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
< 내 언데드 100만 >
제132화 뜻밖의 습격
카드런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그란트와 다른 부하 세명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이 그들에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 있으며, 사방에는 해골 병사들이 이곳저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면에는 꽤 강해 보이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다니?
특히 그란트가 등에 이리아를 업고 달려오는 모습을 본 카드런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오, 오지 마!”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른다고 판단한 카드런은 그란트를 향해 소리쳤다.
“안 됩니다!”
“뭐?”
그란트의 반항에 카드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란트는 어지간하면 자신의 말을 따르는 충실한 남자다.
그런데 자신의 명령에 불복하다니?
카드런은 그란트와 다른 부하들을 바라봤다.
하얀 달빛 아래에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그들의 얼굴은 다급하고 비장해 보였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이.
두두두두두!
“……!”
순간 카드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카드런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다른 방문자들도 전부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두두두두두두!
어느 순간부터 숲속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지?’
그건 한성도 마찬가지였다.
한성은 갑작스럽게 지면이 뒤흔들리자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한성에게 좋았다.
그란트의 등에 매달려 있는 작은 소녀를 발견했으니까.
정황상 저 소녀가 이리아 폰 크리스토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이리아를 찾아야 하는 수고는 들었군.’
설마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틴달로스, 레이몬, 라이.”
한성은 자신의 주력 소환수들을 나직한 목소리로 불렀다.
라이는 다크 메탈 골렘이 휴식 모드로 들어갔을 때 소환했다. 카드런을 비롯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살아 있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투 준비해.”
[Yes, Master! >_<]
[알겠다.]
크르릉.
한성의 부름에 답하며 소환수들은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란트 일행이 카드런 일행과 합류했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조금 전부터 한성은 해골 병사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조심스럽게 소환하고 있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한 장소에 모이려 하는 걸 보고 포위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확실히 먹혀들었다.
‘탈출로를 막은 다음, 소환수들을 투입해서 제압하면 되겠군. 문제는 이리아인데…….’
현재 이리아는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이리아에게 위해를 입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에게 위해를 입힐 경우, 블랙 레이븐 클랜은 크리스토 백작가와 단절은 물론 완전히 적대 관계가 되어 버릴 테니까.
그로 인한 불이익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할 터.
‘그럼 시작해 볼…….’
한성이 소환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 순간,
크워어어어어어어!
이변이 생겼다.
“저, 저게 뭐야?”
란톨은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그란트를 바라봤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란트 일행의 등 너머였다.
어둠 속에서 광기에 찬 붉은 눈들이 그란트 일행을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서, 설마?”
얼마 지나지 않아 카드런은 붉은 눈들의 정체를 눈치 챘다.
“몬스터라고?”
그랬다.
지금 그란트 일행의 뒤를 쫓고 있는 무리들은 몬스터들이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파견 병력들이 만나기로 한 장소의 이름은 크라울리의 숲이다.
레벨 120에서 레벨 140 사이의 암석 늑대들이 주로 출몰한다.
암석 늑대는 몸의 일부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몬스터다.
그 때문에 물리 방어력이 상당히 높아서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몬스터들 중에 하나였다.
거기다 크기도 컸다.
가장 작은 늑대도 2미터가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암석 늑대 무리가 그란트 일행을 쫓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란트!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죄, 죄송합니다. 이 꼬마가 수작을 부려서…….”
카드런은 그란트가 다가오자 다그쳤다.
조심스럽게 도망쳐야 될 상황에 암석 늑대 무리들을 이끌고 나타날 줄이야!
하지만 그란트가 대답과 함께 내민 것을 본 카드런은 놀란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스타더스트?”
“네. 암석 늑대가 좋아하는 재료 아이템 중 하나죠.”
그란트의 말에 카드런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스타더스트는 장비 제작에 쓰이는 재료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암석 늑대가 굉장히 좋아하는 먹이기도 했다.
그걸 잡혀 있던 이리아가 자신의 몸에 뿌린 것이다.
스타더스트는 인벤토리나 가죽 주머니에 넣어 두면 문제가 없지만, 밖에 꺼내 놓으면 스타더스트 특유의 향이 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몬스터들 외에는 스타더스트 특유의 향을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곳 크라울리의 숲에서는 달랐다.
이곳에 있는 암석 늑대들은 스타더스트의 향을 감지할 수 있고, 그 향에 미친 듯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아니 왜 멀쩡한 스타더스트를 땅바닥에 뿌려? 미친 거 아니야?”
카드런 옆에 있던 란톨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듯 소리쳤다.
암석 늑대를 상대로 스타더스트는 양날의 검이었다.
