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
< 내 언데드 100만 >
제148화 요새 공략전 (2)
“어떤 미친놈이 감히 우리를 건드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요새 성벽 위에서 거만한 표정의 사내가 밑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부마스터인 이시하라 마코토였다. 약간 통통한 몸에 전신 갑주로 무장해 있었으며, 허리에는 일본도를 차고 있었다.
20대 중후반인 그의 직업은 사무라이로 탱딜이 가능했다.
“궁수대 뭐해? 빨리빨리 공격 안 해? 화살이 너네 애인이냐? 떠나보내기 싫어? 그리고 마법사들 캐스팅 시간이 왜 이렇게 느려? 주문 외우랬더니 노래 부르냐?”
이시하라 마코토는 망언 제조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궁수들과 마법사들은 이시하라 마코토가 보이지 않게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마스터의 신임을 얻고 있는 부마스터.
그에 비해 자신들은 그저 일개 클랜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까라면 까야 했다.
‘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이시하라 마코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처음 스켈레톤 무리가 나타났을 때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흑풍도가 직접 공격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새성을 공격하는 스켈레톤 무리들은 별거 아니었다.
해골 병사들 따위 요새성에 있는 클랜원들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흑풍도의 위치가 타인에게 발각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아, 마스터에게는 뭐라고 보고를 해야 하지?’
흑풍도의 위치가 들켰다는 사실을 대체 어떻게 보고한단 말인가.
까닥 잘못하면 지금 자신의 위치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흑풍도가 발각되지 않고 유지되어 왔던 건 전부 그의 노력 덕분이었으니까. 때문에 지금의 부마스터 자리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이고.
애초에 흑풍도에는 몬스터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야생 동물조차 없는 그런 황량한 섬이다.
그런데 지금 언데드 몬스터들이 성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
즉, 네크로맨서 계열 직업을 가진 미친놈이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레이스 오 말리 년들인가? 하지만 그년들 중에 네크로맨서는 없을 텐데. 대체 어떤 미친놈이 감히 우릴 공격하는 거야?’
그렇게 이시하라 마코토는 맨 처음 스켈레톤 솔져들이 나타났을 때는 단순히 흑풍도의 위치가 들켰다는 사실에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 스켈레톤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스켈레톤 드래곤은 해골 병사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존재였으니까.
그 때문에 지금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은 전부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있었다.
어떻게든 견제를 해서 날뛰지 못하게 해야 했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마음대로 움직이면, 특히나 날아서 하늘 위에서 공격을 하게 된다면 자신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성문만큼은 사수해라! 사수 못하면 뒤질 줄 알아! 알겠냐?”
“예!”
이시하라 마코토에 외침에 원거리 딜러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부하들의 대답을 들으며 이시하라 마코토는 스켈레톤 무리들을 내려다봤다.
‘이대로 저 개뼈다귀들을 처치하면 돼.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이시하라 마코토는 이를 갈며 다짐했다.
지금 상황은 성문 앞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거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 뒤에 해골 병사들이 푸른 눈을 빛내며 대기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스켈레톤 드래곤만 어떻게든 없애 버리면 나머지는 오합지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거기다 지금 이시하라 마코토에겐 믿는 구석도 있었다.
“마법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때마침 옆에 있던 부하의 보고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부터 대규모 광역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캐스팅 중이던 마법사들이 이제 막 준비를 끝마쳤던 것이다.
스르릉.
이시하라 마코토의 허리에 있던 일본도가 맑은 울음소리를 터트리며 뽑혀졌다.
이시하라 마코토는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일본도로 가리켰다.
“끝내.”
나직한 목소리의 명령이 마법사들에게 떨어졌다.
그 직후 마법사들이 시전하고 있던 거대한 화염구나, 전격으로 이루어진 창,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들이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했다.
조금 전까지 마법사들이 캐스팅 중이던 공격 마법들이었다.
‘이걸로 끝이다.’
이시하라 마코토는 끝났음을 직감했다.
이만한 위력의 공격 마법들이라면 아무리 스켈레톤 드래곤이라고 해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스켈레톤 드래곤 너머에 있는 해골 병사들까지도 전부 말이다.
하지만 그건 스켈레톤 군단만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본 월! 본 리터레테이션!”
저 먼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직후.
콰콰콰콰콰콰콰콱!
스켈레톤 드래곤 앞으로 하얀 뼈로 이루어진 방벽이 솟구쳐 올라오는 게 아닌가?
콰콰콰콰콰콰쾅!
이윽고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마법사들의 공격 마법이 하얀 방벽과 충돌하면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붉은 화염이 사방으로 번져 나가고, 검은 폭연이 주변을 뒤덮었다.
폭심지를 중심으로 치솟아 오른 불기둥과 검은 연기 때문에 스켈레톤 무리들이 있던 장소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시하라 마코토는 확신했다.
