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 내 언데드 100만 >
제173화 중앙 대륙으로의 귀환
[Lv60 레전드 등급 동물 상자에서 스펀지 갯가재가 나왔습니다.]
[당신은 스펀지 동물 세 마리를 획득했습니다. 특별 보상으로 최고급 동물 사료 30박스를 증정합니다!]
“와, 보상 진짜 개 쩐다.”
최고급 동물 사료라니.
그것보다 한성은 동물 상자에서 튀어 나온 갯가재 한 마리를 바라봤다.
늠름하다.
눈앞에 있는 갯가재를 표현하는 것은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크기는 다른 스펀지 해상 생물처럼 손바닥만 하다.
하지만 갯가재는 집게발을 활짝 펼치고 딱딱 맞부딪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게 참 이쁘게 생겼네.”
관상용으로 삼아도 좋을 정도로 예쁜 공작갯가재를 바라보며 한성은 상태창을 오픈했다.
[공작갯가재]
레벨: Lv60.
종족: 스펀지 구각목 갑각류 공작갯가재.
충성도: 5.
상태: 팔팔함. 건방짐.
스텟: 세부 항목 확인.
스킬: 세부 항목 확인.
설명: 스펀지 공작갯가재.
스펀지 공작갯가재는 뭉툭한 집게발로 어마어마한 펀치를 쓴다. 공작갯가재의 집게발이 부수지 못하는 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 그래서 바다의 깡패라고 불린다.
“헐.”
공작갯가재의 상태창을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단 충성도가 낮았으며, 상태도 건방짐이었다.
세부항목인 스텟과 스킬을 확인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같은 레벨인 스펀지 잉여킹과 크라켄보다 스텟이 더 높았고, 스킬도 전투용이 많았던 것이다.
‘하긴 뭐, 레전드 등급 상자에서 나왔으니.’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본적으로 공작갯가재는 근접전투에 특화된 인파이터형 소환수에 가까웠다. 빠른 이동속도와 집게발 펀치로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거기다 한성의 시선을 붙잡은 스킬도 존재했다.
플래시 임팩트(Flash Impact).
스킬 숙련도 레벨은 3이었으며, 집게발을 휘두른 자리에 저압기포가 발생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를 공격한다.
이때 저압기포의 거품이 터지면 4700도의 열기와 섬광, 충격파를 내뿜으며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상당히 좋은 녀석이네.’
같은 레전드 동물 상자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공작갯가재는 강한 소환수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은 점이 있었다.
다른 스펀지 소환수들처럼 주변에 물이 없어도 장시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물을 뿌려 줘서 거대화시켜 줄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주변에 바다나 호수가 없어도 소환할 수 있다는 점은 메리트가 꽤 크지.’
물론 다른 스펀지 소환수들도 소환은 가능하지만 주변에 물이 없으면 힘을 쓰지 못한다.
가령 잉여킹의 경우는 물속이 아니면 죽는다.
생선이니까.
그나마 크라켄은 어느 정도 버티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말라죽는다.
그에 반해 스펀지 공작갯가재는 장시간 버틸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좀 뿌려 두면 거대화해서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콱!
손바닥 위에 얌전히 있던 공작갯가재가 한성의 손을 집게발로 물었다.
“앗!”
화들짝 놀란 한성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공중에 튀어 오른 공작갯가재는 허공에서 사라졌다.
“어쩐지 상태가 건방짐이라더니. 충성도부터 올려놔야겠네. 레벨도.”
한성은 공작갯가재에게 물린 손을 흔들며 혀를 찼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 * *
무서운 여성들이 포진하고 있던 집무실에서 도망친 날 밤.
흑풍도에서 얻은 보상들을 전부 확인했을 때의 회상을 마친 한성은 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여전히 침대 위에서 루루가 세상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여기도 작별이군.”
흑풍도에서 일은 대부분 마무리한 상황.
이제 중앙 대륙으로 돌아가서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준비라고 해 봐야 일단 레벨부터 올려야 하고, 던전을 돌면서 좋은 장비를 모으고.
