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 내 언데드 100만 >
제151화 스켈레톤 드래곤의 대활약
“멍청한 놈들. 너흰 이미 나한테 말렸어, 이 자식들아.”
키라 히데키와 이시하라 마코토를 향해 한성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자 이시하라 마코토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네놈이 이제 완전히 미친 모양이구나!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지?”
이시하라 마코토는 기가 막혔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내성벽 위에서 활시위를 먹이고 있는 클랜원들은 사실 외성벽 위에서 스켈레톤 드래곤과 해골 검병들에게 죽은 자들이었다.
최소 3일은 지나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그들이 어떻게 이런 단시간에 다시 나타난 것일까?
누군가가 부활 아이템을 써서 살리는 것은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거기다 지금 한성의 소환수들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과 한바탕하느라 대다수가 소모되었으며, 주력 소환수들도 상당히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한성에게 있어 불리하기 짝이 없는 상황.
그럼에도 어째서 눈앞에서 은빛 가면을 쓰고 있는 정체불명의 사내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한국 속담 중에 말이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거든? 그럼 네놈들이 죽어서 남긴 건 뭘까?”
“뭐? 무슨 개소리를……!”
순간 이시하라 마코토와 키라 히데키는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한성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제야 눈치를 챈 것이다.
“설마?”
“바로 그 설마지.”
딱!
한성은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쳤다.
“일어나라! 나의 종들아!”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한 번에 쑥 빠져 나갔다.
그리고…….
펑펑펑!
달그락달그락.
아우우우우우!
한성의 등 뒤에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의 시체를 매개로 해골 병사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스나이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헉!”
“마, 말도 안 돼.”
내성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원거리 딜러들 사이에 동요가 생겨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언데드 군단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마나와 지배력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서 한성이 한 번에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 몬스터들은 각 스킬마다 시체 10구씩이었다.
그 때문에 한성이 소환한 언데드 몬스터들은 해골 병사들이 60기,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30기, 데스나이트가 3기였다.
“어, 어떻게?”
이시하라 마코토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설마 클랜전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특전이 이런 식으로 막히게 될 줄이야!
자신들이 죽어서 요새의 홀에서 부활하면 할수록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성은 쐐기를 박았다.
“설마 내가 너희들의 특전에 대해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
한성의 말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깨달았다.
처음부터 자신들은 눈앞에 있는 사내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한성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특전에 대해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이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을 때 클랜전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니니 말이야.’
클랜마다 특전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클랜전에서는 부활 시간을 짧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니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사망한 뒤에 빠르게 부활할 거라는 사실을 한성이 모를 리 없었다.
과거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폭주기관차, 미친개 등등으로 불리며 활약을 했었으니까.
비록 지금은 배신을 당해서 복수를 꿈꾸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클랜 섬멸전의 승리 조건이 갱신되었습니다.]
[승리 조건: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크리스탈 부활 수정구를 파괴하십시오.]
그때 한 박자 늦게 한성의 시야로 클랜전 승리 조건 갱신 메시지가 떠올랐다.
‘역시.’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을 족치다 보니 숨겨져 있던 승리 조건이 해방되었다.
한성은 내성문 위에 서 있는 키라 히데키와 이시하라 마코토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 참. 부족했던 시체들을 채워 줘서 정말 고마워. 잘 쓸게.”
“크윽.”
한성의 도발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꽤 하는군.”
일본 군복 같은 복장을 한 키라 히데키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한성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이미 한참 전부터 키라 히데키는 외성벽에서 싸우고 있던 한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불리함을 깨닫고 나서지 않았다.
상당히 많은 숫자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클랜원들을 때려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죽은 클랜원들이 다시 부활을 했을 때 재정비를 해서 한성과 언데드 몬스터들을 한꺼번에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때쯤이면 한성과 언데드 몬스터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설마 죽은 클랜원들의 시체를 이용해서 다시 대규모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할 줄이야!
네크로맨서 직업을 클랜전에서 본 적이 없어 이 점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럼 이제 끝을 내주마.”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위로 치켜들었다.
“스켈레톤 드래곤!”
크오오오오오오오!
언데드 군단 위에서 왔다갔다 거리며 날아다니던 스켈레톤 드래곤은 한성의 부름에 길게 포효했다.
그런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한성은 한마디 던졌다.
“들이박아.”
크아?
한성의 말에 스켈레톤 드래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문에 들이박으라고.”
크아아아!
스켈레톤 드래곤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이 미친 뼈다귀 새끼가 빠져가지고! 당장 안 처박냐?”
크아아…….
처음으로 스켈레톤 드래곤은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원거리 딜러들 공격을 온몸을 던져 막아 내고, 외성문도 브레스로 날려 주었건만 성문에 들이박으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스켈레톤 드래곤은 소환수고, 마한성은 마스터인 것을.
까라면 깔 수밖에 없었다.
