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38화 (138/318)

# 138

< 내 언데드 100만 >

제138화  네리아의 부탁

[히든 연계 미션(3): 크리스토 백작가의 찬탈자]

당신은 무사히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 이리아를 구출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크리스토 백작가의 가주인 리차드는 건재합니다. 그는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가문의 증표인 반지를 찾고 있으며, 정통 후계자인 이리아를 원하고 있습니다.

리차드보다 먼저 반지를 입수하십시오.

그리고 입수한 반지를 뺏기시면 안 됩니다.

크리스토 백작가를 찬탈한 리차드를 영주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고, 정당한 후계자인 이리아를 도와서 영주 자리에 올리십시오.

미션 요구 레벨: 180~250.

난이도: A랭크.

진행 사항(1): 반지 입수(1/1).

진행 사항(2): 리차드 백작 처치(0/1).

진행 사항(3): ???

성공 시: 크리스토 백작가의 구원자 칭호 획득.

실패 시: 크리스토 백작가의 수배자 칭호 획득.

한성은 말없이 눈앞에 떠올라 있는 히든 연계 미션창을 바라봤다.

이리아를 구출하고 나서 히든 연계 미션이 갱신됐다.

미션 설명에서도 리차드 폰 크리스토 백작은 이리아가 가지고 있는 반지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미션 내용도 이리아를 도와서 크리스토 백작가의 가주, 즉 영주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도우라고 나와 있었다.

또한 이번 히든 연계 미션 3단계를 클리어하려면 진행 사항을 충족시켜야 했다.

반지는 셀라스틴이 운반해 준 덕분에 자동적으로 완료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 놓을 수는 없었다.

미션 설명을 보면 반지를 뺏기지 말라는 구절이 있었으니까.

‘이거 좀 어렵겠는데?’

히든 연계 미션 3단계는 아무래도 최종 마지막인 것 같았다.

진행 사항을 보면 두 번째가 리차드 백작의 처치였다.

마지막은 ‘???’로 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번 미션에서 최종 보스격인 인물인 리차드 백작을 처치해야 세 번째 진행 사항이 나타난다.

애초에 첫 번째 진행 사항인 반지를 입수하고 나서야 두 번째 진행 사항이 무엇인지 나타났던 것이다.

‘리차드 백작 뒤에 뭔가 더 있나보군. 어둠의 신봉자들과 관련이 있는 거겠지?’

지금으로서는 어둠의 신봉자들이 가장 유력했다.

특히 디아나가 셀라스틴을 파견한 것만 봐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지금 셀라스틴은 한성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레벨만 해도 그때보다 더 높은 100 중반이었으니까.

“그럼 저거 가지고 가.”

한성은 셀라스틴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 저렇게 한 여자가 버려지는 거군요. 설마 이미 볼일이 다 끝나셨을 줄이야. 바보 언니도 조심하세요. 가볍게 보이면 트레인 님에게 버려질 수 있으니까요.”

“아니아니. 그건 네가 조심해야지, 세라야.”

“언니가 조심해야죠. 바보니까.”

세라의 말에 사라는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한성을 홱 노려봤다.

“트레인!”

“왜?”

사라의 부름에 한성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러자 사라는 한성에게 핵폭탄을 던졌다.

“책임져!”

“……?”

사라의 말에 한성은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수도 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지금 대화에서 대체 어떤 논리로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수다를 따라가지 못한 한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사라와 세라를 바라봤다.

그런 한성에게 사라는 고양이 귀와 꼬리를 바짝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트레인이 변태라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책임져!”

“그냥 너희들 다 나가 버려라!”

한성은 사라와 세라를 눈앞에서 치워 버리고 싶었다.

*       *       *

“이야기는 들었다. 아침에 고생 좀 한 모양이군.”

한성의 눈앞에서 작은 요정처럼 생긴 하프엘프 네리아가 재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관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은 후, 그날 오후에 한성은 사라와 세라를 앞세우고 새롭게 옮긴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비밀 아지트에 왔다.

그런 한성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퀭해 보였다.

하긴 그럴 수밖에.

고양이 두 마리와 늑대가 두 마리, 그리고 어린 서큐버스에게 낮 동안 시달렸으니까.

사라와 세라, 셀라스틴과 라이, 그리고 루루와 놀아 준다고 지쳤던 것이다.

거기다 파카까지 튀어나오려고 하는 걸 한성은 간신히 뜯어 말리고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알파카가 눈앞에서 침이라도 뱉는 걸 보면 한 대 후려칠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한 대가 두 대되고, 두 대가 세대 되는 게 세상 법칙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여성들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린 한성은 역설적으로 블랙 캣츠의 비밀 아지트에서 한시름 놓고 있었다.

네리아의 집무실에서 휴식을 취했던 것이다.

“말도 하지 마. 힘들어. 그리고 여기 소파 참 좋은 것 같다? 아지트 옮기기 전에는 엄청 불편했었는데.”

“저쪽 아지트에 있는 거랑 같은 거야.”

한성의 말에 네리아는 피식 웃었다.

“어쨌든.”

한성은 네리아를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

한성의 질문에 네리아는 맞은편 소파에 등을 깊게 기댔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대로. 당분간 잠적해서 힘을 모을 생각이야. 이제 우리 아가씨가 있으니까 전 가주를 따르던 가신들이나 영주민들을 쉽게 끌어 모을 수 있겠지.”

