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80화 (180/318)

# 180

< 내 언데드 100만 >

제180화  변이 몬스터

북풍지대 중심인 죽음의 탑 근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평야에서 슈발츠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슈발츠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어느덧 반수에 가까운 클랜원들이 쓰러졌다.

그것도 140레벨대인 녀석들이 말이다.

‘저런 게 있다는 건 들어본 적 없다고!’

슈발츠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눈보라 너머에서 붉은빛을 번득이고 있는 몬스터를 노려봤다.

죽음의 탑 근처에 도착하자 가디언이 기다리고 있었다.

켈투림의 부하이자 죽음의 탑을 지키는 가디언.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가디언 몬스터인 웬디고의 상태가 이상했다.

‘변이 몬스터라니!’

본래 켈투림의 정예 부하들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는 웬디고는 2미터의 키를 가진 설인처럼 생겼다.

얼굴은 물론 몸 전체에 하얗고 긴 털들이 나 있는 게 특징인 웬디고는, 무기인 긴 손톱이 위협적이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변이한 웬디고는 달랐다.

본래 하얀색이어야 할 웬디고의 털은 검은색으로 바뀌어져 있었으며, 20cm나 되는 위협적인 긴 손톱에서는 검붉은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검붉은 손톱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죽음의 탑을 지키는 가디언인 웬디고는 기본적으로 세 마리였다.

세 마리 모두 변이된 결과, 예상외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제 한 마리 남았다! 저놈만 쓰러트리면 끝나!”

슈발츠는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원래라면 경미한 피해로 세 마리의 웬디고들을 잡아야 정상이지만 벌써 인원의 절반을 잃었다.

그만큼 변이한 웬디고들이 상당히 강해져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래도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슈발츠의 지휘 아래 블랙 웬디고들을 상대로 두 마리를 처치했다.

하지만 문제는 마지막으로 남은 놈이었다.

다른 블랙 웬디고보다 레벨이 5가 더 높고 덩치도 1미티나 더 컸다. 세 마리의 웬디고들 중에서도 대장 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름에 블랙이 아니라 다크가 붙어 있는 것일 터.

크워어어어어어어!

그때 다크 웬디고가 어마어마한 괴성을 내질렀다.

“크윽.”

주변을 하얗게 뒤덮는 눈보라 속에서 다크 웬디고가 내지르는 괴성을 들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공포 상태에 빠졌다.

불쑥불쑥.

“헛?”

순간 슈발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붉은 눈을 빛내며 사자후와 같은 괴성을 지르고 있는 다크 웬디고 뒤에서 지면 위에 쌓인 하얀 눈밭 속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기 때문이다.

“서, 설마?”

“아니아니, 이건 말도 안 되지!”

“미친, 실화냐?”

다크 웬디고의 등 뒤에서 등장한 물체의 정체를 확인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절반이나 희생하면서 겨우겨우 잡은 블랙 웬디고 두 마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 썅!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걸 공략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슈발츠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대로 가면 전멸은 불을 보듯 뻔했다.

분명 변이 웬디고들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것일 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변이 웬디고들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변이 웬디고들이 나타난 것일까?

‘설마 요즘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괴담은 아니겠지?’

슈발츠는 불안한 눈으로 변이한 웬디고들을 바라봤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 기이한 몬스터들이나 현상들이 목격되고 있었다.

그래픽이 깨진 것처럼 공간이 뒤틀리는 일이 있다고도 하고, 오딘 사에서 제작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몬스터들이 나온다는 괴소문이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관심종자들의 낚시글이었다.

소문들 중에서 진짜 이해할 수 없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였다.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오딘 사에서 빠르게 수복했다.

“어이, 슈발츠 저거 설마 아니겠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한 동료들 중 일부가 변이한 웬디고들을 경계하며 슈발츠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말을 걸었다.

슬슬 눈치를 채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축하합니다. 이 지역에 있는 16명의 방문자들에게 히든 미션이 발동합니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미션!”

“어쩐지!”

“그럼 그렇지. 인터넷 괴소문은 아니었구나.”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

히든 미션이라는 소리는 클리어만 한다면 최소 보상이 유니크 이상이었으니까.

‘운이 좋으면 레전드도 가능하지!’

슈발츠는 자신의 애병인 블랙 랜스를 고쳐 잡았다.

초반에 변이한 웬디고들에게 큰 피해를 입은 건 생각지도 못한 몬스터를 보고 당황하는 사이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변화된 몬스터에 대한 공략법도 없던 상황.

새롭게 추가된 던전이나 몬스터를 공략하려면 당연히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슈발츠를 비롯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공략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절반의 숫자를 잃는 동안 블랙 웬디고의 공략 방법은 대충이나마 알아냈다.

보통의 웬디고보다 강하긴 하지만 그뿐이었다.

