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57화 (157/318)

# 157

< 내 언데드 100만 >

제157화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

촤라라라락!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의 손에서 검은 마력의 사슬이 쿠로네코를 향해 날아들었다.

크, 크어어엉?

네 가닥의 검은 마력 사슬은 쿠로네코의 몸을 타고 오르며 칭칭 동여매기 시작했다.

점차 검은 마력 사슬은 복잡한 모양으로 묶여져 가며 쿠로네코를 속박했다.

끄아아아앙!

온몸을 속박하는 검은 마력 사슬의 압박에 쿠로네코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발 동물 형태에도 귀갑 묶기냐?’

확실히 상대를 완벽하게 묶으려면 귀갑 묶기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으리라.

하지만 설마 인간 형태도 아닌 네발 동물도 귀갑 묶기를 할 줄이야.

“허, 헉?”

“뭐, 뭐야?”

그때 쿠로네코와 합류해서 해골 병사들을 제압하려고 했던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주춤거렸다. 쿠로네코가 검은 마력 사슬에 묶여서 바닥에 쓰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성의 턴은 끝나지 않았다.

“이어서 나는 해골 검병 50기, 해골 창병 30기, 프로즌 좀비 울프 10기를 소환!”

[Yes, Sir! >_<]

한성의 말에 틴달로스가 귀여운 이모티콘을 표시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부활 수정구와 근접 직업을 가진 클랜원들 사이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덜그럭덜그럭.

크르르.

“어, 어느 틈에?”

그 모습을 본 힐러 하나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들의 발밑으로 어느새 틴달로스의 그림자가 쭉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지금 틴달로스는 한성의 지배력 수치에서 약 60%에 해당하는 언데드 병력을 수송할 수 있었다.

그 숫자는 대충 180마리 정도.

그럼에도 한성은 처음에는 해골 병사들을 40기밖에 소환하지 않았다.

이른바 미끼였다.

부활 수정구를 파괴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을 유인해 낼 필요가 있었으니까.

거기다 레이몬과 라이의 체력도 회복시킬 필요도 있었다.

그런데 그 사실도 모른 채 무작정 해골 병사들을 향해 달려드는 꼴이라니!

“2라운드 시작이다, 멍청이들아.”

한성은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자, 잠깐!”

“와, 나. 이건 아니잖아!”

“우리 평화적으로 말로 합시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다른 누구보다도 부활 수정구 근처에 남아 있던 힐러 세 명과 원딜 두 명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왜냐하면 그들 주위로 해골 병사들이 포위한 채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내가 다른 놈들은 봐줘도 네놈들만큼은 절대 못 봐준다.”

한성은 힐러 세 명을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저놈들은 한성의 노력을, 아니 해골 병사들의 눈물과 희생을 허사로 만들었다.

열심히 목숨을 내던져가며 쿠로네코의 생명력을 빼놓았더니 단번에 회복시켰던 것이다.

용서할 수 없었다.

지금은 저들이 믿었던 쿠로네코가 적어도 5분간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황.

“박살 내라.”

한성은 치켜든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한성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힐러 세 명을 둘러싸고 있는 해골 병사들은 눈에서 형형한 푸른 안광을 흘리며 각자 무기를 치켜들었다.

크아아아앙!

프로즌 좀비 울프들도 차가운 한기를 흘리며 울부짖었다.

“아, 안 돼!”

“사, 살려 줘!”

고작해야 원거리 딜러 두 명과 힐러 세 명으로는 해골 병사 80기와 프로즌 좀비 울프 10기를 막을 재간이 없었다.

그들 다섯 명은 몸을 돌리며 부활 수정구를 향해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언데드 몬스터들이 더 빨랐다.

푸욱! 푸푸푹!

만인 앞에 평등한 죽창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본 스피어와 해골 검병의 본 소드가 클랜원 다섯 명의 등에 꽂혔다.

“크아아악!”

원딜 두 명과 힐러 세 명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이대로라면 곧 사망할 터.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도와 줄 수 없었다.

다른 클랜원들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마, 막아!”

“부활 수정구를 지켜야 돼!”

나머지 클랜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소리만 쳤다.

안전하게 부활 수정구 앞에 남겨 놓았던 원딜 두 명과 힐러 세 명이 바닥에 드러눕는 모습을 봤지만 도와주기가 어려웠다.

후방에 남겨놓은 다섯 명과 나머지 클랜원들 사이에는 해골 병사들이 벽처럼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후방에 남겨진 다섯 명이 프로즌 좀비 울프들에게 뜯겨지고 있는 동안, 전방에는 쿠로네코를 상대하던 해골 병사들이, 후방에도 새롭게 나타난 해골 병사들이 포위망을 구축하며 다가왔다.

기세 좋게 뛰쳐나왔다가 샌드위치처럼 앞뒤로 압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큭!”

“아, 안 돼!”

“이대로 가다간…….”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덜그럭덜그럭!

그때 앞에서 뒤에서 해골 병사들이 검과 창을 꽉 움켜쥐고 달려들었다.

카가가강!

하얀 본 소드와 클랜원들의 무기들이 맞부딪치며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푸푸푹!

“크악!”

그리고 해골 검병들 뒤에서 창병들이 본 스피어를 내찔렀다.

기습과도 같은 공격에 사무라이들 몇몇이 당했다.

