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74화 (174/318)

# 174

< 내 언데드 100만 >

제174화  북풍지대

[잉여잉여.]

[크락크라락.]

[가재가재크.]

스펀지 크라켄과 스펀지 공작갯가재는 스펀지 잉여킹의 머리 쪽으로 가더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한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봤다.

“세 마리가 모였으니 한번 해 봐. 뭘 할 수 있나 궁금하네.”

“루루도 기대돼요.”

[스펀지 몬스터 세 마리가 모이면 뭔가 할 수 있다고? 그것 참 재미있겠군. 나보다 약한 녀석들에게는 관심 없지만 지켜봐 주지.]

크르릉. 컹컹!

메에에엑!

한성을 비롯한 모든 소환수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스펀지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얼마나 궁금했는지 전투상황일 때는 잘 나오지도 않는 파카마저 나와 있었다.

[잉여. 이잉여어? (얘들아. 우리 어떡하지?)]

[쿠쿠락스. 크락크락. (합체하자. 내가 몸 설게.)]

[가재크. 가재가재. (핵주먹. 내 주먹.)]

[잉여어. 잉여잉여이잉잉여어어. (장난치지 말고. 우리 이러다 말라죽는 수가 있어. 마스터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냐?)]

[크라락 쿠쿠락스. 쿠쿠락스 크락. (그러니까 합체하자니까. 합체하면 편해져.)]

[가재. 가재. 가재크! (날린다. 마스터. 핵주먹!)]

[잉여잉여잉여잉여! 잉여? 잉여잉여잉여. (아, 이 미친 가재 팔이 자식아! 너도 해골들처럼 생존권 버리고 싶냐?)]

[가재가재! 가재크! (나는 공작갯가재, 날린다! 핵주먹!)]

[크라라락. 쿠쿠락스? (얘 좀 미친 듯. 나 그냥 합체한다?)]

스펀지 크라켄은 공작갯가재를 향해 유연한 다리를 펼쳤다.

그러자 공작갯가재는 스펀지 크라켄의 다리를 향해 집게발 펀치를 날렸다.

스팡!

공기를 찢는 파공성과 함께 스펀지 크라켄의 다리가 튕겨져 올랐다.

[크락. 크라락.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둬라. 합체하자.)]

스펀지 크라켄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

스펀지 크라켄은 집게발 펀치를 요리조리 피하며 공작갯가재의 몸을 옭아맸다.

“오, 드디어 뭔가 보여 주려고 하는 건가?”

그 모습을 본 한성과 소환수들의 기대감은 높아져갔다.

그 때문에 스펀지 잉여킹은 속이 탔다.

스펀지 몬스터 세 마리가 모이면 뭔가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게 뭔지 스펀지 몬스터들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설명에 뭔가 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

생물체이기 때문에 변신 합체도 안 되고, 레이몬 말대로 재롱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뭘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이이이잉여어어어어!]

그렇기에 잉여킹은 속도를 높였다.

무자비하게 소환수들을 폭파시키는 짓을 서슴지 않는 마스터가 진실을 눈치채기 전에.

적어도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하면 지금 상황을 얼버무릴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 스펀지 크라켄과 공작갯가재가 시간을 벌어 주기를 바랄 뿐!

[스펀지 몬스터들이 뭔가를 보여 주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스펀지 공작갯가재의 레벨이 낮습니다.]

[스펀지 스페셜이 실패합니다.]

“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까지 스펀지 몬스터들이 무언가 보여 준다는 생각에 기대를 하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실패했다고 메시지가 떴으니 말이다.

“그럼 저건 뭐야?”

한성은 스펀지 크라켄이 촉촉한 다리를 펼치며 공작갯가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자세히 보니 스펀지 크라켄의 촉촉한 다리가 공작갯가재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 가재크. 가재가재.]

둘 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었는데 지금은 왜인지 스펀지 크라켄 쪽이 더 커져 있었다.

거기다 스펀지 공작갯가재는 스펀지 크라켄과 상성이 좋지 않았다.

공작갯가재의 핵주먹이 유연하기 짝이 없는 스펀지 크라켄의 몸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래시 임팩트를 쓴다면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스킬은 거대화가 되어야 쓸 수 있었다.

“이놈이 지금 애 앞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제야 한성은 스펀지 크라켄이 공작갯가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눈치챘다.

한성은 루루의 눈을 가리고 뒤로 돌렸다.

그리고 스펀지 크라켄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늘 저녁은 낙지회다.”

한성의 외침을 들은 스펀지 크라켄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       *

그날 오후.

“드디어 도착했네.”

한성은 카이진 항구 도시 외곽 해변가에 도착했다.

잉여킹의 모습이 특이하기 때문에 되도록 사람이 적은 장소를 찾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세요?”

옆에서 루루가 한성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북풍지대에 갈 거야.”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북쪽으로 좀 올라가면 서리 마을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넓은 평야가 하나 있는데 그곳이 바로 북풍지대였다.

‘켈투림의 혹한 지팡이는 거기밖에 구하지 못하니까.’

북풍지대의 보스 몬스터는 켈투림이라는 리치다.

그리고 그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일정 확률로 혹한 지팡이를 드랍한다.

게다가 혹한 지팡이는 귀속 아이템이기 때문에 경매장에서 사지도 못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크 스태프의 재료 아이템인 혹한 지팡이, 아이스 로드의 얼어붙은 심장, 타락천사의 날개는 전부 귀속 아이템이다.

한성이 직접 구할 수밖에 없었다.

“춥겠네영.”

“코트나 망토 챙겨 입고 가야지.”

[계약자여. 나도 코트를 주겠지?]

“넌 뼈밖에 없잖아.”

