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76화 (176/318)

# 176

< 내 언데드 100만 >

제176화  프로즌 타운

‘이 오빠 잡아야 돼!’

키리키리는 한성이 큰손이라는 걸 직감했다.

장비 파괴녀라고 불리는 그녀는 슬슬 생계가 위험한 지경에 다다라 있었다.

그 오명을 벗고 강화사의 능력을 보여 주지 않으면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지금 봉, 아니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방문자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뭐라고?”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키리키리를 바라봤다.

10강까지 100% 강화를 시킬 수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그럼 지금까지 내가 날린 장비는?’

전승하기 전 키리키리에서 날아간 무기들을 떠올리며 한성은 무서운 눈으로 키리키리를 노려봤다.

“냐!”

그러자 키리키리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주춤 물러섰다.

고양이족인 그녀는 한성이 내뿜은 살기를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확실하게 10강을 할 수 있으면서 장비를 날려 먹었다고?”

“그, 그게 조건이 있어요!”

“조건?”

“네. 10강을 확실히 하려면 스타더스트 말고 다른 재료 아이템이 필요해요!”

“그게 뭔데?”

“오리하르콘. 그것만 있으면 제 실력으로 반드시 10강까지 만들 수 있어요!”

‘사실은 못 만들지만.’

키리키리는 속으로 혀를 낼름거렸다.

10강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은 뻥이었다.

조금 전에는 어떻게든 한성을 붙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오리하르콘이 있으면 10강까지 강화시킬 수 있다고?”

“네. 오리하르콘 100g이 있으면 10강까지 만들 수 있어요!”

‘오리하르콘은 전설의 금속. 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냐.’

오리하르콘을 구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리하르콘을 구할 수 있는 광산은 대부분 고레벨 지역에 존재한다.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활동하는 방문자들로서는 구할 수 없었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레전드 보물 상자에서 뽑는 일인데 그렇게 구할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일단 레전드 보물 상자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우니까.

그야말로 극악의 확률.

참고로 오리하르콘 1개에 100g이다.

“그 전에 다른 장비들을 강화시켜 보는 게 어떠세요? 다음은 좀 깎아 드릴게요.”

키리키리는 한성을 향해 고양이족 특유의 귀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리하르콘 운운하는 것은 한성을 붙잡아 두기 위한 미끼.

키리키리의 목적은 한성이 다른 장비들을 강화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툭.

한성은 키리키리 앞에 작은 광석 하나를 내던졌다.

“그럼 만들어.”

“네?”

갑작스러운 한성의 행동에 키리키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말했잖아. 오리하르콘이 있으면 10강까지 만들 수 있다고.”

“설마?”

키리키리는 놀란 표정으로 눈앞에 던져진 광석을 확인해봤다.

“오, 오리하르콘!”

광석의 정체를 확인한 키리키리는 눈을 부릅떴다.

설마 눈앞에 100레벨 초반대로 보이는 방문자가 전설의 금속 오리하르콘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놀라운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전설의 육죽창까지 꺼내들었다.

“그걸 사용해서 이걸 10강까지 만들어 봐라.”

“냐, 냐앗?”

육죽창의 정보를 확인한 키리키리는 자기도 모르게 고양이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도 바짝 세웠다.

오리하르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육죽창은 그보다 더한 전설 무기였기 때문이다.

“아, 만약 강화 실패해서 장비가 날아가면 켈트인이고 뭐고 없어. 해골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그래도 강화를 해 볼 테냐?”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을 키리키리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우웃.”

순간 키리키리는 눈이 글썽글썽해졌다.

그리고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자,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발밑에서 엎드려 빌고 있는 키리키리를 내려다보며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흥. 10강은 무슨.’

역시나 한성은 키리키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리하르콘이 강화 성공 확률을 높여 준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도 없었으니까.

거기다 키리키리가 10강까지 성공을 한다?

키리키리와 함께 손이 자주 미끄러지기로 유명한 옆 도시 대장장이 펄거슨이 지나가다 웃을 일이었다.

