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
< 내 언데드 100만 >
제181화 블랙 스켈레톤 솔저
“닥쳐! 미친놈아!”
“블랙 레이븐 클랜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네놈에게 가르쳐주마!”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한성의 말에 분개하며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얼어 죽을 놈들이.”
자신이 해야 할 소리를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 하고 있는 꼴이라니.
한성을 먼저 배신하고 뒤통수를 친 것도, 프로즌 타운에서 켈투림 토벌 미션을 하려는 걸 못하게 하려 한 것도 전부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었다.
가장 먼저 건드린 쪽은 어디까지나 블랙 레이븐 클랜이었다.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죽여 주마!”
“아이스 랜서!”
“차징 애로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클랜원들이 한성을 향해 마법과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쌔애애액!
차가운 한기를 내뿜은 길이 3미터의 얼음 창과 강력한 위력이 담긴 강철 화살 3연발이 한성을 향해 쇄도해 왔다.
“어리석은 놈들.”
하지만 한성은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며 손가락을 딱 튕기며 소리쳤다.
“레이모오온!”
한성의 외침에 눈앞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칠흑의 갑주로 무장한 데스나이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아앙!
[크아아아악!]
마계의 기사 레이몬은 소환되자마자 바로 아이스 랜서와 강철 화살 3연발을 얻어맞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레이몬은 고개를 홱 돌리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계약자여.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내가 그대에게 잘못한 게 있나?]
“나한테 부모님 패드립 친 적 있었잖아.”
[큭!]
한성의 말에 레이몬은 짧은 신음을 터트리며 할 말을 잃었다.
[뒤끝이 길구나, 계약자여.]
레이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성에게 부모님 드립을 친 건 처음 만났을 때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레이몬은 한성으로부터 참교육을 받았다.
그 후로 한성의 뜻을 거스른 적은 없었다.
적어도 레이몬이 생각하기에는.
“그리고 내가 여기 조금 전에 말했었지? 방어 준비 단단히 하고 나오라고.”
[그랬지.]
레이몬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방패를 바라봤다.
직경이 1미터가 넘는 원형 방패다.
방금 전 레이몬은 원형 방패로 자신을 향해 날아든 클랜원들의 공격을 막았었다.
레이몬이 들고 있는 원형 방패는 다름 아닌 20%의 반사 데미지를 가지고 있는 은월의 방패였다.
한성은 처음에는 라이에게 착용시켜볼까 생각했었지만, 아무래도 라이보다 레이몬이 착용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포지션으로 볼 때 원래 레이몬은 탱커나 근딜이라기보다 탱딜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제 한손 방패가 생겼다.
한손 검, 한손 방패를 장비하는 나이트처럼 탱커에 더 가까워진 것이다.
하지만 은월의 방패는 근접 공격만 반사하기 때문에 정작 방금 전 원거리 공격을 한 클랜원들에게 반사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알았으면 빨리 저놈들 처리해.”
한성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하며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을 노려봤다.
그러자 레이몬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향했다.
[네놈들이냐?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날 공격한 부모님 안 계시는 불쌍한 새대가리들이.]
레이몬의 말에 방금 전 원거리 공격을 한 검은 까마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입이 비틀어져도 말은 똑바로 하랬다. 우리가 공격하는데 네놈이 끼어든 거지.”
“소환수 주제에 건방지게 입을 놀리네.”
[네놈들은 가정교육을 디지털 월드로 받았느냐? 예의가 없구나.]
“뭐?”
“아니, 저게 진짜 쳐 돌았나?”
어김없이 시작된 레이몬의 패드립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다른 건 몰라도 부모님 드립은 용서할 수 없다!”
분기탱천한 클랜원들은 레이몬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멍청한 놈들.’
한성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예측한대로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레이몬의 패드립 한 방에 클랜원들의 어그로가 제대로 끌렸다.
그 덕분에 한성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틴달로스!”
[네! >_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이모티콘과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작은 소녀 모습의 틴달로스가 퐁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한성의 그림자가 하얀 눈밭 위로 넓게 퍼졌다.
스스슥.
얼마 후 넓게 퍼진 그림자 속에서 해골 병사들이 푸른 안광을 빛내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사이 레이몬은 근접 직업을 가진 블랙 레이븐 클랜원 3명과 한바탕 붙고 있었다.
까아아앙!
레이몬은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양손 대검을 요령 좋게 막아 냈다.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너는 나보다 약하군. 너처럼 쓸모없는 방문자를 낳은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싶구나.]
“아, 이런 내 동생 병신 새끼야!”
레이몬의 말에 양손 대검을 무기로 쓰는 탱커형 버서커 계열 직업을 가진 레이드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버서커 뒤에서 열심히 원거리 공격을 날리던 마법사 계열 직업을 가진 레너드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 씨. 형. 왜 날 욕해?”
“아니 병신아. 너 말고 저놈 말이야.”
등 뒤에서 소리치는 레너드의 말에 레이드는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대꾸했다.
그들은 현실 형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형인 레이드가 동생인 레너드를 욕했다. 그 때문에 레너드는 레이드에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것이다.
하긴, 그럴 수밖에.
지금 레이몬의 닉네임은 내 동생이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에게 최대한 정체를 숨기기 위해 한성이 가짜 닉네임을 레이몬에게 지어 준 것이다.
원래 기본적으로 소환수는 다른 방문자들이나 켈트인들에게 레벨과 이름이 보여진다.
하지만 한성이 레이몬에게 닉네임을 지어 주었기 때문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레이몬의 레벨과 이름이 아니라 닉네임을 보게 되었다.