슈발츠를 비롯한 열다섯 명이 연계해서 상대한다면 처음보다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모두 힘내라! 클리어만 하면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슈발츠는 변이한 웬디고들을 상대로 전투를 시작한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틈을 봐서 전투에 끼어들기 위해 웬디고들과 동료들을 예의 주시하며 바라봤다.

‘어?’

동료들을 확인하던 슈발츠는 멈칫했다.

‘열여섯……?’

슈발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동료들을 봤을 때 확인한 숫자는 열네 명이었다.

자신까지 포함해도 열다섯 명이다.

그런데 미션 안내 메시지에서는 열여섯 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푸욱!

“크헉!”

순간 슈발츠는 갑자기 피를 토하며 신음을 터트렸다.

여섯 개의 창날이 난데없이 슈발츠의 가슴을 뚫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이게 무슨?”

슈발츠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바라본 후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하얀 눈이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쌓여 가고 있는 모습을.

“투, 투망?”

투명 마법 망토.

착용자의 모습을 숨겨 주는 장비다.

하지만 사용시간이 30초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짧으며 공격 행위를 하는 순간 투명 마법의 효과가 풀린다.

스르륵.

하얀 눈보라 속에서 얼굴에 눈 가면을 쓰고 있는 존재가 슈발츠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너, 넌 대체…….”

얼굴에는 은빛 눈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망토로 몸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슈발츠는 자신을 공격한 존재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슈발츠의 앞에 나타난 청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가 할 말은 하나뿐이다.”

“무슨 개소리를…….”

푹푹푹푹푹푹!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치려고 하는 슈발츠의 모습에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을 찌르기 시작했다.

“끄헉! 컥! 께륵!”

그러자 슈발츠는 괴상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 그렇게 넌 그냥 비명만 지르면 돼.”

퍼버버버버버벅!

만인에게, 아니 신, 마왕, 커플, 드래곤, 흑마를 탄 미친놈이든 뭐든 모든 존재에게 평등한 전설의 육죽창이 슈발츠를 엉망진창으로 유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발츠는 전설의 육죽창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성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크악! 으헉! 크흐으으윽!”

슈발츠는 얼굴에 일단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입에서는 비명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요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겨, 겨우 이 정도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슈발츠는 한성을 바라보며 도발을 해왔다.

이렇게 공격해 봤자 자신을 죽일 수 없다는 듯이.

하지만 한성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그 순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올라왔다.

[크리티컬이 터졌습니다. Lv198 흑마탄환자 님에게 3배의 데미지를 입힙니다. 흑마탄환자 님이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Lv198 흑마탄환자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변이한 웬디고들을 상대하느라 슈발츠는 100%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거기에 방어 무시 데미지를 입히는 전설의 육죽창이 3배 크리티컬 데미지까지 입히자 슈발츠는 요상한 비명만 지르다 사망해 버렸다.

“그럼.”

한성은 슈발츠의 시체를 내던지며 눈앞을 바라봤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슈발츠의 동료들은 멍한 눈으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야, 이 새끼야!”

“뭐, 뭐야? 저 자식이 미쳤나?”

“감히 우리 블랙 레이븐 클랜을 건드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한성을 향해 욕을 내뱉으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매우 잘못된 선택이었다.

크허어어어어엉!

“야, 이 병신들아! 웬디고부터 잡아야지!”

“지금 뒤로 빠지면 우린 어떡하라는 거야?”

“상황 판단 안 되냐?”

최전방에서 변이한 웬디고들을 상대로 몸빵을 하고 있던 탱커 직업을 가진 클랜원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열다섯 명이 합심해서 차륜전을 펼치며 웬디고들을 상대해야 될 판에 무려 절반이나 인원이 빠져 나갔다.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닥쳐, 병신아!”

“지금 여유롭게 몬스터나 잡고 있을 상황이냐?”

“상황 판단은 네가 못하는 거고. 방금 흑마 탄 미친놈이 뒤치기 당해서 죽는 거 못 봤냐?”

“거긴 너희들한테 맡길 테니까, 여긴 우리한테 맡겨.”

하지만 웬 정체도 알 수 없는 놈한테 슈발츠가 끔살 당하는 장면을 본 일곱 명의 클랜원들은 다른 동료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성을 노렸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야.”

자신을 향해 멋모르고 달려오는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의 판단은 옳았다.

만약 자신을 무시하고 웬디고들과 싸우려고 한다면 뒷치기를 하면서 괴롭혀 줄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이지.”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지면을 향해 내리꽂으며 소리쳤다.

“그라운드 임팩트!”

콰아아아앙!

순간 지면을 타고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한성을 향해 달려오던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덮쳤다.

“우, 우왁!”

“이런 망할!”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근접 직업을 가진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하얀 눈이 쌓여 있는 지면을 향해 철푸덕 엎어졌다.

반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클랜원들은 뒤편에 있었기 때문에 그라운드 임팩트의 효과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한성의 말처럼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죽창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지.”

하얀 눈이 내리는 평원 위에서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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