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65화 (165/318)

# 165

< 내 언데드 100만 >

제165화  루루의 역습

어두컴컴한 지하실.

요새성 지하에 도착한 한성과 루루는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나마 복도에 횃불들이 있어서 이동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마스터. 이쪽이에영!”

“그래 알았어.”

루루는 한성의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이끌었다.

한성은 마지못해 간다는 듯이 어색히 웃으며 루루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자신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지하 복도에는 위험이 될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지하 복도 양옆에는 감옥 방이 있었지만 모두 비어 있었다.

그렇게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은 지하 복도 끝에까지 도착했다.

복도 끝에는 지금까지 보아 온 감옥 방과, 그 앞에서 기역자로 꺾인 곳에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여기예요.”

한성을 이끌고 온 루루는 복도 끝 감옥 방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한성은 감옥 문 앞에 섰다.

문에는 작은 쇠창살이 있었다.

한성은 쇠창살을 통해 방 내부를 확인했다. 좁은 틈 사이로 방 중심에 누군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철컥.

성주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성은 요새 성안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성은 간단히 문에 걸려 있는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성이 지하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인물이 힘겹게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누, 누구……?”

가냘프고 힘이 없는 목소리.

‘흠.’

한성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닥에서 상체를 일으키고 있는 여인의 상체가 다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옅은 갈색 피부와 볼륨감이 넘치는 아찔한 가슴이 극히 일부의 천 쪼가리에 가려진 채 한성의 눈앞에 드러나 있었다.

“하아하아.”

크리스티나는 달콤한 숨소리를 흘렸다.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요?”

한성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더욱 적나라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네.’

한성은 고개를 한번 흔든 후, 크리스티나를 자세히 내려다봤다. 그녀는 이미 무장해제 당한 상태였다.

입고 있는 하얀 천 옷뿐.

그마저도 넝마가 다 된 탓에 그녀의 아름답고 아찔한 몸매가 다 드러나 있었다.

‘뭐지? 상태이상에 걸린 건가? 그런데 대체 무슨 상태이상에 걸린 거야?’

한성은 크리스티나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한성이 가까이 다가온 사실도 모른 채 붉게 상기된 얼굴로 몸을 떨며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일 것 같은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으니까.

“이봐요. 괜찮아요?”

한성은 크리스티나를 안아 올렸다.

“하윽!”

그러자 크리스티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괴로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신음소리에 한성은 화들짝 놀랐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건가?’

한성은 그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몽롱하게 풀려 있는 눈과 붉게 상기된 표정.

그리고 이따금씩 움찔움찔거리고 있는 아름다운 몸.

‘설마 이 증상은?’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짧은 시간 한성의 머릿속에 온갖 번뇌가 스쳐 지나갔다.

그때,

“하악!”

돌연 크리스티나의 아름다운 몸이 활처럼 튀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스텅. 이 언니 가슴 대따 커영. 몰캉몰캉해영.”

조물조물.

한 겹밖에 입지 않은 하얀 천 너머로 루루의 작은 손이 크리스티나의 가슴을 유린하고 있었다.

“하악. 그, 그만. 흐윽! 으으으음!”

루루의 작은 손이 이리저리 춤을 출 때마다 크리스티나는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느낌에 신음소리를 참을 수 없었다.

‘아차! 루루가 있었지!’

한성은 크리스티나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루루가 옆에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한성이 크리스티나의 상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찰나에 루루가 먼저 선수를 쳤던 것이다.

“아, 이 언니 정말 디아나님이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네요. 기분 좋다. 헤헷.”

루루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크리스티나의 가슴을 주물주물하더니 움켜잡았다.

“앗! 아흑! 하아앙!”

그럴 때마다 크리스티나의 신음소리는 점점 더 높아져 갔다.

“루, 루루야? 이제 그만하렴. 힘들어 하잖아.”

즐거운 표정으로 크리스티나의 가슴을 가지고 놀고 있는 루루를 한성은 말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뒀다간 크리스티나가 천국으로 승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루루는 한성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마스터도 만져 보실래요?”

‘……!’

순간 한성은 마음이 흔들렸다.

남자라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크리스티나.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니!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애 앞에서 할 짓이 아니지!’

한성은 집 나가기 일보 직전인 이성을 가까스로 다시 되찾았다.

크리스티나의 상태를 보면 아마 흥분 효과가 있는 미약이나 독약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남자라면 약에 중독되어 정신이 몽롱하게 풀려 있는 여성에게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없지 않은가?

“루루야. 장난은 이제 그만 치고 이리 와. 나랑 같이 해독 포션이나 찾아보자.”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말하며 한성은 인벤토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방금 말한 해독 포션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루루는 고개를 흔들었다.

