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54화 (154/318)

# 154

제 154화 부활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마스터 Lv140 키라 히데키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500 골드를 획득합니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죽었나?”

눈앞에서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 끝을 내려다봤다.

베레모를 쓰고 있던 키라 히데키의 머리는 바닥에 박혀 있었으며, 뒤통수에는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가 꽂혀 있었다.

한마디로 한성의 그라운드 임팩트가 키라 히데키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던 것이다.

이시하라 마코토와 같은 레벨이었던 키라 히데키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일단 방해물은 처리했고.’

내성벽 위와 밑에서는 해골 병사들이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과 엎치락덮치락하며 싸우고 있었다.

남은 건, 요새 어딘가에 있을 부활 수정구를 박살내는 것뿐.

한성은 내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며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을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

쿠로시마 패밀리의 마스터와 부 마스터가 없어진 덕분에 거의 일사천리였다.

역시 지휘관에 해당하는 인물 두 명이 사라지니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사분오열 상태가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쫙쫙 찢겨나갔다.

거기다 한성까지 나타나 날뛴 덕분에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루루, 라이, 레이몬 따라와라.”

내성벽 아래에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을 뚫은 한성은 주력 소환수들을 불렀다.

크앙!

“네. 금방가요~”

[지금 간다. 기다려라, 계약자여.]

한성의 부름에 한성의 소환수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생각보다 레이몬이 말을 잘 듣네.’

처음 계약을 맺으려 했을 때, 말을 잘 듣지 않았기에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전투 상황일 때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이래서 교육이 필요하다니까.’

그동안 레이몬을 교육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부활 수정구를 찾으러 갈 거야. 앞에 걸리적 거리는 놈들 다 치워. 알겠지?”

크르릉.

[알겠다.]

“루루는 이리와.”

한성은 루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루루는 자연스럽게 한성의 손을 잡으며 팔을 타고 등 뒤에 매달렸다.

“헤헤. 마스터 등 따닷해여.”

등에 매달린 루루는 한성의 목에 뺨을 부비며 말했다.

“꼭 붙잡고 있어. 알았지?”

“넹~”

한성은 루루의 머리를 한번 슥슥 쓰다듬어 준 다음 전방을 바라봤다.

@이시하라 마코토와 키라 히데키가 죽은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놈들이 살아나기 전에 한성은 부활 수정구를 찾아서 부술 생각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잘 풀려서 다행이야.’

사실 한성은 내성벽 위에서 키라 히데키가 켈트인들을 인질로 이야기 했을 때는 살짝 식은땀을 흘렸었다.

해적 여제 크리스티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는 죽어도 상관없었다.

다시 부활시키면 되니까.

하지만 켈트인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죽으면 그대로 인생이 끝난다.

그리고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켈트인들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진짜 인간처럼 소중히 여겨야 된다는 방문자들이 있는가하면, 그냥 게임이라면서 죽여도 아무렇지 않은 방문자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누구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티르 나 노이가 옛날처럼 모니터 화면을 보고 플레이하는 게임이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티르 나 노이는 진짜 현실을 표방한 가상 세계.

그곳에 살고 있는 켈트인들에게도 생명이 있고 삶이 있었다.

사는 시대와 세계가 다를 뿐이지 현실의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오딘 사는 이 문제를 전적으로 방문자들에게 맡겼다.

켈트인들을 죽이고 살리는 건 전적으로 방문자들의 몫이 된 것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방문자들은 켈트인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한다.

그래야 미션이나 퀘스트를 받을 수 있으며, 켈트인과 친해지면 한성처럼 히든 미션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키라 히데키처럼 켈트인이든 뭐든 그냥 막나가는 방문자들도 적지 않았다.

티르 나 노이를 플레이하는 유저들 숫자를 보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리고 한성은 전자였다.

한성의 주력 소환수들은 켈트인들과 같은 NPC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한성은 어지간하면 켈트인들과 문제없이 지낼 생각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지 않는 이상 말이다.

‘뭐, 데이지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

시작의 대륙에 있을 무렵, 켈트인 소녀 데이지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한성은 코끝이 찡해졌었다.

데이지의 사연을 알고 조금 감동을 했었던 것이다.

그런 것처럼 켈트인들은 티르 나 노이에서는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었다.

“침입자다!”

내성 안의 복도를 뛰며 상념에 빠져 있던 한성은 전방을 바라봤다.

눈앞에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 몇 명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레이몬 처리해.”

[맏겨둬라.]

한성의 명령에 레이몬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부활 수정구가 있는 부활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클랜원인 Lv135 아이신과 베이조가 일본도를 겨누며 레이몬을 노려봤다.

“이곳에서 나가라, 조센징!”

“여기서 네놈들은 한 발짝도 들여보내지 않겠다!”

아이신과 베이조는 둘 다 사무라이 계열 3차 전직자들로 제법 좋은 장비들로 무장한 탱딜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 뒤에는 힐러 두 명과 원거리 딜러 두 명이 대기 중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구성된 공격대 하나가 부활실 앞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네놈들은 약해 보이는 군.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닥쳐라! 하찮은 소환수 따위가!”

“감히 대일본제국의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우습게 보는 것이냐!”

레벨 140 탱딜을 맡고 있는 아이신과 베이조는 격분한 어조로 소리치며 레이몬을 노려봤다.

그러자 레이몬은 조용한 목소리로 한마디했다.

