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
< 내 언데드 100만 >
제155화 떨어진 크리스티나의 희망
“막타 쳐야지!”
크헝!
한성의 외침에 먹잇감을 뺏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이는 파이어 스톰 볼텍스를 이용하면서 허공을 박찼다.
파앙!
열풍을 발판 삼아 라이는 힐러가 처박혀 있는 벽을 향해 날아들었다.
크아아아앙!
그리고 벽에 파이어 클로를 박아 넣은 채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을 그리며 힐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가가가각!
벽을 타면서 대각선으로 떨어져 내린 라이.
스컥!
순식간에 지면에 착지한 라이는 파이어 클로로 힐러를 긋고 다시 벽을 가르며 대각선으로 뛰어올랐다.
벽과 함께 힐러를 그어 버린 것이다.
또한 라이가 지나간 자리를 보면 깔끔하게 V자가 새겨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아아아악!”
뒤늦게 힐러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잘했어, 라이!”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힐러를 처치했다는 안내 메시지가 떠오른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라이는 복도 천장 구석에 붙어 있었다.
복도 높이가 무려 5미터나 될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라이가 뛰어 노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라이의 목표는 나머지 레인저 두 명.
“라이, 스파이럴 킥!”
쾅!
한성의 외침에 라이는 천장을 박차며 레인저 두 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떨어져 내리는 라이의 다리에서 푸른 화염과 녹색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피, 피해!”
“이, 이런 젠장!”
천장에서 낙하하는 라이의 모습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레인저들은 재빨리 몸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콰아아아앙!
레인저들이 몸을 피하는 것보다 먼저 라이가 그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악!”
라이의 다리가 지면과 격돌하면서 생긴 충격파와 소용돌이치는 열풍에 휘말린 레인저들은 엄청난 기세로 튕겨져 날아갔다.
남은 건, 마무리를 가하는 것뿐.
그렇게 라이가 빠르게 레인저들과 힐러들을 거의 다 처리해 가자 한성은 데스나이트들의 대장격인 레이몬을 바라봤다.
[네놈들은 쓰레기다! 티르 나 노이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쓰레기! 먹고 자고 똥 싸는 기계일 뿐인 네놈들을 낳은 부모님의 심정이 어떤지 생각해본 적 있느냐!]
“으으…….”
“그, 그만…….”
레이몬의 말에 아이신과 베이조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레이몬은 재차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사과해라. 네놈들이 욕한 나라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그런 너희들을 낳은 부모님에게 잘못을 빌고 효도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단지 쓰레기일 뿐이다!]
“크, 크윽!”
아이신과 베이조는 이를 악물었다.
그들의 얼굴은 흐리멍덩하게 풀려져 있었다.
그 모습을 한성은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다가 한마디 던졌다.
“뭐하냐?”
[정신 공격 중이다. 말 걸지 마.]
까앙!
순간 한성의 손에 들려 있는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가 번개같이 레이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야, 이 미친놈아! 물리 데미지를 주라고, 물리 데미지를! 무슨 정신 공격을 한다고 지랄이야!”
레이몬의 직업은 데스나이트다.
그 말은 물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신 공격 중이라니?
그렇다고 정신 공격 스킬을 시전 중인 것도 아니고 그저 입으로 싸우고 있지 않은가?
“마스텅. 화났쪄영?”
그때 한성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루루가 얼굴을 쏙 내밀며 말했다.
“루루가 위로해 줄 테니 화내지 마영.”
부비부비.
루루는 한성의 볼에 뺨을 비볐다.
그제야 한성은 화가 누그러들었다.
“내가 진짜 루루 때문에 살 맛 난다니까. 화 안 났으니 걱정하지 마렴.”
루루의 애교에 화가 풀린 한성은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루루는 아기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일타이피의 한마디를 내던졌다.
“그런데 레이몽몽은 개보다 못하네영.”
[……!]
낑?
순간 레이몬의 몸이 멈칫 거렸다.
그리고 상대 힐러 두 명과 레인저 두 명을 멋지게 순살하다시피 하고 온 라이는 조금 전까지 살랑살랑 흔들고 있던 꼬리를 바짝 치켜세웠다.
늑대 귀까지 팍 내린 라이는 항의하는 표정으로 루루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마치 나는 개가 아니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성은 쇄기를 박았다.
“미안, 라이야. 너 개 맞아. 늑대도 개과거든.”
깨갱.
한성의 결정타에 라이는 배를 드러내며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내가 개보다 못하다고!]
그리고 레이몬도 라이보다 못하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대검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평소 들고 다니는 장검보다 약간 더 큰 대검에서 칠흑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계의 기사, 레이몬이 다크 오러를 사용합니다.]
‘이게 다크 오러?’
한성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레이몬을 바라봤다.
레이몬과 계약을 했기 때문에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다.
기본적인 스킬 정보를 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발동하는지는 몰랐다.
직접 봐야 알 수 있었으니까.
특히 다크 오러는 사용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다양했다.
다크 오러로 신체능력을 강화시키거나 혹은…….
[다크 소울 블레이드가 강화됩니다.]
지금처럼 무기나 방어구를 강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마나 인챈트를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란 말이야.’
한성은 다크 오러를 휘감은 레이몬의 대검이 점점 커져 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이윽고 레이몬은 무려 3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대검을 손에 들었다.
“이, 이게 뭐야?”
