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66화 (166/318)

# 166

< 내 언데드 100만 >

제166화  돌발 이벤트 퀘스트

“하윽!”

눈 깜짝할 사이에 루루는 크리스티나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

“언니. 루루한테 모든 걸 맡기세영. 포기하면 편해영.”

“자, 잠…… 아흑! 하아아앗! 거, 거긴 안 돼애애!”

가슴 품 안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얼굴을 부비고 있는 루루의 행동 때문에 크리스티나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아, 안 돼. 이 아이 역시 능숙해.’

키라 히데키의 손길보다 더 부드럽고 자극적인 손놀림.

크리스티나는 루루의 손길에 움찔움찔 거리며 몸을 떨었다.

그때 루루는 한성을 위한 스킬을 시전했다.

[당신의 소환수 루루가 서큐버스 고유 스킬 ‘엑스터시 드림’을 발동합니다.]

[당신과 해적 여제 크리스티나가 엑스터시 드림에 빠져듭니다. 엑스터시 드림의 효과로 크리스티나가 매혹에 빠집니다.]

[일시적으로 크리스티나의 호감도가 상승하고, 매혹 효과로 크리스티나의 욕망이 상승합니다.]

해적선 카트리나에서처럼 또 한 번 엑스터시 드림이 시전된 것이다.

“그럼 마스터 좋은 꿈 꾸세영.”

“루루!”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성은 루루를 바라봤다.

하지만 루루는 한성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이내 한성은 현기증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       *       *

잠시 후, 한성은 지하감옥 안에서 크리스티나와 단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공간은 루루가 발동한 엑스터시 드림 속이었다.

‘이, 이거 오히려 역효과일 것 같은데.’

눈앞에서 몸을 떨며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크리스티나를 바라보며 한성은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그렇지 않아도 크리스티나는 아프로디지아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엑스터시 드림의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팟!

순간 크리스티나가 한성의 몸을 밀어 넘어뜨렸다.

‘역시 이렇게 된단 말이지.’

한성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하아.”

한성의 몸 위에 올라탄 크리스티나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한성을 내려다봤다.

[해적 여제 크리스티나가 러브 모드를 허락합니다.]

러브 모드까지 허락한 크리스티나는 달콤한 말로 한성의 마음에 쐐기를 박았다.

“날 마음대로 해도 좋아요.”

“……!”

어차피 아프로디지아를 해독하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상황.

거기다 지금은 엑스터시 드림 속 아닌가.

한성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잠시 후, 지하감옥 안에서 크리스티나의 비명 같은 신음소리가 메아리쳐 울리기 시작했다.

*       *       *

“…….”

짧은 꿈과 같은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 크리스티나는 지하 감옥 안에서 눈을 떴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자신을 노리던 꼬마 여자애가 없었다.

‘어디 갔나 보구나.’

크리스티나는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깨어났나?”

그때 그녀의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꿈속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낸 한성의 모습이 보였다.

“응.”

크리스티나는 부끄러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엑스터시 드림 속에서 그녀와 한성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 덕분에 크리스티나는 지금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꿈속이었지만 한성과 뜨거운 사랑을 나눈 덕분에 아프로디지아의 중독 증상은 전부 없어졌다.

엑스터시 드림의 효과 덕분이었다.

엑스터시 드림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아바타 캐릭터에도 피드백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꿈속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 한성과 크리스티나는 말을 놓는 사이가 되었다.

“고마워. 구해 줘서.”

크리스티나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이며 한성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성이 혼자서 요새성에 남아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을 처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 이야기는 이제 됐어. 앞으로 해야 할 게 산더미니까.”

한성은 인벤토리에 있던 그럭저럭 괜찮은 망토 하나를 꺼내서 크리스티나에게 입혀 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요새성을 손에 넣었다고 했지?”

“응. 클랜전을 이기니까 성주권을 주더라고. 운이 좋았지.”

“그야 그렇겠지. 혼자서 비슷한 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있는 클랜을 박살 냈으니…….”

크리스티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130레벨대의 방문자 50명을 혼자서 전멸시켰다는 소리를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엑스터시 드림 속에서 시간을 보낸 것을 보면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거짓말이었으면 크리스티나를 치료할 시간이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한성이 이미 성주 권한으로만 열 수 있는 감옥 문을 열었기 때문에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크리스티나는 한성을 바라봤다.

이제 흑풍도의 요새성은 한성의 소유가 되었다.

하지만 요새성은 본래 클랜이 소유하고 있는 걸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혼자서 관리하는 것은 힘들다고 볼 수 있었다.

지금 크리스티나는 그 점을 파고든 것이다.

“그건 나중에 생각 중이야. 블랙 캣츠의 네리아와 이야기해 볼 생각이라.”

한성은 웃으며 한걸음 물러났다.

그녀를 한번 떠 본 것이다.

어차피 한성은 크리스티나가 이끌고 있는 해적 클랜에게 대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대여기간이라든가, 대여비라든가 머리 복잡한 계산까지는 아직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세한 건 네리아한테 떠넘겨야지.’

물론 해적 클랜과 자신 사이에서 네리아가 뒤통수를 치는 행위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한성은 네리아의 머리를 믿고 있었다. 그 때문에 뒤통수를 맞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자신과 손을 잡고 있는 편이 이득인지, 아니면 얼마 되지 않은 이익을 위해서 뒤통수를 치는 게 이득인지 네리아라면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걸 떠나서 네리아는 이리아 구출이라는 큰 빛을 졌다.

