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
< 내 언데드 100만 >
제163화 바다 저편에서 찾아오는 위협
“뭐, 뭐야?”
부부젤라처럼 생긴 피리에서 뜻밖의 소리가 들려오자 한성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루루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라 있었다.
얼마나 황당했는지 틴달로스가 루루의 머리 위로 물음표 표시를 띄웠던 것이다.
“에잇!”
루루는 숨을 들이키더니 힘차게 피리를 불었다.
[아옭옭옭옭옭!]
다시 한 번 기괴한 소리가 힘차게 비밀 창고에서 울려 퍼졌다.
“꺄하하하하! 아옭옭옭이래!”
루루는 피리 소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마스터. 이거 제가 가져도 돼요?”
반짝반짝.
루루는 붉은 눈을 루비처럼 빛내며 애원하는 표정으로 한성을 올려다봤다.
‘크윽.’
갑작스러운 루루의 눈빛 공격에 심쿵사 할 뻔한 한성은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았다.
‘이런 모습은 놓칠 수 없다!’
한성은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누르며 귀여운 루루의 모습을 저장했다.
그리고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지. 그거 말고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마음껏 가지렴.”
“마스터, 사랑해여!”
루루는 한성을 향해 폴짝 뛰어오르며 품에 안겼다.
기쁜 표정으로 한성의 얼굴에 볼을 부비부비 하는 루루.
얼마 후, 한성은 품에 안고 있던 루루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 그럼 또 뭐가 있나 찾아보자.”
“네~”
신이 난 루루는 손에 든 피리를 위아래로 마구 흔들면서 비밀 창고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피리를 불고 다녔다.
‘그렇게 좋은가?’
한성은 피리를 불고 다니는 루루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일정 조건에 도달하여 봉인된 피리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응?’
그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한줄 떠올랐다.
‘봉인이 풀렸다고?’
한성은 루루가 들고 있는 피리를 바라봤다.
겉보기에는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뭐, 별거 아니겠지.’
한성은 그냥 넘어갔다.
봉인이 풀렸다고 해도 레벨과 등급이 낮은 편이었다.
한성의 생각대로 별거 없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봉인이 풀린 이유도 간단히 추리해냈다.
분명 루루가 피리를 계속 불고 다녔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저 피리 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단 말이야.’
한성은 잠시 머리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자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저게 문제가 아니야. 눈앞의 일부터 집중해야지.’
한성은 비밀 창고 내부를 둘러봤다.
최소 레어에 유니크 등급 아이템이 수두룩했다.
마치 쇼핑이라도 하듯 한성은 비밀 창고 내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이건……?”
그때 한성의 눈에 특이한 건틀렛 하나가 보였다.
세련된 느낌의 하얀 건틀렛.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
타입: 건틀렛.
등급: 유니크.
최소 요구 레벨: 120.
제한: 근력 120, 지력 120. 마력 120.
옵션(1): 근력 +20. 지력 +20. 마력 +20.
옵션(2): 평타에 마법 공격력 추가 +100%.
내구도: 1500/1500.
설명: 중앙 대륙 투아하 데 다난에서 활동한 매직 파이터 스테인의 건틀렛. 마법과 무술을 융합한 스타일의 매직 파이터인 스테인은 마법 공격과 물리 공격이 특기다.
그의 기본 전투 스타일은 근접 공격이며 물리 피해에 마법 피해를 추가하는 무구를 사용한다.
즉, 평타에 마법 피해를 추가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상당한 데미지를 적에게 입힐 수 있지만, 건틀렛을 방어구가 아닌 무기로 착용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면 무용지물이다.
스테인의 플레이트 부츠를 장비하면 세트 아이템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오오? 이거 정말 좋은데?”
한성은 세련된 디자인의 하얀 건틀렛 정보를 바라보며 놀람 반, 만족감 반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은 지금 한성에게 정말 꼭 필요한 무기였기 때문이다.
‘레벨을 좀 더 올린 다음에 마법 공격력이 붙은 건틀렛을 살까 했었는데 잘됐네.’
건틀렛은 파이터 계열이나 일부 근접 직업들만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외 다른 직업에서는 방어구로 취급된다.
그 때문에 원래는 네크로맨서 계열의 히든 직업도 방어구로 적용되어야 맞았다.
하지만 한성은 전승을 하면서 이전 직업인 패왕을 계승했다.
그 덕분에 건틀렛을 무기로서 착용할 수 있으며, 듀얼 웨폰 덕분에 스태프와 건틀렛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성은 지금까지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근접 전투를 하기 위한 보조 무기로서 사용해왔다.
하지만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은 물리 공격 전문이었다.
그럼에도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사용한 이유는 옵션이 좋았기 때문이다.
유니크 등급이라고는 해도 70레벨에서 근력 +30, 체력 +20은 굉장히 좋은 능력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마법 추가 딜을 넣을 수 있는 건틀렛이 한성의 손에 들어왔다.
즉, 지팡이나 건틀렛으로 적들을 후려치면 마법 추가 딜이 붙으면서 타격 데미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이거 근접 전투 스킬이 좀만 더 있으면 파이터처럼 싸워도 되겠는데?’
한성은 네크로맨서 계열의 마법사 직업이다.
전승을 한 덕분에 다른 법사 계열 플레이어들보다 물리 공격력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당연히 마법 공격력 쪽이 훨씬 더 높았다.
