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43화 (143/318)

# 143

< 내 언데드 100만 >

제143화  여해적들 (3)

카트리나 해적선 갑판 위.

그곳에서 한성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성의 등 뒤에는 병풍처럼 좌우로 라이와 레이몬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으며, 루루는 마치 아기 고양이처럼 한성의 무릎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그냥 해적이 아니라 사략선 면허를 받은 특별한 해적이라는 말이지?”

“그, 그렇다.”

한성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에키드나가 고개를 들며 답했다.

스펀지 잉여킹에서 카트리나 해적선으로 옮겨 탄 한성은 라이와 레이몬 그리고 데스나이트들을 소환해서 여해적들을 제압했다.

스펀지 크라켄의 다리 두 개에 고전하던 여해적들은 한성의 개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의 레벨이 대부분 110에서 120 사이라는 사실도 한몫했다.

그나마 해적 선장인 에키드나와 부선장인 미나가 여해적들보다 훨씬 고레벨이라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레이몬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었다.

해적선에서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자를 찾아서 갑판으로 옮긴 한성은 그곳에 앉아 밑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여해적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해적들 주위에는 해골 검병들과 창병들이 그녀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특별히 에키드나와 미나의 주위에는 그녀들을 감시하기 위한 데스나이트 3기가 따로 서 있었다.

‘방문자들과 켈트인이 섞여 있는 사략 해적단이라…….’

한성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여해적들을 바라봤다.

여해적들을 제압한 한성은 에키드나를 통해 대략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더 이해가 안 되는데? 왜 날 공격한 거지?”

“그, 그건…….”

순간 에키드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를 비롯한 해적단 그레이스 오 말리는 미트리아 왕국에서 사략 면허를 발급받은 이를테면 합법적인 해적이다.

그 때문에 타국의 상선이나 군함을 약탈해도 상관없지만, 미트리아 왕국 내에 속해 있는 배를 건드리면 안 된다.

그런 계약으로 사략 면허를 발급받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키드나가 지휘하는 해적선 카트리나는 한성을 공격했다.

“네가 저런 이상한 거를 타고 있어서 그런 거잖아!”

에키드나는 해적선 옆에 가만히 떠 있던 스펀지 잉여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잉여?]

그러자 스펀지 잉여킹이 화들짝 놀라며 에키드나를 바라봤다. 어찌나 놀랐는지 스펀지 잉여킹은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커다란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아니, 왜 우리 잉여킹 기죽이고 그래? 쟤가 얼마나 마음이 델리케이트한데. 너 때문에 놀라서 눈알 돌리는 거 좀 봐.”

“저런 몬스터보다 우리가 더 섬세하다고! 여자니까!”

“그래서 날 공격한 거냐?”

“으…….”

한성의 말 한마디에 항변하던 에키드나의 입이 다물어졌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먼저 공격한 건 그녀들이었으니까.

“아, 나.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그러니까 지금 쟤 보고 놀라서 날 공격했다는 거냐?”

한성은 찌를 것 같은 시선으로 에키드나를 노려봤다.

그 시선에 에키드나는 차마 한성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들리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몹인 줄 알았지.”

원래 에키드나는 잉여킹을 지켜보려고 했다.

정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스펀지 잉여킹이 우렁차게 외치며 다가오기 시작하자 여해적들 중 일부가 깜짝 놀라 대포를 쏘았던 것이다. 해양 몬스터가 공격해 오는 줄 알았으니까.

[잉여…….]

에키드나의 말을 들었는지 스펀지 잉여킹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울었다.

“몹은 무슨……. 쟤처럼 순한 놈이 어디 있다고.”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스펀지 잉여킹을 보고 놀라서 공격해왔을 줄이야.

그저 기가 막힐 뿐이었다.

“뭐, 어찌 되었든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져야겠어.”

그 말에 에키드나는 한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무엇을 원하나?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면 들어주겠다.”

순간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를 들었다가 강하게 내려쳤다.

쿵! 콰직!

그러자 나무로 된 갑판에 작은 구멍이 생기며 학살자의 스켈레톤 지팡이가 살짝 바닥 밑으로 들어갔다.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건 같은데 말이야. 지금 나는 너한테 부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명령을 하고 있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한성은 에키드나를 내려다봤다.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내가 말하는 건 무조건 따라야하지.”

“싫다고 하면?”

“여기 있는 모두가 내 귀여운 소환수가 되겠지.”

에키드나의 말에 한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즉, 전부 죽이겠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말에 에키드나는 안색을 굳혔다.

여기에 있는 여해적들 중에는 켈트인들도 있었다.

여성 플레이어 방문자들이야 죽으면 다시 부활할 수 있지만, 켈트인들은 아니었다.

에키드나는 자신을 따르는 켈트인들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

켈트인들을 받아들일 때, 생명을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또한, 카트리나 해적선의 선장으로서 에키드나는 선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알겠다. 하지만 부하들은 손대지 마라. 대신 네놈의 명령은 내가 전부 들어주지.”

“뭐든지?”

“…….”

에키드나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한성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내 말에 뭐든지 복종할 거냐?”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한성은 입 꼬리를 씩 올리며 에키드나의 대답을 재촉했다.

