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 내 언데드 100만 >
제149화 요새 공략전 (3)
콰아아아앙!
지면을 내려찍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에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지면이 요동치고 마구 흔들렸다.
그 탓에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사무라이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 틈을 타 성문으로 해골 병사들이 뛰어 들어왔다.
요새성 안으로 들어온 해골 검병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무라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검을 마구 내려쳤다.
퍽퍽퍽!
“끄아아악!”
“저, 저리 가!”
그라운드 임팩트의 효과로 차가운 땅바닥 위에 드러누워 있던 사무라이들은 갑작스런 날벼락을 맞았다.
하얀 뼈로 이루어진 본 소드에 두들겨 맞으며 생명력이 바닥을 향해 치달아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슈슈슉!
그때 성벽에서 궁수들이 공격 스킬을 시전하면서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쌔애액!
갖가지 속성을 가진 화살들이 공기를 찢으며 쇄도해 왔다.
다행히 스켈레톤 드래곤이 요새성 밖에서 견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살 숫자는 많지 않았다.
약 대여섯 발 정도였다.
요새성에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의 숫자는 약 오십 명이 조금 넘는다.
그중에서 궁수들은 열다섯 명이었으며, 마법사들은 열 명이었다. 나머지 스물다섯 명은 근접 공격과 탱커 능력을 가진 직업군들로 사무라이들이 많았다.
“라이! 스파이럴 킥!”
한성은 재빨리 라이를 불렀다.
크허어엉!
[당신의 소환수 라이가 스파이럴 킥을 시전합니다.]
한성의 부름에 라이는 스파이럴 킥을 시전하며 해골 검병들을 향해 날아드는 화살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콰가가가가각!
라이는 회전돌려차기로 궁수들의 화살들을 쳐냈다.
다리를 휘감고 있는 녹색 바람으로 화살들을 튕겨 낸 것이다.
그사이 그라운드 임팩트로 쓰러졌던 사무라이들이 몸을 일으켰다.
챙챙챙!
자리에서 일어난 사무라이들은 해골 검병들과 칼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루루의 버프를 받고 있는 데다가 한성이 3차 전직을 하게 되면서 해골 검병들도 꽤 강해졌다.
그 덕분에 어느 정도 근접 공격 능력을 가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거기다 애초에 숫자가 해골 병사들 쪽이 많았다. 해골 검병들은 스무 기였고, 해골 창병들은 열 기였으니까.
총 30기의 해골 병사들은 사무라이들과 여러 가지 탱딜 직업을 가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을 밀어붙였다.
“오색빛깔 총공격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해골 병사들 뒤에서 루루가 신나게 춤을 추며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레드레드.”
“블루블루.”
“그린그린.”
“퍼플퍼플.”
“옐로옐로.”
루루의 외침에 다섯 가지 속성을 가진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이 저마다 대답을 하며 움직였다.
레드 파이어 소드 스켈레톤과 블루 아이스 실드 스켈레톤, 퍼플 포이즌 스피어 스켈레톤은 사무라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린 윈드 아쳐 스켈레톤과 옐로우 라이트닝 매지션 스켈레톤은 원거리 공격을 준비 중이었다.
‘여긴 맡겨두면 될 거 같고.’
성문 근처에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루루에게 맡겨두면 충분해 보였다.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 다섯 기에 해골 검병이 20기, 해골 창병이 10기라면 충분히 사무라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건.’
한성은 성벽 위를 바라봤다.
성벽 위에서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스켈레톤 드래곤을 상대로 한바탕 싸우고 있었다.
강인한 체력과 방어력을 가진 스켈레톤 드래곤이지만 적들의 저항에 막혀 있는 상태였다.
스켈레톤 드래곤 앞에 단신으로 나서서 모든 공격을 막아 내고 있는 사무라이 한 놈이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스켈레톤 드래곤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원거리 딜러들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다.
쾅!
한성은 지면을 박차며 성벽 위를 향해 달려갔다.
“네놈이 주동자냐!”
그때 갑자기 한성의 눈앞에 닌자 복장을 한 사내가 길을 막고 나타났다.
‘닌자인가?’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중세 유럽 시대가 배경이긴 하지만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사무라이나 닌자와 같은 직업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전투 직업이 구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령 예를 들면 일본인은 초기 직업들 중에서 무녀나 사무라이, 닌자를 많이 선택하는 편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대한민국의 색이 느껴지는 싸울아비 탱딜 직업이나, 각궁을 무기로 쓰는 원거리 딜러들이 있었다.
그리고 각 직업의 전직들도 많고 말이다.
지금 한성의 눈앞에 나타난 카가시는 암살과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3차 전직 쿠나이였다.
닌자의 3차 전직들 중 하나인 쿠나이는 단검보다는 길지만 장검보다는 짧은 닌자도를 주무기로 쓴다.
쿠나이는 어둠 속에서 기습을 하는 게 특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력 스텟이 민첩이기 때문에 재빠른 몸놀림으로 적들에게 접근하거나 공격을 회피할 수 있으며, 빠른 속도로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감히 네크로맨서 따위가!”
한성을 본 카가시는 노호성을 질렀다.
언데드 몬스터들을 이끌고 요새성을 공격하고 있는 네크로맨서가 한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카가시는 다짜고짜 닌자도를 앞세우고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낮은 자세로 빠르게 달려오는 카가시.
