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
< 내 언데드 100만 >
제134화 스켈레톤 드래곤
쿠오오오오오오!
하얀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 드래곤이 뼈 날개를 활짝 펼치며 길게 포효성을 내질렀다.
“왓 더…….”
스켈레톤 드래곤을 본 란톨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건 다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도 마찬가지.
“스, 스켈레톤 드래곤까지…….”
카드런은 신음성을 삼켰다.
한성이 꽤 강력한 네크로맨서라는 걸 인식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하다니!
‘역시 평범한 네크로맨서가 아니야.’
처음으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눈에 공포가 떠올랐다.
비록 티르 나 노이 세계가 게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눈앞에서 거대한 뼈로 이루어진 드래곤이 위압감을 내뿜으며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위압감뿐만이 아니라 살기까지 내뿜고 있는 상황이면 더더욱.
“제, 젠장. 진짜 리얼하네.”
“하. 이 상황에 드래곤이라니.”
본 드래곤의 리얼한 모습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거, 겁먹지 마라. 어차피 게임이라고!”
카드런은 동료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잘 먹히지 않았다.
그만큼 한성이 소환한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위압당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가라. 푸른 눈의 해골용!”
한성의 명령에 스켈레톤 드래곤의 눈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입을 쩍 벌렸다.
키이이이잉!
[마나 충전율 72%… 78%… 82%….]
스켈레톤 드래곤의 입 앞에서 서서히 집속되기 시작하는 푸른빛의 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 충전율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그 시점에서 한성은 학살자의 지팡이를 앞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
번쩍! 슈아아아아아아악!
다크 메탈 골렘의 마나 블래스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의 마력 에너지가 어둠을 가르며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런 제에에에엔자아아아앙!”
“피, 피해!”
“빨리 뛰어!”
“미친 브레스라니!”
스켈레톤 드래곤에게서 초고온의 브레스가 레이저처럼 쏘아지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얼굴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파이널 버스터 스트림의 푸른빛이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사이로 지면을 훑으며 지나갔다.
그 직후.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폭발이 숲 전체를 흔들었다.
마나 블래스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
파이널 버스터 스트림이 지나간 지면이 폭발하며 터져 나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파이널 버스터 스트림은 본 월마저 폭파시켰다.
쿠구구구궁.
암석 늑대들을 막고 있던 본 월 중 한쪽 면이 파괴되어 무너져 내렸다. 아니, 박살이 났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본 월 너머에 있던 암석 늑대들은 물론 지면도 폭발하며 흙무더기가 솟구쳐 올랐다.
한마디로 파이널 버스터 스트림이 지나간 자리는 그대로 초토화되 버린 것이다.
“…….”
털썩.
덜덜덜.
이리아를 지키기 위해 남아 있던 두 명의 여성 블랙 레이븐 클랜원이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
그녀들의 등 너머로 지면과 본 월이 사라지고 없었다.
일직선으로 지면에 길고 커다란 균열이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무, 무슨 위력이…….”
“실화냐?”
이리아를 지키기 위해 남아 있던 여성 클랜원 메이와 벨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른 클랜원들은 폭발에 휘말렸는지 사방으로 흩어진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본 월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가둬 놓고 스켈레톤 드래곤으로 마무리를 한 상황.
‘성공이군.’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딱 적당하게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전투요원들을 반죽음으로 만든 것이다.
‘그냥 죽었으면 다시 부활해서 찾아올 테지.’
하지만 죽이지 않고 제압을 한다면 부활할 여지는 없었다.
이제 포박만 하면 구속 상태가 되어 귀환 주문서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한성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퍼펙트한 상황이었다.
아우우우웅?
멀리서 암석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암석 늑대들은 귀여울 뿐이다.
비록 스켈레톤 드래곤의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 때문에 해골 병사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전멸하다시피 했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한성의 옆에는 강렬한 위압감을 내뿜고 있는 스켈레톤 드래곤이 있었으니까.
실제로 암석 늑대들은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한성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살아남은 스켈레톤 커맨더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구속하라고 말이다.
“아, 안 돼.”
카드런의 동료 중 한 명인 메이는 한성이 다가오자 몸서리를 치며 이리아를 꽉 붙잡았다.
이리아의 호위 임무는 클랜 차원에서 내려온 명령.
만약 임무를 실패하게 되면 클랜장인 슈타인에게 어떤 벌이 내려질까?
메이와 벨은 한성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며 손사래를 쳤다.
“오, 오지 마! 안 돼!”
“돼.”
그런 그녀들에게 한성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들이 들고 있는 이리아를 붙잡으며 끌어당겼다.
그 순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히든 연계 미션(2)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 구출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0 골드와 Lv100 유니크 등급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축하합니다! 히든 미션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의뢰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VIP 고객 칭호를 획득합니다.]
[전승 특전 효과로 보상으로 3배로 받습니다. 칭호는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좋아!’
눈앞에 주르륵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드디어 히든 미션들을 클리어한 것이다.
