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41화 (141/318)

# 141

< 내 언데드 100만 >

제141화  여해적들 (1)

촤아아아아악.

거대화한 스펀지 잉여킹이 망망대해를 가르며 질주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성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흑풍도를 향해가고 있었다.

“빙고.”

스펀지 잉여킹의 등 위에서 망원경으로 전방을 바라보던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바다 위에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배가 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한성은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필요한 물품들을 상점에서 구입했었다.

항해용 망원경도 그중 하나였다.

“마스터~ 무슨 배예요?”

아직 거대화하지 않은 스펀지 크라켄을 손에 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놀던 루루가 한성을 바라봤다.

루루의 손에 들린 스펀지 크라켄의 눈은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소용돌이치며 헤롱헤롱거리고 있었다.

“글쎄…….”

루루의 질문에 한성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전방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배를 바라봤다.

아직 거리가 멀어서 상선인지 수송선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크기로 보아 작은 범선 같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다가간 한성의 눈에 해골 깃발이 보였다.

“역시 해적선이로군.”

한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중세 범선처럼 생긴 배 돛에 해골 문양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지금 스펀지 잉여킹이 항해하고 있는 장소는 네리아가 알려준 흑풍도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해역이었다.

그곳에서 해적선이 보인다는 말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배일 확률이 높았다.

“해적선!”

한성의 말에 루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이어지는 루루의 말에 한성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 여해적들은 저한테 맡겨 두세요!”

“여해적들? 있으면 뭘 어쩌려고?”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여해적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체 루루가 뭘 하겠다는 말일까?

“맛 좀 보려구요. 해산물 맛 날 것 같아서.”

루루는 작고 하얀 손가락을 혀로 할짝할짝거리며 말했다.

“…….”

맛을 본다니, 대체 무슨 맛을 보겠다는 말인가!

‘여, 역시 서큐버스. 이대로 자라면 위험해질지도…….’

어째 점점 더 디아나같이(?) 성장해 가고 있는 루루의 모습에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응. 안 돼. 맛보지 마.”

무슨 맛을 보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한성은 반대했다.

“그럼 마스터 맛볼래요.”

“뭐? 자, 잠……!”

루루의 말에 한성은 손을 내밀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한성을 향해 폴짝 뛰어오르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한성은 자신의 품을 향해 뛰어드는 루루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거부하면 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루루는 한성의 품 안에 폭 안겼다.

할짝할짝.

“마스터 맛이다.”

한성의 볼을 혀로 맛본 루루는 활짝 웃어 보였다.

“어리광은 적당히 좀 부려라.”

한숨을 내쉬듯 말했지만 한성은 차마 루루를 떼어 내지 못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크르릉.

그때 그런 한성과 루루의 주위로 라이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헥헥헥.

라이는 혀를 내밀며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너도냐?”

컹!

한성의 말에 라이는 한 차례 짖었다.

그리고 한성을 향해 달려들더니 혀로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야, 야! 자, 잠깐!”

루루를 품에 안고 있는 중이라 양팔을 쓸 수 없는 한성은 라이의 행동에 속수무책으로 얼굴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무슨 귀여운 강아지가 주인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핥는 것처럼 라이는 한성의 얼굴에 침을 잔뜩 묻혔다.

그렇게 한성이 소환수들의 사랑을 받는 사이 쾌속선처럼 바다를 질주한 스펀지 잉여킹은 해적선 근처까지 다가갔다.

“역시 해적선이네. 그런데…….”

겨우겨우 라이와 루루를 떼어놓은 한성은 눈앞에 떠 있는 해적선을 바라봤다.

해적선과 스펀지 잉여킹은 아직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이제 어떻게 나오려나?”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한성은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다, 당황하지 마라!”

한성이 눈앞에 있는 해적선을 바라보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스펀지 잉여킹 앞에 있는 해적선 카트리나는 지금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에키드나 선장님. 바로 공격하죠! 저거 이상해요!”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섣불리 움직이지 마!”

에키드나는 일정 거리에 떨어져 있는 요상하게 생긴 몬스터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보통의 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녀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한 여해적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어마어마하게 큰 잉어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자신들의 범선과 비슷한 크기의 잉어를 본 카트리나 해적선의 여선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대형 해양 몬스터와 조우한 것이라 생각했다.

뱃사람들에게 있어서 거대한 해양 몬스터와의 조우는 죽음을 의미하기에 배의 선원들의 상태는 혼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녀들 중에서 그나마 선장인 에키드나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면서 여해적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저건 대체 뭐야?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에서 키운 해양 몬스터인가?’

에키드나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거대한 잉어를 바라봤다.

거대한 잉어 위에 갑판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래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이 비밀리에 키운 해양 몬스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거대한 잉어에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상징하는 표식이 없었다.

즉, 눈앞에 있는 잉어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과 관련이 없다는 뜻!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미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 좀 해 봐.”

에키드나는 자신의 오른팔이자 카트리나 해적선의 부선장인 미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미나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어 올린 동양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20대 초반의 미녀였다.

서양인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 다른 여해적들 사이에서 검은색 머리카락과 검은색 눈동자를 가진 미나는 꽤 이질적이었다.

