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
< 내 언데드 100만 >
제140화 스펀지 크라켄
[당신의 소환수 스펀지 크라켄을 소환합니다.]
한성의 왼손바닥 위에 주꾸미처럼 생긴 작은 크라켄이 소환되어 나타났다.
그리고 오른손바닥 위에는 스펀지 잉여킹이 있었다.
좌 크라켄, 우 잉여킹.
한성의 양 손바닥 위에서 스펀지 시리즈 소환수들이 횟집에서 갓 잡은 해산물처럼 싱싱하게 펄떡펄떡거렸다.
‘설마 데스마스터 스킬 중에 이 녀석을 소환하는 스킬이 생겨날 줄이야.’
한성은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디아나에게서 받은 상자를 통해 얻은 스펀지 잉여킹은 현재 한성의 소환 스킬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스펀지 크라켄은 한성이 3차 전직을 했을 때 단번에 소환 스킬로 등록되었다.
그 덕분에 한성은 언제든지 소환 스킬을 통해 스펀지 잉여킹과 크라켄을 소환할 수 있었다.
스펀지 잉여킹과 크라켄은 각각 1마리씩밖에 소환할 수 없으며, 소환 지속시간은 없다.
루루와 레이몬처럼 한 번 소환하면 시간제한 없이 존재할 수 있었다.
생명력이 바닥이 된다거나, 한성이 소환해제를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존재할 수 있었다.
한성의 마나 소모 없이 말이다.
또한 스펀지 해양 몬스터들은 스킬 숙련도를 찍으면 각자 가진 능력이 강해진다. 잉여킹의 경우 이동 속도와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물자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한성은 아직 두 소환수의 스킬 숙련도를 올리지 않았다.
스펀지 잉여킹은 전투능력보다 이동과 운반에 특화되어 있었고, 스펀지 크라켄은 아직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뭐 이 녀석도 나름 전투력이 있다고 하지만 말이야.’
한성은 왼손바닥 위에서 처덕처덕 다리 흡판으로 달라붙어서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는 스펀지 크라켄을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전투력은커녕 강해보이지도 않았다.
거기다 생긴 게 꼭…….
“와~ 주꾸미다~”
그때 루루가 불쑥 머리를 들이밀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스펀지 크라켄을 바라봤다.
움찔. 슬글슬금.
그러자 스펀지 크라켄은 흠칫 놀라더니 한성의 손바닥 너머로 몸을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긴, 그럴 수밖에.
루루의 한쪽 입가에는 침이 귀엽게 흐르고 있었다.
맛있는 먹잇감을 보았을 때 얼굴이었다.
“루루야. 얘 먹는 거 아니야.”
“우응. 초장에 한 번 찍어 먹고 싶은데…….”
움찔. 부르르.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은 루루의 말에 스펀지 크라켄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초장에 찍어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찍어 먹고 싶다니?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루루는 입가에 침을 흘리며 너무나 먹음직스럽다는 눈빛으로 스펀지 크라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 눈빛은 스펀지 크라켄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맛있는 주꾸미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었다.
아무리 루루가 검지로 입술을 대고 볼을 부풀리며 귀여운 모습을 보여도, 스펀지 크라켄 입장에서는 무섭기 짝이 없었다.
지금의 루루는 포식자와 다름없었으니까.
“안 돼, 루루야. 얘 먹으면 배탈 나. 나중에 치킨 사 줄게.”
“와~”
그 말에 루루는 팔을 활짝 벌리며 한성을 향해 뛰어들었다.
“마스터 사랑해여~”
허리를 끌어안고 한성의 배에 얼굴을 부비며 루루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루루 사실 주꾸미보다 치킨 더 좋아해영. 헤헤.”
그 모습에 한성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펀지 크라켄은 아무리 봐도 주꾸미처럼 생겼던 것이다.
과연 전투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긴 했다.
‘3차 전직을 하고 나서 얻은 소환수들은 셋인가?’
이마에 달린 검은 뿔이 매력 포인트인 다크 메탈 골렘.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
아직 전투를 해 보지 않은 능력 미상의 스펀지 크라켄.
히든 3차 직업 데스마스터로 전직하고 생겨난 전용 소환 스킬로 얻은 소환수들이었다.
이 셋의 특징은 1마리밖에 소환하지 못하며, 소환 시 마나 소모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그리고 각각 소환 조건이 충족되어야 부를 수 있었다.
다크 메탈 골렘은 가지고 있는 철광석을 소모해야 하고, 스켈레톤 드래곤은 시체 10구와 해골 병사 20기를 제물로 바쳐야 소환이 가능했다.
지난번 한성이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했을 때도 주변에 있던 파견 병력의 남아 있던 시체들과, 시체 소환 스킬로 몰래 소환한 시체들을 제물로 바쳤었다.
그때 소환해 두었던 해골 병사 20기까지도.
스켈레톤 드래곤은 거의 결전 병기와도 같았다.
그만큼 스킬 숙련도 포인트도 많이 잡아먹고 지배력도 무려 80까지 잡아먹는다.
다크 메탈 골렘은 42의 지배력을 소모한다.
그에 반해 스펀지 잉여킹과 크라켄은 마나 소모만 좀 클 뿐, 물만 있으면 소환할 수 있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물이 없어도 소환 자체는 가능했다.
다만 소환하고 나서 일정시간이 지날 때까지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면 죽을 뿐이다.
즉, 몸이 마르면 죽는다는 소리다.
거기다 물이 없으면 거대화도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지금 한성은 해안가에서 스펀지 잉여킹과 크라켄을 바다에 풀어 주고 있었다.
참방참방.
바닷물 속에 풀자 스펀지 잉여킹은 크라켄을 향해 펄떡펄떡 뛰며 다가갔다.