거기다 미션 클리어하고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병사들과 기사들을 때려잡으면서 한성은 경험치를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승 특전 효과의 영향으로 경험치가 3배였다. 그로 인해 한성은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리아가 슬립 마법으로 잠들어 있었지만, 한성의 손에 잡힌 이상 안전은 보장되어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드디어 끝났군.”
이리아를 품 속에 안으며 한성은 참았던 한숨을 토해 냈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연계 미션(3)으로 넘어갑니다. 새롭게 갱신된 미션 내용을 확인하십시오.]
“뭐?”
히든 연계 미션을 완전히 다 클리어했다고 생각했던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
한성이 이리아를 구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리아를 선두로 블랙 캣츠의 지원 병력들이 도착했다.
뒤늦게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쫓아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병사들과 합류하기로 한 장소로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다.
신비롭게 빛나는 연두색 머리카락을 가진 하프엘프 소녀는 혼자 움직인 한성을 앞에 두고 펄쩍펄쩍 뛰었다.
얼마나 걱정했냐고 아느냐면서.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성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성은 블랙 캣츠 길드에게 뒷수습을 맡겼다.
가장 문제는 역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었다.
그들은 한성과 같은 방문자였기 때문에 죽어도 되살아난다.
그래서 구속시킨 상태로 당분간 감금시켜 놓기로 했다.
아직 모든 일들이 끝난 게 아니었기에.
* * *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성의 눈앞에서 금발머리 소녀가 상체를 살짝 숙이고 드레스 자락을 살짝 잡아 올리며 우아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나이는 이제 10대 초반은 되었을까.
루루보다 약간 나이가 많아 보였으며 꽤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 소녀가 바로 전(前) 크리스토 백작가의 가주였던 라이먼의 딸, 이리아 폰 크리스토였다.
그리고 현재 이리아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슬립 마법으로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네리아, 사라, 세라 등등을 보고 한바탕 울음을 터트렸던 것이다.
하긴 그녀는 지금까지 혼자 버림받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을 터였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목숨은 물론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주의 증표인 반지를 원하고 있는 리차드가 있는 곳으로 끌려가고 있었으니까.
“뭐, 됐어. 무사했으면 됐지.”
이리아의 정중한 인사에 한성은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블랙 캣츠 길드원 몇 명이 뒷정리를 하는 사이, 한성은 하얀 천막 안에서 이리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그들 둘뿐만이 아니라 핵심 멤버들은 전부 다 모여 있었다. 네리아를 비롯한 사라와 세라, 그리고 한때 크리스토 백작가의 기사였다가 지금은 노집사인 세바스찬까지.
“아닙니다, 트레인 님. 본래라면 이 노구가 아가씨를 구했어야 하지만 제 힘이 미천하여 그럴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계시지 않았다면 아가씨를 구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가씨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엔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센 세바스찬이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저희도 아가씨를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뿐만이 아니라 세라를 시작으로 아무 생각이 없는 세라도 감사를 표하며 상체를 숙여 보였다.
“나도 이리아를 구해 준 것에 대해 예를 표하지. 이제 우리 길드의 VIP가 되었으니까 정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너라면 얼마든지 도와주지.”
네리아는 활기찬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리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네리아 언니…….”
“왜? 귀여운 동생아.”
네리아는 이리아의 얼굴에 볼을 부비며 말했다.
비록 그녀들이 친자매는 아니었지만, 정말 친자매처럼 사이가 좋았다.
부욱!
“아.”
순간 이리아가 입고 있던 드레스 자락 끝이 찢어졌다.
네리아가 이리아에게 너무 달라붙고 있던 나머지 찢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언니!”
이리아는 날카로운 눈으로 네리아를 노려봤다.
“이, 이리아 이건 말이지.”
네리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리아를 바라봤다.
“네리아 언니! 제가 항상 말했죠? 언니는 너무 부주의하다구요! 정보 단체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부하들이 언니의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애초에 언니가…….”
이제 긴장이 좀 풀린 것일까.
처음 봤을 때 울음을 터트렸던 이리아는 이제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뭐, 그와 반대로 네리아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지만.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이리아의 잔소리에 네리아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에 한성은 눈앞의 상황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과연. 그런 관계인건가?’
한성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보 길드에 있을 때, 네리아는 수장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리아 앞에서는 살짝 푼수 끼가 있어 보였다.
그만큼 이리아를 좋아한다는 소리겠지.
‘뭐,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저 꼬마한테 나도 벌 좀 주고 싶었는데.’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수장으로서 네리아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내일 움직일 거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그 예측은 거하게 빗나갔다.
만약 한성이 미리 파견 병력을 제거하러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이리아와 만나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은 오히려 네리아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왜 말도 없이 먼저 움직였냐고 말이다.
‘이제 그 대가를 치룰 때지.’
한 차례 씩 미소를 지으며 한성은 이리아를 향해 다가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괜찮다면 이걸 써 보는 건 어때?”
“이건?”
순간 이리아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한성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트레인 님. 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시는 군요?”
이리아는 귀엽게 활짝 웃었다.
한성이 내민 물건은 다름 아닌 누구나가 제한 없이 입을 수 있는 섹시한 토끼 인형 옷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