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 내 언데드 100만 >
제150화 역전된 상황
“체인 오브 바인드!”
촤아아악!
한성의 손에서 여러 갈래의 마력 사슬이 뛰쳐나왔다.
“뭐, 뭐야?”
한성의 손에서 새까만 마력 사슬이 뛰쳐나오자 이시하라 마코토는 기겁한 표정으로 일본도를 휘두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마력 사슬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교묘하게 일본도를 피하며 이시하라 마코토를 덮쳤다.
“네놈 따위는 이걸로 충분하지.”
한성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마력 사슬은 촤촤ㅤㅊㅘㄱ 거리며 이시하라 마코토를 휘감았다.
‘역시 네크로맨서의 체인 오브 바인드.’
한성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일본 성인 영상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이시하라 마코토가 묶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시하라 마코토는 자신을 묶은 마력 사슬을 보더니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귀, 귀갑 묶기라고!”
“그걸 입으로 말하면 안 되는 거 모르냐?”
이시하라 마코토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체인 오브 바인드로 구속된 이시하라 마코토는 5분간 움직일 수 없었다.
현재 체인 오브 바인드의 숙련도 레벨은 4.
지금까지 많이 활용하지 않았던 스킬이라 숙련도 레벨을 올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체인 오브 바인드의 효과는 5분 동안 상대를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꼼짝 없이 5분 동안 움직일 수도 없었고 한성의 지력 4배 데미지를 받아야 했다.
“이 망할 조센징 같은 놈이!”
“이 미친 우익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네?”
이시하라 마코토의 말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이시하라 마코토는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일본인이냐?”
“아니. 한국인이다, 이 쪽바리 새끼야!”
빠악!
“크헉!”
난데없이 한성이 휘두른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에 머리를 맞은 이시하라 마코토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 조센징 새끼가!”
이시하라 마코토는 분노한 표정으로 한성을 노려봤다.
“그렇게 노려보면 뭐 어떻게 할 건데?”
빠악! 퍼억! 콰직!
“컥! 끄억! 허억!”
지금 이시하라 마코토는 체인 오브 바인드로 구속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한성이 휘두르는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누, 누가 이 건방진 조센징 자식을 죽여라!”
한성의 구타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이시하라 마코토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한성을 공격하는 클랜원은 없었다.
“안 됐다? 지금 다들 바쁜 모양이라.”
이시하라 마코토를 바라보며 한성은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지금 한성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성벽 위에서는 해골 검병들과 스켈레톤 드래곤이 원거리 딜러들을 공격하고 있었으며, 성벽 안에서도 루루의 명령아래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이 해골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계기사 레이몬과 라이도 신나게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 사이를 누비며 날뛰고 있는 중이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그제야 상황이 어느 정도 파악된 이시하라 마코토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곳에 있는 플레이어 방문자는 오직 한 명, 눈앞에 있는 한성뿐이었다.
그 외 나머지는 눈앞에 있는 방문자의 소환수들이었다.
‘정말로 혼자서 우리 요새를 제압한다고?’
이 믿기지 않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 그 전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더욱 근본적인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넌 대체 누구냐? 왜 우리들을 공격하는 거지?”
“참, 빨리도 물어본다.”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한성이 침입자라는 사실에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다짜고짜 공격을 해 왔다.
아마 침입자인 한성을 제압하고 나서 자초지종을 물어볼 생각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상대는 한성이 소환한 언데드 소환수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한성이 소환한 해골 병사들을 빠르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해골 병사들 머리 위에 떠 있는 레벨은 한성과 같은 125이었으니까.
사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해골 병사들의 스킬 숙련도는 아직 6이었기 때문에 아직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의 평균 레벨은 130 초중반이었으며, 장비도 해골 병사들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골 병사들의 숫자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보다 약 2배가량 더 많았다.
무엇보다 스켈레톤 드래곤과 마계기사 레이몬이 있다는 사실이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에게는 악몽이었다.
스켈레톤 드래곤은 맷집이 좋기 때문에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스켈레톤 드래곤이 원거리 딜러들을 혼란시키는 동안 레이몬은 성안에서 사무라이와 같은 근접 딜러와 탱커들을 썰고 다녔다. 라이 또한 나름 활약을 하고 있었으며, 루루의 버프와 디버프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레벨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충분히 제압하고도 남겠군.’
성벽 위에서 주변을 둘러본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시하라 마코토를 바라봤다.
“일단 항복부터 해. 어차피 네놈들은 날 못 이겨.”
“큭.”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한성의 말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오히려 불타올랐다.
