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75화 (175/318)

# 175

< 내 언데드 100만 >

제175화  공포의 강화사

‘북풍지대의 이변이라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저 켈투림을 때려잡을 생각에 북풍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직 알아보지 않았기에 처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건가? 아니면…….’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는 상황에 따른 변동 미션들이 존재한다.

변동 미션들은 한 번 클리어하면 그대로 끝나며, 대부분 히든인 경우가 많았다.

“북풍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한성은 레이튼의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했다.

아직 히든 미션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가능성은 있었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북풍지대에 갈 생각이었기에 들어두면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일반 미션 북풍지대의 이변이 활성화합니다.]

[일반 미션: 북풍지대의 이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북쪽 평야에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새로운 몬스터의 정체가 무엇인지 조사하십시오.

미션 요구 레벨: 135~145.

난이도: C랭크.

보상: 13500골드.

방어구 상점주인 레이튼에게 질문을 던지자 한성에게 북풍지대의 이변이라는 일반 미션이 생성되었다.

그 뒤를 이어 레이튼이 한성에게 북풍지대에서 생긴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북풍지대에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거기다 몬스터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해요. 지금 그래서 털가죽과 얼음을 구하지 못해서 난리가 아닙니다.”

북풍지대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털가죽과 북풍지대에서 채취하는 얼음은 티르 나 노이에서는 귀한 물품들이었다.

북풍지대의 동물에게서 얻을 수 있는 털가죽은 은빛 털이 실크처럼 고급스러운 것이 특징으로, 추운 지방에서는 북풍지대 털가죽이 비싸게 팔린다.

그리고 얼음 또한 더운 지방에서는 거의 필수품인 데다가 잦은 소비로 인해 비싸게 팔리는 품목이었다.

“혹시 북풍지대에 가신다면 털가죽과 얼음 좀 구해다줄 수 있을까요?”

“그러도록 하죠.”

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튼의 부탁을 승낙했다.

[당신은 카이진 항구 도시의 방어구 상점주인인 레이튼의 부탁을 승낙했습니다.]

[북풍지대의 이변 서브 퀘스트: 레이튼의 부탁]

카이진 항구도시의 방어구 상점주인인 레이튼은 북풍지대의 털가죽과 얼음을 구하지 못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북풍지대에서 털가죽 20개, 얼음 20개를 구해서 레이튼에게 가져다주십시오. 보상은 레이튼에게서 직접 받아야 합니다.

미션 요구 레벨: 135~145.

난이도: D랭크.

보상: 13500골드.

‘흠.’

일반 미션과 서브 퀘스트까지 확인한 한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하늘 섬 업데이트 때 새롭게 추가된 모양이군.’

지금 이렇게 미션으로 내려오는 걸 보니 세이란과 함께 조사했던 고대마도병기처럼 이상한 몬스터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몬스터한테 공격 받고 연락이 두절된 플레이어가 있었다고 했었지?’

얼마 전 한성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기 친구가 이상한 몬스터한테 공격을 받고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글을 기억해 냈다.

‘뭐, 별일이 있겠나 싶었다만…….’

뒤에 올라온 글에서 결과만 놓고 말하면 범인은 엄마 크리였다.

우연히 이상한 몬스터에게 공격받고 죽었을 때, 게임하고 있던 걸 엄마한테 들켜서 강제 캡슐 종료를 당했던 것이다.

가상 현실 게임에 접속하기 위한 캡슐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세이프티 회로와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정전이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캡슐이 강제 종료되어도 플레이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역시나라면 역시라고 할 수 있는 허무한 결과에 유저들은 ‘그럼 그렇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었다.

결과적으로 관종글 중에 하나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북풍지대에 갔다 오면 돌아올게요.”

“네. 정말 꼭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문제는 켈투림이지.’

그렇게 한성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상점주인 레이튼을 뒤로했다.

*       *       *

방어구 상점에서 나선 한성은 틴달로스와 루루를 위해 보라색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안겨 주었다.

“이거 신기해! 보라색 맛 나!”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탐험가처럼 눈을 빛내며 루루는 아이스크림 바를 할짝할짝 거렸다.

“틴달로스도.”

한성은 틴달로스의 그림자 속으로 아이스크림 바를 던졌다.

[맛있졍! >_<]

아이스크림을 먹은 그림자가 기쁜 듯이 요동쳤다.

약속한 아이스크림을 제공한 한성은 다음 장소로 향했다.

‘이제 슬슬 무기 강화를 하러 가봐야겠군.’

한성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       *       *

장비 강화소.

제법 큰 도시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다행히 카이진 항구 도시에도 장비 강화소가 존재했다. 그래서 한성은 장기 강화소에 가서 일단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을 강화할 생각이었다.

부족한 근접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장비를 강화하려고 오셨나요?”

장비 강화소에 도착하자 고양이족 소녀가 귀를 파닥파닥 거리며 한성을 맞았다.

‘있네. 장비 파괴녀.’

장비 강화소에서 활기찬 표정으로 뛰쳐나온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고양이족 소녀의 모습에 한성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장비 파괴녀, 아무것도 하지 마라 파괴녀, 내 장비를 살려 내라 파괴녀 등등.

플레이어 방문자들에게 파괴녀로 통하는 고양이족 소녀의 이름은 키리키리.

카이진 항구도시를 주름 잡고 있는 공포의 강화사다.

한성 또한 전승하기 전,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활동할 때 키리키리에게 장비 강화를 시켰다가 날려 먹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때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 슬슬 장비 강화를 하지 않으면 힘들어질 테니까.’

