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
< 내 언데드 100만 >
제153화 키라 히데키
스피어 오브 파이어가 키라 히데키의 머리 위에서 금방이라도 날아올 것처럼 붉은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워 크라이 스킬 때문에 한성은 이시하라 마코토로부터 일정범위 이상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한성은 재빨리 이시하라 마코토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스피어 오브 파이어도 어둠을 가르며 한성을 향해 쇄도해 갔다.
스피어 오브 파이어가 날아오고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한성은 연달아 스킬을 시전했다.
“디케이! 디지즈! 포이즌!”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와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에 인챈트 마법을 시전한 한성은 다짜고짜 이시하라 마코토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빠악! 퍽! 퍼억!
“끄앗! 끄아앗!”
체인 오브 바인드에 묶여서 한성의 지력 배수 데미지를 입고 있는 데다가 디버프 인챈트 마법이 걸려 있는 무기에 두들겨 맞게 되자 이시하라 마코토는 해괴한 비명을 내질렀다.
퍼버버버버벅!
아직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스피어 오브 파이어가 날아오는 동안 충분히 이시하라 마코토를 주물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스피어 오브 파이어는 어떻게 처리할지……. 라이트닝 드라이브로 스피어 오브 파이어를 피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상황이 그리 여의치 않았다.
스피어 오브 파이어는 단일 공격 마법이기는 하지만 폭발 범위가 꽤 넓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으며, 워 크라이의 효과 때문에 한성은 스피어 오브 파이어를 피할 수 없었다.
“틴달로스!”
어느덧 스피어 오브 파이어가 눈앞에까지 다가오자 한성은 틴달로스를 불렀다.
[뜨거워요, 마스터. ㅠ_ㅠ]
“참아!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줄게!”
[보라색 맛 아이스크림으로요?]
“그래. 보라색 맛 아이스크림으로!”
[콜! >_<]
틴달로스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띄웠다.
‘마나 인챈트!’
[히든 속성 능력치 마나 컨트롤의 진행상황이 갱신되었습니다. 진행 상황(1): 무기에 마나 인챈트 하기(270/300).]
한성이 마나 인챈트를 하자 히든 속성 능력치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지금까지 종종 마나 인챈트를 해 온 덕분에 진행사항은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틴달로스와의 교섭을 성공한 한성은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에 마나 인챈트를 하면서 얼굴을 가렸다.
“어? 어어?”
그러자 한성의 앞에서 이시하라 마코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땡큐. 고기방패.”
“이런 썅!”
이시하라 마코토가 욕을 내뱉으려는 순간, 몸을 웅크리고 있는 한성의 전신을 틴달로스가 암흑 장막을 펼치며 감쌌다.
그 직후,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이시하라 마코토와 한성을 덮쳤다.
* * *
“마, 말도 안 돼.”
키라 히데키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치솟아 오르고 있는 붉은 화염 속에서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한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틴달로스.”
[넵! >_<]
머리 위로 귀여운 이모티콘과 대답을 표시하며 틴달로스는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얇지만 거대한 암흑장막을 펼쳤다.
그리고 주위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붉은 화염을 밀어냈다.
파앗!
순식간에 붉은 화염이 사라지고 어둠이 다시 찾아왔다.
“어, 어떻게?”
지금까지 냉정을 유지하며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던 키라 히데키의 눈동자는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가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것도 모자라 완전히 박살이 났기 때문이다.
한성이 멀쩡하게 있는 건 그래도 넘어갈 수 있었다.
간단히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시하라 마코토는 아니었다.
전투에서 자신이 든든한 고기방패로 취급하던 이시하라 마코토가 사망한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알 거 없잖아? 어차피 다음은 네놈 차례니까.”
한성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키라 히데키를 노려봤다.
사실 조금 전 상황은 위험했었다.
이시하라 마코토의 어그로 스킬 때문에 스피어 오브 파이어를 피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방어를 하자니 하필 그때 본 실드와 본 월은 쿨 타임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그때 한성은 이시하라 마코토를 방패로 이용할 생각을 떠올렸다.
어차피 이시하라 마코토도 체인 오브 바인드에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최적의 고기방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그놈이 아니라 내가 죽어야 될 상황이긴 했지.’
아무리 이시하라 마코토를 고기방패로 썼다고 해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키라 히데키도 이시하라 마코토가 어느 정도 데미지를 좀 입을 거라 생각했다.
미끼 역할로 요긴하게 써먹은 것이다.
다만 정말 죽을 줄은 몰랐지만.
‘대체 어떻게?’
키라 히데키는 경계의 눈초리로 한성을 노려봤다.
생명력과 방어력이 더 높은 이시하라 마코토가 죽어 버리고, 왜 눈앞에 있는 가면을 쓴 사내가 살아남은 것일까?
그 이유는 한성이 마코토에게 달려가면서 쓴 디버프 스킬 때문이었다.
디케이, 디지즈, 포이즌은 상대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기도 하지만 공격력이나 방어력도 하락시키는 효과도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이미 한성의 공격을 받아 꽤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스피어 오브 파이어를 버텨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키라 히데키는 몰랐다.