“반란 세력이라도 만들려고?”

“반란 세력이라니. 우리가 정통이라고!”

한성의 말에 네리아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현재 크리스토 백작가의 정통 후계자는 이리아뿐이었다.

이리아의 백부인 리차드는 사실 서자였으며 이리아의 아버지인 라이먼과는 이복형제였다.

그 때문에 리차드는 장남이었지만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가 되지 못하고, 그의 동생인 라이먼이 영주가 된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리차드가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이리아와 반지가 우리 쪽에 있으니까.”

“하긴.”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한성의 미션창에 나온 설명에도 리차드가 반지와 이리아를 손에 넣으려 한다고 하지 않던가?

길든 짧든 이리아와 블랙 캣츠는 리차드와 결착을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건 한성도 마찬가지였고.

미션을 실패하면 크리스토 백작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블랙 레이븐 클랜뿐만이 아니라 켈트인 귀족에게 쫓기게 되면 여간 귀찮아지는 게 아니니까.’

한성으로서도 이번 미션은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했다.

“그래서 말인데.”

그때 네리아가 한성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 건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한성은 짐짓 모르는 척 태연하게 되물었다.

“앞으로 계속 우리들을 도와줬으면 하는데…….”

이 자리에는 없지만 그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한성 혼자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병력 50여 명을 처리하고,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까지 제압했으니까.

한성이 있다면 어지간한 병사들보다 더 든든할 터였다.

‘하긴 내가 없으면 힘들겠지.’

아무리 네리아가 이리아를 내세워서 크리스토 백작가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자들을 모은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크리스토 백작가에게 대항할 사람들을 모으는데 걸리는 시간도 있고, 자금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성이 합류하게 된다면 어떨까?

비교적 수월하게 크리스토 백작가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서로 협상을 해 보면 되겠지.”

한성은 네리아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말에 네리아는 반색했다.

자신이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럼…….”

그렇게 한성과 네리아는 서로 속마음을 감추며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       *       *

[히든 연계 미션 3단계 보상에 네리아의 은밀한 선물이 추가되었습니다.]

[히든 미션 네리아의 은밀한 부탁을 받았습니다.]

“흠.”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새로운 아지트에서 나온 한성은 카이진 항구도시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네리아의 집무실에서 한성은 그녀와 딜을 했다.

사실 그녀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한성은 이리아를 도와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히든 연계 미션 3단계를 수행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역시 밀당은 한 번 해 봐야 한단 말이야.’

한성은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신의 눈앞에서 당황하던 네리아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네리아와 협상을 벌인 결과 한성은 그녀에게서 보상을 하나 이끌어냈다.

크리스토 백작가와 모든 일이 끝나면 네리아에게 은밀한 선물을 받기로 한 것이다.

[네리아의 은밀한 선물.]

타입: ???

최소 요구 레벨: 없음.

등급: ???.

제한: 없음.

옵션: ???

설명: 네리아의 은밀한 선물.

네리아가 부끄러워하면서 당신에게 약속한 선물이다.

그녀가 무엇을 줄지 기대하며 기다려 보자.

당신의 활약이 크면 클수록 보상도 더욱 커진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걸 받을 수도 있다.

“대체 뭘 줄 생각인 건지.”

네리아가 줄 선물에 대한 설명을 본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타입도 등급도 알 수 없었기에 정말 비밀스러운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활약이 클수록 보상도 크다고 하니 기대되는 점도 있었다.

“마스터 무슨 좋은 일 있으세영?”

그때 한성의 오른손을 붙잡고 아장아장 걷고 있던 루루가 한성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아니, 아무것도.”

한성은 귀엽게 올려다보는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 보였다.

지금 한성의 곁에는 라이와 루루가 함께 걷고 있었다.

레이몬은 스펠 북에서 쉬고 있었고, 알파카도 아공간에서 쉬는 중이었다.

셀라스틴은 사라와 세라에게 붙잡혀서 현재 블랙 캣츠 정보길드에 있었다.

“슬슬 보이기 시작하네.”

한성은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봤다.

외부로 나가기 위한 카이진 항구 도시의 관문이 보였다.

히든 미션 네리아의 은밀한 부탁을 수행하기 위해서 카이진 항구 도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사람 참 거칠게 다루는 꼬맹이로군.’

한성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앞으로 크리스토 백작가와 관련해서 도와줄지 말지 협상을 끝낸 네리아는 한성에게 한 가지 더 부탁을 해 왔다.

다름 아닌 자신들을 견제하고 있는 방문자 클랜 하나를 무력화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던 것이다.

‘설마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없애 달라고 할 줄이야.’

한성은 쓴웃음을 살짝 지었다.

안 그래도 그놈들과는 자이렌 항구 도시에서 드잡이질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카이진 항구 도시에 가면 족쳐 볼 생각을 했었다.

그놈들을 가만히 놔두면 자신의 앞길을 막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디아나는 한성의 든든한 조력자다.

그녀를 방해한다는 건 곧 한성을 방해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그 때문에 한성은 네리아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오히려 환영했다.

“엔젤스타 카페에서 받았던 빚을 갚아 줄 때가 왔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성은 해안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본거지는 섬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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