‘뭐, 내 힘이 어느 정돈지 알고 있으니 허튼 짓은 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이런저런 이유로 적어도 네리아가 먼저 한성을 배신하는 일은 없으리라.

“블랙 캣츠? 카이진 항구 도시의 정보길드를 말이야?”

역시 정보길드.

크리스티나도 블랙 캣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응. 그쪽이랑 나랑 안면이 좀 있어서. 이래저래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지.”

한성의 입에서 블랙 캣츠라는 말이 나온 이후 그녀는 배고픈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한성을 바라봤다.

“블랙 캣츠 길드의 켈트인들에게 요새성을 넘길 생각이야?”

“아니. 그냥 좀 알아보려고.”

“그럼…….”

크리스티나는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우리한테 맡기는 건 어때?”

“너희들한테?”

“흑풍도의 요새성은 바다를 배경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나오질 않아. 흑풍도에는 사냥터가 없으니까. 그리고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녀석들이 이대로 물러날 거라 생각되지 않겠지. 요새성을 탈환하기 위해 모든 병력을 이끌고 올 텐데 우리들이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

크리스티나는 한성에게 자신들에게 요새성을 맡기면 어떤 점이 좋은지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부 한성이 생각하고 있던 대로였지만.

“알았어, 알았어.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고. 지금은 다른 사람부터 구해야지.”

“으, 응. 그렇지.”

한성은 열변을 토하며 설명하는 크리스티나의 말을 옆으로 돌렸다. 자세한 이야기는 네리아를 불러서 크리스티나와 이야기하면 된다.

“그럼 여기서 나가 볼까?”

한성은 크리스티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크리스티나는 한성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 순간,

[흑풍도 일대에 돌발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응?”

갑작스럽게 떠오른 안내 메시지에 한성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크리스티나도 마찬가지.

“돌발 이벤트?”

“너한테도 메시지가 떴어?”

“너도?”

“응.”

크리스티나의 반문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방금 메시지는 흑풍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떠오른 모양이었다.

[돌발 이벤트 퀘스트 블루벡 피쉬킹을 처치하십시오!]

[돌발 이벤트 퀘스트: Lv150 블루벡 피쉬킹 처치]

블루벡 피쉬 부족을 이끌고 신천지를 찾아 바다를 여행하던 블루벡 피쉬킹은 자신을 부르는 신비한 소리에 매료되어 흑풍도로 오게 되었습니다.

해변의 무법자, 블루벡 피쉬들을 막지 못하면 흑풍도는 블루벡 피쉬들의 왕국이 되고 말 것입니다.

흑풍도 해변가에서 블루벡 피쉬들을 막으십시오.

그리고 3시간 안에 블루벡 피쉬 무리들을 이끌고 있는 킹을 처처하십시오.

난이도: B.

제한 레벨: 120~150.

제한 시간: 3시간.

보상: Lv150 유니크 상자.

이벤트 보상: 참가자들 전원에게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블루벡 피쉬 살해자 칭호를 하사하고, 블루벡 피쉬킹을 직접 처치한 플레이어 방문자들에게는 특별 보상을 지급합니다.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나쁜 건지.’

돌발 이벤트 퀘스트를 확인한 한성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다 동물 상자를 열기 위해 잡아야 할 블루벡 피쉬들이 흑풍도로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흑풍도 해변가.

요새성 지하감옥에서 해적 클랜에 속해 있는 여해적들을 구한 한성은 일행들을 이끌고 해변가에 도착했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에게 붙잡혀 있던 여해적들의 숫자는 크리스티나를 포함해 약 열 명이었다.

그중에 방문자가 여섯 명, 켈트인이 네 명이었다.

크리스티나와 한성은 남은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 클랜원들을 구해 냈다.

그리고 그녀들의 기본 장비를 찾아서 무장시킨 다음 흑풍도 해변가에 온 것이다.

그동안에 한성은 감사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정말 많네.”

크리스티나는 해변가를 메우다시피 있는 블루벡 피쉬들을 보고 치를 떨었다.

아닌 게 아니라 대충 봐도 수십 마리가 넘는 블루벡 피쉬들이 해변가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데다가, 미처 바닷가에 도착하지 못해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블루벡 피쉬들도 상당수 보였다.

아옭옭! 아옭옭!

블루벡 피쉬들은 괴성을 지르며 자기들끼리 툭툭 치며 영역을 정하고 있거나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경계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한성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정말 면목이 없네.”

“우리들을 구해 준 은인인데 이 정도 쯤이야. 오히려 잘된 일이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흑풍도에는 몬스터들이 없어서 좀 안 좋았으니까.”

크리스티나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한성의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인 루루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여. 마스터는 나쁘지 않아여. 루루가 잘못했어요. 훌쩍.”

“아, 루루야. 울지 마. 네 잘못 아니야.”

한성은 루루가 울려고 하자 얼른 품에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누가 잘못하고 그런 건 아니니까 괜찮아. 굳이 잘못한 사람을 꼽으라면 쿠로시마 놈들이지. 설마 그런 물건을 창고에 처박아 두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이 사단이 난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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