순식간에 사라져 가기 시작하는 생명력들.

한 번 보이기 시작한 틈을 해골 병사들은 놓치지 않았다.

퍽퍽퍽퍽퍽!

기습 공격으로 쓰러진 사무라이들을 향해 본 소드를 투닥투닥 내려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 잠깐.”

“사, 살려줘.”

“끄악. 흐억!”

자고로 다구리에 장사는 없는 법.

아무리 생명력과 방어력이 높은 사무라이라고 해도 본 소드로 내려치고, 본 스피어로 찔러 대는 집단공격을 버티지 못했다.

[Lv132 집 없는 사무라이 라이덴이 사망하였습니다.]

[Lv133 3일 동안 굶어 본적이 있는 사무라이 빈보가미가 사망하였습니다.]

[Lv131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빵셔틀 사무라이 파시리가…….]

해골 병사들의 집단 다구리에 사무라이들은 버티지 못하고 시체가 되어갔다.

그리고 후방에 남겨져 있던 원딜과 힐러들은 이미 시체가 된 지 오래였다.

[경고!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부활 수정구가 공격 받고 있습니다. 현재 피해 5%.]

“헉? 부활 수정구가!”

“아, 안 돼!”

“이런 제기랄!”

아직 살아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사무라이들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방 최후방의 1미터 길이의 타원형 크리스탈 수정구를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크리스탈 수정구가 클랜전에서 쿠로시마 패밀리의 클랜원들을 부활시켜 주는 마도장치였다.

이걸 부수기만 한다면 한성의 승리였다.

반대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은 한성을 죽이면 끝난다.

‘좋아.’

한성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한성의 시야에도 부활 수정구가 데미지를 입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던 것이다.

크아아아아앙!

쿵! 쿠쿵!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몸통 박치기로 크리스탈 수정구를 공격할 때마다 생명력이 깎여져 나갔다.

남은 생명력은 이제 90% 정도.

‘놈들이 부활하기 전에 박살 내야 되는데…….’

88%… 85%… 70%….

조금씩 깎여져 가는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의 생명력을 바라보는 한성의 손에 땀이 흘러나왔다.

번쩍!

그때 부활 수정구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설마?”

한성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감이 왔기 때문이다.

“헛?”

“뭐, 뭐야?”

“이, 이놈들이 왜 부활실에?”

부활 수정구에서 빛이 번쩍인 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 세 명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이번에 살아난 클랜원은 총 세 명밖에 되지 않았다.

키라 히데키도 없었고, 이시하라 마코토도 없었다.

“처리해.”

크아아아앙!

한성의 명령에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포효를 내지르며 방금 전 살아난 클랜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왁!”

“자, 잠깐만!”

부활하자마자 상황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공격을 받은 클랜원 세 명은 변변찮은 저항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거 좋지 않은데…….’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시간이 임박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키라 히데키와 이시하라 마코토의 부활이 말이다.

거기다 중간중간 한 번씩 클랜원들이 살아나면 부활 수정구를 파괴하는 데 애로사항이 꽃핀다.

클랜원들을 처리하는 동안 부활 수정구에 가해지는 데미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클랜원 놈들을 처리하는 것에 손을 늦출 수는 없지.’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클랜원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쿠로네코가 체인 오브 바인드에 묶여서 움직일 수 없었고, 뛰쳐나온 사무라이들도 거의 다 처치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은 이쪽이 유리해.’

거기다 한성에게는 최후의 한수가 있었다.

한성은 남아 있는 사무라이들을 바라봤다.

저놈들을 전부 처리하는 순간 모든 병력을 부활 수정구를 향해 쏟아부을 작정이었다.

‘그놈들이 부활하기 전에 끝낸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키라 히데키나 이시하라 마코토가 부활한다고 해도 상황을 역전시키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성은 키라 히데키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놈을 처음 봤을 때 불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곳은 이를테면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홈 그라운드였다.

그리고 부활실은 클랜전에서 핵심과도 같은 중요한 장소.

애완동물 주제에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쿠로네코를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두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키라 히데키가 이 장소에 또 다른 어떤 수를 남겨 두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키라 히데키가 부활하기 전에 클랜전을 끝내는 게 가장 안전했다.

[모든 사무라이들이 처치되었습니다! 전원 처치!]

그때 한성의 시야로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좋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부활 크리스탈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다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부활하려는 모양이었다.

“모두 부활 수정구로 이동해!”

한성은 해골 병사들을 전부 이동시켰다.

한성의 명령에 해골 병사들은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있는 장소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골 병사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를 둘러싼 채 공격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미안.’

“본 월! 본 리터레이션!”

순간 본 월 네 개가 사각형을 이루며 지면에서 치솟아 올라왔다.

해골 병사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 그리고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를 감싸면서 말이다.

“검검?”

“창창?”

“궁궁?”

컹컹?

갑작스러운 사태에 본 월 내부의 언데드 몬스터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올 것이 왔구나.’

‘또 인가?’

‘주인 나쁘다.’

‘우리에게도 생존권을 달라!’

체념한 해골 병사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옆 동료들과 얼싸 안거나, 아니면 무기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거나.

컹컹?

그런 해골 병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바로 그 순간.

“본 익스플로전!”

아니나 다를까 본월 너머에서 해골 병사들의 속을 터지게 만드는 한성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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