그 와중에 틈틈이 루루를 중심으로 동영상을 올려서 돈도 좀 벌 생각이고 말이다.
애초에 한성이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돈을 벌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럼 나도 이제 자야지.”
한성은 귀여운 곰 인형 옷을 입고 자고 있는 루루의 옆에 누웠다.
“우웅. 마스터.”
한성이 옆에 눕자 루루가 바로 품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그런 루루의 행동에 한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내일 보자.”
그렇게 한성은 루루와 함께 잠을 청했다.
그날 밤.
한성은 루루가 나오는 두근두근한 꿈을 꿨다.
* * *
흑풍도 해변가.
한성은 중앙 대륙으로 떠나기 위해 요새성에서 그레이스 오 말리의 여해적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해변가로 왔다.
“벌써 가려고?”
해변가에는 한성을 배웅하기 위해 크리스티나와 에키드나를 비롯해서 네리아와 이리아, 사라와 세라 등등 어제 집무실에 있던 모든 여성들이 나와 있었다.
“응. 이제 가야지. 뒤처리는 너희들이면 충분하잖아.”
뭔가 아쉬운 크리스티나의 말에 한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흑풍도의 요새성은, 크리스티나가 이끄는 그레이스 오 말리를 중심으로 블랙 캣츠 길드원들과 디아나 쪽 조직원들이 도와주기로 되었다.
쿠로시마 패밀리 녀석들이 세력을 끌고 온다고 해도 요새성을 점령하기란 상당히 힘들 것이다.
그리고 요새성에 있던 병장기들 중 약 10분의 1은 남겨 뒀다.
무장이 빈약한 여해적들을 위함이었다.
그 때문에 불만을 표할 만도 했지만, 오히려 여해적들은 한성에게 고맙다는 말만 했다.
한성이 아니었으면 요새성을 점령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뒤를 따라가겠다.”
“나도.”
크리스티나의 말에 이어 에키드나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자 크리스티나가 날카로운 에키드나를 바라봤다.
“넌 남아서 해적 클랜을 이끌어야지!”
“언니. 해적 클랜에 나밖에 사람이 없어? 유미나한테 맡기면 되잖아.”
“유미나는 해적선 끌고 외부 영업해야지. 요새성은 누구한테 맡기려고?”
“그거야말로 언니가 해야지. 언니 대신에 내가 트레인이랑 다닐게.”
“뭐라고?”
크리스티나와 에키드나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어느 쪽?”
크리스티나와 에키드나는 한성을 잡아먹을 듯이 바라봤다.
에키드나는 루루의 농간에 빠져 한성과 함께 뜨거운 꿈을 꿨고, 크리스티나는 루루가 해독 작업을 빌미로 한성과 함께 뜨거운 꿈을 꾸게 만들었다.
즉, 루루가 범인이라는 소리.
“틴달로스야. 아이스크림 맛있당.”
[인정인정. >_<]
한성을 곤경에 빠트린 원흉인 루루는 지금 한성의 그림자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틴달로스와 함께 보라색 맛 나는 아이스크림을 할짝할짝 거리고 있었다.
보라색 맛 나는 아이스크림은 네리아가 중앙 대륙에서 공수해 온 것이다.
현재 요새성 냉동고에는 다양한 아이스크림이 저장되어 있었다.
“루, 루루야. 우리 빨리 갈까?”
한성은 루루를 안아 들었다.
이 자리에 있다가 크리스티나와 에키드나에게 잡아먹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는 그녀들뿐만이 아니었다.
“트레인! 나를 이런 아무것도 없는 섬에 방치하고 갈 생각이냐!”
늑대 귀를 팔락팔락거리고 꼬리를 좌우로 격하게 흔들며 어딘가 기쁜 표정으로 소리치는 셀라스틴의 외침에 한성은 이제 골이 지끈지끈 거렸다.
‘여기 계속 있다간 내 명에 내가 못 살지.’