잉여킹은 크라켄의 기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자신도 직접 당해 본 적이 있었으니까.
자신을 노리는 수인족 메이드 사라에게 말이다.
[잉여. 잉여잉여. 이이이이이잉여어어어어어어!]
[쭈꾸? 쮸꾸쮸꾸? 쭈뀨뀨우우.]
잉여킹과 크라켄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서로 앞 지느러미와 주꾸미 다리를 내밀며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교류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알 수 없었지만 의미는 알 수 있었다.
분명 서로 힘내라고 위로하는 것이겠지.
바닷물 속에서 서로 위로하고 있는 스펀지 해양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스펀지 해양 몬스터들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스펀지 잉여킹]
레벨: Lv125.
종족: 스펀지 잉여목 잉여과의 바다 민물고기.
충성도: MAX.
상태: 싱싱함. 마스터를 사랑함. 사라는 싫어함.
스텟: 세부 항목 확인.
스킬: 세부 항목 확인.
설명: 스펀지 잉여킹.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잉여들의 왕.
겉보기에는 잉어와 닮아 있지만, 잉어가 아니다.
할 줄 아는 건 팔딱팔딱 거리며 튀어 오르기뿐이며, 물속에 들어가면 스펀지처럼 몸을 커지게 만들 수 있다.
몸이 커졌을 때 이동 속도는 빠른 편.
일반 범선보다 훨씬 빠르다.
바다와 민물에서도 살 수 있다.
스펀지 해양 몬스터 세 마리가 모이면 무언가 엄청난 걸 할 수 있다고 한다.
[스펀지 크라켄]
레벨: Lv125.
종족: 스펀지 두족류 8완목에 속하는 해산 연체동물
충성도: 100.
상태: 싱싱함. 마스터와 처음 만나서 수줍어함. 루루를 무서워함.
스텟: 세부 항목 확인.
스킬: 세부 항목 확인.
설명: 스펀지 크라켄.
겉보기에는 주꾸미와 닮아서 오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바다의 폭군 크라켄이다.
물속에 들어가면 거대화할 수 있다.
거대화하면 상당히 강해지는 편.
바다와 민물에서도 살 수 있으며, 스펀지 해양 몬스터 세 마리가 모이면 무언가 엄청난 걸 할 수 있다고 한다.
“…….”
스펀지 해양 몬스터들의 상태창을 확인한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얘네들 상태 왜 이러냐?’
어쩐지 스펀지 크라켄이 자신의 눈치를 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오늘 처음 만나서 수줍어하고 있는 것이었을 줄이야.
한 차례 고개를 흔든 한성은 스펀지 잉여킹에게 명령을 내렸다.
“커져라.”
[잉여!]
그러자 잉여킹이 한성을 향해 앞 지느러미를 번쩍 치켜들더니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잠시 후 거대화한 잉여킹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얘들아.”
“네넹.”
크릉크릉.
[쭈꾸쭈꾸.]
한성의 말에 일행들은 전부 스펀지 잉여킹에 올라탔다.
그렇게 한성은 잉여킹을 타고 항해를 시작했다.
“목적지는 흑풍도다!”
* * *
쏴아아아아!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이 거점으로 잡고 있는 흑풍도는 정확한 위치가 알려져 있지 않다.
정보길드 블랙 캣츠도 흑풍도의 정확한 위치까지는 몰랐지만 대략적인 장소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소를 네리아가 한성에게 가르쳐 줬고.
남은 건, 그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지면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이 거점으로 잡고 있는 흑풍도를 찾는 것뿐.
그리고 네리아가 한성에게 흑풍도가 있다고 추정되는 위치로 가르쳐 준 해역에 지금 범선 한 척이 떠 있었다.
“에키드나 선장님!”
범선 망루에 하늘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20대 초반의 여인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왜? 무슨 일이야?”
망루에 있는 보초병의 외침에 범선의 메인마스트에 기대고 서 있던 연두색 머리카락의 미녀가 고개를 들었다.
170cm가 넘어가는 여자치곤 큰 키에 잘록한 허리까지 내려오는 연두색 머리카락, 그리고 뱃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하얀 피부에 바다처럼 푸른 눈빛이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하지만 허리에 두 자루의 검을 차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녀가 바로 이 범선, 아니 해적선 카트리나의 선장 에키드나였다.
“우측면에서 뭔가 다가오고 있어요!”
“뭐?”
보초병의 말에 에키드나는 고운 눈을 살짝 찌푸리며 보초병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저건…….”
에키드나의 눈에도 멀리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시간이었기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쿠로시마 패밀리 녀석들인가?’
에키드나의 눈에 살기와 희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이 숨어 있는 흑풍도를 찾기 위해 얼마나 헤맸던가.
놈들에게 큰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놈들의 본거지만 찾아 낼 수 있다면……!’
지금까지 당한 빚을 갚아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거지를 찾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허탕만 쳤다.
그래서 이제는 흑풍도가 있을 만한 해역을 전전하며 쿠로시마 패밀리의 배가 걸리기만을 기다려 왔다.
그런데 지금 저 멀리서 쿠로시마 패밀리의 배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전원 전투 준비! 그레이스 오 말리의 시간이다!”
에키드나는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해적선 카트리나의 여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적선 카트리나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쿠로시마 패밀리라면 큰 건수를 올리는 거고, 아니라면 쫓아낼 생각이었다.
그녀들은 해적이긴 했지만, 미트리아 왕국에게 허가받은 사략 함대 중 한 척이기도 했으니까.
그 때문에 같은 국가의 배를 상대로 해적질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놈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에키드나는 이 앞은 위험하니 다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적어도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무언가를 보기 전까지는.
이윽고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아름다운 여해적들 앞에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게 뭐야?”
에키드나는 눈앞에 나타난 물체의 모습을 보고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