“그럼 이걸 5강까지 시켜 놔.”

한성은 키리키리에게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을 내밀었다.

꿀꺽.

키리키리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예술 작품 같은 화려한 화이트 건틀렛을 바라봤다.

“절대 실패하지 마라. 실패하면…… 알지?”

한성은 네크로맨서 특유의 음산한 기운을 흘렸다.

“네, 넵!”

키리키리는 만약 강화를 실패하면 영 좋지 못한 일이 생길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럼 정신 바짝 차리고 강화시켜 놔.”

“넵, 알겠습니다!”

키리키리는 오늘 완전 잘못 걸린 날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강화를 하기 시작했다.

*       *       *

카이진 항구 도시의 북문.

장비 강화소에서 키리키리를 닦달한 결과 기어코 한성은 화이트 건틀렛 강화에 성공했다.

무려 +5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을 손에 넣은 것이다.

‘접근전은 문제가 없군.’

한성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접근전에 대비해 스킬도 준비해놓았고, 여차하면 전설의 육죽창도 있었다.

육죽창 앞에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한성은 최대한 준비를 마쳤다.

쿠로네코를 처치하고 받은 흑골에서 두개골을 추출하여 스켈레톤들을 강화시켜 놓았던 것이다.

“마스터~ 이제 어디 가요?”

그때 옆에서 루루가 똘망똘망한 눈을 빛내며 한성을 올려다봤다.

“일단 프로즌 타운부터 가야지.”

루루의 말에 대답하며 한성은 파카를 소환했다.

그러자 한성의 눈앞에서 펑 소리와 함께 황금빛 털을 휘날리며 파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메엑. ㅤㅌㅞㄱ.

<기분이 썩 좋지 않은 Lv139 골드 알파카>

소환되자마자 파카 녀석은 땅에 침을 내뱉었다.

“아니, 넌 또 왜 기분이 안 좋아?”

그 모습을 본 한성은 혀를 찼다.

멕.

파카는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다.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모양.

“마스터, 마스터.”

그때 루루가 한성을 불렀다.

“파카한테 고기 주세영. 전에 마스터가 고기 준다고 했는데 아직 안 줬잖아영. 그래서 다시 삐쳤어영.”

“……!”

루루의 말에 한성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파카는 흑풍도에서 한성이 소환을 자주 해 주지 않아 삐져 있었다.

거기다 엄하게도 한성은 파카가 수컷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삐졌었다.

그걸 루루가 어르고 달래서 친밀도가 올라가지 않았던가?

‘고기를 안 줘서 삐져 있었을 줄이야.’

파카와의 약속을 깜박했던 한성은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인벤토리에서 말린 고기를 꺼냈다.

무려 150레벨 유니크 보물 상자에서 나온 최고급 육질을 가진 고기였다.

“파카야. 이거 먹고 화 풀어.”

한성은 파카에게 말린 고기를 흔들었다.

메르르르.

그러자 바로 반응이 왔다.

파카의 입에서 침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얼마 전 루루가 한 말이 떠올랐다.

‘우리 파카는 육식계 여동생이에영. 그리구 루루도 육식계이에요. 앙!”

그렇게 말한 루루에게 오른손을 물리며 한성은 심쿵사를 할 뻔했었다. 그리고 지금 루루는 파카의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파카파카야. 여자는 입에서 침을 흘리는 게 아니야. 아무리 마스터가 맛있게 보여도 참아야지.”

파카와 루루는 서로 입맛을 다시며 한성을 바라봤다.

‘어? 나? 말린 육포가 아니라?’

그녀들의 시선에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파카뿐만이 아니라 한성을 바라보는 루루의 눈빛이 어딘가 모르게 위험해 보였으니까.

“아, 아무튼 이거 먹고 빨리 가자.”

한성은 말린 육포를 파카에게 주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그 말에 파카와 루루는 말린 육포를 입에 물고 다람쥐처럼 우물우물거렸다.

