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
< 내 언데드 100만 >
제159화 데스마스터의 새로운 스킬
‘참 귀엽게도 우네.’
쿠로네코의 포효에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울음소리와는 다르게 쿠로네코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기다 전방에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후방에는 흑화한 쿠로네코가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
‘여긴 위치가 안 좋아.’
“레이몬! 라이! 포위망을 뚫는다!”
한성은 루루를 등에 업으며 소리쳤다. 그리곤 냅다 왼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왼쪽에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사무라이 탱커들이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못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딜 도망가!”
그때 키라 히데키가 손을 휘둘렀다.
쌔애액!
그러자 레이몬과 라이, 한성을 향해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막아!”
한성의 외침에 레이몬은 흑마력을 검에 씌워서 휘둘렀고, 라이도 파이어 클로를 시전하며 날카로운 블러드 스톰을 휘둘렀다.
카가강! 캉캉!
칠흑의 대검과 푸른 화염 손톱에 갖가지 원거리 공격들이 튕겨져 날아갔다.
하지만 그중에 일부는 방어를 뚫고 한성과 루루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틴달로스!”
[넹! >_
슈와아아악!
한성의 외침에 틴달로스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띄우며 검은 장막처럼 그림자를 펼쳤다.
검은 장막은 마치 실드처럼 한성의 옆에 나타났다.
팅! 터텅!
한성과 루루를 향해 날아들던 붉은 화염 화살들이 틴달로스가 펼친 검은 장막에 가로막혀 떨어져 내렸다.
[앗, 뜨거! ㅠ_ㅠ]
파이어 애로우 공격이 뜨거웠는지 틴달로스는 칭얼거렸다.
“잘했어, 틴달로스.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줄 테니까, 지금은 참아.”
[보라색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그래그래.”
부활실 벽을 향해 달려가면서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 보라색 맛 아이스크림!”
그때 한성의 등 뒤에서 들뜬 루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맛있겠다. 츄릅.”
거기다 등 뒤에서 입맛을 다시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렸다.
‘헉!’
그리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죽은 생선과 같은 눈을 하고 루루가 입가에 침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루, 루루도 사 줄게.”
“정말요?”
순간 루루의 붉은 눈에 생기가 철철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흥분했는지 루루는 붉어진 얼굴로 한성의 등 뒤에서 몸까지 흔들었다.
아이스크림 노래를 부르면서 말이다.
그사이 한성은 부활실 벽에 도착했다.
‘배수의 진이 따로 없네, 이거.’
한성은 부활실 벽을 등에 지고 전방을 바라봤다.
눈앞에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과 쿠로네코가 두터운 포위망을 형성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키라 히데키가 히죽 웃었다.
“독 안에 든 쥐새끼로군.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을 거다.”
“어차피 도망칠 생각도 없었어. 꼴통 우익 놈아.”
한성은 키라 히데키를 비웃으며 인벤토리에서 마나 포션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바닥을 드러냈던 마나가 빠른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나 포션도 한계가 있었다.
포션 한 병에 회복시킬 수 있는 생명력이나 마나량은 정해져 있으며, 연속으로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정도 찼으면 됐어.’
그래도 방금 전 마나 포션을 마신 덕분에 스킬 하나를 쓸 수 있을 만큼의 마나가 회복되었다.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지면에 내려쳤다.
쿵!
“나와라! 다크 메탈 골렘!”
그러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아껴 두었던 다크 메탈 골렘을 불렀다.
한성이 내려친 지팡이 끝을 중심으로 황금빛 마법진이 그려졌다.
직경이 약 5미터가 넘어가는 화려한 마법진.
그 속에서 키가 3미터나 되는 다크 메탈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반적인 다크 메탈 골렘의 모습은 중세시대 갑주처럼 생겼다. 다만 현대적인 감각으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세련된 느낌의 강화장갑복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크 메탈 골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 뿔도 이마에 달려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뿔만큼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
한성에게 있어서 골렘의 뿔은 생명과도 같았다.
“와~ 깜둥이 왔다!”
다크 메탈 골렘이 나타나자 루루가 눈빛을 반짝였다.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바라보듯이.
[다중 마력 술식 마법진 전개. 아그니카 시스템을 기동합니다.]
소환된 다크 메탈 골렘은 기동 준비에 들어갔다.
‘앞으로 1분!’
완전 가동까지 남겨진 시간.
“라이! 레이몬!”
[알겠다.]
크아아아앙!
한성의 부름에 라이와 레이몬은 다크 메탈 골렘 앞을 막아섰다. 다크 메탈 골렘이 기동하기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으니까.
“저 건방진 조센징 자식을 내 앞에 무릎 꿇려라!”
“예!”
하지만 역시나 키라 히데키는 한성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의 명령에 근접 딜탱이 가능한 사무라이들이 라이와 레이몬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루루! 버프!”