“히이이익?”
지금까지 열심히 레이몬이 입을 턴 덕분에 아이신과 베이조의 정신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이몬이 전신에 살기를 두르고 3미터나 되는 거대한 대검을 손에 들자 공포 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순식간에 죽여 주마! 다크 웨이브!]
레이몬은 3미터의 대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부웅!
깔끔하게 어둠의 칼날이 공간을 갈랐다.
하지만 아이신과 베이조는 3미터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레이몬의 검에 맞지 않았다.
“……?”
순간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신과 베이조는 레이몬을 바라봤다.
그 순간,
후우우우웅!
콰콰콰콰콰콰!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아이신과 베이조를 덮쳤다.
레이몬이 휘두른 대검에서 발생한 검은 기류가 성난 파도처럼 그들을 덮쳐들었던 것이다.
“크아아아악!”
검은 기류에 휩쓸린 아이신과 베이조는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와 함께 그들의 자랑이기도 한 사무라이 갑옷이 뜯겨지면서 파손되었다.
다크 웨이브의 효과 중 하나였다.
다크 웨이브는 상대에게 강렬한 충격파를 발산하면서 방어력도 깎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스킬 한 방으로는 아이신과 베이조를 잡을 수 없었다.
레이몬은 충격파로 튕겨져서 복도 벽에 처박혀 있는 아이신과 베이조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크 웨이브의 효과로 방어력이 깎여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은 레이몬의 앞에 맨 몸으로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들 앞에 선 레이몬은 거대화한 다크 소울 블레이드를 치켜들었다.
[이걸로 끝이다!]
“아, 안 돼!”
[돼!]
푸욱!
“크아아아악!”
인정사정없는 레이몬의 대검이 아이신의 가슴에 박혀 들어왔다. 게임이기 때문에 고통은 거의 느껴지지는 않을 테지만 레이몬의 박력 때문에 아이신은 비명을 내질렀다.
뒤이어 베이조의 비명도 울려 퍼졌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아이신과 베이조를 처치했다는 안내 메시지를 본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한성은 부활실을 지키고 있던 클랜 파티원들을 처리했다.
‘시간을 꽤 지체했어.’
여섯 명을 처리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부활실이 있는 곳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렸으니 얼마 남지 않았다.
“라이, 레이몬. 빨리 와라. 시간 없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죽으면 약 1시간 뒤에 부활실에서 다시 살아난다.
빨리 가지 않으면 상당한 숫자의 클랜원들이 다시 살아나 있을지도 몰랐다.
‘뭐, 이미 살아나서 대기타고 있는 놈들도 꽤 되겠지.’
하지만 이시하라 마코토와 키라 히데키 같은 간부급 인물들이 살아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놈들이 살아나면 성가시게 때문에 한성은 최대한 빨리 부활 수정구를 부술 생각이었다.
‘마나 인챈트!’
소환수들을 데리고 부활실 입구에 선 한성은 우선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에 마나를 인챈트시켰다.
그와 동시에 히든 속성 능력치 마나 컨트롤의 진행사항이 갱신되었다.
이제 첫 번째 진행사항 완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 가 볼까?’
한성은 다짜고짜 부활실 나무문을 향해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내질렀다.
쾅!
굉음과 함께 나무문은 박살이 나면서 터져 나갔다.
그러자 부서진 나무문 너머로 내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활실 내부는 굉장히 넓었다.
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넓은 것이 직경 50미터 정도는 되어 보였다.
부활실 내부를 확인한 한성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건 또 뭐야?”
부활실 중앙에는 거대한 생명체 하나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레벨 150짜리가.
“하. 저게 고양이라고?”
* * *
요새성 지하 감옥.
‘빌어먹을 키라 놈.’
크리스티나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이를 악물었다.
키라 히데키가 몸을 달아오를 만큼 만들었다가 그대로 방치하듯 지하 감옥을 나가는 바람에 한동안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독 기운 때문에 전신을 엄습해오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몇 번이나 의식이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왔는지 모른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상당히 나아져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초콜릿 피부 위에는 흥분으로 인한 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아직 버틸 수 있어.’
아프로디지아에 의해 온갖 상태 이상에 걸려 있었지만 크리스티나는 애써 버텼다.
하지만 아프로디지아에 의한 중독 현상을 치료하려면 러브 모드밖에 방법이 없었다.
설마 해독 방법이 러브 모드밖에 없는 마법 독약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여기서 빠져나가게 되면 신고해 주마.’
아무리 자유도가 높다지만 아프로디지아는 그 선을 넘었다.
해독 방법이 러브 모드.
즉 남자가 있어야 하니 말이다.
크리스티나는 거의 다 드러나다시피 한 탄력적인 가슴을 팔로 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순간 크리스티나는 아찔한 신음을 흘렸다.
일어나면서 그나마 초콜릿 피부의 풍만한 가슴을 가리고 있던 천 옷이 결국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크리스티나는 눈앞에서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리는 천 옷을 내려다봤다.
떨어져 내린 건 천 옷뿐만이 아니었다.
천 옷과 함께 그녀의 희망도 함께 떨어져 내렸다.
그때 크리스티나는 생각했다.
‘누가 구해준다면…….’
누군가가 자신을 키라 히데키의 손아귀에서 구해준다면.
‘내 모든 것을 바치겠어.’
적어도 키라 히데키 놈에게 넘겨주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