미끼로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지금처럼 암석 늑대들이 대책 없이 모여든다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타더스트를 사방에 뿌렸다니?
‘인원수가 절반으로 떨어졌을 때 엿 먹어 보란 거군.’
카드런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리아가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괴범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스타더스트로 암석 늑대들을 유인한 건 좋은 계책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까닥 잘못하면 자신도 죽을 수 있으니까.
자신들이 아무리 강한 부대라고 해도 몬스터들이 몰려들면 위험해진다.
하지만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방문자이기 때문에 어차피 죽어도 다시 부활한다.
하지만 이리아는 죽으면 끝이었다.
켈트인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리아의 상태는?”
카드런은 그란트의 등에 업혀 있는 이리아를 바라봤다.
이리아는 그란트의 등에 업힌 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슬립 마법으로 재워 두었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그랬네요.”
그란트는 씁쓸한 듯 중얼거렸다.
처음 자신들과 만났을 당시 이리아는 저항했다.
그 때문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정신적으로 시달렸다.
한성의 예측대로 그들은 이리아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까닥 잘못하면 크리스토 백작가와 단단히 틀어질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이익보다는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무리 가상 현실 게임이라고 해도 이리아는 아직 어린 소녀였다.
몬스터를 때려잡는 건 둘째치고, 아직 어린 소녀를 함부로 대할 정도로 카드런과 그의 동료들은 양심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리아의 저항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저항이라기보다는 투정에 가까웠지만.
만약 크라울리의 숲으로 데려올 때도 지금처럼 재워 두었으면 지금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카드런은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때 한성도 카드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것 참. 잘 되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이 주변 어딘가에 이리아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직접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그것도 크라울리의 숲에 존재하는 암석 늑대 무리들을 이끌고 말이다.
크르르르르.
어느덧 암석 늑대 수십 마리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한성이 있는 장소에 당도했다.
암석 늑대 무리들은 당장 달려들지 않고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상황을 살폈다.
대부분 레벨은 120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숫자가 문제였다.
적어도 30마리는 넘어 보였으니까.
아우우우우우!
한밤중 숲속의 달빛 아래에서 암석 늑대들이 포효를 지르며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한성을 노려봤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암석 늑대들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상황.
‘아무리 선제공격 몬스터라고 해도 그렇지, 눈빛 보소.’
한성은 학살자 스태프를 꽉 움켜쥐며 암석 늑대들을 노려봤다. 암석 늑대들은 반 포진 형태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압박해 들어오고 있었으며, 그 맞은편에는 한성이 소환한 언데드 몬스터들이 역시 마찬가지로 반 포진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이리아, 그리고 한성과 주력 소환수들이 모여 있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같은 상황.
한성도, 카드런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크아아아아앙!
암석 늑대들은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제길! 창병 앞으로!”
암석 늑대 무리들이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달려들자 한성은 명령을 내렸다.
지금 여기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당하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리아는 무조건 살려야 한다.’
암석 늑대들은 제어가 되지 않는 위험 요소들이었다.
만약 암석 늑대들에게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당하는 과정 중에 이리아가 위험에 빠진다면 한성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적당히, 적당히 상대해야 돼.’
언데드 소환수들로 암석 늑대 전체를 상대하면 한성이 위험해진다.
그리고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힘도 어느 정도 소모시켜야 했다.
그래야 이리아를 구출하는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파바박!
하얀 본 스피어를 장비한 해골 창병들이 앞으로 나서며 암석 늑대를 상대했다.
본 스피어로 암석 늑대를 찌르자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정작 들어가는 데미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저놈의 방어력만 아니면…….’
비교적 쉽게 쓰러트릴 수 있었을 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암석 늑대의 생명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암석 늑대의 생명력은 일반 몬스터들의 평균 정도 되었다.
가뜩이나 방어력이 높은데 생명력까지 높았다면 진짜 대책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 몰린 놈들의 숫자가 제법 되니까.
‘그럼…….’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바라봤다.
그들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인지하고 있을 터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서로 도울 수밖에 없었다.
암석 늑대의 성가신 점은 한 마리가 있으면 곧바로 두세 마리가 나타난다는 점이니까.
무슨 바퀴벌레처럼 꾸준히 늘어나는 게 암석 늑대의 특징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생명력 자체는 많지 않지만 방어력이 높아서 쉽게 죽지 않았다.
그래서 방문자들 사이에서는 암퀴벌레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성가셔질 수 있었다.
이윽고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 중 대부분이 해골 창병들과 암석 늑대가 싸우는 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이리아를 지키려는 것처럼 모여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어쩔 거냐?’
한성은 전장으로 향하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바라봤다.
암석 늑대를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해골 창병들을 공격할 것인지.
선택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