애초에 닉네임은 이름을 대신 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리고 루루는 이번 전투에서 빠졌다.
모험가 길드에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에게 보여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한성이야 눈 가면을 쓰고 망토를 입어서 정체를 숨긴다고 해도, 루루는 힘들었다.
모험가 길드에서 루루의 얼굴을 최대한 가리긴 했었지만, 작은 체구까지 속일 수 없었다.
만약 한성과 루루가 같이 나타난다면 의심받을 수 있었다.
‘아. 루루가 춤추는 걸 볼 수 없다니…….’
루루의 버프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보다 귀여운 동물 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아쉬웠다.
“아, 썅. 무슨 닉네임이 저 따위야?”
“내 동생 병신이…….”
“하.”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레이몬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닉네임을 읊다가 말았다.
마치 자기 동생을 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슈슈슈슈슉!
그때 레이몬의 머리 위를 넘어 검은 비가 클랜원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뭐, 뭐야 저거?”
“어, 어느 틈에?”
레이몬을 상대하던 7명의 클랜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방어 마법을 시전하거나, 무기를 들고 막아 내려 했다.
까가강! 푸푸푹!
“크아아악!”
방어 마법을 시전한 법사들은 공격을 막아 냈지만, 근접 무기를 들어 막으려고 했던 클랜원들은 속절없이 당했다.
“이, 이건 대체……?”
최전방에서 탱커 역할을 하는 레이드는 멍한 표정을 전방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레이몬의 너머에서 검은 무언가가 진형을 갖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저건 또 뭐야?”
넋이 나간 표정으로 레이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빛이 번쩍이는 검은색 갑주를 멋들어지게 차려 입은 스켈레톤 아처들이 도열해 있었던 것이다.
‘대박이다.’
한성은 소환수들 뒤에서 턱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쿠로네코의 흑골을 베이스로 한 해골 병사들을 소환했다.
해골 병사, 아니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이전과 상당히 달라졌다.
이전에 해골 병사들은 하얀 해골로 이루어진 몸에 하얀 뼈로 이루어진 무기와 갑주로 무장했으나 나사 빠진 듯 맹해 보이는 인상이 어딘가 약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겉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어딘가 모르게 허약해 보였던 하얀 골격이, 지금은 단단해 보이는 흑골로 바뀌어졌으며 실제로 이전보다 뼈가 두터워져 있었다.
거기다 무장도 칠흑색의 무기와 갑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역시 데스나이트와 비교할 수는 없지.’
얼핏 보면 시꺼먼 것이 데스나이트와 비슷해 보였지만, 성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는 병사 계급이었고, 데스나이트는 기사 계급이었으니까.
그래도 물량적으로 본다면 압도적으로 블랙 스켈레톤 솔저 쪽이 유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해골 병사들의 명칭도 변화했다.
검병은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 궁병은 아처, 창병은 파이크맨으로 말이다.
앞에 ‘블랙’이 붙은 정도밖에 안 되지만, 이전에 비하면 상당히 강해졌다.
‘루루의 버프가 없는데도 꽤 하네.’
소드맨과 파이크맨은 블랙 레이븐 클랜의 탱커 및 탱딜들과 맞붙고 있었으며, 그 너머에 있는 각각의 진영에서 원거리 공격이 오가고 있었다.
“크윽!”
“뭐가 이렇게 많아?”
“이런 빌어먹을!”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대항했다.
하지만 전황은 압도적으로 한성이 유리하고도 남았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가 100마리가 넘었으니까.
“궁수대 장전.”
처처척.
한성의 명령에 블랙 오십 기의 블랙 스켈레톤 아처들이 칠흑의 화살을 장전했다.
“다크 스캐터 발사.”
피피핑!
한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블랙 스켈레톤 아처들의 활에서 발사된 블랙 애로우들이 하얀 하늘 위에 검은색 선을 그리며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쏟아졌다.
“마, 막아!”
“프리스트들도 방어 마법 걸어!”
“이번엔 우리도 보호해!”
하얀 하늘 위를 검은색으로 가득 물들이며 쏟아지는 블랙 애로우들의 모습에 클랜원들은 재빨리 대응했다.
원거리에서 공격 지원을 하고 있던 마법사와 회복을 담당하고 있던 두 명의 프리스트들이 방어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클랜원 일곱 명 앞에 방어 마법이 펼쳐졌다.
프리스트들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배리어를 마법사들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방패를 소환했다.
“이거라면!”
“화살 따위에게 방어 마법이 부서질 것 같으냐!”
방어 마법이 자신들을 보호해 준다는 사실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허세를 부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감에 몸이 떨려 왔으니까.
그만큼 50기의 블랙 스켈레톤 아처들이 일사불란하게 화살을 날리는 모습은 굉장한 압박감이 되어 클랜원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들도 바보가 아니다.
상황이 불리한 건 명백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일단 물러나는 게 상책이었다.
‘전략적 후퇴라는 건 바로 이럴 때 말하는 거지.’
그나마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중에서 레벨이 높은 레이드가 타이밍을 쟀다.
눈앞에서 쏟아지고 있는 화살들이 전부 떨어졌을 때 행동을 개시할 생각이었다.
쌔애액.
긴장한 채 날아오는 화살을 지켜보는 클랜원들의 눈에는 화살들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블랙 애로우들이 방어 마법에 적중하는 순간.
슈와아아아악!
블랙 애로우들이 폭발하듯 파편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다크 스캐터는 갈래 화살 종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