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
< 내 언데드 100만 >
제158화 비스트 모드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부활실에서 일어났다.
한성은 백 기에 가까운 해골 병사들을 부활 수정구로 이동시킨 뒤 본 월로 그들 주변을 에워쌌다.
그 후 본 익스플로전을 시전해서 폭발시킨 것이다.
본 월로 감싸여 있는 상태에서 터졌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클 터였다.
엄청난 폭발력에 산산조각이 난 뼛조각들이 폭음과 함께 천장 끝까지 솟구쳐 오르기까지 했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아무리 방어력이 높은 부활 수정구라고 무사하지 못하리라.
“부서졌을려나?”
한성은 가늘게 눈을 뜨며 눈앞을 바라봤다.
본 익스플로전으로 해골 병사들만 터트렸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본 월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있었다.
지근거리에서 일어난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전부 막아 냈기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본 월이 서 있는 주변으로는 하얀 분진이 자욱하게 흩날리고 있는 탓에 부활 수정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를 파괴하셨습니다.]
“이겼다!”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직후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계획대로 된 것이다.
부활 수정구를 파괴한 이상, 이번 전쟁은 한성의 승리였다.
“아슬아슬했네.”
한성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아직 쿠로네로를 비롯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잔당들이 몇 놈 정도 남아 있겠지만, 라이와 레이몬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라이와 레이몬을 부활실 전투에 참가시키지 않고 휴식을 시켰으니까.
“난 이제 무리.”
한성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까지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하고, 거기다 방금 전 수십 마리의 해골 병사들을 제물로 본 익스플로전을 시전한 탓에 마나가 바닥을 드러냈다.
본 익스플로전으로 폭발시키는 해골 병사들의 숫자가 많을수록 마나 소모량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성이 지배력과 마력을 괜히 올리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뒤는 맡겨 둬라. 피라미들 따위 내 상대가 아니니까.]
레이몬은 한성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크어엉. 크엉크엉.
라이 또한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맡겨달라는 듯 그르렁거리며 한성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고 지나갔다.
“빨리 끝내.”
그런 그들을 향해 한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쿠로네코가 성가시기는 하지만 아직 체인 오브 바인드에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도 약 1, 2분 정도 남은 상황.
그 정도면 둘이서 충분히 쿠로네코를 지지고 볶고 삶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
그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얼마나 남았지?’
한성은 안내 메시지에 떠오른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의 숫자를 확인했다.
“헐?”
순간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30/52]
“서른 명이나 남았다고?”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클랜원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30명이나.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활실로 들어오기 전과 그대로잖아?’
부활실에 향하기 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의 남은 숫자는 대략 서른 안팎이었다.
하지만 전황은 한성 쪽이 유리했다.
물량으로 밀어 붙이는 한성의 인해전술에 클랜원들은 바람 앞 등불과도 같은 신세였다.
그래서 해골 병사들을 틴달로스에 쓸어 담은 후 부활실로 향했던 것이다.
그렇게 한성이 해골 병사들을 빼내어 갔어도 클랜원들보다 언데드 병력이 최소 2배 이상은 많았다.
거기다 크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 대부분은 생명력과 마나가 절반 이하인 상황.
아무리 적들이 해골 병사들보다 강하다고 해서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성의 예상으로는 클랜원들이 몇 명 남지 않을 정도로 괴멸적인 타격을 입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전원 살아 있다니?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한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 순간!
쾅!
부활실의 거대한 입구 문이 거친 굉음을 내며 열려졌다. 한성을 비롯한 주변에 있던 소환수들의 시선이 뒤로 돌아갔다.
저벅저벅.
열려진 문 너머에서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부활실 입구에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참. 내가 한 방 먹었네.”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활실 입구에서 키라 히데키와 이시하라 마코토를 비롯한 간부급 클랜원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건방진 조센징 놈.”
한성을 노려보는 키라 히데키의 눈이 분노로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자신들이 밀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클랜전에서 그나마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부활 수정구까지 박살이 나 버렸다.
자신들이 극혐 취급을 하고 있는 한국인에게 말이다.
“부활 아이템을 쓴 건가?”
한성은 키라 히데키를 바라봤다.
부활실 입구에서 나타난 클랜원들을 본 한성은 그제야 깨달았다.
부활 수정구외에도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맞다.”
키라 히데키는 한성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템을 써서 살아나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
잠깐 눈만 감아도 코 베어가는 장소가 바로 전장이다.
여유롭게 부활 아이템을 사용할 틈은 없었다.
그 때문에 한성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이 30명 살아남았다고 떴을 때, 미처 부활 아이템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거기까지 가르쳐 줄 이유는 없지.”
