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46화 (146/318)

# 146

< 내 언데드 100만 >

제146화  흑풍도 잠입

“기회가 생기면 생각해 볼게.”

일단 한성은 살짝 물러섰다.

에키드나의 눈이 진심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뜻이 무슨 의미인지 까지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에키드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성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부드럽고 풍만한 가슴을 밀착해 왔다.

그 행동에 한성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이유가 아니야.”

에키드나가 매력적인 여인이라는 건 한성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과 현실은 구분해야지.’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여성과 만나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과 현실에서 여성과 만나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건 확연히 다르다.

게임에서는 즐기면 끝이지만, 현실에서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 책임을 지지 않으면 사건이 생기고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게임 속의 인간관계를 가볍게 여길 생각은 없었다.

게임도 인간사회와 마찬가지였으니까.

‘게임에서 일어나는 일은 게임에서 해결해야 깔끔하지.’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한성은 최대한 에키드나에게 신경을 써줄 생각이긴 했다.

어찌되었든 플레이어 방문자인 그녀와는 비록 루루의 고유 스킬 덕분에 꿈속이긴 하지만 서로 뜨거운 사랑을 나눈 관계였으니 말이다.

“그럼?”

여전히 한성의 눈앞에서 에키드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에 한성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가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난 장난으로 여자와 안 만나.”

한성은 진지한 표정으로 에키드나에게 한마디 던졌다.

사실 에키드나가 정말 한국에 올지도 알 수 없었다.

장난으로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나도…… 싫어하는 남자와 쉽게 안 만나. 너니까 만나려는 거야.”

그 말에 한성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무슨…….”

그녀에게 한 소리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한성은 말문을 멈췄다.

에키드나의 얼굴도 붉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때 한성은 깨달았다.

“아직 매혹 상태인 건가? 지속시간이 이렇게 긴 건 줄은 몰랐는데…….”

한성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그, 그건 이미 풀렸어.”

에키드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미 한참 전부터 그녀는 매혹 상태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지금 그녀는 여전히 매혹 상태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다른 남자들과 달라.’

에키드나는 한성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남자들이었다면 게임에서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자신과 어떻게든 만나 보려고 눈에 불을 켰을 것이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은 대부분 엉큼한 늑대들이었으니까.

하지만 한성은 그렇지 않았다.

현실에서의 만남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혹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에키드나는 한성에게서 떨어졌다.

“별로 싫은 건 아니었으니까.”

사실 엑스터시 드림 속에서 깨어나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엑스터시 드림에 걸리면 꿈속에서 숨겨져 있는 본심을  드러낸다.

에키드나가 한성을 덮쳤다는 건, 그만큼 그녀의 무의식 속에 한성을 원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 마음에 따라 그녀는 한성을 덮치다시피 한 것이다.

“아무튼 너희들의 상황은 잘 알겠어.”

엑스터시 드림 속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며 한성은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에키드나가 소속되어 있는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 클랜의 목적은 흑풍도에 감금되어 있는 해적 여제 크리스티나 지슈카를 구출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붙잡혀 있을 여해적들까지도.

안 그래도 흑풍도를 쓸어버릴 생각인 한성이기에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 클랜의 목적은 일치했다.

에키드나가 지휘하는 해적선 카트리나의 임무는 흑풍도의 위치조사였다.

흑풍도의 위치를 파악하면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 클랜에서 크리스티나를 구출하러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전에 한성에게 털린 것이다.

“해적 여제를 구출해 주면 되는 거지?”

한성은 에키드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허리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이 보일락 말락 했기 때문이다.

“정말 크리스티나 님을 구해 줄 거야?”

거기에다 한성의 얼굴 가까이에서 묻고 있는 에키드나.

그 때문에 한성의 눈앞에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탄력적으로 흔들렸다.

‘바스트 모핑 진짜 사기네.’

눈앞에서 출렁거리는 에키드나의 가슴을 본 한성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흑풍도를 찾아내 준다면.”

“그거라면 맡겨 둬. 흑풍도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니까. 남은 해역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이미 한참 전부터 에키드나는 흑풍도의 위치를 찾고 있었다.

흑풍도가 있을 확률이 높은 해역 위주로 찾고 있었는데,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이 숨어 있는 흑풍도를 한성 혼자서 찾는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보길드 블랙 캣츠에서 한성이 가져온 정보와 에키드나가 조사한 해역을 맞춰 보면 흑풍도가 있는 장소를 좁힐 수 있었다.

“그럼 믿고 맡기지.”

“응. 맡겨 둬.”

그 말을 끝으로 에키드나는 한성의 입술에 키스했다.

“무, 무슨?”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에키드나는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로 답했다.

“가벼운 인사야.”

“그럼 무거운 인사도 있어?”

그 말에 에키드나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나중에 해 줄게.”