“그, 그래!”

결국 에키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 선장님!”

“안 됩니다!”

“불결한 남자의 말을 듣지 마세요!”

에키드나의 수긍에 뒤에서 무릎을 꿇고 등 뒤로 손이 밧줄에 묶여 있는 여해적들이 소리쳤다.

“네놈!”

특히 에키드나 옆에 있던 미나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한성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으나 주위를 둘러싼 데스나이트들에게 제지당했다.

“그러게 누가 먼저 공격하래? 지금 이 사태는 전부 너희들의 책임이다.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하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여해적들을 향해 한마디 쏘아 붙인 한성은 눈앞에 있는 에키드나와 미나를 바라봤다.

에키드나는 큰 키에 연두색 머리카락과 푸른 호수 같은 눈, 그리고 하얀 피부가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찔할 정도로 큰 가슴이 매력 포인트인 글래머스러운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미나는 동양적인 이목구비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포니테일 스타일의 검은 머리카락이 이색적인 미녀로 에키드나와는 다르게 스타일이 좋은 슬렌더였다.

거기다 한바탕 전투를 한 덕분이지 그녀들이 입고 있는 갑옷이나 옷들은 내구도가 손상되어 여기저기 찢겨져 있었다.

그 덕분에 그녀들의 아찔한 몸매가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으며, 특히나 가죽 갑옷의 가슴 부분이 파손되어 가슴이 절반쯤 드러난 에키드나는 선정적인 매력을 발산중이었다.

여해적들 중에서 그녀들의 미모는 독보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물론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대부분 방문자들은 외모를 커스텀한다.

하지만 원판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외모를 커스텀할 수 있어도 이목구비나 얼굴을 획기적으로 변형하는 아이템은 없었다.

즉, 성형 아이템이 없다는 소리다.

또한, 체형도 마찬가지였다.

체형은 실제 몸을 기반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몸매를 조절할 수 없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오딘 사의 방침 때문이었다.

다만 헤어스타일이나 컬러를 바꾸거나, 눈동자 색을 바꾸는 정도만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사실 에키드나와 미나는 외모 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지금 모습과 거의 가까웠던 것이다.

“그럼 우리 어디 조용한데서 둘이서만 이야기 좀 할까?”

한성은 씩 웃으며 말을 꺼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에키드나는 바보가 아니다.

한성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모르지 않았다.

그건 다른 여해적들도 마찬가지.

“아니면 여기서 할래?”

화아악.

한성의 말에 에키드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서 하겠다니!

“아, 안에서 하겠다.”

“좋아.”

에키드나의 대답에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에키드나를 향해 한마디 했다.

“일단 우리 벗고 시작할까?”

*       *       *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거점인 흑풍도 요새 지하 감옥.

벽에 걸려 있는 횃불이 주변을 밝힐 뿐인 어두운 지하 감옥 안에 한 여인이 구속되어 있었다.

“기분은 어떻지? 크리스티나.”

여인의 앞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조금 전까지는 좋았는데 네놈의 검은 안경을 보니까 기분이 안 좋아졌어.”

“이거 실례. 이 안경은 내 트레이드 마크라.”

여인의 말에 사내는 얇고 동그란 검은 철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작게 웃었다.

그가 바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마스터인 키라 히데키였다.

검은색 베레모를 머리에 쓰고 역시나 마찬가지로 검은 제국 군복 같은 옷을 입고 있는 키라 히데키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여인을 바라봤다.

“네놈을 보니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아. 그만 꺼지지 그래?”

“역시 해적 여제. 아프로디지아에 중독되었으면서도 기세가 좋군. 하지만…….”

키라 히데키는 해적 여제 크리스티나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붙잡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고집을 피울 생각이지? 이제 그만 항복할 때도 되지 않았나. 아프로디지아에 저항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을 것 같다만.”

“누가 네놈 같은 쓰레기 따위에게…….”

크리스티나는 붉어진 얼굴로 눈앞에서 능글능글한 웃음을 짓고 있는 히데키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크리스티나가 중독되어 있는 아프로디지아는 흥분 효과가 살짝 가미되어 있는 독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중독되면 스테이터스가 대폭 하락한다.

“이제 그만 즐겨 보는 게 어때?”

히데키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해적 여제라고 칭송받는 크리스티나의 몸과 마음을 함락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눈엣가시 같은 그녀의 해적 클랜을 자신의 손에 넣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히데키는 크리스티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성인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다.

플레이어 방문자들은 연인이나 부부관계라면 서로 상호동의하에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이러한 성인 콘텐츠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히데키는 크리스티나를 아프로디지아에 중독 시켰다.

아프로디지아의 중독 효과는 스테이터스의 하락과 흥분.

그 효과로 그녀를 괴롭히면서 성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동의시킬 생각이었으니까.

“누가 네놈 따위에게…….”

크리스티나는 전신에서 뜨거운 땀을 흘리며 히데키를 노려봤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히데키는 크리스티나를 향해 다가갔다.

잠시 후, 지하감옥 안에서 여인의 뜨거운 신음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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