북풍지대의 평균레벨은 140이 넘는다.

거기다 보스인 켈투림은 150 레벨이다.

아무리 스텟이 높다고 해도 무기나 방어구를 강화시켜 두는 편이 아무래도 사냥하기가 수월했다.

“어떤 장비를 강화시키려고 오셨나요?”

한성의 눈앞에서 키리키리가 고양이 귀를 귀엽게 쫑긋쫑긋 거리며 물어왔다.

키리키리는 루루와 비교해도 우열을 따지기 힘들 정도로 귀여운 소녀다.

목 뒤까지 내려오는 짧은 보라색 머리카락, 그리고 보라색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녀.

거기다 고양이족이었기에 귀를 팔락팔락거리는 키리키리의 아련한 눈빛 공격을 받으면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초창기 플레이어들은 키리키리의 귀여운 모습에 넘어가 최소 유니크 무기를 맡겼다.

하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키리키리의 강화 확률은 복불복이 심했던 것이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었다.

“이걸 강화하러 왔다.”

한성은 키리키리에게 장검 한 자루를 내놨다.

그러자 키리키리의 눈이 반짝 빛났다.

“몇 강까지 생각하고 오셨나요?”

“5강.”

“오빠. 카이진 항구 도시에는 처음이시죠?  이참에 시원스럽게 10강까지 지르시는 게 어때요? 그럼 제가 서비스 좀 해 드릴 수 있는데…….”

키리키리는 한성의 옆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며 영업 모드로 들어갔다.

‘10강은 무슨 얼어 죽을. 5강까지 성공해도 감지덕지구만.’

키리키리의 말에 한성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이거 강화하는 거 보고. 다른 무기도 강화해야 돼.”

“역시 오빠는 통이 크시네요!”

한성의 말에 키리키리는 반색했다.

검 하나만 강화하러 온 줄 알았더니, 다른 무기도 강화시켜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키리키리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즉시 강화준비에 들어간 키리키리는 한성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5강까지 총 7만 5천 골드가 필요하고 스타더스트는 1000개 필요해요.”

“스타더스트는 사지.”

“통 큰 결정 감사합니닷!”

한성의 말에 키리키리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스타더스트는 장비 제작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강화에도 필요하다. 주로 광산에서 비교적 쉽게 캘 수 있지만, 골드로 살 수 있다.

다만, 골드로 사기에는 좀 아까운 면이 있었다.

광산에서 곡괭이 질 몇 번 하면 스타더스트를 뭉텅이로 구할 수 있는데 직접 사면 개당 10골드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도합 8만 5천 골드입니다!”

키리키리는 강화기에 장검과 스타더스트를 준비시켜 놓고 한성을 돌아봤다.

“그런데 방문자님. 미리 말씀드리는데 강화를 하다가 실패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실패해서 무기가 부서질 경우 저희 쪽에서는 책임지지 않아요. 동의하시면 강화시키시고, 아니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강화하지 않으셔도 되요.”

키리키리는 조심스러운 얼굴로 한성에게 경고사항을 설명했다. 만일 강화에 실패했을 경우 고객들의 항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응. 강화해 줘.”

“알겠습니다!”

시원스러운 한성의 대답에 키리키리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며 강화기의 스위치를 내렸다.

달칵. 키리링 키리링!

신비한 소리를 내며 강화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띠리링~

[Lv131 그란가드의 장검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일단 1강은 무난하게 성공인가?’

한성이 키리키리에게 건네준 장검은 흑풍도의 요새성 창고에서 가지고 온 레어 등급 무기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한성에게 있어서 필요 없는 무기.

그럼에도 그란가드의 장검을 강화시킨 이유는 제물용이었다.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 강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계속해서 갑니다!”

키리키리는 강화기 스위치를 연달아 내렸다.

[2강에 성공하였습니다.]

[3강에 성공하였습니다.]

키리키리답지 않게 한 번에 3강까지 성공했다.

신이 난 키리키리는 강화기의 스위치를 잡아당겼다.

“냐앗! 손이 미끄러져 버렸어요!”

[4강에 실패했습니다.]

“앗!”

3강까지 무난하게 성공하던 강화가 키리키리의 손이 미끄러지면서 4강에서 멈췄다.

“죄송해요. 4강에서 실패했어요. 3강에서 다시 강화하려면 추가 금액을 내셔야…….”

파삭!

“……!”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던 키리키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기 강화에 실패해서 그란가드의 장검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란가드의 장검이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방문자님. 무기가 파괴되었어요.”

키리키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미안해했다.

하지만 이미 무기 파괴에 대한 책임을 한성이 진다고 하였기에 뭐라 할 수 없었다.

한성은 두려운 눈으로 키리키리를 바라봤다.

“5강도 아니고 4강에서 파괴시키다니…….”

‘역시 파괴녀.’

티르 나 노이에서는 3강까지는 무조건 파괴되지 않고, 4강부터 낮은 확률로 파괴된다. 그런데 지금 그 낮은 확률을 뚫고 키리키리가 장검을 파괴시킨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유니크 무기를 강화시키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유니크 무기!’

한성의 중얼거림에 키리키리는 눈을 반짝였다.

유니크 무기 강화는 레어 무기 강화보다 강화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만요! 10강까지 100% 강화를 성공시키는 방법이 저한테 있어요!”

그렇게 키리키리는 겁 없이 한성에게 허세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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