어둠 속에서 닌자도가 하얀 달빛을 반사하며 한성의 목을 향해 휘둘러져 왔다.
달빛 베기라는 스킬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거기다 쿠나이는 스킬 시전 시간이 짧았다.
스킬 시전 시간이 긴 편인 네크로맨서 입장에서는 천적과도 같았다.
하지만,
“뭐야? 꺼져!”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카가시를 휘둘렀다.
빠악! 푸확!
“끄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카가시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그의 머리에서 피분수가 솟구쳐 올라왔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카가시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긴 뭐가 어떻게야. 내가 너보다 더 빨랐을 뿐이지.”
한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카가시가 달려들 때, 한성도 스킬을 시전했던 것이다.
전승을 하기 전, 4차 전직 패왕 스킬 중 하나인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그럼 이제 뒈져라.”
퍽퍽퍽!
생각지도 못한 기습을 받고 바닥에 쓰러진 카가시를 향해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마구 내려쳤다.
라이트닝 드라이브인 상태였기 때문에 닌자 계열 직업의 3차 전직인 쿠나이보다 빠르면 빨랐지 느리지 않았다.
“끄허어어어억!”
무자비한 한성의 구타에 카가시는 입에 게거품을 물며 정신을 잃었다.
생명력도 거의 바닥 상태.
쿠나이의 단점 중 하나는 방어력과 생명력이 낮다는 사실이었다. 쿠나이는 회피를 바탕으로 생존해야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방비하게 공격을 당하면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카가시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자 한성은 미련 없이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카가시가 아니라 성벽 위에서 공격할 틈을 노리고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원거리 딜러들이었다.
‘일단 저놈부터 잡자.’
한성의 시야에 단신으로 스켈레톤 드래곤의 공격을 상대하고 있는 사무라이 놈이 있었다.
요새성 안에서 저놈이 가장 강해 보였다.
저놈만 잡으면 승기가 단숨에 이쪽으로 넘어올 터.
그렇게 한성은 빠르게 성벽을 올랐다.
“뭐, 뭐야?”
성벽에 오르자 원거리 딜러 한 놈이 한성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성은 가차 없이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휘둘렀다.
퍼억!
[크리티컬이 터졌습니다!]
대가리를 정통으로 쳐 맞은 원거리 딜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크리티컬 데미지가 뜨면서 한 방에 기절해 버린 것이다.
“본 스피어.”
하얀 뼈로 이루어진 창 세 개가 한성의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나타났다.
“헛!”
그러자 주변에 있던 원거리 딜러들이 깜짝 놀라며 한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한성이 손짓을 하며 본 스피어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쉬이익!
본 스피어 세 개는 파공성을 내며 주변에 있던 궁수 2명과 마법사 1명에게 날아들었다.
푹! 푹! 푹!
“커헉!”
“크아악!”
“이, 이런!”
본 스피어 세 개는 원거리 딜러 세 명의 몸을 꿰뚫으며 성벽 위에 박혔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앙!
순간 본 스피어 세 개가 터지면서 사방으로 뼛조각을 날렸다.
“크아아아아악!”
본 스피어에 꿰뚫려 있던 원거리 딜러들은 그대로 방어 무시 데미지를 입으면서 생명력이 단숨에 바닥을 쳤다.
빈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던 다른 원거리 딜러들 또한 본 스피어가 폭발하면서 날아든 뼛조각에 데미지를 조금씩 입었다.
“틴달로스!”
한성의 외침에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칼날이 솟구쳐 올라왔다.
크기는 단검 정도였지만 무려 수십 개나 되는 그림자 칼날이 조금 전 공격을 받은 원거리 딜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퍼버버버버버벅!
[Lv131 시마다 일조가 사망했습니다. 보상으로 1310 골드를 받습니다.]
[Lv132 시마다 두조가…….]
방어 무시 데미지를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원거리 딜러 세 명이 사망하면서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미 한성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은 클랜전 상황으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어 방문자들을 죽인다고 해도 카오 유저가 되지 않았다.
“일어나라, 나의 종들아.”
한성은 원거리 딜러 세 명의 시체를 제물로 삼아 해골 검병 18기를 소환했다.
“헛!”
한성의 주변에 있던 원거리 딜러들은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본 스피어의 폭발 데미지를 입은 것도 모자라 틴달로스의 그림자 칼날에 공격을 받은 탓에 생명력이 간당간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해골 검병들이 무려 18기나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쓸어버려!”
“검검!”
한성의 명령에 해골 검병들은 하얀 본 소드를 치켜들고 근처에 있는 원거리 딜러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한성이 있었다.
그때 적 원거리 딜러들 너머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한성은 원거리 딜러들을 뛰어넘으며 다가오는 물체를 노려봤다.
콰아아아아앙!
일본도를 지면에 내려찍으며 이시하라 마코토가 한성의 앞을 막아섰다.
“거기까지다. 네크로맨서 쓰레기 자식아.”
이시하라 마코토는 한성을 향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감히 대일본 제국의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에 싸움을 걸다니 정신이 나갔구나! 넌 어디 출신이길래 조센징같이 개념이 없냐? 두 번 다시 게임을 못 하도록 만들어 주마!”
아무래도 이시하라 마코토는 한성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지금 한성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과 전투를 벌이기 전에 이미 은빛 눈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니까.
“대일본 제국? 우익 꼴통 새끼가 지랄하고 자빠졌네.”
한성은 입가에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딱 마주치며 공격 마법을 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