[너희들이 부럽군.]

“뭐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여서.]

“이 빌어먹을 소환수 놈이 우리들을 우롱하는 것이냐!”

레이몬의 도발에 아이신은 붉어진 얼굴로 레이몬을 향해 달려들었다.

캉! 까강!

아이신의 일본도와 레이몬의 대검이 맞부딪치면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이 따위 실력으로 감히 나한테 덤비는 것이냐? 너 같이 허약한 놈을 낳은 부모님은 잘 지내고 계시냐?]

“이, 이 자식이!”

흥분한 아이신은 일본도를 레이몬을 향해 내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이몬은 대검으로 막아내면서 한마디씩 툭툭 내던졌다.

[나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하군. 네놈 같이 약한 놈은 왜 태어난 거지? 네놈의 부모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으아아아아악!”

아이신은 시뻘게진 얼굴로 일본도를 미친 듯이 내려쳤다.

레이몬의 패드립 도발에 넘어간 것이다.

그 장면을 본 한성은 생각했다.

‘저 녀석은 무슨 패드립이 패시브 스킬 같네.’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발 스킬을 쓴 것도 아닌데 입으로 저만한 어그로를 이끌어 낼 줄이야.

적 파티원들의 공격은 대부분 레이몬을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 아이신과 베이조가 양 쪽에서 레이몬을 압박하고 있었으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레인저로 보이는 클랜원 두 명도 엄호 사격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머지 힐러 두 명은 열심히 아이신과 베이조에게 힐을 걸어주고 있었고 말이다.

“라이.”

한성은 조용히 라이를 투입시켰다.

레이몬이 혼자서 탱커 역할을 하는 동안 라이를 별동대로 움직인 것이다.

라이는 조용한 걸음걸이로 움직이며 아이신과 베이조를 지나쳤다.

“앗!”

“한 놈 뒤로 갔다!”

깜짝 놀란 아이신과 베이조가 뒤에 있는 공격대원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레인저 두 명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허겁지겁 라이를 향해 활을 겨눴다.

그 순간 한성이 소리쳤다.

“라이, 파이어 스톰 볼텍스!”

크와아아아앙!

한성의 명령에 라이는 전신에 소용돌이치는 푸른 화염과 녹색 바람을 둘렀다.

[당신의 소환수 라이가 파이어 스톰 볼텍스를 시전합니다. 공격 및 이동 속도가 증가합니다.]

한성의 시야에 안내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라이가 열풍을 몰아치면서 레인저들을 무시하고 힐러들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라이! 파이어 범프다!”

크아앙!

한성의 외침에 대답하듯 한 차례 포효한 라이에게서 푸른 화염이 더욱더 솟구쳐 흘러나왔다.

마치 푸른 화염으로 된 갑주를 입은 것처럼.

그 상태로 라이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힐러 한 명에게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콰앙!

“크아아악!”

파이어 범프에 공격당한 힐러는 수 미터를 튕겨져 날아가더니 복도 벽에 처박혔다.

갑작스럽게 큰 데미지를 입고 벽에 부딪친 쇼크로 힐러는 스턴 상태에 빠졌다.

잠시 정신을 잃은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그 옆에 있는 힐러 한 명 뿐이었다.

“파이어 클로!”

크아아앙!

한성의 외침에 라이가 장착하고 있는 날카로운 블러드 스톰에서 푸른 화염이 손톱처럼 길게 쭉 뻗어져 나왔다.

그 상태로 라이는 마지막 힐러를 향해 날카로운 블러드 스톰을 휘둘렀다.

스아아악!

날카롭게 뻗어 나온 파이어 클로는 힐러의 가슴을 베면서 지나갔다.

“으아아악!”

뒤늦게 힐러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라이의 추가타.

쌔액! 쉭쉭쉭!

양 손에서 뻗어 나온 파이어 클로를 라이는 힐러를 향해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힐러들은 천 방어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방어력이 낮은데다가 생명력도 높지 않아서 생명력이 쭉쭉 깎였다.

[당신의 소환수 라이가 Lv136 히로토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360골드를 지급합니다.]

라이가 암흑 사제 직업을 가지고 있는 Lv136 히로토를 처치하자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원거리 딜러 두 명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이 건방진 개새끼가!”

뒤늦게 레인저 두 명은 라이를 향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전격 속성 화살과 관통 능력이 탁월한 강철 화살이 라이를 노렸다.

레인저의 속성 공격 스킬을 시전한 것이다.

“라이! 피해!”

크르릉!

하지만 레인저들이 화살을 쏘기도 전에 소리친 한성의 말에 라이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이탈했다.

여전히 파이어 스톰 볼텍스를 두르고 있는 상태라 큰 데미지를 입지 않을 테지만 이후에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몸을 사려야 했다.

그렇게 라이가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자 레인저 두 명이 쏜 화살은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아, 안 돼!”

공간을 가로 지르며 날아간 두 발의 화살이 라이가 있던 자리를 그냥 지나쳐 가자 레인저 한 명이 안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왜냐하면...

퍽! 퍼억!

“끄아아악!”

라이의 파이어 범프 공격을 받고 벽에 쳐 박힌 채 기절해 있던 힐러가 비명을 내질렀다.

라이를 노리고 날아든 화살이 그 너머에 있던 힐러의 어깨에 박혀들어 갔던 것이다.

“라이!!!”

그때 한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며 라이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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