“웃기고 있군. 우리 전력이 이곳에 있는 게 전부인 줄 아느냐?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일 뿐이다! 네놈 혼자서 우리 조직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닥쳐. 우익 꼴통 새끼야. 넌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하는 말대로 하면 돼. 생각은 내가 한다.”
“이런 미친 조센징 새끼가……!”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빠악! 퍽!
“악!”
이시하라 마코토가 반항의 기미를 보이자 한성은 다시 구타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개피부터 만들고 시작해야겠군.’
체인 오브 바인드 효과 지속 시간은 5분.
5분이 지나면 자유롭게 된다.
그전에 일단 생명력을 바닥으로 만들어서 날뛰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 죽여라, 죽여! 어차피 죽어도 우린 3일 뒤면 다시 살아난다. 아니, 그보다 더 빨리 살아나겠군. 밖으로 나가 있는 클랜원들이 돌아오면 부활 아이템을 써 줄 테니까. 그때 내가 직접 네놈을 쳐 죽여 주마!”
이시하라 마코토는 악에 받친 표정으로 소리쳤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였다.
플레이어 방문자는 죽는다고 해도 3일 뒤면 다시 부활한다.
부활 장소 또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본거지인 흑풍도이며, 부활 아이템을 쓰면 더 빨리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시하라 마코토의 속마음은 달랐다.
‘그래. 어서 날 죽여라. 어리석은 조센징 놈아. 클랜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네놈이 절대 알 수 없는 특전으로 죽여 주마!’
이시하라 마코토는 한성이 모르게 속으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요새성이다.
클랜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에는 몇 가지 특전이 존재한다.
지역 내에 켈트인이 살고 있다면 세금을 거둘 수도 있고, 대장간이 있으면 무기나 방어구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클랜전에 유리한 특전들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 때문에 지금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후반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시하라 마코토에게는 현재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비장의 카드도 남아 있었다.
“그래? 그럼 그냥 죽든가. 살려주려고 했더니 싫으면 뭐 어쩔 수 없지.”
한성은 죽여 달라고 소리치는 이시하라 마코토를 향해 씩 미소를 지었다.
“시체 소환.”
파파팟!
순식간에 이시할 마코토 주위로 시체 여섯 구가 생겨났다.
“그럼 잘 가라.”
딱.
한성은 손가락을 튕기며 시체 폭발 스킬을 시전했다.
콰아아아아앙!
이시하라 마코토 주위에 전개 되어 있던 시체들이 폭발하면서 보라색의 자욱한 부패 가스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 있던 이시하라 마코토는 폭파 데미지에 즉사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부마스터 Lv145 이시하라 마코토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450 골드를 받았습니다.]
“부마스터 놈은 처리했고…….”
남은 건,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마스터였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놈들을 전멸시키면 끝나는 일이지.’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상황은 점점 더 이쪽이 유리해져 가고 있었다.
레이몬과 라이를 어쩌지 못하고 성안에 있던 사무라이 및 근접 딜탱 클랜원들은 스켈레톤 아쳐들의 본 애로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리고 성안에 있는 클랜원들을 지원 사격해야 할 원거리 딜러 클랜원들은 해골 검병들과 스켈레톤 드래곤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이쪽 피해도 꽤 나긴 했다만 이 정도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해골 검병과 창병들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지만 해골 궁병들은 상당수 살아남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켈레톤 드래곤의 생명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을 대부분 받아냈으니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스켈레톤 드래곤에 의해 적 원거리 딜러들의 대다수가 전멸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지금 성벽과 성안에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의 시체들로 가득 쌓여 있었다.
“그럼…….”
한동안 성벽 위에서 자신의 소환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던 한성은 지면을 박찼다.
성벽 위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쿵.
한쪽 무릎을 꿇으며 지면에 착지한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까지 숨어 있을 생각이지? 그만 나오는 게 어때?”
한성은 눈앞에 있는 작은 내성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요새성안에는 작은 내성이 있었다.
외성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지만 작은 성문과 성벽이 있으며, 그 너머에 중앙 홀과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주거기반이 존재했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실질적인 핵심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안에 마스터의 집무실부터 시작해서 지하감옥까지 있었으니까.
“오? 알고 있었나?”
처처처처척!
순간 내성 안에서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내성벽 위에 활시위를 재고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원거리 딜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성문 위에 처음 보는 인물이 나타났다.
키라 히데키.
드디어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마스터가 등장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키라 히데키의 옆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내가 다시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 썩을 조센징 새끼야.”
놀랍게도 키라 히데키 옆에 성벽 위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시하라 마코토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한성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한성은 이시하라 마코토에게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