키라 히데키는 입가에 비웃음을 띄웠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 부활 아이템으로 그들이 살아났다는 사실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차피 이제 남은 놈들을 전멸시키면 끝나.’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를 파괴한 현재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더 이상 1시간 뒤에 부활하는 것은 할 수 없게 되었다.
클랜전도 이제 종반으로 치닫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설마 혼자서 우리를 여기까지 몰아붙일 줄이야.”
키라 히데키는 이를 갈며 한성을 노려봤다.
클랜원 50명이 단 한 명의 네크로맨서에게 밀렸다.
그렇다고 레벨이 굉장히 높아 보이지도 않았다.
고렙 특유의 장비 특성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여기까지지. 네놈이 아무리 네크로맨서 히든 직업이라고 해도 이제 한계 상황일 테니까.”
키라 히데키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내성벽에서 한성에게 목숨을 구걸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갈 때 기분이 다르다더니만.’
한성은 여유를 부리고 있는 키라 히데키를 바라보며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거 좀 위험하려나?’
현재 한성에게 남아 있는 소환수들은 레이몬과 라이, 루루와 틴달로스밖에 없었다.
일반 소환 스킬로 소환한 언데드 몬스터들을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에 전부 올인 했기 때문이었다.
백 마리에 가까운 해골 병사들을 제물로 본 익스플로전을 시전한 덕분에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흑풍도에 상륙한 후 한성은 내성까지 쉬지 않고 폭풍처럼 밀어붙이며 쳐들어왔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 있는 상황.
“하등한 조센징 자식. 대일본제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처럼 우리 손에 잡히기만 하면 노예로 부려주마!”
한성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키라 히데키는 자신만만한 미소로 외치며 클랜원들을 움직였다.
탱커들이 넓게 포진하며 포위하듯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너머로는 원거리 딜러들과 힐러들이 각자 베스트 포지션을 잡았다.
그때 레이몬이 앞으로 나섰다.
[부모님이 안 계시는 가엽고 딱한 자여. 역시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가정교육을 판타지 소설로 배웠구나.]
“뭐라고?”
다짜고짜 시작된 레이몬의 패드립에 키라 히데키를 비롯한 클랜원들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거기에 한성은 기름을 부었다.
“아, 그리고 너네 나라 역사 왜곡 좀 하지 마라, 이 쪽바리 새끼들아. 무슨 너희들은 역사가 판타지 소설인 줄 아냐? 왜곡도 하려면 적당히 해야지.”
한성은 피식 웃으며 일본 극우 단체인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비웃었다.
그러자 키라 히데키는 부들부들 거리며 소리쳤다.
“감히 버러지 새끼 주제에 대일본제국의 역사를 모욕해?”
아직도 일본제국주의를 버리지 못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네놈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분노한 키라 히데키는 허공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아공간화되어 있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내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키라 히데키는 동그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걸 본 한성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거 설마 아니겠지?”
한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수정구였기 때문이다.
“각오해라! 넌 여기서 반드시 제압한다. 두 번 다시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마! 아니면 우리 노예가 되던가!”
키라 히데키는 인벤토리에서 꺼내든 수정구를 치켜들었다.
그 순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마스터 키라 히데키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개방합니다.]
“아니, 진짜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무슨 개나 소나 다 가지고 있네?”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키라 히데키를 바라봤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진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였을 줄이야!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깨어나라, 쿠로네코!”
“뭐라?!”
키라 히데키의 외침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키라 히데키가 자신에게 직접 쓸 줄 알았던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놀랍게도 쿠로네코에게 사용한 것이다.
키라 히데키의 손에 들려져 있던 흑수정구는 번쩍 거리며 사라졌다.
[경고!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귀여운 애완동물 Lv150 쿠로네코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비스트 모드)를 흡수합니다.]
[Lv150 쿠로네코가 흑화, 2차 각성을 시작합니다. 흑화 중에는 무적상태가 되기 때문에 공격할 수 없습니다.]
“…….”
눈앞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쿠로네코를 흑화시킬 줄이야.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도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확실히 지금은 한성이 불리한 상황.
하지만 이대로 당할 한성이 아니었다.
‘날 우습게 보면 안 되지.’
한성은 키라 히데키를 바라본 후, 등 뒤에서 흑화중인 쿠로네코를 조용히 응시했다.
현재 쿠로네코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서 발생한 흑마력 구체 속에 몸 전체가 감싸여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흑마력 구체 속에서 흑화 쿠로네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보다 덩치가 약간 더 커졌고, 무엇보다 은색이 들어가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칠흑의 갑주로 전신을 완전 무장하고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전과 비교를 한다면 고양이에서 호랑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2차 각성 비스트 모드를 완료한 쿠로네코는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냐아아아아아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