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28화 (128/318)

# 128

< 내 언데드 100만 >

제128화  미스터리 사건들

오딘 사의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 팀 사무실.

프로젝트 팀 전반을 이끌고 있는 신 팀장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팀장실에서 모니터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건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군.’

모니터 화면에는 프로젝트 팀원들과 이시스가 보낸 보고서가 빼곡하게 떠올라 있었다.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에 관한 보고서였다.

티르 나 노이 세계의 중심인 중앙 대륙에서 버그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었다.

본래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잘한 버그라면 모를까, 신 팀장이 봐도 심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그램 팀에서 디자인하지 않은 몬스터들의 등장부터 시작해서, 지도상에 없는 공간이 존재한다고?’

기본적으로 티르 나 노이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디자인 팀과 프로그램 팀의 합작으로 창작한다.

그 때문에 어떤 몬스터들이 존재하는지 오딘 사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티르 나 노이의 결투장 전체 랭킹 9위 빛의 검성 세이란에게 부탁해 던전 조사를 맞겼을 때, 난데없이 처음 보는 몬스터가 툭 튀어 나왔다.

설정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구현하지도 않은 고대 마도 시대 몬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누군가 몰래 구현해 놓지 않는 이상 나타날 리 없는 존재였지만 누가, 언제 구현해 놨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프로그램 팀에서 구현하지 않은 몬스터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으며, 급기야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플레이어 방문자들의 문의 메일이 빗발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들은 이벤트라고 어떻게 넘기면 된다지만, 이상한 공간은 그럴 수 없었다.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귀환 주문서나 자살을 하면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마저도 불가능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신 팀장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최근 사이에 이런 버그 같은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프로그램 팀은 물론 이시스조차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더더욱 큰 문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시스가 제대로 감지를 못하고 있었다.

게임 내에서 버그나 핵 프로그램을 돌리면 이시스가 자동적으로 감지한다.

그리고 그 대책을 마련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패치를 해서 버그나 핵을 못 쓰도록 막는다.

그런데 지금 티르 나 노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이시스는 정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아채더니 최근 들어서는 아예 감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물며, 문제를 발견해도 프로그램이 정상적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때문에 프로젝트 팀에서 이변을 알아채는 건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였다.

특히 플레이어 방문자들의 제보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팀원들이 직접 조사해서 알아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발견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거지?’

이시스조차 정상이라고 판단 중인 미스터리한 사건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큰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특정 공간에 플레이어 방문자들이 갇히는 현상만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 무언가 큰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신 팀장의 머리카락은 조금씩 빠지고 있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원인을 밝혀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도무지 원인을 특정할 수가 없다.

유일하게 믿고 있던 이시스마저 이제는 티르 나 노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

마치 무언가가 의지를 가지고 이시스를 속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똑똑.

그때 신 팀장이 있는 팀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신 팀장의 말에 팀장실 문이 열리며 이성식 대리가 들어왔다. 순간 신 팀장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대리의 얼굴에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팀장실 안으로 들어온 이 대리는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신 팀장의 머리카락은 무려 한 움큼이나 빠지고 말았다.

*       *       *

‘레이몬드가 살아 있다고?’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레이몬드와 싸웠을 때, 그때 분명히 한성은 확실하게 처리했다.

어디 그뿐만인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2차 각성한 레이몬드를 처리했다는 시스템 알림 메시지까지 봤었다.

그런데 살아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그놈은 내가 처리했다. 눈앞에서 죽는 걸 봤지.”

한성은 기드온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기드온이 눈을 날카롭게 떴다.

“개소리! 우리 옴팔 기사단의 기사단장님이신 레이몬드님은 살아 계시다. 지금도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리처드 백작님을 보좌하고 계시지. 그리고 네까짓 쓰레기 같은 네크로맨서 놈 따위에게 우리 기사단장님이 당할 것 같으냐!”

기드온은 열변을 토하며 한성을 비웃었다.

그가 알고 있는 레이몬드는 옴팔 기사단에서 최강이라고 칭송받는 기사였다.

거기다 레이몬드에게는 힘의 원천이라고까지 불리우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있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발동한 레이몬드를 이길 자는 적어도 크리스토 백작가 영지 내에서는 없었다.

그런데 아직 레벨이 120 초반 정도밖에 안 되는 방문자놈이 자신들의 기사단장을 처치했다니 믿을 수 없는 헛소리였다.

“미친놈이 행복회로 풀가동 중이냐?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내가 분명히 봤는데. 아니, 그럼 시작의 대륙에서 그놈이 임무를 실패한 이유는 뭔데?”