탈출만이 살길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그럼 네리아 님. 저흰 먼저 카이진 항구 도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리아 아가씨. 사라 언니.”
이리아와 사라를 챙기며 한성의 옆에 붙으려는 세라의 목덜미를 네리아가 붙잡았다.
“어딜 가려고?”
“트레인 님과 함께 카이진 항구 도시로 돌아갈 생각입니다만?”
“누구 마음대로.”
“이리아 아가씨 마음대로죠.”
세라의 말에 네리아는 이리아를 바라봤다.
어느 틈엔가 한성의 옆에 상의 자락을 붙잡고 서 있는 이리아가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이리아로 향했다.
그러자 이리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폭탄을 던졌다.
“트, 트레인 님은 제 호위 무사예요! 아무한테도 못 넘겨 드려요!”
“…….”
이리아의 외침에 네리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속에서 세라가 표정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 이유로 본의는 아니지만 저쪽에 있는 변…… 실례, 어린아이를 좋아하시는 신사님께 이리아 아가씨를 맡길 생각입니다.”
“그런 거야? 세라?”
“네.”
“그럼 폭발 마법 써도 돼?”
세라의 대답에 사라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주변에 있는 여성들을 바라봤다.
다가오면 폭발 마법을 쓸 것처럼.
그러자 세라는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안 돼요.”
“큭, 폭발 마법을 쓰면 안 된다니…….”
세라의 말에 사라는 고양이 귀와 꼬리를 푹 내리며 풀이 죽었다.
‘수, 수라장이다.’
어제 집무실에서 있었던 상황이 다시 재현되려고 하는 모습에 한성은 해변가 쪽으로 몸을 뺐다.
“그, 그럼 난 먼저 카이진 항구 도시로 가 볼게. 문제 생기면 연락하고!”
번쩍!
순간 한성의 몸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한 것이다.
그야말로 빛살과 같은 속도로 한성은 루루를 품에 안고 바닷가를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스펀지 잉여킹을 소환했다.
“가랏, 잉여킹!”
손바닥 위에 소환된 잉여킹을 한성은 있는 힘껏 바닷가를 향해 내던졌다.
[이이잉여어어!]
공중에서 잉여킹은 비명 같은 괴성을 지르며 바닷속으로 퐁당 빠졌다.
잠시 후, 바닷가에서 거대화한 잉여킹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인!”
등 뒤에서 한성을 부르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본 그곳에 여성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곧 찾아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블랙 캣츠 본부에서 보자고!”
“조만간 디아나 님과 함께 찾아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트레인!”
“도망가면 용서 안할 거야!”
“다음에 보면 놓치지 않을 테니까!”
그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다음에 봤을 때는 지금처럼 도망치게 놔두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피, 피해 다녀야 하나?’
그녀들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에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쏴아아아.
어쨌든 지금은 탈출 성공이었다.
한성을 태운 스펀지 잉여킹은 빠른 속도로 중앙 대륙에 있는 카이진 항구 도시로 나아갔다.
* * *
흑풍도와 카이진 항구 도시의 중간 지점.
스펀지 잉여킹의 갑판 위에서 루루를 비롯한 라이와 레이몬, 틴달로스가 놀고 있다.
그사이 한성은 눈앞에 스펀지 크라켄과 스펀지 공작갯가재를 소환해 놓았다.
중앙 대륙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스펀지 소환수들을 볼 기회가 적어질 터였다.
그래서 중앙 대륙에 가는 동안 충성도도 올릴 겸 친밀도를 올리기 위해 소환한 것이다.
‘크라켄이나 잉여킹은 괜찮은데 갯가재 놈이 문제니 말이야.’
공작갯가재의 충성도는 여전히 5.
상태는 건방짐이다.
중앙 대륙에 도착하기 전까지 한성은 공작갯가재의 충성도를 올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한성은 스펀지 소환수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네들 있잖아. 세 마리가 모이면 뭔가 보여 준다며? 그게 뭔데?”
[……!]
한성의 스펀지 소환수들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절대 말해서는 안 될 말을 한성이 하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