그녀는 허리에 차고 있는 싸울아비 장도를 꽉 움켜잡으며 비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회 치죠.”

미나는 눈에서 빛이 쏘아질 것 같은 시선으로 스펀지 잉여킹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지금 카트리나 해적선 앞에 있는 스펀지 잉여킹은 겉모습은 거대한 잉어처럼 생겼다.

기본적으로 잉어회는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지금 미나의 눈이 돌아가 있었다.

왜냐하면…….

“미안. 너한테 물은 내가 바보지.”

에키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나는 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 회 킬러였던 것이다.

“에키드나 선장님! 어떻게 할까요?”

“일단 상황을 지켜…….”

갑판에 있는 여해적의 말에 에키드나가 대답을 하려는 순간.

[이이이이잉여어어어어!]

눈앞의 거대한 잉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여자들뿐이라니.”

스펀지 잉여킹 위에서 망원경으로 해적선을 살핀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해적들이 전원 여자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내가 중앙 대륙의 중심부로 들어가고 나서 생긴 건가?’

전승을 하기 전, 한성은 중앙 대륙 중심부에서 활동했다.

그 때문에 바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는 사실 관심 밖이었다.

그때는 블랙 레이븐 클랜을 키우기 위해 미친개, 혹은 폭주기관차 등등으로 불리면서 막 나가던 시절이었으니까.

“마스터 어쩌실 거에여?”

“음. 글쎄…….”

한성은 턱을 긁적거리며 눈앞에 있는 해적선을 바라봤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과의 연관성은 없어 보이기는 한데…….’

거기다 해적치고는 대응이 우습기도 했다.

스펀지 잉여킹을 본 여해적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을 망원경을 통해 지켜봤기 때문이다.

“일단 대화부터 해 볼까? 저쪽에서도 먼저 공격해 오지 않았으니까. 뭐, 공격해도 상관없지만.”

눈앞에 있는 해적선의 무장은 그럭저럭이었다.

대포가 5문 정도 있었지만 그리 위협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펀지 잉여킹을 보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해적선과 스펀지 잉여킹 사이의 거리는 꽤 되었다.

하지만 해적선 카트리나에 장비된 대포의 사거리 내였다.

그에 반해 스펀지 잉여킹은 이렇다 할 무장이 없었다.

무장만 놓고 보면 스펀지 잉여킹이 불리했다.

그럼에도 눈앞의 해적선은 대포를 쏘지 않고 있었다.

그 점을 한성은 높이 샀다.

“가자. 잉여킹아.”

[이이이이잉여어어어어!]

한성의 명령에 스펀지 잉여킹은 힘차게 기합을 넣으며 해적선 카트리나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쾅!

해적선 카트리나의 대포 하나가 불을 뿜었다.

그와 동시에 한성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역시 천성은 못 버리나 보군. 본 스피어!”

본 스피어!”

스마트 밴드워치를 조작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무장을 완료한 한성은 뼈창 세 개를 소환했다.

한성의 머리 위로 하얀 뼈로 이루어진 창 세 개가 드릴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해적선 카트리나와 스펀지 잉여킹 사이에 거리가 좀 되었기 때문에 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절반 이상 날아오고 있는 게 한성의 눈에 보였다.

“가라.”

쌔액!

순간 포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본 스피어들이 쏘아졌다.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앙!

이윽고 본 스피어들은 폭발을 일으키며 포탄을 격추시켰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어서 좋게 봐줬더니 감히 날 공격해?”

한성은 일부러 해적선 카트리나의 공격 사거리 끝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상대가 공격해 올지 안 할지 보기 위해서.

일반적인 해적이라면 공격 사거리에 들어가는 순간 공격이 날아들었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눈앞에 있는 해적선은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그래도 잠시 기다리면서 공격을 해올지 아닐지 상황을 좀 두고 보고 다가가려는 순간 포탄이 날아온 것이다.

쾅! 쾅! 쾅! 쾅!

그때 해적선 카트리나의 4문 포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이제는 아예 작정하고 공격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해적선 카트리나를 바라보는 한성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루루야. 걔 이리 내.”

“네~”

루루는 순순히 한성에게 손에 들고 있던 스펀지 크라켄을 넘겼다.

스펀지 크라켄을 넘겨받은 한성은 바닷물 속으로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주꾸미! 너로 정했다!”

[쭈꾸~~~]

스펀지 크라켄은 비명과 같은 괴성을 지르며 스펀지 잉여킹 등에서 바다 속으로 풍덩 빠졌다.

그 직후.

쿠구구구구구궁!

촤아아아아아악!

스펀지 잉여킹 앞으로 어마어마한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마치 물로 이루어진 벽처럼.

퍽퍽퍽퍽!

바다 위에 생겨난 워터 월에 해적선 카트리나에서 발사된 포탄이 부딪치며 바다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잠시 후, 스펀지 잉여킹 앞에 거대화한 스펀지 크라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성은 스펀지 크라켄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펀지 크라켄. 저 건방진 여해적들을 촉촉하게 만들어라.”

[크라라라락!]

그러자 스펀지 크라켄은 촉수 같은 여덟 개의 다리를 쫙 펼치며 해적선 카트리나를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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