‘다행이네.’

말린 육포에 정신이 팔려 있는 루루와 파카의 모습에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그리고 잠시 후, 한성과 루루는 파카를 타고 북풍지대에 있는 프로즌 타운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       *       *

파카는 한성을 태운 채 보통의 말 정도의 스피드를 내며 달렸다.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부터 한성은 루루만 소환해 뒀다.

라이나 레이몬이 있으면 아무래도 이동하는 데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이다.

소환된 루루는 파카의 등에 한성과 같이 타거나 등의 날개로 날거나 하면서 이동했다.

그렇게 파카를 타고 내달린 한성은 북풍지대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프로즌 타운에 도착했다.

“예쁘당.”

프로즌 타운은 이름 그대로 작은 얼음도시로 곳곳에 얼음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수고했어. 이제 쉬어.”

메엑.

한성은 파카의 소환을 해제했다.

그리고 루루와 함께 프로즌 타운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그럼 일단 켈투림 토벌 퀘스트부터 받으러 가볼까?’

켈투림을 잡으러 온 김에 부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미션을 받는 게 이득이지 않은가?

이번에 한성이 잡을 예정인 켈투림은 북풍지대에 자리를 잡고 있는 리치다.

마족을 섬기는 리치, 켈투림의 목적은 바로 마족 소환.

그래서 오랜 세월에 걸쳐 마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 때문에 북풍지대가 위치한 미트리아 왕국에서는 지속적으로 토벌 명령을 내렸다.

켈투림을 가만히 놔두면 언젠가 크나큰 위협이 될 것이기에.

하지만 북풍지대는 매우 험난한 지형인 데다가 켈투림이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더욱 급강하했다.

그로 인해 북풍지대에 존재하는 아이스 계열 몬스터들이 한층 더 강해졌고, 접근하는 일도 쉽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켈투림의 토벌은 대부분 방문자들이 맡았다.

미트리아 왕국의 정식의뢰로 말이다.

먼저 한성은 프로즌 타운에 있는 모험가 길드를 방문했다.

끼이익.

한성과 루루는 코트에 달린 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티르 나 노이에서 미션은 켈트인들에게서 받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 경우 켈트인들에게서 직접 받거나, 혹은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받을 수 있었다.

켈투림 토벌의 경우, 미트리아 왕국에서 내린 반복 퀘스트에 가까웠다.

방문자들이 퀘스트를 받아 켈투림을 처치해도 하루가 지나면 다시 부활하기 때문이다.

‘뭐, 월드 미션인 유저들도 일부 있겠지만 말이야.’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는 방대하다.

그로 인해 월드 미션도 다양하다.

월드 미션은 일종의 에픽 미션으로 티르 나 노이 세계를 관통하는 스토리 미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경우 거의 대부분 처음 유저가 선택한 직업에 따라 달라진다.

한성이 네크로맨서 계열 히든 직업 데스브링어를 선택하고 나서 월드 히든 미션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켈투림과 연관된 월드 미션이라면 네크로맨서 직종이니 사람이 많지 않지.’

네크로맨서 직종은 초반에 약하다는 이유로 많은 유저들일 기피한다.

거기다 티르 나 노이가 나온 지도 벌써 수년.

아무래도 100레벨 초반에 머물러 있는 유저들의 수는 많다고 볼 수 없었다.

100레벨 중반이나 중후반이 많을 터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모험가 길드 카운터를 담당하고 있는 여직원이 한성을 보며 인사를 건네 왔다.

“켈투림 토벌을 하려고 왔는데요.”

“알겠습니다. 여기에 사인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한성은 여직원으로부터 퀘스트를 받는 절차를 시작했다.

그때.

“유감이군. 켈투림 토벌 미션은 우리가 할 예정이라.”

한성의 등 뒤에서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린 한성은 모자를 앞으로 내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사내의 가슴에 익숙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세 발 까마귀.

블랙 레이븐의 클랜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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