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
< 내 언데드 100만 >
제131화 마나 블래스터
“뛰어, 이 자식들아!”
그 말을 끝으로 카드런은 뛰기 시작했다.
“대, 대장님! 같이 가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제이드와 란톨은 카드런의 뒤를 따랐다. 프리스트인 빌드도 마찬가지였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
한성은 눈앞에서 뛰고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틴달로스.”
[Yes, Master. >_<]
한성의 말에 틴달로스의 머리 위에 귀여운 문자와 이모티콘 표정이 나타났다.
그리고 도망가고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검은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지면을 타고 뻗어나갔다.
“검검.”
“창창.”
잠시 후,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앞으로 해골 검병과 창병들이 지면에서 솟아오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이것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해골 검병과 창병들 때문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발걸음이 주춤거렸다.
“발 멈추지 마!”
해골 검병들과 창병들이 앞을 막아서자 카드런은 핼버드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캉!
서컥!
해골 병사들은 카드런의 핼버드 공격을 본 소드와 본 스피어로 막으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카드런이 휘두루는 핼버드에 맞아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그 뒤를 이어 제이드와 란톨이 가세하자 오히려 해골 검병들과 창병들이 뒤로 밀렸다.
하지만 해골 병사들은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했다.
[다중 증폭 마법진 전개. 마나 엔진 풀 드라이브. 마력 충전 100%!]
도망을 치려고 하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다크 메탈 골렘의 앞에는 2미터 크기의 마법진이 전개되어 황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슴 덮개가 열려 있는 다크 메탈 골렘 앞에 푸른빛 구체가 생겨나 있었으며, 그 주위로 작은 크기의 보조 마법진들이 전개되어 마나 집속을 돕고 있는 중이었다.
초고온 초고압의 푸른빛 구체.
순수한 마력 집속체로 주변에 고열과 열풍을 내뿜고 있었다.
“발사.”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마스터의 음성 명령을 인식. 마나 블래스터 발사!]
키이이이잉!
번쩍!
투와아아아아악!
다크 메탈 골렘 앞에서 집속되고 있던 푸른빛 구체가 대기 중의 수분을 태우며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헉?”
등 뒤에서 다가오는 푸른빛 구체를 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얼굴에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검검?”
“창창?”
열심히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던 해골 검병들과 해골 창병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푸른빛 구체와 한성을 바라봤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보는 해골 검병들과 해골 창병들.
‘미안.’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 한성은 그저 해골 병사들을 향해 손을 좌우로 살짝 흔들어 줬다.
이윽고 푸른빛이 해골 병사들과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다크 메탈 골렘의 마나 블래스터가 당도한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잠시 후,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숲 전체를 뒤흔들 듯이 터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굉음.
“꺄악.”
그 위력에 레이몬은 신음 소리를 작게 흘렸다.
루루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몸을 동그랗게 말았고, 한성은 그런 루루를 품 속에 안으며 본 월을 시전해 폭발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다크 메탈 골렘의 기동이 정지되었습니다. 휴식 모드로 전환합니다.]
“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침음성을 삼키며 내심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나 블래스터는 다크 메탈 골렘의 필살기와도 같은 스킬이었다.
다크 메탈 골렘의 동력원이라고 할 수 있는 마정석의 마나를 최대한 끌어내고, 거기다 다중 증폭 마법진을 전개해 위력을 더욱 상승시킨다.
그 위력은 지금 한성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어둠 속에서 솟구쳐 오르고 있는 푸른 폭염과 폭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나 블래스터의 푸른빛 구체가 폭발했을 때 숲속 전체가 뒤흔들렸다.
거리가 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성이 본 월로 막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폭발력이 굉장했다.
그것만 봐도 상당한 위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터.
‘설마 이 정도 위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한성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휴식 모드에 들어간 다크 메탈 골렘을 바라봤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어. 마나 블래스터를 쓰고 나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니까. 그보다 그놈들, 죽지는 않았겠지?’
한성은 마나 블래스터가 폭발한 장소를 바라봤다.
이 정도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딜이 좀 되는 탱커 하나랑 원거리 딜러 둘, 그리고 힐러가 하나였었나?’
처음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한성은 그들을 유심히 관찰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의 직업 특성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티르 나 노이에서 던전을 공략하는데 필요한 최소 권장 인원은 여섯 명이었다.
탱커 2명, 딜러 2명, 힐러 2명이 가장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다만, 소규모 던전일 경우에는 굳이 권장 인원대로 맞출 필요는 없었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하니까.
하지만 카드런이 간과한 점이 하나 있었다.
“쿨럭쿨럭.”