그렇게 말하는 에키드나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       *

그날 밤.

밤하늘에 수놓아진 하얀 달빛과 별빛이 비치고 있는 어두운 바다를 가르며 해적선 카트리나가 이동하고 있었다.

“저건가?”

선수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성은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 옆에서 에키드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의 눈앞에는 섬 하나가 보이고 있었다.

네리아로부터 전해 받은 대략적인 위치와 해적선 카트리나가 조사한 해역을 대조한 한성과 에키드나는 흑풍도가 있을 확률이 높은 구역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해당 구역을 해적선 카트리나가 조사하는 동안 한성과 에키드나는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밤이 되었고, 드디어 흑풍도를 찾아낸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찾았네. 이걸로 일단 가장 성가신 건 해결한 건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처리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거점의 위치였다.

만약 에키드나와 만나지 못했다면 밤새도록 스펀지 잉여킹과 스펀지 크라켄을 번갈아 타면서 찾아야 했을 것이다.

아무리 네리아가 준 흑풍도의 위치 정보가 있다지만 범위가 꽤 넓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에키드나의 도움을 받아 편하게 찾을 수 있었다. 거기다 에키드나와 뜨거운 시간까지 가질 수 있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흑풍도를 찾은 현재 한성이 할 일은 하나였다.

“여기서부터는 나에게 맡겨.”

“뭐?”

“흑풍도에는 나 혼자 들어간다.”

“그게 무슨 소리야? 혼자서 들어간다니?”

한성의 말에 에키드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그녀는 그레이스 오 말리의 다른 여해적들을 불러서 한꺼번에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늦은 밤 시간이었기에 경비가 느슨한데다가, 지금 이 시간이면 대부분 해적질을 하러 바깥으로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약 100명 정도 되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 중에서 흑풍도에 있는 인원은 절반이 좀 넘었다.

그 정도 인원이면 흑풍도를 공격해서 붙잡혀 있는 여해적들을 구출할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혼자 들어가겠다니?

“너희들은 시간을 끌어. 흑풍도에 있는 녀석들은 나 혼자로 충분하니까.”

한성은 스펀지 잉여킹을 바다에 던지며 말했다.

“자, 잠깐.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는…….”

“나 못 믿어?”

자신감이 넘치는 한성의 표정.

에키드나는 정말 한성이 혼자서 흑풍도에 잠입할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알겠어. 믿을게.”

자신이 인정한 남자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혼자 가겠다는 말에 에키드나는 믿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얘들아, 가자!”

에키드나의 대답을 들은 한성은 해적선 카트리나 갑판에 있던 루루, 라이, 레이몬을 불렀다.

크헝!

“네. 금방 가요~”

“지금 가겠다.”

한성의 말에 루루가 쪼르르 뛰어왔다.

그 뒤를 이어 라이와 레이몬도 선수부 쪽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한성은 자신의 소환수들과 함께 스펀지 잉여킹으로 옮겨 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키드나를 바라봤다.

“뒤는 맡긴다. 외부에 나가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이 돌아오면 시간 좀 벌어 줘.”

“응.”

에키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 중 일부는 외부로 나가 있었다.

해적질과 쓸 만한 노예를 납치하기 위해서.

외부로 나간 그들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한성은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 클랜에게 등 뒤를 맡긴 것이다.

쏴아아아.

잠시 후 한성을 태운 스펀지 잉여킹은 조용히 흑풍도를 향해 다가갔다.

*       *       *

“하아하아.”

여전히 흑풍도의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크리스티나는 몸을 떨며 거친 숨을 내뿜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버티는군.”

크리스티나 앞에서 키라 히데키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제 슬슬 한계지? 그냥 포기해라. 포기하면 편해지니까.”

“누, 누가 네놈 따위에게…….”

“어차피 이제 오늘 내일이야. 나를 받아들여라. 지금 이렇게 버텨 봐야 나만 좋을 뿐이지.”

키라 히데키는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티나의 몸을 훑어봤다.

대략 이틀 동안 키라 히데키는 밤마다 크리스티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록 크리스티나가 거부를 해왔기 때문에 성인 콘텐츠인 러브 모드를 사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간 크리스티나의 몸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이제 과연 네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빠르면 오늘밤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밖에 못 버틸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레이스 오 말 리가 있는 거점을 불고 그냥 편해지는 게 어때?”

“웃기지 마라! 반드시 내가 받은 모욕을 갚아 주겠다!”

크리스티나는 몽롱한 느낌 속에서도 키라 히데키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저항할 생각이 없어지도록 만들 수밖에.”

키라 히데키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초콜릿색 피부의 아름답고 풍만한 가슴을 내려다봤다.

잠시 후, 지하감옥에서 크리스티나의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아찔한 비명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크리스티나의 밤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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