[갑옷만 입고 있으면 뼈마디가 시리단 말이다!]

“거, 참. 뼈밖에 없는 놈이 챙기는 건 또 겁나게 챙기네.”

레이몬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라이는…… 뭐 괜찮겠지. 털이 있으니까.”

크르르.

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화염 속성이었기 때문에 여차하면 불을 내뿜어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우리 귀여운 루루만 옷을 사 주면 되나?’

한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루루를 내려다봤다.

“루루는 이거 입고 갈 거예요!”

순간 뿅 소리와 함께 루루의 옷이 바뀌어졌다.

귀여운 곰 인형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인 한성은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화염의 축복은 받고 가자?”

“크왕~”

루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화염의 축복은 추위를 타지 않게 만들어 주는 속성 버프 계열 마법이다. 한성도 북풍지대로 들어가기 전에 화염의 축복을 받을 생각이었다.

*       *       *

카이진 항구 도시로 진입한 한성은 우선 스킬 상점으로 갔다.

흑풍도에서 싸우다 보니 역시 근접 전투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적 몬스터들이나, 보스를 상대로 특공을 하려면 역시 전승하기 전 전투 스타일이 꽤 도움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과 플레이트 부츠를 얻은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원거리에서는 흑마법으로 공격하겠지만, 근거리에서는 역시 직접 패야 기분이 좋다니까.’

사실 원거리든, 근거리든 현재 직업에 어울리는 흑마법으로 공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성은 전승 전 직업인 패왕의 스킬을 계승받은 것도 있고, 근접 전투 스타일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직접 패는 걸 선호했다.

또한, 전승 전에 강한 몬스터나 강자들과의 싸움을 즐기기도 했다.

그 덕분에 지금도 사실 잡몹들은 소환수들에게 맡기고 강한 몬스터나 보스와 싸울 때는 직접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역부족이지.’

전승 전에는 근접 전투 전문인 4차 직업 패왕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보스 몬스터와 1:1 싸움을 벌이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1차 전직 때 네크로맨서 계열의 히든 직업인 데스브링어로 전직하면서 근접 전투력이 많이 낮아졌다.

무엇보다 근접 전투 스킬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

그래서 지금 스킬 상점에 온 것이다.

‘기본적인 근접 전투 스킬 몇 개 정도만 있으면 위급 상황에 대응이 쉬워질 테니 말이야.’

그렇게 한성은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냥 손맛을 느껴보고 싶을 뿐이었다.

다만 근접 스킬을 살 경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스킬 포인트였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스킬 포인트가 솔직히 말해 짜다.

스텟 포인트도 사실 짜게 주는 편이지만 스킬 포인트는 더 하지 않은가?

레벨 업을 할 때마다 1씩밖에 주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스킬을 잘못 찍으면 망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퀘스트를 통해서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거지’

덕분에 스킬 포인트 퀘스트 노가다를 해야 하긴 하지만 덕분에 망캐가 되는 확률이 줄었다.

그래서 방문자들은 한국 게임사들 중에서 오딘 사가 운영 하나만큼은 잘하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상점에서 산 스킬북은 포인트가 들지 않고 말이야.’

스킬북은 스킬 포인트를 소모하지 않고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이후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서 숙련도 레벨을 올릴 수 있고 말이다.

다만, 스킬북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기본 스킬이라고 해도 개당 최소 5000골드는 되었으니까.

고급 스킬은 수만 골드를 호가한다.

하지만 지금 한성은 흑풍도에서 크게 한탕을 한 상황.

천만 골드가 넘는 부자였기 때문에 가격 부담은 없었다.

‘이 정도면 되려나?’

한성은 스킬 상점에 있는 근접 전투 기술 목록들을 쭉 훑어 봤다. 그리고 그것들 중 몇 가지를 구매했다.

공격 스킬로는 익스플로전 스매시와 스트라이크 임팩트를 샀으며, 물리 크리티컬과 마법 크리티컬을 추가할 수 있는 패시브 스킬들을 샀다.

또한, 치고 빠지기 쉽게 제트 스텝과 팬텀 스텝 스킬까지도 구매해 버렸다.

‘역시 제트 스텝도 있는 편이 낫지.’

사실 스텝은 패왕일 때 주로 써 왔기에 스킬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시전이 가능했다.

비록 가상 세계라고는 하나 현실과 비슷하기에 스킬이 없더라도 직접 비슷하게 행동을 취할 수 있었다.

제트 스텝은 그 중 하나였다.

흑풍도에서 한성은 제트 스텝의 움직임을 흉내 내서 적들에게 빠르게 붙었었다.

하지만 역시 스킬이 있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남은 건, 실전이군.’

“언제나 감사합니다.”

한성은 스킬 상점주인의 인사를 뒤로한 채 밖으로 나왔다.

이제 남은 건, 북풍지대에서 입을 코트를 사는 일이었다.

*       *       *

카이진 항구 도시 방어구 상점.

그곳에서 한성은 자신과 루루가 입을 코트를 샀다.

그 때문에 뒤에서 레이몬이 자기가 입을 코트는 안 사 준다고, 뼈마디가 시릴 것 같다고 궁시렁거렸지만 사뿐히 무시해 버렸다.

그때 방어구 상점주인이 한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손님. 혹시 북풍지대로 가십니까?”

“그런데요?”

이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방어구 상점주인, 레이튼이 한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요즘 북풍지대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 못 들었습니까?”

“북풍지대가요?”

상점주인 레이튼의 말에 한성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한줄 떠올랐다.

[카이진 항구 도시의 방어구 상점주인인 레이튼이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북풍지대의 이변 미션이 발동합니다. 방어구 상점주인 레이튼의 이야기를 들으시겠습니까? Yes OR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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