 주제에 나를 배신해? 네놈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털어놓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이 개놈의 자식아.”

[감히 하찮은 원숭이가!]

한성의 도발에 스왈로우는 붉은 눈에서 살기를 흘리며 마력을 방출했다.

파지지직!

두 가닥의 푸른 스파크가 섬뜩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한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네놈에 대해서는 이미 전부 파악을 해 두었다고!]

스왈로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스왈로우가 한성과 함께한 이유는 전력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스왈로우가 경계하고 있는 전력은 마계기사 레이몬과 늑대인간 라이였다.

그 둘만 아니라면 충분히 한성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스왈로우가 본 한성은 본 계열 마법을 좀 쓰고 스켈레톤 솔져들을 끌고 다니는 그저 그런 네크로맨서였으니 말이다.

‘레이몬과 라이만 조심하면 되지.’

사실 한성의 본 계열 마법도 위협적이긴 했다.

스왈로우가 폭주 중이었을 때 한성이 본 스피어와 본 익스플로전으로 제압을 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스왈로우가 전력을 내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거기다 지금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한층 더 강화가 된 상태.

지금 상태라면 한성이 아니라 레이몬과 라이까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랄한다. 어차피 나도 네놈 안 믿고 있던 건 마찬가지거든?”

하지만 한성도 스왈로우를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자신의 바로 앞 공간에 본 실드 두 개를 생성하며 스왈로우의 스파크를 가뿐하게 막아냈다.

슈왁! 콰지지직!

푸른 스파크는 본 실드를 뚫지 못하고 이내 공기 중으로 사그라졌다.

[뭐라고?]

“이야기가 너무 잘 풀린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북풍지대에 오자마자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해 알고 있는 존재를 만나다니. 너무 쉽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럼 설마 처음부터?]

“당연하지.”

당황한 듯 붉어진 눈을 흔들며 반문하는 스왈로우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전히 의심을 하고 있는 스왈로우에게 한성은 쇄기를 박았다.

“네놈의 생각 따위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사실은 푸른빛을 봤을 때부터지만.’

스왈로우의 배신을 눈치챈 건 차가운 한기가 흘러나오는 푸른빛을 봤을 때부터였지만.

[그, 그런 바보 같은!]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스왈로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한성을 노려봤다.

사실 한성도 처음 스왈로우를 만났을 때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조금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스왈로우는 북풍지대를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어째서 스왈로우는 어둠의 신봉자들이나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그리고 페르젠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그에 대한 이유에 대해 스왈로우가 설명하긴 했지만 한성은 여전히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보험을 들었다.

자신이 가진 전력을 전부 보여 주지 않은 것이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도 이번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 놈들과 싸울 때 처음으로 소환했고, 거기에 아직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와 드래곤, 다크 메탈 골렘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실 한성은 스왈로우가 배신을 한다고 해도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에 따른 대비를 해두고 있었으니까.

단지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쁠 뿐.

[뭐, 됐어.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지. 어찌되었든 내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네놈을 이곳까지 데려오는 게 나의 목적이었으니.]

“응? 어차피 나 여기 올 생각이었는데?”

[…….]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한성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스왈로우의 가슴을 후벼팠다.

스왈로우는 더 이상 한성과 대화를 해봐야 무의미함을 느꼈다. 자신의 멘탈은 소중하니까.

[에잇, 닥쳐라! 전기통구이로 만든 뒤 얼려 주마!]

파츠츠츠!

스왈로우는 전신에 전격을 방출하며 한성을 노려봤다.

이곳까지 유인해서 한성을 쓰러트리기만 하면 모든 일이 끝난다. 만사형통인 것이다.

[네놈도 제물로 삼아 주마!]

“꿈도 크네. 개새끼 따위에게 내가 질 것 같냐!”

[난 자랑스러운 하얀 서리 부족의 늑대다! 개가 아니라고!]

“지금 네 모습 어디가 자랑스러운 하얀 늑대야. 속처럼 겉도 시커먼 망할 똥개지!”

[이, 이놈이!]

한성의 도발에 스왈로우는 다시 한 번 차가운 한기가 흘러나오는 푸른 스파크를 방출했다.

[죽어라! 프로즌 체인 라이트닝!]

파지지직!

푸른 스파크가 지그재그를 그리며 한성을 향해 쇄도해 나갔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한차례 피식 웃으며 외쳤다.

“나와라!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마법 발동을 위한 음성 인식 명령 외친 한성은 자신과 프로즌 체인 라이트닝 사이에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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