특히 100레벨이 넘어가고 3차 전직을 하면서 그 부분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점점 더 근접 전투를 하기에는 물리 공격력이 부족해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처럼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이 붙어 있는 무기는 매우 적었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물공과 마공 데미지를 동시에 입힐 수 있는 직업의 숫자가 적은 탓도 있고, 무엇보다 그런 직업은 인기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공과 마공이 붙은 무기는 구하기가 어려웠고, 구한다고 해도 대부분 검인 경우가 많았다.
건틀렛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수준.
그래서 한성은 200레벨이 넘었을 때 마공이 붙어 있는 건틀렛을 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레벨이 낮을 때 구해 봤자, 고레벨이 되면 다시 구해야 하니까.
‘200레벨이 될 때까지 이 녀석으로 버티면 되겠군.’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에 붙어 있는 두 번째 옵션은 한성이 가지고 있는 기본 마법공격력만큼 데미지를 추가할 수 있었다.
“그럼…….”
한성은 바로 건틀렛을 교체했다.
착용감이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보다 편했으며, 하얀색이라 산뜻하고 밝은 느낌이 났다.
“응?”
새로운 건틀렛을 착용하고 주먹을 몇 번 내지르던 한성의 눈에 하얀 장비가 눈에 뜨였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거 세트 아이템이라고 했지?”
화이트 건틀렛이 있던 자리 옆에 하얀 부츠 하나가 있었다.
혹시나 싶은 한성은 하얀 부츠를 확인해 봤다.
[스테인의 화이트 플레이트 부츠]
타입: 부츠.
등급: 유니크.
최소 요구 레벨: 120.
제한: 근력 100. 민첩 120.
옵션(1): 근력+20. 지력+20.
옵션(2): 이동속도+15%. 무게 -15%.
내구도: 1500/1500.
설명: 매직 파이터 스테인이 사용하던 부츠.
굉장히 가볍고 편하다.
이동속도를 상승시켜 주고, 무게를 -15%까지 감소시켜 준다.
이 부츠를 신은 스테인은 바람처럼 움직이며 적들을 농락했다고 전해진다.
스테인의 화이트 건틀렛과 함께 착용하면 세트 아이템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이것도 괜찮네.”
하얀 플레이트 부츠의 정보를 확인한 한성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금 신고 있는 바람의 승천 부츠보다 옵션 능력이 더 좋은데다가 방어력도 높았다.
한성은 망설임 없이 바로 부츠를 바꿔 신었다.
[스테인의 화이트 시리즈 장비를 착용했습니다. 장비 세트 효과를 받습니다.]
[근력 +5%, 지력 +5%가 추가적으로 상승합니다.]
[당신은 바람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공격 속도가 20% 상승합니다.]
“대박이네.”
세트 효과는 상당히 좋았다.
퍼센트 상승이었기 때문이다.
뜻밖의 득템에 한성은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제 당분간 건틀렛이랑 부츠는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겠군. 그럼 남은 건 아크스태프랑 심판자의 갑주 세트인가?’
아크스태프는 아직 재료 아이템을 다 모으지 못했고, 심판자의 갑주는 이제 흉갑만 입수한 상태였다.
다음 파츠는 견갑이었다.
‘다른 할 일들이 참 많네.’
중앙 대륙에서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린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라와 세라를 통해 받은 이리아 구출 미션 때문에 한성은 시작의 대륙에서부터 정신없이 중앙 대륙까지 달려왔다.
그 때문에 중앙 대륙에 도착하고 나서 아크스태프 제작에 필요한 재료 아이템도 모으지 못했고, 속성 능력치 숙련도 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마나 컨트롤 작업은 거의 마무리 상태였지만.
한성은 이번 미션을 마무리 짓고 카이진 항구 도시로 돌아가면 당분간 미뤄뒀던 일들을 할 생각이었다.
‘방송도 해야 하고, 아직 열지 못한 동물 상자의 아이템도 모아야 하고 할 일이 태산 같구만.’
시작의 대륙에서 디아나에게 받은 Lv60 레전드 등급의 동물 상자. 가장 먼저 연 땅 타입 동물 상자에서는 성격이 까칠한 골드 알파카가 튀어나왔다.
나머지 하늘 타입과 바다 타입 동물 상자에서 뭐가 나올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전에 먼저…….’
“틴달로스.”
[부르셨어요? =_=?]
한성의 부름에 틴달로스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띄웠다.
“여기 있는 거 전부 다 먹어.”
한성은 씩 웃으며 말했다.
* * *
쏴아아아.
흑풍도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바닷가.
어두운 밤하늘에서 은은한 하얀 달빛이 내려온다.
첨벙첨벙.
하얀 달빛 아래 망망대해 속에서 무언가 대규모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들은 하얀 달빛 아래에서 바닷속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헤엄을 치고 있었다.
가볍게 수백은 넘어갈 것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주변을 경계하고, 수면 밑으로 내려갔을 때는 빠르게 이동했다.
촤악. 촤르르륵.
그때 선두 무리 중에서 약 3미터 키의 유난히 덩치가 큰 존재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러자 그 주위로 약 2미터 정도 되는 존재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덩치가 큰 존재는 손에 들고 있는 삼지창을 번쩍 치켜들며 소리쳤다.
[아옭옭옭옭옭!!!]
<새로운 정착지를 찾기 위해 바다를 이동 중인 Lv150 해변의 무법자 블루벡 피쉬킹>
그렇게 대규모의 블루벡 피쉬 무리들이 어두운 바다를 헤치며 흑풍도로 향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