“네~”
한성의 외침에 루루는 뒤에서 귀여운 동물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이와 레이몬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하고 이동 및 공격 속도가 올라갔다.
뒤이어 한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체 소환! 데스나이트 소환! 해골 검병 소환!”
소환된 시체 6구 중 3구로 데스나이트를, 나머지 3구로는 해골 검병 18마리를 소환했다.
“가라!”
쿵쿵쿵!
덜그럭덜그럭.
한성의 명령에 데스나이트와 해골 검병들은 달려들고 있는 사무라이들을 마중 나갔다.
카가가강!
이윽고 병장기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부활실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 죽어 가는 놈이…….”
그 모습을 본 키라 히데키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완벽하게 몰아붙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언데드 몬스터들을 이만큼이나 다시 소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야.’
키라 히데키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라이와 레이몬이 그나마 상대하기 까다로울 뿐이지, 데스나이트나 스켈레톤 솔져는 아니었다.
이시하라 마코토가 이끌고 있는 약 열 명 정도 되는 사무라이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들 중에는 정예급 실력자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시하라 마코토만 해도 혼자서 데스나이트 2기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무라이 뒤에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딜러와 힐러들이 대기 중이었다.
거기다 아직 2차 각성을 한 쿠로네코도 투입하지 않은 상황.
키라 히데키는 클랜원들 뒤에서 팔짱을 끼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성을 노려봤다.
순간 키라 히데키와 한성의 시선이 마주쳤다.
키라 히데키는 한성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어차피 쓸데없는 발악이다. 포기해.’
‘그건 네 생각이고.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나?’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서로 말은 주고받지 않았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분명 서로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
지금 한성은 심장이 마구 요동치듯 뛰고 있었으며 손에는 긴장감으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아직까지는 계획대로였다.
한성의 예상대로 키라 히데키는 여유를 부리며 정석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키라 히데키가 사무라이들을 보내지 않고 원거리에서 공격해 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2차 각성을 한 쿠로네코를 투입했다면?
아마 지금보다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지금 한성은 긴장감과 흥분감으로 심장이 뛰고 있었다.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엇나간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될 테니까.
[마력이 20% 이상 회복되었습니다.]
‘왔다!’
한성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금 상황을 반전시킬 일발역전의 기회!
그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한성은 입매를 비틀었다.
“내가 말했지? 너희들은 이미 나한테 말려 있는 상태라고.”
“뭐라고?”
한성의 말에 키라 히데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상황은 명백히 자신들이 유리하다.
눈앞에 있는 침입자는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새끼와 다름없는 신세.
그 때문에 키라 히데키는 조금씩 조금씩 눈앞에 있는 건방진 버러지를 괴롭히다 죽일 생각이었다.
그래서 사무라이들을 먼저 보내 소모전을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미친 놈. 드디어 정신이 나가 버렸구나. 네놈이 아무리 미친 소리를 해도 용서할 생각이 없다. 감히 대일본제국의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건드린 댓가는 톡톡히 치러 줄 테니까 말이야.”
키라 히데키는 입가에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멍청하기는. 내가 왜 넓고 넓은 부활실에서 굳이 이렇게 벽을 등 뒤로 서 있는지 모르지? 내가 미쳤다고 네놈 말대로 독안에 든 쥐가 된 줄 알아?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거야, 우익 꼴통 자식아.”
“웃기는 놈이군. 비록 네놈이 묘수가 있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는 소용없다. 지금 내가 봐주고 있는 것도 모르나?”
“응. 그래서 고마워. 네놈이 여유를 부려 줘서 덕분에 일이 쉬워졌거든.”
“흥. 허세는 거기까지다. 지하감옥에 갇히고 나서도 그렇게 허세를 부릴 수 있을지 기대하지.”
키라 히데키는 한성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한성이 그럭저럭 저항을 하고 있다지만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이다.
전력을 다하면 순식간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반대라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야. 지금 네놈들 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지?”
한성은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성의 말에 키라 히데키를 비롯한 후방에서 대기 중인 원딜들과 힐러들이 혹시 몰라 뒤를 돌아봤다.
그들 뒤에는 한성이 조금 전 파괴한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가 있었다.
상식적으로 한성이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비교적 입구에서 가까운 벽을 등지고 서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성은 일부러 부활실 안쪽 벽을 등지고 섰다.
그 결과 한성의 앞에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포위를 하듯 서 있었고, 클랜원들 너머에 한성이 파괴한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 주위에는…….
“저건…….”
키라 히데키는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 주위로 가득 쌓여 있는 하얀 뼛조각들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게 뭔지 알아? 내 똘마니들이야.”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지금은 다 부서져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데.”
“그건 네 생각이고. 난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게 말한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치켜든 다음 지면을 향해 내려치며 소리쳤다.
“본 리바이벌(Bon Revival)!”
3차 전직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스킬이 지금 처음으로 시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