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33화 (133/318)

# 133

< 내 언데드 100만 >

제133화  카드런의 선택

카드런을 선두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 여섯 명은 해골 병사들과 암석 늑대들이 싸우고 있는 전장으로 향했다.

나머지 두 명은 여성 멤버로 그나마 좀 안전한 뒤편에서 이리아를 지켰다.

‘어느 쪽을 공격할 거지?’

카드런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성의 행동이 결정된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한판 벌이든가, 아니면 암석 늑대들과 한판 벌이든가.

어느덧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해골 병사들과 암석 늑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달려들고 있는 그들의 손에 전용 무기가 고유 색깔의 빛을 발했다.

“라이징 스매셔!”

“소드 임팩트!”

“파이어 애로우!”

이외에도 여섯 명의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손에서 갖가지 스킬들이 구현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현된 공격 스킬들은……

퍼석! 퍼서석!

해골 병사들을 부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해골 검병과 창병 몇 마리가 무너져 내린다. 전방에서 암석 늑대들을 상대하던 해골 병사들은 뒤에서 날아든 스킬에 손도 못 써 보고 쓰러졌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가늘게 뜬 눈으로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을 노려봤다.

“유감이군.”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은 자신보다 암석 늑대들을 선택했다.

카드런은 암석 늑대들이 달려드는 소란을 틈타 한성의 병력을 깎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 말은 즉 암석 늑대들보다 한성이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뭐, 그게 정답이지.’

한성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카드런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으니까.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스태프를 치켜들었다.

쿵!

학살자의 스태프가 지면을 내려찍으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직후, 한성은 조금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스킬을 발동했다.

“본 월! 트리플 본 리터레이션!”

콰콰콰콰콰콰콱!

전후좌우 사방에서 하얀 뼈로 된 장벽이 지면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본래 본 월 스킬만 발동할 경우 장벽은 하나만 생성된다.

하지만 본 리터레이션을 추가 발동하면 본 월을 세 개 더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본 월은 암석 늑대들만 배제했다.

나머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이리아, 한성의 소환수들은 본 월 내부에 있도록 한성이 교묘하게 장벽을 배치한 것이다.

콰가가가각!

하얀 장벽은 계속해서 솟아올랐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본 월의 최대 높이는 약 5미터 정도. 아직 높이가 부족해.’

본 월을 하나만 발동시켰다면 20미터까지는 무난하게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성이 소환한 장벽의 숫자는 네 개.

특별히 사각형 모양이 되도록 장벽들을 소환했다.

‘삼각형으로 소환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주변에 있는 지형지물들을 비롯해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한성의 소환수들의 위치가 애매했다.

그 때문에 별수 없이 삼각형이 아닌 사각형으로 에워싸듯이 본 월을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높이는  5미터가 한계였다.

하지만 그 정도 높이로는 암석 늑대들을 막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체고가 2미터가 넘어가는 암석 늑대들이라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을 테니까.

‘다음 단계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어떨지 알 수 없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한성은 두 눈을 감고 이미지를 하기 시작했다.

히든 속성 능력치 마나 컨트롤.

그 첫 번째 진행 상황인 무기에 마나를 인챈트하는 요령으로 본 월과 본 리터레이션에 마나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조, 좀 더!’

한성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역시 무기에 마나를 인챈트하는 것보다 심력 소모가 심했다.

그와 동시에 마나가 기하급수적으로 빠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콰콰콰콰콰콰콱!

그 대신 하얀 장벽은 한계 높이인 5미터를 넘어서 쭉쭉 성장하고 있었다.

“하아하아.”

한성의 입에서 뜨겁고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마나가 약 20%미만이 되자 한성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히든 속성 능력치 마나 컨트롤의 진행 상황이 갱신되었습니다. 진행 상황(1): 무기에 마나 인챈트 하기(172/300).]

‘헐.’

지금까지 한성은 틈날 때마다 무기에 마나 인챈트를 해왔다.

그 덕분에 진행 상황은 절반을 조금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 스킬에 마나를 보내는 행위를 했을 때, 무기에 마나 인챈트를 한 횟수가 한번에 20이나 더 늘어났던 것이다.

‘아, 미리 실험해 볼걸. 미처 생각을 못했네.’

한성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진작에 이런 식으로 스킬에 마나를 보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많이 진행 상황을 채웠을 것이다. 아니, 다음 진행 상황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미션 설명에는 무기에 마나 인챈트 하는 걸로 나와 있었다.

그 때문에 무기에 마나를 인챈트 해야 횟수가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지금 이렇게 한성이 스킬에도 마나를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무기에 마나를 인챈트해 왔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성은 스킬이나 마법을 사용하면 자동적으로 소모될 뿐인 마나를 이제 어느 정도 직접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한성은 약 15미터에 달하는 높이의 장벽을 세울 수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카드런은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사방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이라니!