“마스터. 해독 포션은 안 들을 거예요. 그녀의 증상은 아프로디지아라는 마법 독약에 중독된 현상이니까요. 아프로디지아에 중독되면 사랑을 나누는 방법밖에 없어요.”

“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중독 상태를 회복하려면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루루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아프로디지아는 일반 해독 포션이나 마법으로도 해독할 수 있었다.

단, 그럴 경우 흥분 효과는 그대로 남게 된다.

그 부분까지 완벽하게 해결하려면 역시 사랑을 나누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녀를 구하고 싶으시면 사랑을 나누세요. 마스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루루는 한성을 바라봤다.

루루의 말에 한성은 손을 내저으며 변명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는…….”

“그럼 루루가 도와드릴까요? 마스터를 위해서.”

루루는 붉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디아나 못지않은 위험한 미소다.

도저히 열 살 소녀라고 보기 힘든 농염한 여인의 웃음.

그 모습에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루루의 실제 나이가 몇이었더라.’

루루의 겉모습은 어린 아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정체는 마족 서큐버스다.

겉모습과 다르게 실제 연령은 디아나와 마찬가지로 정확히 알 수 없다.

“저기 루루야. 올해로 몇 살이지?”

“우웅? 루루 올해 몇 살인지 몰라영. 헤헷.”

순간 루루의 표정이 풀렸다.

여느 때처럼 어린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 그래?”

갑작스러운 루루의 태세전환에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아직 루루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루루가 마스터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겠어영! 루루만 믿으세영!”

루루는 작은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만만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해 주겠다는 것일까?

“나, 나를 어쩔 셈이냐?”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크리스티나가 정신을 차렸다.

“우리는 언니를 구해 드리러 왔어영. 에키드나 언니한테 부탁 받았거든요.”

“에키드나한테?”

순간 크리스티나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 말이 맞아. 겸사겸사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놈들을 두들겨 팰 겸 그녀의 부탁을 받아 구하러 왔다.”

한성은 크리스티나가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자 말을 걸었다.

“그런가. 구하러 와 준 건가.”

자신을 구하러 와 주었다는 말에 크리스티나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과 함께 잡혀 온 켈트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그녀는 끝까지 남았다.

로그아웃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접는 거라면 모를까, 로그아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에게 붙잡혀 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라 히데키가 일정 기간 이상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붙잡아 놓은 켈트 여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에 장시간 로그아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게임 속 시간이 현실보다 빨라서 다행이었다.

그녀도 현실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었으니까.

“이런 모습이라 미안해요. 그리고 구하러 와 줘서 감사합니다.”

크리스티나는 한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한성이 구하러 와 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는 말투도 바뀌었다.

지하감옥 안에 중독된 채로 있었지만 쿠로시마 패밀리 요새성에 뭔가 일이 생겼다는 사실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지하감옥을 지키고 있을 클랜원들도 다 사라졌는 데다가,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지하 감옥 전체가 몇 번이나 흔들렸으니까.

그 때문에 그녀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버틸 수 있었다.

요새성에 이변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 반쯤 포기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이제 괜찮으니 다른 사람들을 구해 주세요. 더 늦기 전에.”

크리스티나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아무리 그가 구하러 와줬다고 해도 조만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들이닥칠 터.

그 전에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전원 다 구출해서 나갈 거다.”

“저까지 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안 돼요.”

크리스티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은 아프로디지아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것을 해독하려면 남자가 필요하다.

그걸 노리고 키라 히데키가 자신을 아프로디지아에 중독시켰으니까.

“그건 괜찮아요.”

그때 루루가 귀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크리스티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크리스티나는 순간 움찔거리며 살짝 옆으로 루루를 피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어렴풋하지만 루루에게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아프로디지아의 중독 증상이 나아졌지만 말이다.

“크와앙.”

크리스티나를 향해 루루는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등에 달려 있는 검은 날개도 함께.

흠칫!

그러자 본능적으로 크리스티나는 팔로 가슴을 가렸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가슴 큰 언니. 이건 치료를 위한 거에영. 순순히 그 가슴을 넘기시면 유혈사태는 생기지 않아영.”

루루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크리스티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크리스티나는 한성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니, 날 그렇게 쳐다봐도 어쩔 수가 없는데…….’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루루는 불이 붙어 있었다.

저래서는 아무도 말릴 수 없다.

하지만 역시 루루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한성은 입을 열었다.

“루루야.”

팟!

그 순간 한성은 봤다.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스피드로 루루가 크리스티나의 가슴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잠시 후, 크리스티나의 아찔하고 고혹적인 신음소리가 지하감옥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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