크롸롸롸롸ㅤㄹㅘㄱ~~~~!
스켈레톤 드래곤은 하늘 높이 솟구친 후, 한성의 명령대로 내성문을 향해 쏘아지듯 강하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생명력이 바닥이라 오래 못 버텨.’
쿠로시마 패킬리 클랜원들과 한바탕하면서 스켈레톤 드래곤의 생명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아무리 맷집이 좋고 방어력이 높다고 해도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
그래서 한성은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스켈레톤 드래곤을 써먹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슈아아아악!
스켈레톤 드래곤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성문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스켈레톤 드래곤은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스켈레톤 드래곤이 내성문과 충돌하기 바로 직전, 한성은 스켈레톤 드래곤을 매개로 본 스킬을 하나 시전했다.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내성문 앞에서 일어났다.
붉은 폭염이 터지면서 사방이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찼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면이 마구 요동을 치며 흔들렸으며, 공기 중의 충격파가 한성이 있는 곳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거기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폭음도 함께.
‘생각보다 어마어마한데?’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느껴지는 충격파에 한성은 혀를 내둘렀다.
스켈레톤 드래곤을 매개로 시전한 본 익스플로전의 위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었기 때문이다.
해골 병사들보다 위력이 강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쿠구구구구구궁!
그때 하얀 연기 너머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아무래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모양이었다.
다만 자욱하게 치솟아 오른 흙먼지들과 하얀 연기들 때문에 내성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좀 더 흐르자 흙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했으며, 하얀 연기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서히 내성문의 상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완전 고속도로 하이패스처럼 됐는데?”
눈앞에 드러난 전경에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떻게든 내성문만 날려 버리면 스켈레톤 드래곤을 희생한 가치는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 한성의 눈앞에는 내성문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의 성벽까지 날아가고 없었다.
그야말로 휑하니 뚫려 버린 것이다.
거기다 스켈레톤 드래곤의 본 익스플로전에 휘말린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도 제법 있었다.
내성문 뒤에서 대기하던 일부 근접 직업을 가진 클랜원들이 폭발에 휘말려 바닥에 나가떨어져 버린 것이다.
“지금이다. 돌격해!”
두두두두.
한성의 명령에 해골 검병과 창병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쿵쿵쿵.
그 앞에는 3미터 높이의 데스나이트 3기가 달리고 있었다.
“레드레드!”
“퍼플퍼플!”
그뿐만이 아니라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도 자신과 같은 병종의 해골 병사들을 이끌었다.
붉은 화염이 불타오르는 장검을 장비한 레드 파이어 소드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는 해골 검병들을, 보라색 기운이 흘러나오는 포이즌 스피어를 장비한 퍼플 포이즌 스피어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는 해골 창병들을 지휘하면서 돌격했던 것이다.
옐로우 라이트닝 매지션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와 그린 윈드 아쳐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는 후방에서 해골 궁병들과 함께 공격 준비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블루 아이스 실드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는 루루의 옆에서 푸른 얼음방패를 들고 혹시나 모를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전부 쓸어버려!”
크아아아아앙!
한성의 외침에 대답하듯 프로즌 좀비 울프들도 해골 검병 20기와 해골 창병 10기를 태우고 길게 포효성을 내지르며 내성문이 있던 곳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힘내라~ 힘내라~ 골! 골! 이! 힘내라~ 힘내라~ 멍! 뭉! 이!”
그리고 뒤에서 루루는 언데드 소환수들을 응원하면서 귀여운 동물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해골 병사들과 데스나이트,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은 뼈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골골이라 부르고,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개과 동물이었기에 멍뭉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루루의 버프를 받은 언데드 소환수들은 성큼성큼 내성 안을 향해 뛰어들었다.
“아, 안 돼! 어서 막아!”
그래도 역시 부마스터라는 것일까.
스켈레톤 드래곤의 본 익스플로전 속에서도 이시하라 마코토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아니 멀쩡한 모습으로 내성벽 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는 건…….’
한성은 내성벽 주변을 살폈다.
이시하라 마코토가 멀쩡하다면, 그 옆에 서 있던 검은색 베레모와 제국 군복 같은 옷차림에 얇고 검은 동그란 철테 안경을 착용하고 있던 인물 또한 마찬가지라는 소리였으니까.
‘그놈이 마스터다.’
한성은 키라 히데키를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
에키드나가 설명한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일본 군국주의에 빠진 우익 놈인가 보군.’
서양 중세 시대가 주 배경인 티르 나 노이에서 검은색 제국 군복이라니.
지금 생각해 보니 어딘가 일본 제복과 비슷한 것 같았다.
‘버르장머리를 싹 뜯어 고쳐줘야겠군.’
마음을 정한 한성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루루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시려고요?”
“응.”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하는 루루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재차 말을 이었다.
“이 전쟁을 끝내러.”
그 직후, 한성은 내성벽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황금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