어둠을 가르며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붉은 화염의 불빛 때문에 한성이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보지 못했던 것이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고 어두운 밤이었으니까.
거기다 한성이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효과로 빠르게 움직인 탓도 있었다.
‘셀피쉬를 쓰면 좋겠지만 그건 리스크가 커.’
사실 조금 전 셀피쉬를 썼다면 보다 손쉽게 이시하라 마코토를 제거하고 스피어 오브 파이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셀피쉬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했다.
셀피쉬의 효과 지속 시간이 끝나면 최소 20%가 넘는 스텟 감소 페널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꽉 움켜쥐었다.
아직 지팡이 끝에는 이시하라 마코토를 구타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키라 히데키는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잠깐!”
“왜? 항복이라도 하게?”
“미쳤냐! 내가 너 같은 놈에게 왜 항복을 해야 하지?”
“그럼 뒈지시든가.”
한성은 다시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
그러자 키라 히데키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네놈이 왜 우리를 습격했는지 알고 있다! 크리스티나가 죽어도 상관없나!”
순간 한성의 몸이 멈칫거렸다.
키라 히데키의 입에서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 클랜의 여제 이름이 튀어나왔으니까.
‘역시.’
그리고 한성의 반응에 키라 히데키는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전투 특성상 1:1은 불리했다.
한성과 맞붙어 봐야 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혹시나 싶어 해적 여제의 이름을 팔았는데 멋지게 걸려든 것이다.
“나를 공격하면 크리스티나를 죽이겠다. 그녀가 죽어도 좋다면 얼마든지 덤벼 보시지!”
“응.”
패기롭게 외치는 키라 히데키의 말에 한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키라 히데키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자, 잠깐!”
빠악!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가 키라 히데키의 머리를 후려쳤다.
“끄아아아악!”
난데없이 한 대 후려쳐 맞은 키라 히데키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역시 미친놈한테는 몽둥이가 약이라니까.”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마스터. 그거 지팡이인데요? 몽둥이 아닌데요?]
한성의 말에 틴달로스의 머리 위에서 물음표가 여러 개 떠올랐다.
“그때그때 달라. 이건 만능 무기다.”
[오오! >_<]
피 묻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치켜든 한성의 말에 틴달로스는 감탄스러운 이모티콘을 표시했다.
“크으으윽. 네, 네놈 크리스티나가 죽어도 상관없는 것이냐?”
그때 바닥에서 키라 히데키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숙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거 뭐 허우대만 멀쩡하지 머릿속은 쑥대밭이냐? 어차피 죽여도 상관없잖아. 죽어 봤자 사흘 뒤면 살아날 테고, 아니면 내가 부활 아이템으로 살리면 되니까.”
‘아뿔싸!’
빈정거리는 한성의 말에 키라 히데키는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지금 자신들은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를 즐기는 플레이어 방문자들.
죽어도 다시 부활한다.
즉,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키라 히데키는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미처 방문자들이 부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잔머리 하나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 그럼 켈트인들은 어떠냐? 그녀들은 죽으면 죽는다고?”
지하감옥에는 크리스티나 말고도 그레이스 오 말리 소속의 방문자들과 켈트인들 또한 같이 잡혀 있었다.
방문자들이야 죽어도 다시 부활시키면 되지만, 켈트인들은 아니다.
그녀들은 죽으면 끝난다.
‘저놈은 분명 그레이스 오 말리의 해적들을 구하러 온 거야. 그럼 켈트인들이라면…….’
충분히 인질로서의 가치가 있을 터.
키라 히데키는 기대감이 깃든 한성을 바라봤다.
“그녀들을 구하고 싶다면 당장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라! 그럼 지금까지 너의 무례를 전부 용서해 주겠다!”
제법 선심을 쓰는 듯한 어조로 말하는 키라 히데키.
그의 말에 한성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이 이제 게임이랑 현실을 구분도 하지 못하네? 아무래도 넌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자, 잠……!”
“닥쳐. 일단 맞고 시작하자.”
퍽퍽퍽퍽퍽!
한성은 다시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치켜들고 키라 히데키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억! 크악! 무, 무슨 힘이…… 크아아아악!”
무자비하게 내려쳐지는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 공격에 키라 히데키는 비명을 내질렀다.
“멍청한 놈. 켈트인 따위 죽든지 말든지 내가 무슨 상관이야? 나는 켈트인이 죽어도 전혀 신경을 안 써. 다만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 클랜원들을 건드리기만 해 봐. 내가 진짜 너 게임 접게 만든다. 알겠냐?”
한성은 최대한 켈트인들에게 관심이 없는 척하면서도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 클랜원들을 건드리면 좋을 거 없다고 경고했다.
“이, 이 자식이…….”
키라 히데키는 한성을 노려봤다
설마 이렇게까지 자신이 무시와 모욕을 당할 줄이야.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아니. 넌 이대로 끝이야.”
한성은 피식 웃으며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어……?”
키라 히데키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꽉 움켜쥐면서 중얼거렸다.
“그라운드 임팩트.”
콰아아아아아앙!
잠시 후, 키라 히데키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