비록 하늘 쪽은 뻥 뚫려 있기는 했지만 15미터 높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아니, 방문자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넘을 수 있었다.

어떻게든 벽을 타고 올라가면 넘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놈이 아니었다.

쾅! 콰가가각!

장벽 너머에서 암석 늑대들이 부딪쳐 오고, 벽을 타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본 월의 방어력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본 리터레이션으로 강화시킨 데다가 한성이 가지고 있는 마나를 퍼붓다 시피해서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상황도 암석 늑대와 마찬가지였다.

꽝!

“큭!”

한성이 만든 장벽을 향해 무기를 내려쳐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들의 공격에 장벽이 끄덕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발력에 의해 튕겨나간 무기 때문에 공격을 가한 본인들이 데미지를 입을 판이었다.

‘그럼 이제 판은 깔았고 남은 건…….’

급속도로 대규모의 마나를 소모한 한성은 지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상당히 넓은 규모로 전개한 사각형 모양으로 둘러진 하얀 장벽들.

후방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대부분의 암석 늑대들을 배제했기 때문에 하얀 장벽 안에는 이제 몇 마리밖에 없었다.

해골 병사들이 암석 늑대들을 처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건 본 월의 지속 시간이 끝나든가, 아니면 외부와 내부의 공격으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든가.

‘시간 싸움이군.’

“전부 쓸어버려라!”

그때 카드런이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 이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남아 있는 여성 두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골 병사들을 향해 본격적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슈카가가각!

쌔애애애액!

가지각색의 공격 스킬들이 어둠 속을 밝히며 해골 병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불타는 화살이 날아들고, 커다란 불덩이가 날아드는가 하면 날카로운 검이 해골 병사들을 가르고 지나갔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공격에 한성의 해골 병사들은 빠른 속도로 그리고 착실하게 줄어들었다.

‘역시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군. 연계가 좋아.’

후방에서 해골 병사들을 조종하는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기는 건 나다.’

“레이몬.”

[왜 부르나? 계약자여.]

“언제까지 놀고 있을 거야? 저놈들 빨리 상대 안 해?”

[흥. 나는 나보다 약한 놈들은 상대하지 않는다.]

“내가 아까 들었는데 저놈들이 너 엄청 약해 보인다던데.”

[뭐?]

순간 칠흑의 투구 안에서 빛나고 있는 레이몬의 푸른 눈이 가늘어졌다.

“실력은 없어 보이는 게 갑옷은 엄청 좋은 거 입고 허세를 막 부리고 있다고…….”

쾅!

한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이몬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튀어나갔다.

[네놈들을 낳은 부모님들은 잘 지내고 계시냐!]

레이몬은 다짜고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부모님들 안부를 물으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친 놈.’

한성은 아무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턱.

“……?”

그때 한성은 자신의 머리 위에 작은 손이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루루는 언제나 마스터 편이에여.”

어느 틈엔가 다가온 루루가 한성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고마워. 너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번에는 한성이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헤헤.”

그러자 루루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성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 형체가 쑥 올라왔다.

그리고 한성의 등에 철푸덕 붙었다.

[>_<]

“아, 그래. 너도 있었지.”

검은 형체 위에 떠오른 이모티콘 표정을 본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크르릉.

그리고 한성의 옆에서 라이가 낮게 울었다.

한성은 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전방을 바라봤다.

레이몬이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사이에서 날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레이몬은 자신이 가진 본래의 힘을 전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아직 한성의 레벨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럼…….”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파란 물약을 꺼냈다.

Lv140 보물 상자에서 나왔던 고급 마나 회복 포션이었다.

고급 마나 회복 포션은 레벨 제한 없이 사용이 가능했다.

벌컥벌컥.

한성은 단숨에 마나 회복 물약을 비웠다.

그러자 한성의 마나가 꽤 차올랐다.

“이제 끝내자.”

어느 정도 마나를 회복한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성의 말에 루루를 비롯한 틴달로스와 루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루루는 뒤에서 아군들과 적군들에게 버프와 디버프를 거는 광역 버프 동물 댄스를 추기 시작했고, 틴달로스와 라이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레이몬을 엄호하기 위해서였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한성은 끝을 볼 생각이었다.

본 월을 유지하는데 시간제한이 있으니 말이다.

휙휙.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스태프를 손 위에서 화려하게 돌리다가 지면을 내려쳤다.

쿵!

그 직후,

“나와라. 스켈레톤 드래곤!”

한성은 히든 3차 직업 데스마스터의 소환 스킬 중 하나인 스켈레톤 드래곤을 시전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잠시 후, 한성의 뒤편 지면에서 거대한 본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며 푸른 눈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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