아무리 방벽으로 막았다고 해도 이쪽은 130~135레벨 마법사들이 각자 가장 강력한 공격 마법을 날렸다.
무사할 리가 없었다.
스스스스스.
잠시 후, 치솟아 오른 폭연과 먼지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시하라 마코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해치웠나?”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몇몇 클랜원들이 마음속으로 이시하라 마코토를 욕했다.
역시 망언 제조기라고 말이다.
‘여기서 그 말을 하냐?’
‘그거 부활 주문 같은 건데 알고 말하는 건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스켈레톤 무리들이 있는 장소를 바라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차 연기가 사라지면서 폭심지의 처참한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하얀 뼛조각들이 지면에 흩어져 있는 모습이 먼저 보였다. 그 모습에 이시하라 마코토의 입꼬리가 치켜 올려갔다.
화륵! 화르륵!
순간 연기 속에서 푸른빛이 일렁거리며 나타났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기가 완전히 걷히고 드러난 모습에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은 경악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 * *
‘후. 겨우 막았네.’
스켈레톤 드래곤 앞에서 한성은 좌우로 목을 풀며 전방을 바라봤다.
조금 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의 마법 공격에 한성은 순간적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문을 공략하러 나가려고 하는 찰나에 대규모의 공격 마법들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재빨리 방어 마법인 본 월과 본 시리즈 스킬의 위력을 높여 주는 본 리터레테이션을 시전했다.
본 시리즈 스킬을 중첩 강화시켜주는 본 리터레테이션 덕분에 한성은 가까스로 적의 마법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만약 본 리터레테이션 스킬이 없었거나, 숙련도 레벨이 6이 되지 않았다면 이번 공격은 막아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적의 공격에 한성이 소환한 본 월들이 전부 다 부서져서 사방으로 터져 나갔었으니까.
“모두 준비해.”
하얀 연기 속에서 한성은 등 뒤에 있는 해골 병사들과 스켈레톤 커맨더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레드레드.”
한성의 말에 레드 파이어 스켈레톤 커맨더가 대표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모든 해골 병사들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터져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켈레톤 드래곤도 입을 쩍 벌리며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잉!
스켈레톤 드래곤의 벌린 입에서 마력이 모여들었다.
이윽고 연기가 걷히면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요새성이 보였다.
“지금이다!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Final Burst Stream)!”
번쩍! 콰아아아아아아!
스켈레톤 드래곤의 입에서 푸른색의 어마어마한 빛줄기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목표는 요새성의 성문이었다.
콰아아아앙!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과 충돌한 성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요새성 전체와 주변의 땅이 뒤흔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잠시 후, 한성의 시야에 한 줄 메시지가 떠올랐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요새, 블랙 드래곤 캐슬의 성문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렇지. 바로 이거지!”
스켈레톤 드래곤의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 한 방에 성문은 시원하게 뚫렸다.
그리고 한성의 눈에 성벽 위에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당황한 듯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성문이 뚫린 지금 승기는 한성 쪽으로 넘어갔다.
“전원 돌격!”
적들이 혼란한 틈을 놓칠 한성이 아니었다.
두두두두.
한성의 명령에 스켈레톤 솔져들이 푸른 눈을 빛내며 블랙 드래곤 캐슬, 흑룡성을 향해 질주했다.
슈슈슉!
뒤늦게 성벽 위에서 궁수들이 화살을 날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해골 병사들은 화살을 무시하고 오로지 성문을 향해 달려 나갔던 것이다.
거기다 선두에는 한성을 비롯한 레이몬과 라이가 있었다.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라이는 날카로운 블러드 스톰으로, 레이몬은 대검으로 화살을 쳐내며 돌진했다.
그리고 루루는 한성의 등에 매달려서 틴달로스의 보호를 받았다.
그 뒤로 다섯 가지 속성을 가진 스켈레톤 커맨더들과 해골 검병, 해골 창병, 해골 궁병들이 푸른 안광을 토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해골 병사들의 숫자는 무려 70기가 넘었다.
“해골용! 견제해!”
거기에 한성은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원거리 공격 견제 명령을 내렸다.
펄럭펄럭.
그러자 스켈레톤 드래곤은 뼈밖에 없는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왔다 갔다 하며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원거리 딜러들이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감을 줬다.
비록 뼈밖에 없다고는 해도 수십 미터 크기의 드래곤이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한성을 비롯한 소환수들은 성문 근처까지 도착했다.
“대응이 빠른데? 벌써 대기 중이냐?”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으로 증발하듯 사라진 성문 너머로 일본 갑주와 일본도로 무장한 사무라이들이 보였다.
좀 더 속도에 박차를 가한 한성은 지면을 강하게 한 차례 박찼다.
쿵!
그 반동으로 수 미터 이상 치솟아 올라간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아래로 향한 채 사무라이들 앞으로 떨어져 내리며 소리쳤다.
“그라운드 임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