“어? 그럼? 설마 네가 대규모 군대로 비겁하게 레이몬드 기사단장님을 공격한 인간말종 비열한 쓰레기?”

“뭐? 이 새끼가 미쳤나?”

퍼억!

한성은 기드온의 얼굴을 발로 찼다.

“억!”

얼굴을 맞은 기드온은 땅바닥에 쓰러졌다.

“누구보고 쓰레기래?”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기드온을 내려 봤다.

기드온은 땅바닥에서 끙끙대고 있을 뿐이었다.

한성에게 조금 더 처맞았다간 죽을 것 같았으니까.

자신의 생명은 소중한 법이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긴 한데…….’

사실 한성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조금 전 기드온의 반응으로 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작의 대륙에서 한성 때문에 임무를 실패한 레이몬드는 다시 크리스토 백작가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실패를 변명하기 위해 한성을 아주 그냥 과대포장까지 해서 제대로 판 모양이었다. 비겁하게 대규모 병력으로 기습을 해왔다고 말이다.

실상은 기습해 올 걸 뻔히 알고 함정까지 판 상태였지만.

‘설마 진짜 살아 있는 건가?’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레이몬드는 켈트인이다.

켈트인들은 한 번 죽으면 끝이었다.

아니, 사실 한 가지 부활할 방법이 있긴 했다.

중앙 대륙 투아하 데 다난에서 여신 테스타로사를 신봉하는 교단, 그곳의 대신관이라면 죽은 켈트인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죽은 지 30분 이내여야 하고, 여신 테스타로사의 허가가 있어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관의 독단으로 되살릴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티르 나 노이 세계의 여신 테스타로사만이 켈트인을 되살려 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레이몬드가 어떤 인물이던가?

마계의 72 귀족 중 한 명인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통해 흑마력을 빌린 존재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여신과 마족의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그러니 여신이 뭐가 좋아서 레이몬드를 되살리겠는가?

‘대신관이 부활시킨 게 아니라면 남는 건…….’

한성은 생각에 잠겼다.

여신이 되살린 게 아니라면 몇 가지 가정을 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기드온이 레이몬드로 변장한 인물에게 속고 있던가, 아니면…….

‘최근 발생하고 있는 미스터리 사건과 연관이 있겠군.’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올라오고 있는 미스터리한 일들.

오딘 사에서 올린 공식 설정상의 목록에 없는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화염 필드에 냉기 속성 몬스터가 나타나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뿐인가 하면 버그 같은 상황에 처한 플레이어들 몇몇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 플레이어 숫자에 비하면 손에 꼽을 정도라 아직까지 크게 문제되고 있지는 않지만.

하지만 아직 속단하기에는 일렀다. 한성이 직접 레이몬드가 살아 있는지 확인한 건 아니었으니까.

판단은 모든 걸 확인하고 나서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슬슬 끝나가는군.”

상황은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사실상 레이몬이 나타나서 범위 공격을 한 이후 상황은 종결되었다고 봐야 했다.

기드온과 리버가 레이몬에게 제압되고, 다른 옴팔 기사단의 기사들도 손 한번 못 써 보고 쓰러졌으니까.

그것을 본 병사들도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투의욕이 떨어진 병사들 중 일부는 도망치려고까지 했다.

물론 그것을 그냥 보고 있을 해골 검병들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헉!”

“컥!”

[Lv122 옴팔 기사단의 기사 마크를 처치하셨습니다.]

[Lv122 옴팔 기사단의 기사 몰가를 처치하셨습니다.]

[Lv124 옴팔 기사단의 기사…….]

비명 소리와 함께 옴팔 기사들과 병사들이 죽었다는 메시지가 한성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와 함께 보상으로 약간의 골드와 경험치가 들어왔다.

하지만 전승 특전 효과 3배 보상 덕분에 한성으로서는 꽤 받는 편이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기사들과 병사들이 소환수들에게 죽어 가는 동안 한성의 시야에 몇 번이나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기사들과 병사들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이제 일차 목적은 달성했나.’

한성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병력들을 한성은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살려 봤자 방해만 될 뿐이었으니까.

거기다 이미 사라와 세라, 네리아로부터 그들이 리처드 백작의 열렬한 추종자라는 사실을 들었으며, 기드온과 리버만 봐도 얼마나 리처드를 추종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한성의 목적은 파견 병력이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합류하기 전에 처리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순조롭게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네놈들뿐이군.”

한성은 눈앞에 있는 기드온과 리버를 싸늘한 눈초리로 내려다봤다.

그리고…….

“뭐야, 이 난장판은?”

한성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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