폭연이 걷히자 하얀 달빛 아래에 마나 블래스터가 폭발한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우리들이 이렇게까지 내몰리다니…….’
흩어져 가는 폭연 속에서 카드런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을 노려봤다.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병력과 합류하기 위한 장소에 왔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멀리서 병장기가 부딪쳐 오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카드런은 문제가 생겼음을 바로 알아챘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8명 중 4명은 이리아와 함께 뒤로 뺐다.
그리고 이번 호위대의 부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란트에게 이리아를 맡기고 란톨, 제이드, 빌트와 함께 합류 지점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상황은 카드런의 예상대로였다.
아니,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설마 파견 병력이 전멸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도 거기까지는 그냥 넘어갔다.
만약 자신을 포함한 클랜원 8명이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병력들을 상대로 싸운다면 충분히 전멸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카드런과 그 일행들은 크리스토 백작가의 파견 병력이 없더라도 임무를 완수할 자신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의뢰주인 리처드 백작이 파견 병력과 합류해서 오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그리고 없는 것보단 있는 게 아무래도 낫기 때문에 카드런은 며칠을 기다려서 파견 병력과 합류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강하군.’
카드런이 간과한 점은 다름 아닌 한성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이곳에 방문자나 켈트인은 눈앞에 있는 청년밖에 없었다.
그 말은 즉, 혼자서 파견 병력은 물론이고 자신들까지 몰아붙이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카드런은 가늘게 눈을 뜨며 한성과 소환수들을 노려봤다.
‘해골 병사들과 데스나이트, 꼬마 마족에 골렘인가? 그렇다면 네크로맨서 계열의 직업이 맞다는 건데……. 네크로맨서의 소환수들이 이렇게 강했던가?’
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부터 카드런은 한성의 직업이 네크로맨서라는 걸 알아챘다.
다만 믿지 못했을 뿐이다.
네크로맨서는 방문자들이 천대하는 직업 중에 하나였으니까.
고레벨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키우기가 어렵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장비에 돈을 좀 처발라야 쓸 만해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쓰레기 직업이라는 소리!
그런데 그런 쓰레기 직업으로 파견 병력을 몰살하고, 지금은 네 명밖에 없지만 소환수로 보이는 골렘 1기에게 클랜원들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지금 카드런 비롯한 다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생명력이 절반 이상 날아간 상태였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제이드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카드런이 아니었다면 제이드는 물론 란톨과 빌트는 차가운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조금 전 마나 블래스터 공격은 굉장히 위험했다.
“살았으면 됐다.”
제이드의 말에 카드런은 한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만약 카드런이 나이트 랜서의 방어 스킬들을 겹겹이 시전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마나 블래스터를 다이렉트로 맞았다면, 최소 기절, 최악의 경우 그대로 사망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제길, 무슨 네크로맨서 소환수 골렘이 이렇게 쌔?”
카드런 덕분에 살아남은 란톨은 땅바닥에 침을 내뱉으며 한마디 툭 던졌다.
그리고 프리스트인 빌트는…….
“힐힐힐힐힐!”
그냥 닥치고 힐만 외치고 있었다.
그런 빌트 덕분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조금씩 생명력을 회복하며 상태를 호전시켰다.
“역시 이 정도로는 못 죽이나? 뭐,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지만.”
마나 블래스터가 폭발한 자리에서 한 명도 죽지 않고 나타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주위는 완전히 초토화가 되다시피 했다.
카드런들이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그 주변 지면은 크레이터가 생긴 것처럼 움푹 파여 있었고, 주변에 가까이 있던 나무들은 고열에 불타서 형체가 없어졌고, 멀리 있던 나무들은 폭심지를 중심으로 반대 방향을 향해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대장. 이제 어쩌죠?”
“어쩌긴.”
제이드의 물음에 카드런은 핼버드를 고쳐 잡았다.
“예정대로 가야지.”
블랙 레이븐 클랜 내에서 카드런이 이끄는 부대의 부대장인 그란트는 머리가 좋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미 카드런은 합류 장소로 가기 전 그란트에게 자신이나 제이드, 란톨, 빌트 중 한명이 15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숲속에서 이탈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현재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 있는 상황.
지금 당장 그란트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으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끈다. 저놈은 너무 위험해.’
카드런은 한성과 그 소환수들을 노려봤다.
지금은 그란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란트가 이리아를 데리고 도망칠 수 있도록 최대한 한성을 상대로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 대장님!”
갑자기 카드런의 등 너머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드런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어, 어째서 네가 이곳에?”
카드런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절대로 이 장소에 있어서 안 되는 인물.
그란트와 이리아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